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할때까지는 술도 담배도 안마시고 안피운 범생이가 대학 들어갔다면서

담배배우고 술 마시기 시작했는데,

담배는 2003년부터 끊었으나,

술은 더 많이, 더 열심히 마셔 왔다.

 

그런데, 술도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있었던 터에,

지난 2년간 너무 열심히 먹어치운 삼겹살과 소주가 똥배로 많이 몰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2월부터 술 쉬겠다고 했던걸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부터

딱 100일간만 쉬어보련다.

 



술 끊는 것도 아니고 잠시 쉬는 것인데,

담배 끊는 거 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술 덕분에 장가도 가게 되었고,

술 덕분에 아내와 많이도 싸웠고,

술 덕분에 노동조합 전임도 하게 되었고,

술 덕분에 전철타면 인천이든 수원이든 전철 종점으로 가서는

돌아 오는 전철 없고, 통금까지 있어서 여인숙에서 자고 오기도 하고,

술 덕분에 버스타면 안양이든 오류동이든, 중산이든

별 쏟아지는 논밭 가운데 종점으로 가서는 

혼자서 터덜터덜 논길을 걸어 오기도 하고..

술 덕분에 소리 높여 싸우기도 하고,

술 덕분에 없던 용기(?) 부려서 못할 짓, 안할 짓도 하고,

술 덕분에 뜨거운 방바닥에 종아리 화상을 입기도 하고,

술 덕분에...

술 때문에...

가만 생각해 보니, 참 많은 일도 있었나 보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지 않고, 못 드시는 탓에

'술친구 만들지 마라'고 항상 말씀하시지만,

술 빼 놓고 나면 참 할일 없고,

친구 될 일없는 노릇이었나 보다.

 

10살 무렵 시골에서 제사 쓴 음복술 청주 두어잔으로 완전히

정신을 잃고 보리짚삐까리에서 잠든 걸 시작으로,

술 마시기 시작할 즈음에 소주 반병 마시고는

온 음식점에다 먹은 것들을 게워 내는 바람에

음식점 손님들 구두에다 실례 많이 하고는 도망나가기도했는데,

이즈음 소주 한병을 마시고도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

피나는 노력을 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4반세기를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니,

이게 중독이 만만찮은 건 분명하고,

밖에서 마시지 않은 날은 집에서도 마시고,

안팎으로 술을 해치우니 집에서 술 남아날 날이 없다니...

 

그래도 술 끊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석달열흘은 쉬어보련다.

 

그동안 술 먹자고 약속했던 두 친구와 술을 먹지 못해 아쉽다.

산기평의 지부장과 서울가서 소주 한잔 먹겠다 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 겠고,

술라는 6월인지 7월인지 어디론가 떠난다는데,

지난주와 지지난주에 술한잔 하려다 결국은 못했다.

석달열흘 지난후에 꼭 마시자구...

 

으~

쓰고보니, 뭐 어디론가 멀리 떠나거나

아에 죽으러 가는놈 같네...ㅎㅎ

 

하튼, 어찌 되었건,

산오리는 술마시기를 당분간 쉰다..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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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4 22:19 2005/03/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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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술 안마시기 - 한 달....

    Tracked from 2005/04/14 16:09  delete

    * 이 글은 산오리님의 [술 마시기를 좀 쉬련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3월 14일부터 술 마시는 걸 쉬기 시작해서 꼭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이지 술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 그거 보면, 주위

  2. Subject: 60퍼센트 달성...

    Tracked from 2005/05/19 18:43  delete

    * 산오리님의 [술 마시기를 좀 쉬련다....] 에 관련된 글. 3월 14일부터 술 안마시기 시작해서 100일쯤 쉬어보겠다고 했는데, 어제 저녁에 술을 마셨다. 60일은 넘겼으니 60%쯤 목표를 달성한 것인

  1. kanjang_gongjang 2005/03/15 00: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 감비님이 조만간(음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일이 대대가 어떻게 되느냐 그리고 4월 투쟁 계획의 여하에 따라 변동되겠지만...)번개 때린다고 하던데... 음료수 먹기로 바꿔야 겠네요.
    저도 산오리님 만큼은 아니지만 술로 인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래도 그때가 제일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까요. ^^

  2. 듀엣 2005/03/15 09: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100일동안의여행'에 같이 가볼까? 자신없네.

  3. hi 2005/03/15 09: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 어이하여 이 형극의 길을 걷기로 하셨나이까... 하지만 뭐 아주 끊는 것도 아니고 잠시 쉬는 거니까 힘내시구요. 건강하세요~~!!

  4. 개울 2005/03/15 10: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술 때문에 장가도 가게 되신 거예요? 함께 너무 많은 일을 한 벗을 한동안 못보게 되시니, 무척 허전하시겠군요~ ^^;
    하지만 산오리님 건강을 생각하면, 조금 쉬어가야겠네요. ^^

  5. sanori 2005/03/15 20: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간장공장/술마시는 번개에는 쉬는 기간동안 불참입니다. 술마시는거 보고 있기도 어려울텐데 마시라고 또 얼마나 강요(?)하겠어요?ㅋㅋ
    듀엣/님은 산오리보다 중독 증세가 더 심해서 '200일 여행'을 하셔야 할 거 같은데요... 한번 해 보시죠.
    행인/형극의 길이 될지 장및빛 길리 될지 가 봐야죠. 사실 술 조금 마시고 나도 머리 아파서 후회 많이 하거든요..
    개울 / 술의 힘이 아니면 산오리 장가 가기 힘들었겠죠..ㅎㅎ. 좀 허전하겠지만, 겨우 석달열흘인걸요...

  6. 바다소녀 2005/03/15 20: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벙개도 쉬다뉘요. 종종 서울 나들이 가서 꽉부도 만나고 그럴라 그랬는데.

  7. 감비 2005/03/16 02: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술이야 맘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는 건데-^^ 암튼 술 안마셔도 잘 어울리시잖아요. 저는 안마시는 사람에게 권하지 않고 못마시는 사람에게는 반잔만 따르는 걸요.. 빨리 번개쳐야겠다^.^

  8. azrael 2005/03/16 02: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크크. 시기,질투 하는 분들이 매우 많군요^^ 버티시길 빕니다.

  9. sanori 2005/03/16 08: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다소녀/만나야죠.. 그치만 술자리에는 좀 빠져보려구요..
    감비/예전에 시설공단 파업때 50일인가 60일인가 술 쉬었던 적이 있었죠? 술자리에 가면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 확 들어서...
    azrael/그쵸.. 술 없이도 사람 만나는 문화...이런것도 좀 늘어 나야 할텐데..

  10. 꿈꾸는 애벌레 2005/03/16 09: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꼭 성공하시기를....예전에 저도 100일 프로젝트 세웠다가 결국 실패하고....한번씩 한주일씩 금주선언 하고 말았었는데....
    이제 저도 건강생각해서 금주100일 해야하는데...저는 기냥...1/2단주100일 해야겠어요...^^...

  11. 감비 2005/03/17 18: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 하하..대학 이후 50일동안 술끊고 살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지요. 지금도, 언제라도 필요하면 술쯤이야 끊고 살 수 있노라고 스스로 큰소리치며 살구요.

  12. underground 2005/03/18 00: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저두 요즘 금주중이랍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