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너무 길다

 

1.

 

일어나라고 보채는 몸을 억누르고,

다시 눕고, 다시 잠들고,

억지로 일어나

혼자 밥 챙겨 먹고

자전거 끌고 나섰다.

 

턱턱 막히는 숨 몰아 쉬며

허벅지가 갈라지는 고통 참아 가며

달리고 또 달려서

짬뽕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집에 와서는

혼자 저녁 차려 먹고

을지로 지하도의 노숙자들을 바라본다

텔레비전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잠들기에는 너무 일러

냉장고 뒤져 소주를 꺼내서

혼자서 반병 마시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

 

하루는 길다

삶은 길다

나는 지루하다

 

2.

 

을지로 지하철역

찬 콘크리트 바닥에서

겨우 세 시간 잠자고

새벽에 나와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모은

폐지를 가져다 주니까 만구천원

 

그마저도 경쟁 치열하고,

폐지값까지 내려

아예 포기해버리니

그저 길바닥을 떠돌거나

차소리 시끄러운 보도에 누워

잠들지 않는 잠을 불러보는구나

가로등 불빛으로, 아무 생각 없이...

 

졸리면 지하철로 동두천까지 가면서 자고,

돌아와서는

정처없이 서울의 삭막한 거리를

헤메고 다니는

 

하루는 너무 길다

삶도 너무 길다

당신도 너무 지루하다

 

<200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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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5 22:56 2009/02/1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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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두기 2009/02/16 17: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제 저도 봤는데..음..남 이야기 같지 않던데요..

  2. 연부네 집 2009/02/16 20: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어제 못봤는데...음...남 이야기 같지 않네요..ㅋㅋ

  3. 스머프... 2009/02/17 13: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봤어요...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저로서는 햄버거집 아르바이트생들과 만화방 주인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는...ㅠㅠ

  4. 소나기 2009/02/17 16: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위 댓글들은 진지한데 이럼 돌맞으려나~
    패러딥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