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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상식’이 ‘차별과 양극화’로 둔갑한 나라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2.05.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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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4)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외교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내각 후보자 ‘아빠 찬스’와 공정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 윤석열. 3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도 ‘공정’과 ‘상식’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정부 첫 시작부터 이런 기조를 뒤흔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내각 후보자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후보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며 ‘능력 내각’을 강조했지만, 그 후보자들의 면면에서 ‘공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후보자에게서 ‘○○ 찬스’로 불릴 만한 의혹이 불거졌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자녀가 입시·병역·취업 등에서 혜택을 본 ‘아빠 찬스’ 의혹을 빼놓을 수 없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사진 : 뉴시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사진 : 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두 자녀는 아빠가 경북대병원장과 진료처장(부원장)일 때 각각 의과대에 특별전형으로 편입했다. 아들은 그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로 병역처분을 변경해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했다. 진단서를 받을 당시 정 후보자는 진료처장(부원장)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본인이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의 계열사에 취업해 논란이 됐다. 딸은 이 후보자가 재직하던 법무법인 율촌에서 ‘체험활동’을 했고, 국회의원실,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인턴십을 했다.

가족 구성원 전원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로 '아빠찬스' 논란이 일었던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결국 3일 자진사퇴했다.

장관 후보자들에게 불거진 ‘찬스 논란’ 속에서 한국 사회의 주류에서 보여지는 ‘그들만의 특혜’, 그것이 대물림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능력’을 강조했지만 ‘공정’과 ‘상식’이라는 윤석열의 표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차별의 ‘존재’, 부정한다고 없어지나

윤석열과 차별의 정치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차별을 부정하고,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및 별도 부처 설치’, ‘무고죄 강화’ 등을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젠더 갈라치기 논쟁을 불렀다.

이런 말이 있다. “차별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차별이 없어지는 게 아니며, 차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차별이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성별 격차가 그 근거를 보여준다. ▲젠더개발지수(GDI) 36개 OECD 회원국 중 35위(2019) ▲성별 임금격차 지수(31.5%)는 26년 연속 OECD 최고(2020) ▲유리천장지수 10년 연속 OECD 꼴찌, 그리고 ▲여성의 경제 참여와 정치 권한을 측정한 성 격차 지수(GGI) 156개국 중 102위(2021)가 한국사회 현주소다.

윤석열은 해체 공약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로 여가부 장관을 내정했다. 해체를 공언한 부처에 장관을 지명해 해체 업무를 맡긴 것. 김현숙 내정자는 인수위 정책특보를 맡아 여가부 폐지, 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 등을 담당했다. 3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 여가부 폐지는 빠졌지만 이는 취임 이후 곧바로 닥칠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의식한 조치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해체론은 소멸된 것이 아니다. 국정과제에 여가부의 성평등 및 여성 정책 총괄 기능이 빠지면서 새 정부가 부처 폐지 밑그림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거전략에 활용하고, 차별과 혐오를 동력으로 삼은 정치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넘어 어떤 사례로 나타날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 차별 해소, 언제까지 기다릴까

또 다른 사회적 약자로 차별받고 있는 장애인 관련 문제를 두고도 그렇다. 윤 정부는 차별을 해소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장애인 관련 예산 보장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지하철 탑승 시위) 투쟁을 벌여왔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2022.04.21.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2022.04.21.

장애인들이 새 정부에 요구하는 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기회를 가지면서,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탈시설권리를 보장”하는 것. 이를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인특수교육법’의 조속한 제정이다.

그래서 전장연은 대통령선거 전 관련한 법과 예산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선을 바로 앞둔 2월엔 “TV토론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을 약속해달라”고 했지만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약속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가 됐고 안철수 후보는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결국 대선 이후 당선인과 인수위를 향한 면담 요청은 거절당했다.

2일 인사청문회에 응한 추경호 후보에게 돌아온 답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고 지원’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예산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었고,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탈시설권리를 보장 예산 등에 대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3일 인수위가 국정과제로 내놓은 장애인 관련 정책은 기존 정책의 나열에 불과했다.

결국 장애인들은 추경호 후보 인사청문회 답변을 기다리며 잠시 유보했던 출근긴 지하철 시위를 다시 시작했다. 기본적 권리인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들, 사회 곳곳에서 배제되고 격리되며 차별받고 있지만 ‘차별철폐’ 목소리는 아직 윤석열 정부에 가닿지 않고 있다.

능력주의의 다른 말 ‘양극화’

윤석열의 노동정책도 능력 중심, 경쟁 중심이 다분하다. 말이 좋아 ‘능력 중심’이지 이는 노동자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한국사회 차별과 노동 양극화를 극대화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 유세 동안 ‘주 120시간 노동’ ‘최저임금제 폐지’ 같은 발언으로 친기업·반노동관을 드러낸 윤석열의 노동정책은 후보 시절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선 공약 자료집(국민의힘 2022) ‘노동개혁’ 부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주로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이 기조가 그대로 담겼다.

윤석열은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를 주창하며, 연차에 비례해 임금을 주는 연공급 중심(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근로연수 호봉 대신 직무난이도, 업무수행능력, 직급,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 공직사회부터 개편이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인수위는 “성과 중심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며 ‘공무원 성과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내부 경쟁을 벌여야 하고 임금은 개별화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노동자들의 직무와 성과를 측정하는 사용자들의 지위와 권한은 더 강화될 게 뻔하다. 이들은 능력과 성과를 이유 삼아 노동자들을 갈등과 경쟁, 분열로 내몰 것이며, 임금 전반을 하락시켜 임금수준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GM)이 2003년 성과연봉제를 전 직원에 도입했다가 임금 격차 확대와 지나친 경쟁문화를 이유로 11년 만인 2014년 제도를 폐지한 사례가 있다.

기업규모에 따라, 고용 형태에 따라, 성별에 따라 임금 등 노동조건 격차가 심한 한국사회에서 차별금지, 동등처우 원칙을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법제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은 지난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은 같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 공정의 원칙”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하는 유연한 임금체계 구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법제화를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논의될 최저임금도 임금 양극화의 주범이 될 수 있다.

국정과제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윤석열은 선거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강조했다.

윤석열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별화는 임금수준의 하한을 없앤다는 의미다. 이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이 무색해진다는 뜻이다.

특정 업종의 노동자들은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받고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며,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최저임금이 곧 월급인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하락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내부의 임금수준 격차는 더 커지게 된다.

최저임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600만에 다다르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62.8%, 여성노동자의 임금수준은 남성에 비해 72.7%밖에 미치지 못하는 등(2020년) 남녀 고용형태별 임금 불평등이 현존하는 조건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가져올 후과는 임금 양극화일 뿐이다.

지난달 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1차 회의를 열었고, 오는 17일 2차 회의부터 본격적인 최저임금 논의에 들어간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이자 향후 5년의 방향성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일주일 120시간 노동’, 오해였을까?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양극화를 불러올 게 다분하다.

윤석열은 유력 대권주자였던 지난해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를 “실패한 정책”이라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비현실적인 주 52시간 상한제를 철폐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해 온 그는 이런 맥락에서 대선 공약에서도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린다는 것은, 1년 동안의 주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맞추고 그 안에서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일정 기간 주 52시간을 초과하더라도 다른 기간 노동시간을 줄이면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면, 사용자들은 총량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일이 몰릴 때 초과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고용계약 해지가 두려워 이런 정산 기간 확대,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여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보다 방치하고 권장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감축하기는커녕 장시간 노동 부문을 더 확대함으로써 노동시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고착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특히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더욱 노동시간 차별과 배제라는 희생을 강요받게 된다.

이처럼 직무 성과급제 도입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는 모두 ‘차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가 가져올 후과

윤석열 새 정부의 정책은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노사관계를 노사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는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현재 자본 중심의 시장권력관계를 그대로 두거나 또는 보강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노동절을 맞아 내놓은 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 왔다”고 했다.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 52시간만 일하라고 제한하기보다 기업과 노동자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최저임금 이하로 일할 사람이 있으면 막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이것에서 기인한다. 노동자 중심이 아니라 더 많이 일을 시키고 어떻게든 최저임금을 적게 주려는 자본 중심의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손 놓고 최저임금이라는 사회제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 안전망을 무력화시키려는 지향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드러냈다. 그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하여 정부의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오히려 기업이 고용을 줄이는 ‘루즈-루즈 게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수장으로 내정된 추경호 후보자의 이력도 이런 윤석열 정책에 힘을 싣는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11건, 21대에서 6건의 노동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중 주52시간제를 약화시키는 등 노동시간 연장을 용이하게 하는 법안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차등화 및 산입범위 확대 등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법안이 5건이었다. 기업편향적·노동적대적 법안을 추진한 사람이 경제수장이 된다면 노동정책의 방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득 불평등,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 한국사회, 부의 불평등이 대물림되고 양극화가 심한 사회에서 한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국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은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착각하며 경쟁과 대립을 조장하는가 하면, 이미 존재하는 차별을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행적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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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이후 진보의 길] 윤석열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5/07 08:41
  • 수정일
    2022/05/07 08:4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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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창간 22주년 기획 릴레이 기고⑦

 
 

편집자주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그간 어렵게 진전시켜온 민주주의마저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인사와 정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언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크게 변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고민이 많을, 더 많은 민주주의와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는 이들에게 전하는 제언을 연재기고로 담았습니다. 노동, 기후, 젠더 등의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와 정치, 경제, 사회에 걸친 전문가의 기고가 이어집니다. 이번 새로운 상상과 진보의 성장에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4.6. ⓒ뉴스1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서육남(서울대 60대 남성)으로 불렸다. 첫 내각 인선 역시 비슷하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저희 인선 기준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 유능함, 직을 수행할 실질 능력”이라며 “국민들께 보여지기 위한 트로피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별, 지역, 연령에 따른 제한은 따로 두지 않고 부여한 직을 성실하게 제대로 수행할 최고의 전문가를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양성과 포함(Diversity and Inclusion)의 가치와 실천을 ‘트로피 인사’라고 폄하하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 ‘트로피 인사’라는 표현은 ‘트로피 와이프’라는 돈 많은 남성에게 성공의 표상처럼 여겨지는 젊고 예쁜 아내를 가리키는 표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 표현을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양성과 포함은 ‘사회적 약자들을 그냥 좀 끼워주자’는 게 아니다. 사회구조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마다의 권력관계를 볼 수 있게 하는 관점이자 배제와 차별의 사회를 고치는 적극적인 평등의 실천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당선인은 줄곧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한날한시에 모두가 똑같은 시험을 치는데 성차별이 어디 있냐’는 식의 처참한 젠더인식을 드러내왔다. 공정하게 실력으로 선출하니 서육남이 뽑혔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능력이란 이런 것이다. 그 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 이슈”라고 여겨지는가, 누가 “전문가”라고 여겨지는가 살펴봐야 한다. 이준석의 시험주의 수준의 공정 담론은 이준석이 만들어 낸 게 아니다. 신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매몰되어 경제, 경쟁, 성장이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민의식을 이준석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양대 정당이 6월 1일에 있을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후보로 내세운 후보들의 모습도 참담하다. 민주당의 후보는 17명 중 16명이 남성이고 국민의힘은 15명이 남성이다. 나이는 오육십대, 장애인은 없다. 후보 구성원의 획일화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만들고 이로 인해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사람,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 탈시설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 돌봄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없다. 다양성의 실종은 후보군의 획일화에서만 드러나는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MBC ‘100분 토론’ 22년 치의 주제와 토론자를 분석했다. 남성 대 여성 비율 9대 1, 평균연령 51.3세였다. 장애인은 단 한 명도 출연한 적이 없다. 최다 토론 주제는 정치, 사회, 경제, 안보 순이었다. 정말 그토록 여성과 장애인 중에는 토론자로 출연할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 서육남으로 대표되는 고학벌 비장애인 중년 남성이 “전문가”로 여겨지게 된 것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시킬 수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민’은 국가에 의해 승인된 결과로서 존재하고 있다. 국민의 힘이 되겠다고 한 그들이 말하는 ‘국민’에는 여성과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음을 그들의 발언을 통해 계속해 확인하고 있다.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하면서도 여성과 장애인에게 대놓고 ‘이곳에 너희들의 자리는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구조적 차별을 몸소 보여주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인다. 그들은 구조적 차별의 결과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거나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을 이해할 의지가 없다. 그들이 전혀 사고해보지 못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의제는 ‘그들의 국민’의 몫을 빼앗는 타자의 문제로 치부하며 지워내고 있다. 그들만의 ‘공정’은 철저한 가부장제 자본주의 시험만능주의 사회에서 승자가 독식하는 것을 허용한다. 현재의 능력주의는 이처럼 구조적 맥락에 따른 견고한 차별을 뒷배로 하고 있지만, 그들은 시민들에게 인권과 다양성의 관점을 갖지 못하게 하고 그 결과 형성된 경쟁과 성장 중심의 시민의식을 든든한 자양분으로 삼아 그들의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철저히 숨긴다. 끊임없는 배제가 일어나는 구조의 문제를 숨기고 개인의 실력, 노력, 성실함의 문제로 만들며 공고한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납작하게 만드는 그들은, 이준석 대표와 같은 청년, 배현진 대변인과 같은 여성을 앞세워 ‘청년과 여성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실은 이 둘이 그들의 “트로피”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과 장애인, 소수자를 배제하는 정치

