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일요일 역사와산을 따라 가려고 계란을 한판 쪄 놓고 여유만만하게 배낭을 꺼내놓고 있었는데, 11시가 넘어도, 12시가 되어가도 동명이가 들어오지 않는다.

아내는 불안해서 계속 전화를 하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단다.

문자를 보냈다.

'집에 안올래? 아빠 또 짜증나게 만들래? 전화도 안받고!'

 

전화가 왔다.

- 휴대폰을 00중학교에서 주웠는데요.(동명이 또래쯤 되어 보이는 목소리다)

= 그기가 어디에요? 받으러 갈게요.

- 식사동인데요, 제가 나갈수가 없어요.

= 그럼 어떻게 할까요?

- 잠간만요, 손님이 와서요. 제가 다시 연락할게요.

= 네...........

 



다시 전화를 해도 이제는 아예 뱃터리를 빼 놓았는지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만 나온다.

이 놈이 어디서 휴대폰을 잃어 버린 모양인데, 그럼 연락이라도 하든지, 아니면 집에라도 와야 하는데, 어찌된 일일까?

휴대폰을 주웠다고 전화를 하는 놈도 그렇지, 연락을 했으면 줘야지 안된다고 하다가 아예 전원을 빼 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지?

그러자 갑자기 불길한 생각들이 들고, 휴대폰 사용중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통신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휴일이라 상담원고 통화는 불가능하고, 그냥 녹음되어 있는 목소리가 시키는대로 일단 '발신정지'라도 시켰다.

 

그리고는 잠이라도 자 볼까 하는데, 잠이 잘 안온다,

아내는 동명이 친구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하는데, 안받는단다..

그날따라 동네는 왜 그리도 시끄럽던지, 경찰차의 비상 사이렌 소리가 계속 울리고,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2시가 넘어서 무슨 일이 났나 하고 밖에 나가 보았는데, 아무 일이 없다.

'아침에 산에 가긴 틀린 모양이네, 애새끼를 찾아야지...'

그러다 잠이 들었다.

 

휴대폰 모닝콜이 울어서 깨었더니 6시다. 동명이 방에 후다닥 뛰어 갔더니 이놈이 교복을 입은채로 잠들어 있다.

'뭐 문제가 있을라구, 살아서 기어들어와 있네...'

그리곤 후다닥 등산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저녁에 돌아오니 또 동명이가 없다. 이 새끼는 그러고도 또 나갔나?

좀있다 들어오길래,

- 너 어제 어딧다 왔냐?

= 핸드폰 찾아서 돌아 다녔어...

- 그 늦은 밤에, 밤을 새면서?

= 어, 갔던 곳에 여기저기 찾아 보면서...

- 혼자서 그렇게 밤 늦게 돌아 다녔단 말이야?

= 어.. 찾아 다니다 울다가... 그렇게...

- 야, 이새꺄... 없으면 집에 들어오던지, 집에 연락을 하든지 해야지,

   무조건 싸다닌다고 찾아 지냐? 어떤 놈이 핸드폰 주웠다고 집으로 전화왔던데..

= .............

 

오늘 집에 오니 핸드폰이 동명이 책상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 야, 이건 어디서 찾았냐?

= 친구 후배가 가지고 있었대.. 그래서 친구가 가져왔어..

- 근데, 왜 핸드폰 주웠다고 전화 했다가 연락 안됐데?

= 몰라, 밧테리가 다 나갔겠지뭐..

- 네 친구는 어떻게 휴대폰이 네 건줄 알았냐?

= 어, 그 친구가 내 mp3 목록을 다 알고 있거든... 그래서 그 목록보고 내건줄 알고...

- 전원이 나갔다며? 도체 뭔 소릴 하고 있는 거야?

= 하튼 난 운이 좋아서 찾은 것이지..

-........

 

아내는,

"핸드폰을 찾았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네..."

"주말에 학교에 와서 노는 놈들이 다 비슷한 놈들이겠지뭐..."

 

하튼 이 놈의 사고는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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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2 21:33 2005/09/1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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