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선물...

from 나홀로 가족 2004/12/28 17:40

회사로 복귀하고 휴가 내고선 홍성 친구집에 가서 2박 3일간 추위에 떨기도 하고,

오서산에도 한나절 올랐다가 내려왔다.

그 집에 있는 동안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타고 다니는 차가 몇년식이며, 상태가 어느정도냐는 등 이것 저것 물어왔다.

 



아내는 자기가 타고 다니는 차를 바꿔야겠다고 계속 말해왔다.

휘발유차라 기름값이 비싼데다, 올해가 지나면 할부가 다 끝나기 때문에 경유차로 바꿔야 겠다고 몇번이나 말해 왔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경유차로 바꾸기 위해서 아내차이든, 내차이든 어느 것 하나는 처분해야 할 것이기에 내 차의 상태를 파악해서 가격을 알아보려는 것이려니 했다.

 

그리고 토욜에는 어머니 생신이라 식구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정신이 없었고,

일요일 밤에야 아내와 테레비 앞에 같이 앉게 되었는데...

아내가 내 차를 내 놓으란다. 그리고 차에 실려 있는게 있으면 모두 아내의 차나 집으로 옮기란다. 

나는 내 차를 팔기 보다는 아내의 차를 팔아서 그나마 부담을 좀 줄여 보자고 생각했고,

또 나는 별로  차 쓸일도 없기 때문에 지금의 차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아내가 타고 다니는 차도 이제 겨우 할부가 끝났는데, 굳이 차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느냐? 기름값 아끼기 위해 경유차를 사는 거 까지 인정한다 해도 왜 내차를 꼭 팔아야 하느냐? 당신 차를 팔지 못하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거냐고 목소리 높여가며 따졌다.

 

그랬더니 아내는 이미 차를 사기로했고, 내일 차가 나온다는 거였다.

더구나 그 차를 아내가 타려고 산 것이 아니라 나한테 주기 위해 샀다는 거였다.

'당신 새차 한번 타 보지도 못했는데, 당신한테 차 한대 사주기로 했다'면서...

 

아이구...

아내가 덜컥 차를 살때면 내가 그런 말 한 적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새차 못 타서 한맺힌 것도 없는데다 무슨 새차는, 또 그럴 거면 한마디 물어보기라도 해야지, 또 과감하게 차부터 사고나서 나한테 그걸 타고 다니란다. 새차 사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게 모두 빚일텐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새 차를 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내도 애당초 그럴 생각이 거의 없었단다.

그런데, 아내 회사의 사장이 영업 하는 직원에게 이번에 차를 사도록 돈을 좀 대 주었단다.(영업직원이 너무 꼬진 차를 타고 다녀서 거래처에서 빈정거리는 말들이 들렸단다) 그러면서 사장이 아내에게도 '퇴직금 미리 줄테니까 차한대 사는 건 어때?'라고 물었고, 아내는 몇번 사양하다가 차를 사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장은 차 파는 영업을 하는 후배를 도와주기 위해서 두 대의 차를 사 준 셈이다. 똑 같은 것으로...

 

어쨌거나 아내는 집안 살림 가운데 상당히 많은 것을 그렇게 샀다.

에어컨, 냉장고....

그때 마다 사장은 몫돈을 일시에 지불해주고 아내의 월급에서 이자를 계산하지 않고 떼어 왔다. 아내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림장만이 어려울 거라고 항상 말한다. 그러면서 사장같은 사람도 보기 어렵다고...

 

그것까지는 좋다, 어찌 되었건 그건 다 우리가 갚아야 할 돈인데, 힘들게 돈 벌어서 그렇게 써 버리자는 건 너무 대책이 없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아내는 '당신이 버는데, 내가 번 건 좀 쓰고 살면 어때요?' 이런다.

 

더 얘기 해도 별 소용이 없다. 아내는 이미 일을 저질렀고, 나는 그걸 감사하게 받을 뿐이지. 그래서 산오리는 아내로부터 연말 선물로 산오리 수준으로는 평생 타보지 못할 차를 한대 선물 받았다...

 

그러고 나서 드는 생각.

1) 아내는 정말 과감하다.

2) 산오리는 창녀촌에서 성을 파는 여자에게 붙어 사는 기둥서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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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8 17:40 2004/12/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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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소녀 2004/12/28 18: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악~ 마지막 말은 너무 잔인하시네요.
    난 서방에게 차 사줄 그런 능력있는 여인이었음 좋겠어요. --;;;

  2. sanori 2004/12/28 19: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다소녀 / 그게 능력일수도 있지만, 사장으로부터 빌린 돈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도 못그만둘 수도 있잖아요..

  3. 삐딱 2004/12/28 21: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근데......경유값 무쟈게 올라서 별 메리트 없어요. 그리고 내년부텀 세금도 오르는데...
    어쩨되었건 새차 산거 축하해요..

  4. rivermi 2004/12/28 21: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흐흠...의도가 무엇이건간에 사모님의 마음씀씀이는 정말 비단결이세요^^
    기둥서방이라는 기분이 들게하는 상황은 이해되나 비교대상은 쫌...
    자본이 노동자에게 우리사주나 자사상품을 강매하는 경우와 별반 다들것이 없네..쩝..나빠요 사장님!!

  5. tree 2004/12/29 09: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 차 나오겠네요?? 나무는 언제 태워주실꺼에요??

  6. 머프 2004/12/29 11: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내 팔자엔 언제 반짝반짝하는 새차를 함 타보남...쩝~
    기둥서방이라도 좋으니 내게 차를 선물해주는 남편이 있었담 조컷다..켁~~!

  7. 2004/12/29 13: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지막 말은 좀 많이 심했다..
    잊지 않고 늘 제 블로그 찾아주셔서 감사하단 말 남길라고 들어왔다가..
    근데 경유차가 환경오염이 심해서..단의원이 샀다가 욕먹었다던데요? ^^;; 그치만..사모님의 마음을 받으셔야죠 뭐.. *^^*

  8. 2004/12/29 13: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참, 대문 멋있어요
    또 참, 배국장님 결혼하실줄 몰랐네요.. 안부좀 전해주세요~

  9. sanori 2004/12/29 14: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삐딱 / 그러게요... 근데, 남편이 원하는 차가 무엇인지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으니뭐...
    리버미 / 아내가 다니는 회사 사장은 그래도 생각해 줘서 아내에게 이것 저것 사라고 하는 모양이에요. 그래도 낭비적인 요소가 생기게 마련이죠.
    나무 / 차 월욜날 나왔구요, 언제든지 태워드릴게요.
    머프 / 남편한테 차를 사 주셔야죠..ㅋㅋ
    띵 / 배국장님께 안부 전해 드리죠...

  10. azrael 2004/12/30 11: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차..부러워요. 헌차라도 좋으니 차한대 있었음...좋겠네요~

  11. rmlist 2004/12/31 01: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저는 제목을 보고 뭔가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뭔가 아련한 기억 속의 선물일 거라는 예상을 했다가 '차'라는 것에 깜짝 놀랬어요. 예전에 제 친구가 중국에서 자스민차를 사왔어요.그런데 세살된 조카가 "고모, 그게 뭐야?" 그래서 "응 차야" 그랬는데..며칠 후 집에 돌아와보니 조카는 그 안에 자동차가 들어있는 줄 알고 봉지를 뜯어놓아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고 버리고 말았죠. 그런데 이 밤에 왜 갑자기 그 생각이 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