국가의 입법, 행정의 영역에서 애초에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 사회는 인권, 다양성, 성평등, 노동, 정치, 생태 등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수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최고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등과 평화를 사고하고 실천할 수 없는 괴물들의 사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괴물들의 파괴적인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회는 여전히 무엇을 평가하는지조차 알기 힘든 획일적인 평가방식인 시험만능의 줄세우기 교육을 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교육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이 사회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배제와 차별은 쉽고 다양성과 인권은 어렵다. 배제와 차별은 익숙하고 당연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쉽다. 심지어 이젠 배제와 차별의 언어가 유희거리로 소비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돈이 모인다. 반면 자본가들의 절대 지표인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게 하는 “효율성”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는 다양성과 인권은 돈과 시간 모두 여유가 있을 때나 챙길 수 있는 사치 혹은 재미없는 잔소리 혹은 “트로피”로 폄하된다. 그러나 다양성과 인권은 소수의 이야기이기 전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다양성과 인권은 사회적 소수자만을 위한 길이 아니다.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도시에서 공동체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탈시설운동도 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늙는다. 늙으면 몸이나 뇌의 기능이 떨어진다. 누구나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탈시설사회, 다시 말해 배제가 아닌 다양성과 포함의 사회는 내가 늙어도 내가 살던 집, 동네, 마을에서 내가 하던 활동들을 계속하며 살 수 있는 사회다. 다양성과 포함의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잘 돌볼 수 있는, 즉 서로에게 잘 의지하며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왼쪽)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25일 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2022.05.05 ⓒ민중의소리


‘승자’라는 획일화된 존재가 되어야 하는 동시에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획일적 기준에 의한 ‘정상’만이 허용되는 사회는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을 차단하며 그 결과 ‘공동체’가 퇴보한다. 우리는 자본의 관점에 의해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사회의 구조는 자본가들과 정치 기득권자들이 만들어 놓은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정상과 비정상, 우월과 열등을 나누고 자격을 갖춘 사람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승인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어야 인정받는 사회의 구성원일 수 있다. 늙거나 아프거나 출산을 하거나 돌봄노동을 하거나 그 어떤 이유라도 ‘그들이 요구하는 능력’이 없어지면 누구라도 쉽게 배제될 수 있는 사회다. 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양성이 실종된 사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비판적 사고능력을 지우고 기득권의 사고방식을 시민들이 학습하게 한다는 점이다. 승자와 정상이 되기를 강요하는 교육, 미디어의 발화 등을 통해 시민들이 기득권의 사고방식을 학습하게 만들고, 이를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견고해 보이는 이 사회구조에 시민사회는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이 사회의 희망이다. 다양성, 인권, 성평등, 장애, 성소수자, 이주, 나이, 노동, 빈곤 등의 사회운동은 권력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기존의 틀을 부수는 급진적인 개념이자 실천을 하고 있다. 이런 운동에 동의하고 동참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모두를 포함되는, 모두가 평등하게,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대선 결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퇴보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결코 우리의 운동이 실패한 것이 아니며, 다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것뿐이다.

쉽고 익숙한 배제와 차별에 맞서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로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배제와 차별에 맞서 모든 사람이 포함되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운동에 나서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활동가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합리적인 인간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폭력과 배제의 사회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며 계속해 함께 싸우고 연대를 강화하며 작은 승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 승리는 거대한 물결이 되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치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가 꽉 막혀 있지만 사회, 문화, 미디어 등에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 여전히 배제가 포함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키즈존을 시작으로 노00존이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해 한 시장조사전문기업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70%가 노00존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주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방식이 나에게 안락함, 유리함, 편안함을 줄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끄럽다고 어린이를 오지 못하게 하고, 불편하다고 노인을 오지 못하게 하고, 매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장애인을 오지 못하게 하고, 익숙하지 않다고 성소수자와 이주민을 오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서 나는 과연 언제까지 포함될 수 있을까? 경제력으로 차별하고, 학력과 학벌로 차별하고, 외모로 차별하는 사회에서 과연 나는 언제까지 존엄한 존재로 살 수 있을까? 노00존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간이 확산돼야 하며 우리 사회는 모두가 포함되는 다양성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사회부터 모두가 포함되는 다양성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공간부터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2022.05.06.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인권, 다양성, 성평등, 노동, 생태 등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의제들을 소외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는 그만큼 퇴보할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지금도 할 일이 많지만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거꾸로 가는 시계 위에서 시민사회는 배제와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정치의 언어에 맞서 모두가 포함되는 언어를 발견하고 제안하는 동시에 공간과 제도의 변화를 모색하며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다치지 않도록 서로를 보듬으며, 서로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희망이 없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서로가 계속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는 구조의 변화와 문화의 변화가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하다. 차별금지법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법 제정을 하는 등 제도의 변화를 통해 구조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인권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서로의 곁을 지키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립된 섬에서 ‘오징어게임’처럼 외로운 승자독식의 생존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노예와 같은 모습을 벗어 던지고, 이제는 ‘정상’으로 규율되지 않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다채롭게 반짝이는 시민들로 변모하여 더 이상 어떠한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괴롭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공간과 문화를 함께, 날마다 조금씩 더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보여주기 식 인사”라는 의미로 “트로피 인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표현은 토크니즘(tokenism)이다. 토크니즘은 사실은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가 전혀 실현되고 있지 않은 조직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척 하기 위해서 사회적 소수자 몇 명을 “보여주기 식”으로 구성원에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포함된 사회적 소수자를 토큰(token)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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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 5년, 민주주의는 어떻게 타락했는가

  • 기자명 김도연 기자 
  •  
  •  입력 2022.05.07 06:30
  •  
  •  댓글 3
 
 

[김도연의 취재진담] ‘대통령의 숙제’ 저자 한지원 작가
‘여론=민주주의’ 진보의 오판…대중·엘리트 균형 무너져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손놓은 文정부… “진보 쇄신해야”
“尹 정부, 권력 남용하기 보다 국회 등에 권한 넘겨야”

경제학자 한지원(46)은 젊은 마르크스 이론가다. 지난해 책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에선 4차 산업혁명, 양적 완화, 비트코인 등 오늘의 경제 이슈를 현재화한 마르크스 이론으로 재해석했다. ‘시장은 균형을 회복한다’는 주류 경제학 허점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말까지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온 그는 진보적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관(觀)을 고전적 자유주의 관점에서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된다.

지난 3월 펴낸 ‘대통령의 숙제’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문민화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에 관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며 “하지만 그는 대통령 권력 개혁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대통령 권력은 ‘청와대 정부’라고 평가 받을 정도로 도리어 더 커졌다”고 비판했다.

한 작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와 집권 86세력은 여론과 대중 감정을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오판했고 그 결과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투기꾼 책임론, 착한 적자론과 같은 정책으로 ‘정부 실패’를 야기했다. 권력을 사적 남용한 박근혜의 탄핵으로 집권한 문 정부도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대한 통제를 고민하기보다 전임 정권을 답습하며 스스로 불행해졌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한 작가를 만났다. 이후 서면으로도 추가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좌파학자인 그는 왜 우리 민주주의가 타락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걸까. 그는 왜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 비판에 심혈을 기울일까.  

▲ ‘대통령의 숙제’ 저자 한지원 작가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대통령의 숙제’ 저자 한지원 작가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책 ‘대통령의 숙제’ 출간 계기는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 5년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문재인 정부 평가는 쉽지 않다. 우리 진보좌파 단체들과 엮여 있는 정권인 만큼 진보진영에 대한 자기 성찰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보좌파 진영의 결함을 함께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5년은 문 정부를 매개로 진보좌파 결함이 드러난 시절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로 불렸다. 촛불 정신은 곧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으로 민주화운동 세력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에 있어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민주주의가 타락했을 때 경제와 안보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고전적 자유주의 잣대로 분석하고자 했다. 문재인 정부 평가는 단순히 지난 정부 평가가 아니다. 한국적 민주주의가 지닌 어떤 근본적 결함을 파헤치는 것이며 새 정부를 포함해 한국 민주주의가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다.”

- 문 정부 무엇에 실망했나? 

“결정적인 건 ‘적폐청산’이었다. 이 구호는 촛불집회 때부터 입길에 오르내렸는데 무엇을 바꾸겠다는 메시지인지 납득되지 않았다. 결국 이놈, 저놈 감옥 보내자는 것 아닌가? 문 정부는 윤석열을 앞세워 법을 이용한(rule by law) 지배만 이어왔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시스템 개선보다, 법치(rule of law)의 정립보다, 반대 정파를 처벌하는 데 주력했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는 나로서 ‘소득주도성장’(소주성)도 모순 그 자체였다.”

- 문 대통령 취임 당시 시대정신으로 평가받았던 ‘적폐청산’에 부정적 입장이다.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퇴진행동 스태프로 참여하지 않았나? 권한을 남용하고 불법을 저지른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나? 

“법에 따라 위법한 사람들을 기소하고 수사하는 것 자체에 이견은 없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박근혜 때만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나? 군부 독재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형이 구속됐다. 대통령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한 결과다. 그렇다면 고질적인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대한 시스템적 성찰과 개혁 의지가 있어야 했다. 인적 청산은 상대진영의 원한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피가 쌓이면 복수를 부르기 마련이고, 거대한 원한은 도리어 제도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태극기·조국기 부대’를 보라.”

- 문 정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소주성 핵심 정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지키지 못했다. 책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소주성에 대한 신뢰 여부가 아니라 여론 추이였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긍정·부정 여론에 비례해 인상됐다는 지적이었다.  

“문 정부 인사들은 2019년부터 ‘소주성’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특히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노동계, 민주노총 과제를 문 정부가 떠안은 것이다. 저임금 문제에서 가격만 와장창 올리면 해결된다는 안이한 판단이 시장에 큰 부작용을 초래했다. 최저임금과 관련 중·고생산성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개편 등도 논의될 수 있고 자영업자 중심의 산업 기반도 함께 살펴야 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기승전 최저임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폭적 임금 인상 만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우겼다. 소주성을 위해 임기 초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9%나 올렸다. 임기 후반 3년은 연평균 3%로 급격하게 낮춰 임기 전체 최저임금 인상률은 평균 7.3%였다. 이 수치는 박근혜 정부 7.4%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 대통령의 숙제/한지원 지음/한빛비즈
▲ 대통령의 숙제/한지원 지음/한빛비즈

- 책에서 진보진영이 공유하는 이분법적 ‘분단체제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역사관은 ‘친일 잔재인 보수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되는데 한 작가는 “선거 민주주의의 기본인 정치적 다원성을 부정한다”고 혹평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보수세력 뿌리는 친일파다. 이들은 분단으로 기득권을 누렸고 독재에 부역했다. 반면 진보세력 뿌리는 독립운동이다. 통일을 추구하며 민주화를 원칙으로 한다.’ 이 이분법적 선악 세계관에 따르면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보수세력을 청산하는 것이다. 반대세력을 ‘토착왜구’로 낙인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책에도 서술했지만 19세기 자본주의 역사와 조선 망국사를 별개로 판단한 결과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분단과 20세기 냉전시대 세계사를 단절해 사고한 탓이다. 북한과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국주의사, 냉전의 역사, 특히 사회주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데 진보진영이 이 대목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세계 질서의 한 부분임을 인식하고 민족주의로의 경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주주의가 타락했다고 비판했다.

