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에게도
-백기완
아, 나에게도
회초리 들고 네 이놈
종아리를 걷어올리거라 이놈
그러구선 이 질척이는 항로를
살점이 튕기도록 내려칠 그런
어른이 한 분 계셨으면
아, 나에게도
갈 데가 없는 나에게도
새해 새아침만은
쏘주병을 들고 가 큰절 올리면
엄하게 꾸짖는다는 것이
잔을 받거라
그러구선 아무 말이 없으시는
그런 이가 한 분 계셨으면
인고의 끝은 안보이고
죽음의 끝과 끝까지 맞선
외골수인 나에게도 아, 나에게도
속절없이 엎으러져
목을 놓아 울어도 되고
한사코 소리내여 꺼이꺼이 울어도 될
그런 밤이라도 한 번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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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보니 부릅뜬 큰 눈으로 대중을 휘어잡던 백선생님이 생각나네요..
갈 / 그러게요, 요즘은 그모습 뵙기도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