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더위에 산에 가지 않은 탓이었으리라...

하루 이틀 나이 먹어가면서 게을러 진 탓도 있겠지.

전날밤 잠을 제대로 못잤기 때문일까?

아침에 전철역에서 산 김밥을 허겁지겁 먹어서 체했을까?

그동안 운동을 너무 안해서 였을까..

 

어쨌든,

용봉산을 오르면서, 나는

내 팔다리와,

오장육부와

머리가

따로 따로 느껴 졌다.

 

그뿐이랴,

입고 있는 옷도,

신고 있는 신발도

머리에 쓴 모자도

들고 있는 지팡이도

모두

따로 놀고 있었다.

흐르는 땀만이

살아 있다는 걸

알려 줄 뿐이었고...

 

그저

물이라도 계곡이라도 있다면

풍덩 잠기고 싶었을 뿐....

 

나를 향한 나도

밖을 향한 나도

모두 나 같지 않은

그런 나였다.

그런 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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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2 21:42 2005/09/1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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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양 2005/09/13 12: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숨이 목끝까지 '헉헉' 차올르고 입에서는 피맛이 느껴져 죽을 것만 같을때,
    그때가 '아- 내가 살아있구나-' 하고 가장 절실히 느끼는때에요.
    가장 죽을 것만 같을 때 가장 절실히 살아있음을 느낀다니, 원.

  2. 산오리 2005/09/13 13: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양 / 정양 님이 시를 쓰시는게 훨 효과적일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