“집권 세력인 대통령과 민주당 86세대, 그리고 진보 시민단체들까지 이들 그룹이 공유하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건 ‘다수 여론에 따른다면 된다’는 ‘여론의 지배’다. 즉, 여론이 원하면 시장도 이길 수 있는 것(대폭적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적폐 청산)이고 일본도 이길 수 있다는 것(토착왜구·반일 프레임)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대부인 존 스튜어트 밀은 이런 민주주의관을 ‘다수의 전제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주권을 갖고 있는 정치 체제이나 다수의 여론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흐르진 않는다. 이 때문에 민주정은 사법부를 독립시켜 엘리트(판사) 지성이 여론 독재를 견제토록 했고 입법가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공론을 만드는 언론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엘리트와 대중 사이 긴장 관계와 상호 견제는 민주정의 필수적 조건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무너뜨렸다. 기자들은 다 기레기, 판사들은 판새, 검사들은 검새,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조리돌림하기 바빴다. 책임있는 정당과 집권 세력이라면 감정적으로 흐르는 여론을 앞장서 막아서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들은 그런 여론을 등에 업고 상대를 절멸하는 데 골몰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폴리비오스는 민주주의 타락의 필연성을 주장했는데, 민주정의 혼돈은 폭민정으로 전락하고 군주정을 다시 불러온다.”

-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주의 타락이 문재인 정권 만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나?

“보수당 정부는 엘리트주의, 성과주의를 내세우다가 역풍을 맞곤 했다. 여론을 무시하고 권위주의적 통치 권력을 남용하다가 반발에 직면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여론을 등에 업고, 대중을 동원하는 방식의 통치를 보였다. 후자가 더 위험하다. 대중을 동원해 정적에 린치를 가한다는 점에서 파시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자유와 평등을 후퇴시키는 걸 정당화한다. 앞서 설명했듯 민주정에서는 두 가지 축이 중요하다. 언제든 ‘다수의 전제정’으로 타락할 수 있는 대중의 지배, 언제든 부패할 수 있는 엘리트의 지배가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무너진 균형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는 50.1%로 승리한 국민을 위해 49.9%로 패배한 국민을 정치·경제적으로 핍박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았나?”

-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나?

“알리바이용 개헌안이라고 평가한다. 대통령제 개혁을 왜 대통령이 발의하는지 의문이고, 상대 정파를 ‘적폐’로 몰아세운 상태에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것인가? 공론이라는 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또 ‘강한 대통령, 약한 국회’라는 점에서 국내 정치 체제는 미국보다 남미형 대통령제와 유사하다. 그마저도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뒤에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민주당이 ‘검찰 개혁’하듯 했으면 제왕적 대통령제도 개혁됐을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수완박’ 법안에 정의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해 논란이 일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검수완박은 내용도, 절차도, 시기도 모두 틀린 입법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무리하게 강행한 이유는 분명했다. 문 대통령과 측근의 퇴임 후 안전, 야당이 된 민주당 의원들의 안전이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솔직히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데도 검수완박법에 찬성했다. 왜 그랬을까? 민주당이 이권의 노예였다면, 정의당은 이데올로기의 노예였던 것 같다. 검찰이 형사사법제도의 ‘절대악’이고, 윤 정부로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란 생각이 진지한 내부 검토도 없이 지배적 생각으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나는 정의당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장은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서민에게 형사사법 문제는 항상 통제 받지 않는 경찰의 문제였다. 솔직히 검찰이 직접 수사해서 손해 본 노동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경찰 수사로 인권 침해를 받은 경험이 더 많고, 경찰이 사용자는 수사하지 않고 노동자만 족쳐서 받은 피해가 더 크다. 정의당의 현장에서 사법개혁은 사법경찰에 관한 시민적 통제가 핵심이다. 그런데도 정의당은 검찰 수사를 받은 정권 핵심 권력자와 민주당 인사들의 입장에서 발언한다. 더 강력한 경찰을 지지하고 나섰다. 정의당이 민주당에, 집권 86세대 이데올로기에 포획 당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는 이 문제를 책에서 민주당의 민주주의관이란 틀로 분석했다.”

- 엘리트 지성을 강조하지만 책에서는 또 한 편으로 엘리트의 지대 추구가 민주주의와 개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재벌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개혁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엘리트라는 규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성’이란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측면이다. 앞서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건 전자 측면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후자도 봐야 한다. 후자 측면에서 중요한 건 지대를 얻는 경제·정치적 힘이다. 이 힘은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엘리트는 자신의 ‘지대 추구’를 보장하는 제도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이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재벌의 금권이었다. 이 금권이 행정부와 의회를 포획했다. 한국 경제를 둘로 무 자르듯 나눈다면, 재벌경제와 비재벌경제로 나눌 수도 있다. 둘 사이 경제·사회적 격차가 엄청나다. 민주화 이후 여론 정치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수도권 중산층의 여론 정치도 지대 추구를 보장하는 제도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가 그들이다. 일자리 지대와 부동산 지대는 21세기 한국적 불평등의 핵심이다. 당연히 개혁 방안은 재벌 지배구조 개혁, 이중분단 노동시장 개혁, 부동산 개혁 등의 이름으로 엄청나게 많이 나와있다. 어느 정도 학계의 합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실행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일까? 나는 책에서 이를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함으로 분석했다. 대통령 한 명만 포획하면 만사형통인 정치 체제에선 지대를 추구하는 엘리트가 손쉽게 국회와 행정부를 통해 제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이런 것들이 여론의 지지로 포장되기도 한다. 목소리 큰 세력이 여론을 대변하니 말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수많은 개혁의 시작점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를 개혁해야, 한국형 지대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이런 균열이 있어야 지대 추구 자체를 억제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제왕적 대통령이 행정부, 입법부, 심지어 사법부까지 아우르며 제도 개혁에 필요한 물길을 꽉 막고 있는 형국이다.”

- 그렇다면 제왕적 대통령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본은 선진국 민주주의 표준인 의원내각제다. 다만, 의원내각제로 가려면 의회가 유능해야 하는데 한국 국회는 정부 조정을 받는 식물 국회, 여야가 극한 대치하는 동물 국회로 퇴화했다. 인간의 국회를 만들어야 의원내각제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대통령이 국회 중심의 정부 운영을 유도하며 국회에 정부 운영 능력을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시행령 꼼수 대신 제대로 된 입법을 요청하고, 여러 형태의 사회적 대화나 작은 것 하나라도 여야 협치로 우선 풀어가는…. 사실 생각은 이런데 검수완박 국회를 보니 당분간 이런 기대는 접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 거대 야당이 동물 국회를 선택했으니 행정부 입장에서도 먹히느냐 먹느냐 싸움으로 갈 것이다. 당장은 국민만 피곤하게 생겼다. 이 과정을 냉정하게 사회적으로 평가해 공론으로 남기는 게 중요할 것이다.”

- 지난 3월 레디앙에 기고하며 “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제언이, 문재인·민주당에 대해서는 비판이 최소한 몇 개월 동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20년대 한국에서 사회운동이 재건 되려면 진보의 결함을 은폐하는 ‘보수에 대한 악마적 비난’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진보가 가진 결함이 은폐되는 메커니즘이 바로 보수에 대한 극렬한 반대 투쟁이기 때문이다. 절대악인 보수를 비판하면 진보가 가진 결함이 모두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일례로 광우병, 세월호,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서 보수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각각을 지금에 와 평가해보면, 어떤가? 광우병은 상당히 과장된 공포였고, 세월호는 지금까지도 진실 공방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박근혜 탄핵은 아무런 제도 개혁도 남기지 못했다. 진보가 보수 정부 하에서 벌인 대중운동에는 분명히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모두 드러났다. 이런 식이면 누가 정부를 운영하더라도, 한국 사회가 어려워진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진보가 먼저 스스로를 쇄신해야 한다. 윤 정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시절 같은 촛불 집회와 정치 투쟁으로 민심을 잃은 진보를 재포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이런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다. 이러면 정말 나라가 망한다.”

▲ 지난해 3월4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그는 이듬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다. ⓒ연합뉴스
▲ 지난해 3월4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그는 이듬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다. ⓒ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혹독한 비판으로 ‘보수로 변절한 것 아니냐’는 질타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특히 대선국면에서 문 정부 및 민주당 비판은 ‘윤석열 지지’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을 터. 이재명보다는 윤석열이 낫다고 본 것인가?

“두 후보 지지율이 박빙이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강한’ 비판은 윤석열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박빙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겉으로는 양비론을 내세워도, 속으로는 그대로 민주당이 낫다는 판단을 한다. 나는 이런 태도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바나 내세우는 공약을 보면, 더 강한 문재인 대통령, 더 타락한 민주당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가 적극적 의미의 대안은 전혀 아니었다. 다만 그가 내세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라는 테마가, 민주당 4기를 내세우는 이 후보 보다는 한국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입장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 참으로 욕을 많이 먹긴 했다. 반보수라는 철칙이 30년 넘게 유지된 진보진영이다. 이런 입장이 수용되기 어려웠다.”

-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간단하게 말해 뭔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할 것보다 하지 말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하고, 제왕적 권력을 행사해서 달성할 목표는 최소화한 채로 국회나 사회적 대화기구 등에 자신의 권한을 넘겼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되면 욕심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했던 자유민주주의나 법치에서, 가장 정통적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아니라 입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요체고, 대통령이 아니라 공정한 사법기관,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시민들의 탄탄한 규범이 법치의 요체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앞장서려다 권력남용이 발생하는 거고, 대통령이 법치 앞장서려다가 정치의 사법화니 사법의 정치화니 하는 현대 정치의 타락이 발생하는 거다.”

- 문재인 정부 5년, 이후 진보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본에는 ‘회한의 공동체’라는 말이 있다. 군국주의를 막지 못한 책임을 느낀 일본 지식인들의 성찰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드러난 민주주의 타락을 제대로 막지 못한 책임은 진보에 있다. 진보진영이 ‘회한의 공동체’ 블록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다. 그런다고 민주주의 추락을 막을 수 있겠냐고도 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는 성숙을 통해 단단해진다. 회한 속에서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집단이 공론에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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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수처, ‘보복기소’ 사건 수사 본격화…피해자 유우성 조사

등록 :2022-05-06 04:59수정 :2022-05-06 07:04

유우성 간첩조작 방치 징계에
‘외환법 위반’ 공소권 남용
대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지난해 10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서 유우성씨가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지난해 10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서 유우성씨가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검찰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고소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오는 17일 오후 2시 고소인 유씨를 불러 첫 조사를 진행한다. 유씨는 이날 공수처에 나와 검찰의 보복 기소 경위와 고소 이유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최근 공수처는 유씨가 낸 고소장에 따라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 보복 기소 수사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검사들을 입건했다.

 

검찰은 2014년 유씨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국가정보원이 위조한 공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국정원의 증거 조작 행위를 방치한 검사들이 징계를 받은 뒤, 검찰은 유씨에 대해 다른 혐의로 추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4년 전(2010년)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을 다시 끄집어내 기소한 것이다. 유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2016년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해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며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이 상고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도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다며 공소기각 판결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든 유씨는 2014년 자신을 기소했던 담당 검사와 지휘 라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두봉 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안동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당시 담당검사), 당시 결재선에 있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신유철 전 검사장(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이 대상이다.

