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행인님의 [폭력의 기억은 핏속에 남는다]쭌모님의 [집단체벌.. 그 기억..] 에 관련된 글입니다.

세상이 어떤지 잘 몰랐던 국민학교 시절을 제외하고 나면 중고등학교 선생들 가운데서는 선생이라 이름 붙일 만한 선생들을 몇 사람 만나지 못했다. 신생 사립학교이기도 했겠지만, 도시라는 곳이 벌써부터 빈부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었고, 선생들은 어떻게 해서든 학부모의 돈을 뺏어서 배를 채워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골 국민학교에서의 선생님들은 촌놈들보다 사정이 나았었는지, 애들이나 학부모를 많이 괴롭히지는 않았다.

물론 선생 김봉두 같은 선생도 있었겠지만, 다행이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런 선생님은 만나지 못했다.

 



 

 

선생은 조회와 종례 시간에 등록금 빨리 내라는 독촉을  계속했고,

때로는 반장을 통해서 학급회의 시간에도 등륵금 독촉이 이어졌다.

애들이 6명이나 되는데 아버지 혼자 근근히 노동자로 살면서 등록금 제때 제때 내기가 어찌 쉬웠으랴...

 

나는 아마도 학급회의 시간에 그런 얘기를 했던 거 같다.

 

"등록금 독촉 그만 했으면 좋겠다. 누구는 안내고 싶어서 못내는 거냐?"

 

그 얘기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당장 선생의 귀로 전해졌고, 

나는 교무실로 불려 갔다.

 

"너 그런말 한 적 있냐?"

"예..."

"싸가지 없이 학생이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

"너희 아버지 학교 오시라 그래라"

"왜요?"

"그걸 몰라서 묻냐?  너같은 놈은 부모님께 얘기해서 그 삐뚤어진 성격 좀 고치라고 해야겠다."

"선생님! 아버지가 힘들게 일해서 저 학교 보내주시는데, 또 학교까지 오라 가라 합니까? 그건 못하겠어요?"

"뭐????? 이새끼가!!!  다시 얘기해봐!"

"그러니까,.... 돈벌어 등록금 내주시는 것만 해도 힘든데, 학교까지 오시라고 말 못한다구요..."

 

그리고는 존나게, 정말 존나게 얻어 터졌다. 정확하게 어느 정도 얻어 터졌는지 기억은 없다. 이선생은 원래 수업시간에는 자를 세로로 세워서  손등의 손가락 마디를 때리거나 얼굴에도 아주 짜증스럽게 찌르거나 따귀를 때리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 당시 별명도 '쥐꼬리'였다. 얼마나 쫀쫀하고, 치사했으면 쥐새끼도 못되고 쥐꼬리였을까?

 

그리고 할수 없이 집에 가서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하루이틀 사이에 아버지는 학교로 가셨고, 봉투를 건넸다고 내게 말씀하셨다.

"너무 신경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뭐 이정도로 말씀하시면서....

 

도저히 열받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얼마 동안을 고민하다가 나는 그 당한 모욕과 굴욕을 참을 수가 없었고, 돈도 없는 아버지를 불러서 봉투까지 받았다는 선생이 저게 선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처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런 건 선생도 아니다고 외치면서...

 

그래서 학교수업이 끝나고 나면 학교 뒷길에서 숨어서 커다란 돌멩이 하나 감춰놓고 선생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내려 오면 그 큰 돌로 머리통을 내리치겠다고 생각했다.(학교가 정문과 후문이 있었는데. 후문쪽은 산길에 포장도 안된 길이 한참 이어져서 나무 숲에 숨어 있으면 지나가도 모를 정도 였다.)

 

그런데, 내가 살려고 그랬는지, 선생이 살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 선생이 한번도 혼자 내려오는 적이 없었다.

어떤 때는 다른 선생과 얘기하면서 내려오거나, 어떤때는 혼자 내려 와도 앞뒤로 다른 학생들이 있었다.

혹시 혼자 내려왔는데도 너무 무섭거나 소심해서 막상 돌을 내려치지 못했는지도모르겠다. 정확한 기억은 없다.

 

한 일주일을 그렇게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때문에 그걸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겨우 오늘날까지 살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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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3 23:01 2005/02/0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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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누군가 그렇게 말했는데..

    Tracked from 2005/02/05 01:25  delete

    * 이 글은 산오리님의 [선생 같지 않은 선생...] 에 관련된 글입니다. 예전에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TV는 사랑을 싣고를 보면서.. 왜 저런 사람만 찾냐? 어릴때 성추행한 놈. 나한테 몹쓸짓 한

  1. rivermi 2005/02/04 01: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쁜? 선생님들은 대부분 촌지와 폭력과 연관이 있군요. 영화<김봉두>는 촌지를 <여선생과 여제자>는 선생님의 폭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잼나는 건 <여선생과 여제자>라는 영화에선데요.
    학부형이 떼로 몰려와 여학생에게 빰을 때린 여선생을 몰아세우다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학생이 맞을짓을 해서 맞았다는 결론이 나는데...세상에 맞을짓이 뭘까를 생각하게 하는 아주 상징적인 장면. 선생하는 친구도 고민스런 지점이라고...쩝..

  2. hi 2005/02/04 06: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람들이 참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지만, 어쩔 때는 꼭 어쩌면 저렇게 나와 똑같은 경험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거든요. 특히 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술마시고 난 후 생긴 일들은 이상하게 유사한 점이 많아요. 특히 가슴아프고 슬픈 일들 말이죠...

  3. 산오리 2005/02/04 13: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리버미/여선생과 여제자..예고편만 봤는데,보고 싶어요. 아직도 상영중인가? 맞을 짓도 있죠..남을 이유없이 괴롭힌다든가, 약하다고 왕따시키거나 두드려 팬다거나...
    행인/그래도 술은 또 마시는데, 학교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ㅋㅋ

  4. 알엠 2005/02/04 15: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학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저희 엄마는 학교에 한 번도 안오셨어요. 돈없다고. 나중에 대학원서 쓸 때 부모님이 오셔야하는데 그 때도 돈없다고 안오셨어요...돈 없어도 편하게 살 수 있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는 좀 낫겠죠?

  5. 삐딱 2005/02/04 16: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학교 다닐 때 선생과 관련해서 좋은 추억이 거의 없는거 같은데 전 지금 선생이랑 사네요. ㅋㅋ...

  6. sanori 2005/02/04 17: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알엠/우리 애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학교에 찾아가서 돈봉투도 건네고 철철이 선물도 사서 주고 했지요, 그런데 언젠가 정부에서 돈 받지 말라고 강하게 나온 이후로는 선생들도 잘 안받는 거 같고, 또 애들이 크면서 돈봉투의 필요성도 없어졌어요. 요즘 선생님들은 많이 달라져서 학교도 보낼만 할거예요. 너무 걱정마시길... 글구 위의 삐딱님의 부인 같은 선생님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7. sanori 2005/02/04 17: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삐딱 / 선생님에 대한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선생님이랑 같이 사시는 모양이죠뭐..ㅋㅋ

  8. 꿈꾸는 애벌레 2005/02/04 17: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냥 한편의 단막극을 보는듯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시골에서 중.고등학교 졸업했는데..그 선생들도 어찌나 돈을 좋아하던지..선생들에 대한 기억은 좋은기억은 하나도 안나고 ...왜 부정스런 모습들과 안좋은 기억만 나는지.. 자기맘에 좀 안든다고 학생을 기절하게 때리고 안그럼 돈요구하고..나쁜**들...흠..선생들 혹은 교수들 생각하면 짜증만 난다니까요..특히 이번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