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일찍 들어갔는데, 왠일로 동명이가 동희 방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 어쩐일로 형방에 와서 라면을 먹고 있냐?
= 테레비전 없앴어..
- 아니 왜? 테레비전 안볼거냐?
= 과외선생 줬어. 공부해야지..
- 아이구? 고3이 되더니 진짜 공부를하려고?
= 뭐.....................
저녁먹고 나서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아내는 첫마디가 '내가 미쳐..'였다.
자기네들끼리(동명이와 과외선생) 주기로 해 놓고선
아내에게 얘기하는데, 그럼 못준다고 하겠냐는 거였다.
동명이 이자식도 일년 지나면 또 테레비전 본다고 할 거면서,
그걸 과외선생한테 주겠다고 하는 것도 미친넘이고,
과외선생도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그걸 가져가겠다고 하는게
이해가 안간다는 거였다...
어쨌거나 텔레비전 없앴으면 안봐야지,
형 방에서 라면 먹으면서 열심히 테레비전 보고 있는 꼴이라니....
2. 3학년이 된 동명이는 목욜부터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야자를 해야 한단다.
학교 자체를 가기 싫어하는 놈이 이제 도망도 못나오고 제대로 걸린 꼴이다.
- 미치겠어,, 어떻게 학교에서 10시까지 개기냐구...
= 잘됐네 임마, 학교 있어서 학원에 안가도 되고..
- 난 학교에 있으면 공부가 안된단 말이야..
= 공부는 뭐 얼마나 한다구, 좀 앉아 있다가 학교 담벼락에 나가서 담배한대 피구..
그럼 시간도 잘가고 좋겠구먼...
- 그래도 학교는 시러...
= 니네 담임은 맘에 드냐?
- 짜증나지...
10시까지 꼼짝없이 학교에 잡힌 덕분에
아내는 한시름 덜었다.
저녁 챙겨주는 것도 안해도 되고,
학원 가냐 마냐 신경 안써도 되고..
앞으로 그 야자 잘 버틸래나 기대된다.
3. 밤 11시가 되어서 잠자려고 누웠는데, 전화가 왔다.
받았더니 동희였는데, 마루에서 아내가 받았길래 수화기를 놓았다.
전화통화가 끝났길래, 아내에게
- 동희 자고 온대?
= 그렇대, 어디서 술먹고 있는지 옆에는 여자애들 목소리가 가득 들리고...
일찍 들어오라 하고, 아무데나 어울려 놀지 말라고 해도....
- 아줌마!! 제발 신경 좀 끊으세요, 이제 지가 알아서 할 나이가 됐거덩요..
= .................
집에서 학교까지 전철과 버스를 갈아 타고 적어도 한시간 반 이상 걸리니까
오고가기 귀찮은 것도 있겠지만,
2월말부터 학교행사와 오리엔테이션, 선배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이후로
학교로 갔다 하면 친구집에서 자고 온다고 집에는 이틀에 한번쯤 들어오나 보다.
그 범생이가 뭔 짓을 할 위인도 못되는데, 그냥 냅두면 될것을,
아내는 잔소리와 걱정이 태산이다, 사서 걱정거리를 만든다.
그래도 아직까지 엄마 말 잘 듣고 있더구먼..
안들어 온다고 전화도 하고,
애비는 아예 전화 안했다....
괜히 밤늦게 전화하면 주무시는 부모님 잠 방해 할까 봐서..ㅎㅎ
이제 동희 내면 깊이 숨겨둔 '본성' 발동할 때가 되었군요. 대학가면 좀 변하잖아요. ㅋㅋ.
그리고 고3 때 어떻게 TV를 안 볼 수 있나요. 그리고 그때는 남 보는 TV와 다른 식구 방에 있는 TV가 아주 재밌다는...
본성이 뭔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는게 젤 시급한 과제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