 

공수처 수사의 관건은 공소시효다. 유씨를 추가 기소한 시점(2014년)으로 보면 직권남용 혐의 공소시효(7년)가 도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소기각 판결 등에 반발해 검찰이 상고한 행위를 포괄해서 공소권 남용으로 보면 수사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형사소송법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 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5일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공소제기를 한 뒤 공소 유지를 위한 활동을 검사들이 계속했다면 대법원 판결 시점을 범죄 행위 종료 시점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공소권 남용’으로 인한 공소기각 사례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검사의 상고 등을 독립적인 직권남용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두봉 인천지검장. <국회TV> 갈무리
이두봉 인천지검장. <국회TV> 갈무리

▶관련기사 : 유우성 ‘대북송금’ 공소기각 확정…대법 “검찰 공소권 남용 첫 인정 사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5135.html

▶관련기사 : [단독] 검찰 9년째 사과 없다…‘유우성 보복기소’ 사건 공수처 수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0525.html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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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의 대형 '오보', 진실은 이렇다

[조성식의 통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수사·기소 분리 대란'의 숨은 진실

22.05.06 05:51l최종 업데이트 22.05.06 05:54l


산티아고 노인은 먼 바다에 나가 이틀간 고생한 끝에 길이 5.5m, 무게 700㎏에 달하는 거대한 청새치를 낚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배 옆면에 청새치를 매달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의 습격을 받는다. 노인은 사투를 벌이지만 청새치의 살점은 한없이 뜯겨나갔다. 결국 항구에 돌아왔을 때 청새치는 뼈와 대가리만 남은 상태였다.
3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된 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개정안이 형체만 남은 청새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원안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패자이고, 국민의힘이 승자라는 건 아니다. '노인'을 패배자라고 여기지 않듯이.

'검찰개혁 완성판'이라는 수사‧기소 분리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흡한 점과 허점이 많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이 이를 '검수완박법 통과'라며 마치 검찰 수사권이 박탈당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대형 오보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박탈'이라는 용어 자체가 맞지 않는 데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 것도 아니고 일부 축소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큰사진보기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2022.4.30
▲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2022.4.30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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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 통과'는 대형 오보

미래의 일이지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립된다 해도 '검수완박'은 아니다. 이른바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과 경찰 및 공수처 공무원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은 검찰에 남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안은 국회의장 중재안의 결함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검찰이 행사하는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설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관련 조항은 일정한 기간에만 효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일몰법(日沒法)이다. 그런데 시한이 명시되지 않았다. 즉 중수청 설치가 늦어지더라도 일정 시점에 이르면 직접수사권을 자동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이 없다. 바꿔 말하면, 중수청이 설치되지 않으면 최소한 부패‧경제 분야의 수사권은 검찰이 계속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부패 및 경제 범죄는 검찰 특수수사의 핵심 영역으로 범위도 넓다. 부패 범죄에는 뇌물 알선수재 정치자금 등이, 경제 범죄에는 사기 횡령 배임 금융증권 마약 등이 포함된다. 이를 두고 한 법학자는 "이른바 돈 되는 수사는 다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먼저 중재안을 받아들이고도 천연덕스럽게 합의를 깬 국민의힘의 태도에 비춰 중수청 설치의 첫 단계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개특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중수청 설치는 물 건너갈 수 있다. 특위 구성과 입법 및 시행이 단계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다.

논란거리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로 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통령령'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논쟁이 재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등'을 '중'으로 바꾸었으나 본회의에 상정된 최종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확정된 형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보완수사권 유지와 별건수사 금지 두 가지다. 보완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권과 더불어 2대 쟁점이었다. 수사‧기소 분리 반대론의 주된 논거이기도 했다.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라는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개정안 취지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것이다. "수사에 미흡한 점이 많고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검찰 항변을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현행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 다항과 부딪친다는 문제가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동일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권 남용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별건수사 금지 조항은 이렇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한다.' 

그런데 '부당하게'와 같은 추상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강요할 수 없다'라는 표현도 모호하다. 실제로는 강요에 의한 진술임에도 자발적인 것처럼 꾸미고 약점을 잡힌 피의자도 그에 동조하면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5.1
▲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5.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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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당하지 못한 검찰

검찰청법 개정안 골자는 네 가지다. ▲검찰 주요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으로 제한하고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직접수사 부서 직제 및 인원을 국회에 분기별로 보고하고 ▲2022년 12월 말까지 선거 범죄 수사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중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 자체 운용에 따른 한계가 있는 데다 소속이 바뀌지 않는 한 수사 검사 입김이 기소 검사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업무를 나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부 산하기관이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선출권력의 결정에 그렇게까지 반기를 드는 것은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반대는 할 수 있지만,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결사항전 태세는 공무원의 도리가 아닌 듯싶다. 권한 줄인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국가기관이 검찰 말고 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자칫 권력기관 이미지만 부각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이 어떻게 볼지도 생각해야 한다. 최대 쟁점인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게 된 만큼 반대 논리가 궁색하다. 이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중재안을 덥석 받으면서 최대 '전과'로 내세웠던 점이기도 하다. 보완수사 대상을 '동일한 범죄'로 제한한 것에 반발하는데, 새로운 혐의를 발견한 경우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청하면 된다.

현행 형소법은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고 감독할 권한을 잔뜩 보장해놓았다. 먼저 영장 청구나 공소제기와 관련해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197조 2항). 위법이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수사권 남용이 의심스러우면 사건기록을 건네받아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197조 3항). 경찰 자체 수사 종결에 따른 불송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245조 8항).

검찰 요구에 경찰은 따라야 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는 경찰관에 대해 검사는 임용권자에게 징계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발상의 대전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수사는 원래 경찰이 하는 것이다. 검찰의 주된 업무는 기소와 공소유지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 나라도 수사는 대부분 경찰이 한다.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사실일지 몰라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조항도 그런 점에서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닌 듯싶다.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한몫한 일부 법조인과 법학자들부터 검사 우위의 형사사법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법적으로 보완하면서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본업에 충실하면 국민에게 이롭다. 언론사 데스크 기능과 비슷하다. 데스크가 직접 기사까지 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견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데스크는 기자의 기사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업무에 전념하는 게 맞다. 문제가 있으면 기자에게 다시 취재해서 쓰라고 하면 된다. 기자는 기사를 내기 위해 데스크의 보완 지시를 따르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경찰도 영장을 받아내거나 기소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검사의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구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큰사진보기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3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3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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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직접수사는 축소되지만 수사권 자체는 시퍼렇게 살아 있다.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기관의 지위를 누린다. 검찰 수사권을 상징하는 형소법 제196조(검사의 수사)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이 건재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경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인 영장청구권(체포‧구속‧압수‧수색)을 전혀 손대지 못한 점도 그렇다. 민주당 원안은 검사가 오로지 경찰의 신청을 통해서만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게 했으나 이 또한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향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전관특혜의 젖줄'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실질적인 수사기관으로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판사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일본 제도를 참고하되 경찰권 비대화를 견제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 다 국민에게 이로운 일이다.

성과가 없지는 않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개정안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선진형 형사사법체계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대여론이 만만찮은 환경에서 이 정도로나마 바꾼 것은 성취로 볼 만하다.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대선에서 패한 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랴부랴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함으로써 '문재인‧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오해(?)를 자초한 데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 성과와 한계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국민에게 이로운 개혁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큰사진보기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후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후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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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총에서 추인까지 한 사안을 하루아침에 뒤집음으로써 정당정치의 대의를 부정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공화당이나 전두환 시대의 민정당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심 잘 방어했다고 여기면서 정략적으로 피켓을 드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눈길도 있다.

두 당 모두 지지층 결집이라는 성과를 얻었는지 몰라도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대의에 비춰보면 정치적 득실 계산은 사소한 일인지 모른다. 본질도 아니고.

<노인과 바다> 후반부에 나오는 노인과 소년의 대화다.

"난 놈들(상어떼)한테 졌단다."
"그놈한테는 지지 않았어요. 잡아온 물고기한테는 말이에요."
"그래 그건 그렇지. 내가 진 건 그 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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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사건 담당 검사가 공직기강? '뜨악했다'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5.06 07:54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5일 발표된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실 인사에 검사 출신이 전진배치되면서 우려가 모인다. 특히 공직기강비서관에 이른바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시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내정된 데 대한 비판이 높다.

6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대통령실 인선 발표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인사라는 평가다.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의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관련 징계 이력을 제목에 쓴 신문은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2기획관(정책조정·인사)’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참모 19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인사에선 검찰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은 각각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맡는다. 대통령실 예산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인 총무비서관에는 검찰 일반직인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이 인선됐다”고 설명했다.

▲5월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5월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대로 대통령 권한 축소를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지만 민정수석실 기능을 담당하는 비서관직 두 자리가 ‘검찰 후배’들에게 돌아갔다는 분석도 전했다. “공안통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는 2012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고 “주진우 법률비서관 내정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필적하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예산을 관장하는 총무비서관 관련해선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에게 곳간 열쇠를 맡겼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 이력이 논란이다.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증거 위조 사실이 드러난 사건으로, 2015년 대법원에 의해 유씨 무죄가 확정됐다. 이 내정자는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시절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공소유지에도 관여했다. 그러나 징계 1개월에 그쳐 ‘제 식구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사안이다.

경향신문은 “유씨 사건은 검찰 공소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 신문은 “검찰은 증거조작이 드러나 간첩 혐의 무죄를 받은 유씨를 2014년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지난해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검찰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한겨레에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분이 공직기강비서관이 됐다는 뉴스를 보고 뜨악했다”며 “본인 자체가 흠이 있는데 다른 일도 아니고 어떻게 공직기강을 잡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민일보, 문 정부 공공기관 인사 두고 “엇박자”

공공기관장을 둘러싼 현 여권과 차기 여권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일보는 여러 면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이 적다고 보도했다. 1면 기사는 ‘尹, 올해 임명 가능한 공공기관 14곳뿐’이란 제목으로 “새 정부가 올해 안에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전체 130곳 가운데 10.8%인 1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공공기관장 60% 이상이 1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새 정부 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5월6일 국민일보 기사
▲5월6일 국민일보 기사

이어진 기사(尹정부 ‘원전·부동산 정상화’…文 임명 기관장과 엇박자 우려)는 원전, 부동산 관련해 ‘정상화’라 주장하는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과제 전면에 내세운 원전 진흥과 부동산 정책 정상화는 당분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과 손발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철학이 다른 사람들 사이 정책 실행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2030 ‘윤심’ 해석 이어져…조선일보는 ‘젠더갈등’ 부각

이날 여러 신문에 등장한 키워드 중 ‘2030’이 있다. 한국일보 기사(‘공정’ 기대 무너졌나… ‘尹 대선 일등공신’ 2030이 흔들린다)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는 기간임에도 2030세대 사이에서 윤 당선인 지지율은 4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는 해석을 전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과정의 소통 부족, 새 정부 초대 내각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의 ‘부모 찬스’ 논란, 2030 맞춤형 공약 파기 등 때문에 윤 당선인에 대한 이들의 기대가 식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뒤늦게 ‘집토끼 붙들기' 총력전에 나섰다”고 했다. 표심 이탈 움직임의 원인으로는 집무실 이전, ’부모 찬스‘ 논란 내각 인사, 여성가족부폐지나 병사월급 인상 등 공약에 대한 재검토 등을 꼽았다.

▲5월6일 조선일보 기사
▲5월6일 조선일보 기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5일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으로 즉시 인상 등 일부 공약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잇따라 입장문을 내놓고 나섰다. 경향신문 기사(2030 남성 반발에 “여가부 폐지·병사 봉급 200만원 추진”)는 “2030세대 남성 중심으로 공약이 후퇴했다며 반발 여론이 나타나자 부랴부랴 입장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1면을 비롯한 여러면에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1면 ‘곪아터진 젠더갈등, 국민 67% 심각’ 기사는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대선 직후 공동으로 진행한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786명)의 66.6%가 ‘한국 사회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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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위선적 이중성, '공무원 고용세습'은 괜찮다?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복무 중 희생된 군인과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 뭐가 다른가"

 

 

 

몇 해 전 일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있다고 정부와 언론이 맹비난을 가했다. 1980년대 서울대 주사파 핵심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 전향했다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때 하 의원은 '고용세습원천방지법을 발의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여기에 '글로벌 Top 5' 자동자회사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체결한 13곳의 회사 이름이 나와 있다.

