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에 걸린 사진을 보고 뱃살을 좀 빼라는 동지들의 핀잔이 많은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산오리는 그 뱃살에 대해 아직까지는
그리 불만이 없다.
힘들게, 원하고, 살찌고 싶어서, 부러워서
그렇게 만들어 온 뱃살이니까...
시골에서 물론 잘 먹을 것도 없어서 모두들 빼빼 마르기도 했지만,
형제들 많았던 우리집 식구들은 더 말랐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도
친척들이나 동네 어른들이 빼빼 마른 나를 보며
불쌍히(?) 여겨 한마디 하는 말이
'너는 너무 말랐구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 에미는 도체 애를 얼마나 못먹이기에 이렇게 말랐냐?'
이렇게 말했다.
어제는 어릴적 산오리 사진을 본 큰 아들놈이
"아빠 어릴적 사진보면 짱 웃겨... 다리가 젓가락이야..ㅋㅋ"
이렇게 놀렸다.
어린 맘에도 나는 내가 마른 것이 우리 어머니를 욕먹이는 일이란 걸 알았다.
근데 우리 어머니가 없는 살림에 쌀이나 보리를 퍼내서 혼자 잘 드시고 있던 것도 아니고,
아버지는 서울가 계시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혼자서 고생하면서
농사지으면서 애들 키우고 있었는데,
내가 살 안찌는 것을 가지고 왜 우리 어머니를 욕하는 것일까 기분이 나뻤다.
그래서 나는 살 쪄야 겠다고 열심히 먹었다.
정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살찌기 위해서라도 빨리 많이 먹었다.
지금도 식당에 밥 먹으러 가면 나만큼 빨리 먹는 사람 별로 없다.
그리고 아직도 밥을 한공기로 그치지 않고, 반공기는 더 먹을 때가 많다.
형제들간에 밥을 먹을때도 조금 게으름을 피우다간 아예 다 뺏기게 되니까
우선 마구 먹어두어야 했다. 물론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먹고살만해 져서도 살은 찌지 않았다.
결혼도 하고, 삽겹살도 먹고, 배 곪지 않아도 살은 찌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제는 아내에게까지 그 화살을 돌렸고,
집안 형제들은 여전히 어머니 탓으로 돌렸다.
아내가 제대로 남편을 챙기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또 어머니는 그 없던 시절에 가끔은 닭이라도 한마리씩 잡아서 자식들 먹이거나
보약이라도 한재씩은 먹였어야 하는데,
그런 융통성도 없었기 때문에 어린시절에 곪았던 몸이 지금 잘 먹는다고
살이 찌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요리라면 누구보다 잘해서 남편을 먹였고,
(팔불출 같아서 뭣하지만,
산오리 아내의 요리는 집안에서도, 회사 사람들한테도 소문이 났다.
그리고 남편이 집에만 있으면 아내는 손님 초대할때처럼 음식을 잘, 많이 해서 준다.)
어머니도 없는 살림에 할머니 눈치 보면서 그래도 챙겨 먹이려고 노력했던거 같다.
더구나 산오리는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장손'이기 때문에
할머니가 엄청 챙겨 주셨다. 그러니 동생들이나 동네의 다른 애들보다 그리 못먹었던
것은 아닌 거 같다. 물론 장가 갈때 까지도 한약(보약)이란 건 구경도 먹어보지도 못했다.
그시절에 누가 보약 먹고 자랐을까?
그러니 이제는 어머니 욕 먹이는 것도 모자라
아내에게 욕먹이는 산오리가 되었으니 살 쪄야 겠다는 건 더 절실했다.
못먹던 고기도 먹어서 단련하고,
못먹던 술도 먹어서 늘리고 단련하고...
그래서 꾸준히 꾸준히 조금씩 몸무게를 늘려 왔다.
그래도 한 4-5년 전까지 키 175 센티에 몸무게 65 킬로를 넘지 못했다.
그러다가 약간씩 몸무게가 늘었고, 2년전 담배 끊으면서 조금 더
몸무게가 늘었고, 노조 전임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삼겹살에 소주를
먹었더니 역시 몸무게 느는 데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 73-74킬로까지 몸무게를 늘렸다.
당연히 뱃살도 늘었다.
전임 끝나고 회사에 되돌아 갔더니
보는 사람마다 '살쪘네요.' 한다.
집안 식구들도 '이제 보기 좋네' 한다.
그러니 그전에는 피골이 상접한 꼴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찌운 살이고, 내가 바라고 원했던 살인데,
그래서 산오리는 그 뱃살과 얼굴살이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 뱃살 늘고, 살 찌니까 허리 둔해지고,
또 걷는데 숨차는 건 맞다.
저도 마른 편이긴 하지만 몸무게를 늘리려고 뱃살 키우는거 보다는 운동으로 근육을 늘리는게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을듯 싶어요..^^;;
전임 끝나고 다시 살 빠지면 어떡해요?
대문만들땐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뎅...블로거들의 배아픔이 산오리님의 배부름으로 시선이 빼앗기다니...허허걱...^^;;
나이들면 "인격"이라고 포장?하지만 갈님말대로 건강에는 그닥 좋지 않다하니 산에 오르시면서 근육으로 모다 바꿔버리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