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에게도

            

                   -백기완

 

아, 나에게도

회초리 들고 네 이놈

종아리를 걷어올리거라 이놈

그러구선 이 질척이는 항로를

살점이 튕기도록 내려칠 그런

어른이 한 분 계셨으면

 

아, 나에게도

갈 데가 없는 나에게도

새해 새아침만은

쏘주병을 들고 가 큰절 올리면

엄하게 꾸짖는다는 것이

잔을 받거라

그러구선 아무 말이 없으시는

그런 이가 한 분 계셨으면

 

인고의 끝은 안보이고

죽음의 끝과 끝까지 맞선

외골수인 나에게도 아, 나에게도

속절없이 엎으러져

목을 놓아 울어도 되고

한사코 소리내여 꺼이꺼이 울어도 될

그런 밤이라도 한 번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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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0 18:31 2005/09/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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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9/11 22: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를 보니 부릅뜬 큰 눈으로 대중을 휘어잡던 백선생님이 생각나네요..

  2. 산오리 2005/09/13 13: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갈 / 그러게요, 요즘은 그모습 뵙기도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