정부의 '고용세습' 전수조사 요구했던 하태경

하 의원은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이 "재직 중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자녀 1인에 한해 당사 취업을 희망할 경우 인사원칙에 따른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우선 채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두었다고 비난했다. 

13곳 중 하나인 현대종합금속의 단체협약은 "회사는 감원자 및 정년퇴직자, 상병으로 퇴직한 자의 부양가족을 사원모집 시 우선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다. 

하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건넨 자료를 근거로 "13곳의 노조가 단체협약 내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으며, 13곳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9군데로 가장 많았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기회 제공"을 주장하며, "민주노총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부의 고용세습 전수조사"를 요구했었다. 

당시 하 의원 같은 우익 정치세력은 민간기업들이 노사 자율로 합의한 '고용세습'에 광분하면서,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나 회사 발전을 위해 애쓴 노동자의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이 공정한 기회를 망가트린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민간기업에서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의 '고용세습'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치세력이 희한하게도 윤석열 정권의 등장을 앞두고 '고용세습'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집어넣었다.

"고용주로서 국가의 의무를 다한다"는 미명 하에 "군무원 경력경쟁 채용 시 유가족 채용 추진, 공무직 근로자 채용시 유가족 취업 관련 우대조항 반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필자는 "고용주가 자신을 위해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의 가족을 우대하여 채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조직 발전을 위한 노동자의 자발적 기여와 헌신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모범적 고용주"로서 민간기업들에 본을 보여야 할 국가가 나서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했던 이의 가족에게 우선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거나 희생당한 이들의 가족에 대한 '우선채용'을 자신들이 장악한 국가기구가 하면 정당한 일로 여기고, 민간기업이 헌법으로 보장된 단체교섭을 통해 노사 자율로 하면 '고용세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가해를 가하는 한국 지배 엘리트들의 위선적 이중성이다. 

'모범적 고용주'로서의 국가  

군무원에 대한 '고용세습'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인수위는 어디서 들었는지 "모범적 고용주(a model employer)"라는 노사관계학 용어를 거론했다. '모범적 고용주'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노동조합운동이 대한민국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의 고용주인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민간부문의 기업들이 그 모범을 따르게 되고, 그 결과로 국민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모범적 고용주' 이론의 골자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준수하고,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기본적 노동기준을 준수하고, 법에 보장된 주 40시간을 지키고,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정책과 사업이 모범적 고용주로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고용세습' 논란의 근본 이유 

'고용세습' 단체협약이 문제가 되었을 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조항만 있을 뿐 실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필자는 노조 입장이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라 느꼈다. 

마흔 여개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사회복지 수준이 '상위 Top 5'가 아니라 '하위 Top 5'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상위 Top 5' 기업에서 일하다가 희생당한 노동자의 가족에게 '우선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고용세습' 논란은 한국 노동운동의 주력부대인 현대자동차노조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이는 현대자동차노조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라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고졸 학력의 생산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고용세습' 논란은 의사나 변호사 자격증은 커녕 대학교 졸업장도 없는 '공돌이'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공장에 갈아 넣은 댓가로 연봉 1억을 받는 게 배 아팠던 한국 지배 엘리트들의 시기심에서 비롯된 이데올로기 전쟁에 다름아니었다. 

한국에 'Top5'는 얼마나 있나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현대자동차는 지난 30여년 동안 거의 매년 파업을 하고 엄청난 임금인상을 쟁취했지만 노조 때문에 망할거라는 저주를 뚫고 '글로벌 Top5'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 경제도 '글로벌 Top10'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다른 영역은 어떤가? 예를 들면, 법률의 편파적 적용으로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를 무너뜨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 등 한국을 지배하는 엘리트들을 배출한 서울대학교는 지금 '글로벌 Top5'가 되었는가? 

현대자동차 고졸 노동자들의 1억 연봉과 '고용세습'을 비난하는데 앞장섰던 그 많은 지식인들이 속한 대학과 연구소 중에 '글로벌 Top10'이 하나라도 있는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인 노동계급에 대한 대우 

박정희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이들은 '산업전사(industrial soldiers)'라는 표현에 익숙할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전사, 즉 군인으로 취급되었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들은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을 통해 하나의 '사회계급(a social class)'으로서 민주화에도 기여했다. 

산업화를 성취하고 민주화를 성공시킨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동자들은 보편적 사회복지를 쟁취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한국의 지배 엘리트가 보편적 복지 노선을 거부하고 잔여적 복지 노선을 강제해왔는데, 이를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는 지배 엘리트의 정치적 헌신과 경제적 희생을 바탕으로 유지될 수 있다.

보편적 사회복지라는 출구가 막힌 상황에서 한국의 조직노동(organised labour)은 기업복지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그 결과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임금 수준은 물론 복지 수준도 차이가 나는 반동적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조직노동의 즉자적(卽自的) 요구에 편승한 한국의 지배 엘리트가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시키면서 '사적 기업복지 체제(private corporate welfare regime)'를 강화시켜 온 것이 대한민국 복지의 역사다.

군인보다 더 많이 죽어간 노동자 

대한민국 정부의 통계로 하루 8명이 일하다 죽는다. 일년이면 3천명에 달하는데, 여기에 70년을 곱하면 21만명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산업재해사망 통계는 현실의 10%라는 게 정설이다. 일 때문에 아프거나 다치는 노동자 수는 정부 공식 통계로 일년에 10만명을 넘는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역시 대폭 축소된 수치다.

1953년 7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지난 70년 동안 복무 중 죽거나 다친 군인 수는 근무 중 죽거나 다친 노동자 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복무 중 희생된 군인의 유족에게 '우선 채용'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면,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의 유족에게도 '우선채용' 기회를 보장하는 게 순리다. 

'고용세습'과 '우선채용'은 다르다 

노사가 자율로 체결하는 단체협약은 '고용세습' 조항이 아니라 '우선채용' 조항을 담고 있다. 사실 '고용세습'은 한국을 지배하는 엘리트들이 저지르는 작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잘해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되었다는 한동훈 부부가 자기 딸인 알렉스 한(Alex Han)에게 제공하고 있는 '부모 찬스'야 말로 세련된 수법의 '고용세습'에 다름아니다. 경북대학병원 의사인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이 딸과 아들을 의사로 만들려 들여온 여러가지 공들이 '고용세습'이다.

당사자는 물론 부인과 자식들까지 온 식구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인 한국외국어대총장 출신 김인철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공익을 갉아먹는 법기술자들의 집단인 로펌 김앤장에서 고액을 챙긴 한덕수 총리 후보자도 조국 일가를 캔 형사적 노력의 절반만 들이면 '고용세습'에 연루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복무 중 희생된 군인의 유족에게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것이 '고용세습'이 아니듯이,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의 유족에게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것도 '고용세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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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을 부추겨 동맹을 강화한다”

  • 기자명 장창준 박사
  •  
  •  승인 2022.05.05 08:04
  •  
  •  댓글 0
 
 
 

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 (3) 안보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독재와 공포 정치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안보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대결 부추기기

선거시기 논란이 되었던 ‘대북 선제타격’은 윤석열 정부의 공식정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5월 3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선제타격은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제법적으로 허용되는 자위권 차원에서 신중한 판단과 결심을 통해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식어를 빼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사용하려 할 경우 선제타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선제타격을 할 수 없다.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를 판단할 만큼 확실한 정보자산이 없다. 둘째, 전시작전통제권이 윤석열 정부에 없다. 사용징후를 판단해야 할 정도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면 데프콘은 격상되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미국에 넘어간다. 셋째, 미국은 자칫 북미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한국의 선제공격을 용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대북 선제공격 발언을 지속하는 이유이다. 명분이 없지는 않다. 북한이 최근 ‘선제타격’을 연상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북한은 주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 한국과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 역시 동시에 발신하고 있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메시지는 외면하고, ‘선제타격’으로 해석될 만한 메시지만 주목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대결적 상황을 원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긴장을 바란다. 북한을 자극하여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유도하려 한다.

대결적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은 인수위 발표 국정과제에서 북한 비핵화(국정과제 93), 북한인권재단 출범(국정과제 95)을 강조한데서도 엿보인다. 북한 비핵화와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신호이다. 대화의 조건은 사라지고 대결의 조건이 형성된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상적’ 남북관계(국정과제 94)이다. 그들의 대북정책 리스트엔 ‘대화’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맹 강화하기

5월 3일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 보고서는 교묘하게 서술되어 있다. 킬체인 등과 같은 군사체계 구축에서 한미동맹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독자적인 국방력 강화 정책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국정과제 보고서에 명시된 킬체인, 다층방어체계, 압도적 대량응징보복(국정과제 104)은 한미동맹 없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교묘한 수법은 서론에 해당되는 “시대적 소명” 대목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이익블록화’라는 낯선 단어를 표현한데서도 확인된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그들의 진짜 목표인 ‘동맹 우선주의’를 은폐시킨다. 구글링에서 검색 결과조차 나오지 않는 ‘이익블록화’라는 신생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국정과제 96)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해 말 민주주의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민주주의는 미국을 선택하고, 중·러를 배제시키는 이데올로기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하면 ‘동아시아 외교’는 실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아시아 외교’는 속임수이다. 윤석열 정부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권위주의 국가’일 뿐이다. 상호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한중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 국제규범에 기반한 한러관계의 안정적 발전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력만 남는다.

대결 부추기기 정책은 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동맹 강화는 정세를 더욱 격화시킨다. 그것을 위해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참여하는 한미 정례 연습을 강화하고, 연대급 이상의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는 것(국정과제 105)을 보고서에 담았다.

 
 

대결과 동맹 확장하기

윤석열 당선인은 푸틴 대신 젤렌스키와 전화통화를 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젤렌스키는 우리 국방부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미국은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키고, 윤석열 정부에게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결 지향적 정책이 러시아로 확장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 이미 중국 혐오 발언을 한 바 있다.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대결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듯이 중국도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대결 부추기기 역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대한 명백한 조짐이 있다. 한미 사이에 새로운 작전계획이 1단계 전략기획지침(SPG), 2단계 전략기획지시(SPD)가 이미 합의되었다. 마지막 작전계획 수립 단계만이 남았다. 물론 명분은 북한의 핵위협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지난 해 12월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하자마자 미국 내에서 “새로운 한미 작계에는 중국에 대한 대응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속도로 보아 올 해 안에 한미 작계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의도하는 바대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바대로 새로운 작전계획에서 대중국 문제까지 포함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결 지향적 정책은 중국으로도 확장되는 것이다.

대결의 확장은 동맹의 확장을 초래한다. 한미관계의 포괄적 전략동맹화(국정과제 96)는 중국과 러시아 포위 봉쇄망 구축이다.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국정과제 104)은 사드 추가 배치 혹은 도입을 시사한다.

동맹의 확장은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국정과제 105)하겠다는 방침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윤석열 당선인은 한일 동맹론자인 김태효를 국가안보실 1차장 및 NSC 사무처장으로 내정했다. 김태효는 이명박 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서 ‘악역’을 노골적으로, 적극적으로 자처할 것이다.

위험한 시대의 위험한 정부

신냉전적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미국을 한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새로운 대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군사적 수단이 선택되고 있으며,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신냉전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한 만큼 우리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마저 미국과의 관계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어떤 고려도, 신중함도 없이 동맹 우선주의를 선택했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가장 위험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정부가 등장했다. 신발끈을 단단히 묶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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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尹 내각 추가낙마' 공세…국힘, 방어 태세 속 고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5/05 08:31
  • 수정일
    2022/05/05 08: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민주, 정호영·한동훈·원희룡 낙마 공세…한덕수 사퇴 요구도
국힘, 韓 조속한 인준 촉구 '엄호'…정호영은 '고심'

&nbsp;정호영&nbsp;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제공)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제공)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내각 추가낙마의 압박 수위를 높이며 공세에, 국민의힘은 방어선을 구축하며 엄호 태세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인철 후보자보다 심각한 결격사유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후보자들이 수두룩하다"라며 "특권 찬스 끝판왕 정호영, 검찰 소통령 한동훈, 법카 농단 원희룡 후보자 모두 국민의 퇴장 명령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 출범도 전에 인사 참사, 인사재앙이 시작됐다"라며 "불법, 특혜, 비리 의혹으로 점철된 인사들로 내각을 꾸린 윤석열 당선인의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김인철 후보자보다 죄질이 나쁜 정호영 후보자는 아직도 버티고 있다"라며 "보건복지부에 출근할 생각 말고 경찰에 조사받으러 가는게 어떻겠느냐"고 비꼬았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전날 인사청문회를 마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요구도 나왔다.

 

윤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 국회 인준까지 갈 것도 없다"라며 "한 후보자는 즉각 자진사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덕수 후보자의 공직 퇴임 후 김앤장 근무 이력 등 의혹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2013년 김용준, 2014년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유는 '전관 특혜' 때문이었다"며 우회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총리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와 달리 국회 본회의 찬반 표결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절대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한덕수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에 대한 낙마를 강행했다가 역풍이 불 우려도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조속한 국회 인준을 촉구하며 엄호 태세에 들어갔다. 또한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 후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추가 낙마는 없다며 방어선을 구축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등의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것을 언급하며 "도 넘은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처음부터 낙마라는 답을 정해놓고 자신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집단 퇴장하는 건 의원으로서의 책임 방기이자 퇴행적 정치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생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국민은 조속한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안정을 바라고 계신다"라며 "민주당이 계속 새 정부 발목잡기로 일관한다면 민심의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청문회에 '낙마'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청문회장에서 민주당 위원들은 '낙마'에 초점 맞춰 새 정부 출범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라면서 "검수완박 입법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까지도 가로막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 후보자를 두고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첫 낙마 후 추가 낙마가 이어질 경우엔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이 지연돼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악화하는 여론 속 임명을 강행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한 사퇴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저희는 조국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된다. 그게 정권교체를 해주신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 후보자도 자진 사퇴하셔야 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 후보자의 자녀 의혹에 대해 "이해충돌, 이해상충 문제"라면서 "공직을 수행하기에 결격사유가 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북대병원장을 할 때 불공정 제도를 자기가 만들었는데 아무 반성이 없고 '나는 특혜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여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뭔지 국민들이 궁금해한다"라며 "불공정한 제도를 불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지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여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배덕훈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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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윤석열 정부의 '판도라 상자'다

[용산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 불통, 외교·안보 약화, 주권국 체면 손상, 민생 불편

22.05.04 20:35l최종 업데이트 22.05.05 07:15l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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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의 첫 일성은 의외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었다. 권부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이 '당선 허니문'을 누려야 할 그의 지지율을 까먹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그에 머물지 않고 윤 정부 내내 각종 재앙을 내뿜을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 같다.

첫째, 소통을 앞세운 그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 고집과 강행은 오히려 윤 당선인의 불통과 권위주의 이미지를 강화해 주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고 하더니 당선 뒤 갑자기 광화문을 버리고 용산을 택했다. 그 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무시한 권위주의 시대의 일방통행 일처리 방식의 전형이다. 그가 대선 때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5년 짜리 대통령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던 말을 무색하게 하는 '내로남불' 행위다.

둘째, 용산 집무실 강행은 대선 과정에서 강조한 '안보 중시' 정책이 헛말임을 보여준다. 그는 국방부에 집무실을 마련하면서 안보의 간성이라고 할 국방부와 함참의 기능을 약화시켰다. 모여 있어야 효과적으로 기능할 군의 지휘부를 흩어 놓음으로써 안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국방부와 함참 건물에 남아 있는 부서도 일부 있지만, 대통령실이 들어오면서 군의 중추부가 사실상 여러 부분으로 해체되어 분산 배치됐다. 대통령 집무실 마련을 위해 안보를 무시했다는 소리가 들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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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안보 약화에 이어 외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윤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결정하면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징발하는 '부의 연쇄'가 이뤄졌다. 이로써 그동안 격조 높고 비밀스런 외교활동을 해왔던 국가의 주요 외교 자산이 없어지게 됐다. 외교장관 공관은 숙소용보다는 외교활동의 무대가 주요 역할이라는 점에서 외교력의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외교장관 공관을 관저로 징발한 윤 당선자의 우악스러움보다 이에 관해 아무런 반대 의견도 내지 않는 전직 외교관들이다. 대선 기간 중 외교부의 주류를 자임하는 전직 외교관 170명이 윤석열 후보의 외교정책 구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이들 가운데 이런 무지한 외교력 약화 행위에 반대나 비판 의견을 냈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출근길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부대 통과, 주권국 체면 구겨 

넷째, 주권국으로서 나라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윤 당선자가 취임일부터 청와대를 하루도 쓰지 않고 국방부 사무실로 출근하겠다고 하면서 한 달여 동안 서초동 개인집에서 국방부 집무실로 출근이 불가피하게 됐다.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고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출퇴근 때 교통난 해소와 경호 문제를 감안해 미군기지를 통해 출근을 하기로 했다.

미군기지는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으로 한 나라의 국가 수반이 다른 나라의 주권이 작용하는 땅을 출근길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군의 전시작전권 행사 문제로 국제사회 일부에서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출근 통로는 그런 인상을 더욱 강화해 주기 십상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출근길을 확보하면서 미군에 아쉬운 소리를 한 것이 나중에 미군기지 반환 협상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냉엄하게 국가이익을 다루는 국제사회에서 '공짜 점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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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미군기지 반환 이후 서울의 센트럴파크로 구상됐던 꿈이 무산되거나 크게 지연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주변에 경호차와 헬기 등이 수시로 떠야 하는 상황에서 용산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며 즐기는 공원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군기지 반환과 함께 질 높은 주거 환경을 기대했던 용산 지역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아무리 시민 활동 친화적인 경호가 이뤄진다고 해도, 국가 수반이 일하는 사무실 주변이 평범한 주거 지대와 같을 순 없다.

이렇듯 윤 당선자의 용산 집무실은 외교안보 면에서도, 시민의 생활 면에서도, 당선자의 이미지 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도 왜 굳이 용산이고, 용산이더라도 준비 없이 서둘러 옮기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당선자와 그 부인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겠지만, 아직 당사자들로부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무속 논란'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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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선생이 '노키즈존'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현장] 어린이날 100주년 기자회견 "노키즈존을 없애고 싶어요"

 

"저는 단천초등학교 1학년 김한나입니다. 저는 노키즈존을 없애고 싶어요. 왜냐면 우리, 아이들이 불편해요. 내가 어른이 아니라고, 내가 그냥 어린이라고 음식점 아니면 카페에 못 들어가게 하면 나 울고 싶어요." -김한나 어린이

시민사회단체들과 어린이·청소년 당사자들이 모여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했다.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등은 4일 오전 서울 국회 2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키즈존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한 "어린이·청소년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이들은 "방정환 선생은 100년 전 어린이를 시혜적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완전한 인격을 가진 존재로 예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방정환 선생이 노키즈존을 본다면 뭐라고 할지 의문이다"라며 "허울 좋은 어린이날 100주년에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고 노키즈존, 급식(충) 등 혐오와 차별에 맞서나가겠다"고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엔 특히 만 6세 김한나 어린이, 만 8세 이지예 어린이, 만 9세 김나단 어린이 등 어린이 당사자들이 참여해 "노키즈존에 반대해요", "차별 대신 함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어린이를 조금만 더 생각해주세요"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조용히 해야 하면 조용히 해달라는 규칙을 써주세요. 안전해야 하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어린이들도 규칙을 배우고 지킬 수 있어요." -김나단 어린이 

"어린이들이 노키즈존을 배워서 나중에 어른들이 못 들어오게 할지도 몰라요. 우리에게 나쁜 걸 가르쳐주지 마세요." -김한나 어린이 

"어린이도 예쁜 식당에서 밥 먹고 싶어요. 어린이도 예쁜 카페에서 음료수도 먹고 싶어요. 노키즈존을 없애주세요." -이지예 어린이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피켓을 들고 있는 김한나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는 김나단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영업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어린이 및 어린이 동반 육아인들을 점포에 들이지 않는 노키즈존은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차별행위"라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사항은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하고, 민간 영역에서 노키즈존은 여전히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엔 '뜨거운 음식이 어린이에게 위험하다'는 등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점포를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에 오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이미 어린이·청소년에게 유해한 시설은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유 없이 운영의 편의만을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뜨거운 음식을 나를 때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라면, 따뜻한 음료를 판매하는 모든 카페나 찌개를 파는 모든 음식점이 노키즈존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위 "개념 없는 양육자를 배제하기 위해 노키즈존을 만든다는 발상"에 대해서도 "양육자라는 존재를 '언제든지 몰상식한 행동을 하고 불편한 상황을 유발하는 존재'로 여겨 억압하며, 상황적인 처벌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적 처벌'이란 실제 집행되는 법적 처벌의 개념이 아닌, '개념 없는 양육자' 프레임과 같이 특정 정체성에 가해지는 사회적 낙인·응징 등에 가까운 개념이다. 오 활동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가령 지하철에서 아이가 갑자기 울 때, 양육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저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감시하고 시험하는 듯한 시선을 받게 되고 이러한 시선은 그에게 일종의 처벌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양육자를 '불편을 유발하는 존재'로 상정하는 노키즈존이 "그러한 사회적 처벌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현수막을 색칠하고 있는 김한나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현수막을 들고 있는 어린이 및 어른 참여자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노키즈존 등 어린이 차별을 실질적으로 철폐하기 위해선 결국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등 국내외 인권 기관들이 한국사회의 아동차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차별행위를 규정하고 시정하기 위한 법적인 창구가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일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24일째를 맞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은 한 사회가 시민들에게 거절당하는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냐, 환대 받는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냐를 가르는 법"이라며 “(노키즈존, 채용성차별 등) '난 누구라서 안 되나봐' 하는 거절의 경험들을 서로 환대하고 환대받는 경험으로 바꾸기 위해선, 무엇이 차별인지 알고 그것을 바꿀 방법을 사회가 함께 찾기 시작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이날을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다"며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12월 1일 에이즈의 날을 '에이즈 감염인 인권의 날'로 선포했던 지난 투쟁들이 있다. 그 투쟁을 이어받아 내년에는 차별금지법 있는 봄에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 기념 어린이 집회를 함께 열면 좋겠다"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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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기, 극단적 시장주의자에 발목 잡힌 한국경제

  • 기자명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  
  •  승인 2022.05.04 13:15
  •  
  •  댓글 0
 
 
 

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 (2) 새정부 출범과 한국경제 전망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독재와 공포 정치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외교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윤석열 정부 경제 수장이 될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호경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
▲윤석열 정부 경제 수장이 될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호경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

1. 윤석열 정부 경제수장(후보)들의 경력

한덕수 총리 후보와 추경호 경제부총리(기재부장관) 후보는 외국기업과 재벌을 위해 편향적인 정책을 실시한 경력으로 재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둘 다 외환은행을 미국 사모펀드에 팔아먹은 론스타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창양 산업부장관 후보는 15년간 산업부 관료생활을 했고 이후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재벌 기업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기업 사외이사로서 284건의 안건에 모두 찬성하고 단 1건에 대해서만 수정의견을 내는 거수기 역할에 머물면서 13년간 8억을 수령했다는 비판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수장들은 각계각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조정하기보다는, 기업의 이익에 치우친 활동을 해 와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덕수 총리후보는 재산형성 검증 자료(소득, 납세 등)를 제출하지 않아 인사청문회가 미뤄졌다. 김앤장에서 2017년부터 최근까지 근무하면서 18억원을 받았는데, 제출한 업무 내역은 영어연설과 네 차례의 한 줄짜리 자문에 불과했다. 전직 고위관리가 재벌과 외국기업을 대변하는 로펌에 재직했다가 다시 국무총리를 맡는 회전문 인사가 적절한 지, 이런 후보가 기업과 국민 중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지 의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제소한 국제중재재판소에서 한덕수는 증인 자격으로 ‘한국 사회는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이 강하고 너무나도 국수주의적이서 문제’라고 서면 답변하였다. 론스타는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국무총리였던 사람이 이런 발언을 했다며 한덕수 자료를 재인용하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덕수는 한국에 불리한 발언으로 국민에 대해 배임행위를 한 것이다(김어준의 뉴스공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제재판소에 증언한 서면 전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였으나 한 후보는 이를 거부하였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 후보가 부총리(재경부장관) 시절 기업 대출한도를 철폐해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고, 2002년 11월부터 론스타 매각 시기 8개월 간(1억5천만원 수령) 김앤장 고문으로 불법매각을 은폐한 책임자라며 총리 지명 철회 진정서를 인수위에 전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50% 넘는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이도록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해주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은행법상 외국인은 금융자본일 경우에만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이에 사모펀드이자 산업자본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외로 인정해주는 경우라면 10% 이상의 지분 인수가 가능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BIS비율이 8%를 넘은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 지정이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금감위 등 금융당국과 외환은행 관계자 등)에서 매각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좁혀지자, 당시 김석동 금감위 정책국장(2011년 금융위 위원장)은 예외승인 결정권한이 있는 금감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재경부가 협조요청 공문 발송을 해달라고 했다.

이후 재경부가 금감위에 협조요청이 담긴 공문을 보냈는데 은행제도과장이던 추 의원이 이 작업을 직접 수행하였다. 추 의원은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에도 참석했다. 감사원은, 공문을 결정하기 위한 7월 23일 작성한 2개의 가안(검토자료)을 확인하였다. 이는 재경부 은행제도과정(추)이 작성한 것으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므로 금감위가 (론스타)의 초과 보유승인을 적극 검토해 줄 것”, "특별한 사유의 인정을 통한 예외승인 및 우리 부가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음", "다만 유권해석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경영지표개선계획 제출명령 등 감독당국의 조치가 선행된 후 예외 승인함이 바람직"이라는 쓰여져 있다. 재경부는 이 가안에 기초하여 7월 24일 금감위에 공문을 보냈다. 이는 금감위와 재경부가 론스타 예외승인을 위해 짜고 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오마이뉴스, 2022.4.12).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추경호 의원은 모피아의 질긴 생명력의 표상이라며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추 의원은 관료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새정부 경제수장들의 면모를 보면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경제가 다시 둔화되고 있어 대외의존적인 한국경제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시장주의 정책은 그나마 호황 시기에 작동할 수 있으나 경제침체기에는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무능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인수위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던 LTV 최대 80% 등 부동산 대출 확대에 대해 입장을 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내각 구성 후 최종 발표할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2. 한국경제 둔화로 전환

자유무역과 글로벌 분업구조에 기반한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보호무역과 경제전쟁이 일상화 되고 있다.

먼저 트럼프 시기 미국의 대중국 경제제재와 중국의 내수위주 전략으로, 중국의 저렴한 제품으로 가능했던 저물가 시대가 종료되고 있다.

다음으로 양적완화로 연준의 총자산이 코로나 이전 4조 달러에서 9조 달러로 급증하는 등 주요국가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정책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였다.

이런 조건에서 연준의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여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한국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월 4.1%로 10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 (%) 자료 : 통계청. 한국은 CPI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음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 (%) 자료 : 통계청. 한국은 CPI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준이 긴축(테이퍼링, 금리인상, 양적긴축)에 돌입하였고 금융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 한국은 대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하여 4월 기준금리가 코로나 이전 수준인 1.5%로 인상되었다.

그러나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도 올해만 2~3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치솟는 물가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인상은 다시 경기침체를 초래한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원화 가치는 다른 통화보다 더욱 하락하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 ‘무역 규모가 큰 중국경제의 둔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증시에서 올해 4월까지 21조원 순매도)’ 등 대외 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4월말 1,270원까지 하락하였다.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하면 수입물가 급등하여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한국 자산가격 하락으로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속화된다(외국인들이 증시에서 올해 4월까지 21조원을 순매도).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 통계청]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 통계청]

실제 무역수지가 작년 12월 적자에 이어 올 1분기 적자를 기록하였다. 분기 적자는 14년만에 발생하였다. 4월에도 –2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였다.

▲무역수지 추이 (단위 : 억 달러) [자료 : 산업부]
▲무역수지 추이 (단위 : 억 달러) [자료 : 산업부]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추가하여 한국 경제성장률 하락을 시사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경제블록이 형성되어 미국이 러시아,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에 주변국들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고, 러시아는 비우호국에 대해 원자재 수출 제한, 지적재산권 보호중단, 외국자산 국유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대중국 수출 제한에 이어 러시아 경제제재에도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에 따른 한반도 리스크가 추가된다.

세계적인 신냉전 속에서 북미, 남북 관계가 대결국면으로 전환하면 한국에서 자본 이탈, 투자 감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2022년 2월, 3월 설비투자와 건설수주가 크게 감소세를 보이고 소비도 하락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3. 위기를 키우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윤석열 정부의 ‘민간 중심의 공정 혁신경제론’은 전형적인 친기업 성장 정책으로 한계에 봉착한 수출주도성장, 부채주도성장을 다시 강조한다. 나아가 감세, 규제완화, 긴축재정, 노동유연화 등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장우선주의,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있다.

4월 28일 인수위는 한국전력 독점판매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사실상 민영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KT(통신), 포스코(제철), 가스 등 기간산업들이 꾸준히 민영화되었다. 이어서 철도공사에서 수서선(SRT)를 분리하고, 한국전력을 6개 발전사로 쪼개어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중단하였다. 원래 전기, 수도, 철도 등 기간산업은 국가가 운영하여야 공공성 보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윤을 노리는 민간기업들은 끊임없이 민영화를 요구한다.

새정부 경제수장들이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그들의 철학을 보았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한국전력이 복잡하고 어려운 송전은 계속 담당하겠지만 판매에서 민간 대기업들의 진출을 허용할 것이다. 이미 발전(LNG)에서 민간기업에게 30%의 판매가 허용되었고 해외에서 연료를 값싸게 구입하는 것도 허용되었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들이 공공부문을 인수하면 이후 가격인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도 철도, 가스, 전기 등을 민영화했다가 요금인상, 안전사고 등으로 후유증이 커지자 재국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새정부 경제팀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부주도 산업정책 등을 추진하여 시장경제를 훼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지속했으며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과 별 차별성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초기에 포기했으며 모호한 혁신성장, 포용적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친기업 정책에 주력하였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 성격이 강한 문재인 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자신들은 훨씬 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미국주도 경제 질서, 재벌 중심 수출경제 등)을 펼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출범부터 거대한 장벽에 부딪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 돌입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어, 윤 정부의 시장경제, 작은 정부는 경제침체기에 노동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청년들을 보호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경기 침체기에 무능하다. 침체기에는 시장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은 전능하지 않으며 공공재, 외부효과, 독과점, 경기불안정 등 다양한 이유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하는 상태가 나타난다. 이러한 시장실패에는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시장이 파괴되어 기업파산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케인즈안은 공공투자와 노동3권 보장으로 고용과 소득을 안정화시켜 유효수요를 창출하였다. 이후 작은 국가보다는 교육, 의료, 실업, 돌봄, 주거, 일자리, 안전 등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 개념이 중시되었다.

대조적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기업의 이윤율이 떨어지자, 미국과 영국에 레이건, 대처 등 신자유주의 정부가 들어서 긴축재정,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등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겉으로는 시장자율에 맡기는 것 같지만 실제는 정부가 기업들을 위해 법과 제도를 마련해 준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극단적으로 기업(민간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이윤을 보장하고 복지와 고용을 후퇴시켜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초래하여 양극화 시대를 만들었다.

대외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은 세계경제 호황 시에는 고도성장이 가능하지만 세계적 불황이 다가오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한국경제는 1980년대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30년 가까이 수출중심, 이윤중심 성장정책으로 세계무역 10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 시기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 주도의 국제분업구조가 강화되었고,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된 호조건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2020년대 세계경제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먼저 미국의 세계경제 주도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제조업을 추격자들에게 내어주고 금융, 지적재산권 등으로 패권을 유지하던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날로 커지고 있고, 양적완화로 유지해 온 경기부양 정책은 40년 만의 초인플레이션으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달러를 찍어 유동성을 제공했던 달러패권 시대가 흔들리면서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세계 2/3 국가들에서 최대 무역상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제조업과 내수 등 실물경제에 기반하고 있어 경제토대가 튼튼하고, 금융·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아 통화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중국·러시아 대 미국·서방의 경제블록이 형성되어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다. 전염병과 전쟁, 경제제재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했던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식량·에너지·원자재·핵심산업(부품·소재 등)의 자립화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수출주도성장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수출주도경제는 양적 성장에서 성과를 냈지만, 재벌 대기업 편향정책으로 중소기업 하청화, 농업·서비스업 침체 등으로 부문 간 불균형을 초래했고, 하청·용역·파견·특수고용 등 간접고용을 크게 양산시켰다. 수출로 인한 성과는 대기업이 독식하여 낙수효과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대부분의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여 가공한 후 다시 수출하는 대외의존형 경제구조는, 보호무역 시대에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투자로 경기부양을 도모한 부채주도성장도 가계부채의 팽창으로 위험수위에 도달하였다. 2021년말 통계로 1,862조원의 가계신용에 소규모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한국의 개인금융부채는 2,180조원으로 세계 1위(GDP의 106%)이다. 더구나 한국에만 기형적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의 개인사업자 부채, 전세보증금 등을 포함하면 가계부채는 3,000조원이 훨씬 넘는다. 또한 중소기업의 51%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취약기업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가계부채, 기업부채의 상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새정부 경제정책은 경제침체기에 민생 위기를 키우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이는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 민중의 희생으로 기업들의 위기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 초기부터 경기침체와 맞물려 격렬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손대기 쉬운 곳은 공공부문이다. 긴축재정과 연동되어 공공부문 시장화, 민간위탁, 효율화가 강화될 것이다. 이어서 민간부문 규제완화, 감세, 노동유연화, 노조 억압, 복지축소 등이 추진될 것이다.

한국 민중은 5년 전 박근혜 정부를 탄핵시킨 저력을 보여 주었다. 윤석열 정부는 ‘소수 국회’, ‘낮은 지지율’, ‘미국경제의 약화와 세계화의 후퇴’ 등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 반면 노동자 민중은 촛불 이후 조직률이 배가되고 자신감이 높아져 있다. 촛불혁명으로 정치개혁은 이루었지만 경제개혁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진정한 경제개혁을 위해 진보진영이 제 역할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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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확인된 윤석열의 ‘아니면 말고’ 공약·발언들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 “병사 봉급 200만원은 재정 때문에, 사드는 다양한 옵션 중 하나, 9.19 군사합의 파기 아냐”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4. ⓒ뉴시스 
 
4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과 일부 공약이 사실이 아니거나 비현실적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figcaption>
윤석열 당선인 측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크게 수정한 것에 이어, ‘사드 추가 배치’ 공약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는데, 이종섭 후보자는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검토할 예정이고 (사드는)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22일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윤 당선인의 주장에 대해, 이 후보자는 차마 맞는 말이라고 주장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 관련해서도, 이 후보자는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지켜지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 후보 시절 한 줄 페이스북 공약 ⓒ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계정
“병사 봉급 200만원”이라더니
“재정 여건 여의찮아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는 경쟁자였던 이재명·심상정 대선후보의 공약과 비교해도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취임 일주일을 앞두고 ‘2025년까지 병장 기준 월 200만 원’으로 크게 수정됐다. 이조차 순수 월급 인상이 아니라 자산형성프로그램을 결합한 공약 수정이었다.

이같이 공약을 뒤엎은 이유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대선 당시에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공약에 포함했던 것”이라며 “당선 이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했는데, 재정 여건이 여의찮아서 일부 점진적으로 증액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선 때는 당선되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지르고, 당선되자 취임 직전 공약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올린 사드 추가 배치 공약 ⓒ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계정
“사드 추가 배치”하겠다더니
“사드는 여러 옵션 중 하나”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한 줄로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하기도 했다.

당시 경쟁 후보들은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수도권 방어에 실효성도 없고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 높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윤 당선자를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은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우면서 지지층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당선 뒤 취임 직전인 지난 3일 이 공약을 유보했다.

이날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 추가 배치 진행할 예정이냐”고 묻자, 이종섭 장관후보자는 “(L-SAM 등) 자체개발 체계를 조기에 전력화할 수 있으면 그걸로 대체할 수 있다”며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검토하겠지만, (사드는) 그중 하나의 옵션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사드를 추가 배치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대선 때와 다르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는 “그때는 가장 대표적으로 사드를 내세워서 공약으로 나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L-SAM2’ 조기 전략화 등도 고려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L-SAM’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다. 우리 군은 L-SAM을 실전에 배치하면 패트리엇 미사일과 천궁2 등과 연계해 독자적인 다층적 방어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어체계이기 때문에 중국의 반발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문회에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우리 미사일 방어체계인 L-SAM이 내년이면 전략화되고 2년 후면 L-SAM2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 분야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L-SAM2가 장점 훨씬 많아 고려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시작에 앞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4. ⓒ뉴시스
“9.19 군사합의 파기”라더니
“파기하겠다는 게 아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월 22일 인수위 첫 간사단 회의에서 북한의 방사포 사격에 대해 “9.19 (남북 군사 합의) 위반 아닌가”라며 “명확한 위반”이라고 말해, 크게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방사포 사격은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 이게 합의 위반이면 우리 군의 포사격과 실사격 훈련도 모두 9.19 군사합의 위반이 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사합의 파기가 아니고, 방사포 발사 지점 또한 9.19 군사합의 지역보다 훨씬 북쪽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도, 다음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어디서 쐈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국민 머리 위로, 우리 영공을 거쳐 날아갔다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윤 당선인의 주장을 포장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이 취임 후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변화 없고 계속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만 하면 우리도 합의를 계속 지키기가 어렵다”라며 “그럼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당선인도 선거 과정에서도 그렇고 이후에도 그렇고 변함없이 9.19 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대로 지켜지는지 보겠다는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방사포 발사했을 때, 당선인이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맞나 틀리나”라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질문하자, 이 후보자는 “ICBM 발사도 있고 하다 보니, 전체적인 상황이 취지에 맞지 않지 않느냐 이런 것이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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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상파3사 시사·보도프로 프리랜서 인력 현황 최초 공개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5.04 04:00
  •  
  •  댓글 0
 
 

[창간기획] 방송비정규직 실태조사 ①
지상파3사 인력 실태…MBC 프리랜서 비율 55% 가장 높아

지상파3사가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보도프로그램에서 채용한 ‘프리랜서’가 정규직 직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가 프리랜서를 광범위하게 사용해온 실태가 공식 조사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2021’ 용역연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KBS, MBC, SBS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국 내 정규직 인원이 비정규직·프리랜서를 비롯한 전체 고용 형태의 절반에 못 미쳤다. 각사 내 프리랜서 숫자는 정규직과 비등하거나 더 많았으며, 특히 MBC의 경우 프리랜서가 정규직의 1.8배에 달했다.

3사 인원을 합산해 보면, 시사교양‧보도 분야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된 총 2711명 중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가 1125명(41.5%)으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은 1078명(39.8%)으로 프리랜서보다 적은 숫자였다. 이어 파견직 300명(11.1%), 계약직 197명(7.3%), 외주업체 11곳(0.4%·업체 숫자) 순이었다.

KBS도 비정규·프리랜서가 56.3%…SBS 정규직 비율은 37.6%


KBS의 경우 총 1726명 가운데 최소 972명(56.3%)이 프리랜서이거나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은 754명으로 43.7%였다. 프리랜서는 615명으로 35.6%였고, 파견 비정규직도 206명(11.9%)에 달했다. 계약직 비정규직은 140명(8.1%)이었다. 외주 비정규직은 업체 수 기준 11곳으로, KBS 측 입력 오류로 외주 인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 KBS(서울)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KBS(서울)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MBC 서울본사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MBC 서울본사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SBS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SBS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MBC는 시사교양국과 보도국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 642명 가운데 55%에 달하는 인원(354명)을 프리랜서로 두고 있었다. 같은 부문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 195명(30.4%)의 2배에 가까운 숫자다. 계약직 비정규직이 49명(7.6%), 파견직은 44명(6.9%)이었다.

SBS에서도 총 343명 가운데 프리랜서가 156명(45.5%)으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은 129명으로 37.6%에 그쳤고, 파견 비정규직이 50명(14.6%), 계약직 비정규직이 8명(2.3%)였다.

용역연구를 수행한 사단법인 유니온센터는 해당 통계가 보수적으로 잡힌 최소 수치라고 강조했다. 3사 모두 4~35개에 이르는 외주업체 소속 인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고, 작가‧아나운서‧FD 등 직군 ‘미표기’도 회사마다 14~159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유니온센터는 지난해 3월 지상파 3사 서울본사 보도국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력 현황을 파악했으며, 노동부 협조로 각사 경영·인사 담당자가 센터가 제공한 서식에 직접 입력하도록 했다.

프리랜서 절반 넘는데 지금껏 공식통계에선 배제


프리랜서는 고용형태 공시제 등 노동부의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용형태다. 이 탓에 방송사가 프리랜서를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해왔음에도 지금껏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KBS는 고용형태 공시정보에 전체 직원 5566명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를 5%로, 외주업체 간접고용 등 ‘소속 외 근로자’ 수는 9.3%로만 보고하고 있다.

직군별 비정규직·프리랜서 비율을 보면, 지상파 3사는 음향·조명과 방송작가, 번역·영문지원, 영상미술에 프리랜서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음향·조명의 경우 100% 프리랜서였고, 작가는 99.3%였다. 번역·영문이 93.3%, 영상미술은 90.1%였다.

아나운서 직군도 총 56명 중 60%에 가까운 33명이 프리랜서였고 정규직은 23명에 그쳤다. 뉴미디어 관련 직무의 경우 75명 가운데 38명(50.7%)이 프리랜서로 일했으며, 14명(18.7%)이 파견 비정규직, 13명(17.3%)이 계약직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은 6명(8%)에 불과했다.

▲지상파3사 사옥과 로고
▲지상파3사 사옥과 로고

AD와 FD 등 연출 지원직은 244명 중 133명(54.5%)이 파견으로 일했다. 62명(25.4%)이 계약직, 45명(18.4%)이 프리랜서였다. 촬영은 127명의 54.3%에 해당하는 69명이 파견직, 나머지는 모두 프리랜서였다. 경영지원직의 경우 총 47명 중 계약직이 69.1%(32명)로 가장 많았고, 정규직은 32%(15명)이었다.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직군은 기획(경영 직군) 100%, 기자 98.5%, PD 89.7%, 편집 69.6% 순이었다.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사 파견전문업체가 세워지는 등 파견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추세였으나, 프리랜서 고용형태가 예상보다도 많이 늘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전통적으로 방송작가가 방송사 프리랜서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했는데, 프리랜서 규모가 정규직을 넘어서는 이번 수치는 방송사가 전 직종에 걸쳐 프리랜서 고용형태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용역연구를 수행한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방송미디어 산업은 여타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이 프리랜서 고용형태를 특히 많이 활용하는 산업이다. 최근에 올수록 그 경향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방송계 전반에 근로자성이 높은데도 확산하는 ‘프리랜서’ 고용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방송통신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정부부처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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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을 이유로 '평등법' 농성장에 철거 통보가 날아왔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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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5/04 08:30
  • 수정일
    2022/05/04 08:3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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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우리는 치운다고 치워지는 존재가 아니다"

 

국회가 오는 10일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의 국회 앞 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차제연은 3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등을 외치는 시민들에게 전해진 소식은 평등의 약속이 아니라 농성장 철거 통보였다"라며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발언에 나선 이진영 사단법인 양천마을 이사는 "30년도 더 지난 88올림픽 때 (거리정화 사업) 같은 소리"라며 철거 통보에 반발하기도 했다.

차제연의 국회 앞 농성장은 3일로 단식 23일째를 맞은 두 활동가(이종걸 공동대표, 미류 책임집행위원)의 단식농성장과 연대 활동가들이 머무르는 평등텐트촌으로 구성돼 있다.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농성장은 각각 국회 방호과와 영등포구청의 관리를 받는다. 차제연은 2일 국회와 구청 양측에서 모두 농성장 철거 통보를 받은 상태다. "대통령 취임식이 진행되는 공간은 특별경호구역을 지정되어 집회, 시위가 금지된다는 것"이 철거 통보 이유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기자회견엔 이종걸 대표, 미류 위원 등 차제연 측 활동가들과 더불어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등이 참여해 농성장 철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차별금지법 즉시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소성욱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왜 평등을 쫓아내고 짓밟고 버리면서 대통령 취임식을 하려는 건가"라고 물으며 "(시민을) 쫓아내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존엄을 지키는 일, 인권을 보장하는 일, 평등을 일구는 일 등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 위원은 " 평등을 실천하고 요구하는 우리는 치운다고 치워지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우리를 치운다면 그것은 곧 평등을 치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 위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기다려 달라고, 말로만 믿어달라고 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실질적인 입법계획을 세워서 사과하는 마음으로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는 지난달 25일 '검수완박' 이후의 입법과제로 차별금지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졸속' 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제연은 측은 "(차별금지법 관련) 공청회 안건이 채택됐지만, 정확한 날짜도 진술인도 들어가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선 이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계속 요구해 왔지만, (민주당 내에서) 해당 논의는 진전 없는 상태로 방치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 참가한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은 "(시민사회에서) 평등법 제정 논의를 15년 전부터 해줘왔음에도 민주당이 많이 늦었다, 송구하다"며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위원은 대통령 취임식으로 인한 농성장 철거에 대해서는 "국회는 그냥 공터가 아니라 시민의 요구가 쌓여 있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취임식을 한다는 건 시민들의 갈등과 요구들을 마주한다는 것이다"라며 "(취임식을 위해) 이 분들을 치울 게 아니라, 이 분들을 만나러 오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은 현재 '평등법 제정을 지지하는 민주당원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내 차별금지법 논의 사항을 묻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그는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 전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공식적인 논의 자리를 마련해나가고, 의총에서도 평등법 제정을 어필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발언하고 있는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프레시안(한예섭)

한편 차제연은 국회의 철거 통보에 응하지 않고 농성장을 지켜나갈 예정이다. 장예정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연대 활동가들이 머무르는 평등텐트촌의 경우 3일 농성을 마지막으로 자진 철거할 예정"이라면서도 "단식자들이 머무르는 농성장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실질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철거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차제연 측 두 활동가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집행위원은 지난달 11일부터 해당 농성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관련 기사 : 평등하자고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일부터는 매일 오후 1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각계 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2시간 동안 동조 단식 시위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도 70인 정도의 종교계 인사들이 농성장을 찾았다. 

국회 방호과가 차제연에 통보한 농성장 철거 기한은 오는 9일이다. 이종걸 대표는 국회의 철거 통보에 대해 "차별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은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자, 사람답게 살고자 싸우고 있다. 정당한 자기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은) 시민의 자유이자 권리"라며 "대통령 취임식이란 이유로 우리의 이 자리를 지워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차별 당하는 사람들이 말할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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