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어느 신문의 신간 소개를 보다 발견한 책인데,

근래에 산오리가 읽은 책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다.

 

풍자소설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

작가는 콩고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소설은 불어로 나왔다고 한다.

콩고의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에서 '깨진 술잔'이 만나는 갖가지 인생유전의 얘기를 기록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풀어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풍자가 곁들여져 있어 재미가 있다.

엄청난 술꾼 아줌마는 오줌 누기 시합에서 진 적이 없었는데, 한 남자 술꾼과 오줌누기 시합을 10분동안 벌이다시합을 포기하는 장면이나, 한 사기꾼은 5분 30초 만에 부자가 되게 해 주겠다고 하는 장면이나, 어느 장면에서는 "난 너의 개새끼들의 방언을 알아듣지도 못했다'고 하는 것들은 생각나는 것들 중에 재미나는 장면들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술에 절어서 주정벵이가 되어서 자신들의 젊은날과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 하는데, 그게 잘나가던 시절의 얘기는 결국 프랑스나 미국에 가서 살았던 얘기였고, 이런건 아프리카나 우리나라나 비슷하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불쌍한 나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소설 주인공인 '깨진 술잔'은 콩고를 떠난적도 없지만, 프랑스나 미국의 이야기도 가보지 않고도 잘 알고 있었다는 것도 아이러니이겠지...

 

역자(이세진)는 후기에서 "단 한개의 마침표도 없고 느낌표나 물음표도 없으며 문단도 나뉘지 않고 대문자로 문장을 시작하지도 않는 이 기묘한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데 따르는 한계는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다."고 쓰고 있다.

 

특이 이 책에는 역주가 상당히 많이 붙어 있는데, 대부분 시나 소설의 제목을 패러디 한 것으로, 이러한 문학작품을 제대로 아니 거의 알지 못하는 산오리로서는 좀더 재미나게 읽을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재미 있고, 멋진 소설이다.

 

산오리도 이런 소설 함 써 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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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4 16:56 2007/04/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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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가시도치의 회고록

    Tracked from 2007/05/13 22:05  delete

    산오리님의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 알랭 마방쿠 / 랜덤하우스] 에 관련된 글.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한권만 봐서 성이 차지 않아서 하나더 주문한게 이 책이다. 외상은 어림없지 보다는 재미 있는건 아니었지만, 아프리카 콩고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그들이 믿는 미신 또는 신앙을 조금 알수 있었고...

  1. 행인 2007/04/24 17: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오.... 꼭 한 번 읽어야 겠군요. ^^

  2. 산오리 2007/04/24 17: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행인 / 행인의 젊은 시절이 많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네요..ㅎㅎ 책 드릴까요?

  3. 행인 2007/04/25 11: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젊은 시절이라닙쇼... ㅡ.ㅡ+ 지금도 젊다구욧~! ^^

    제목을 기억해 두었다가 서점에서 사려구요. 근데 워낙 게을러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자꾸 미루다가 안 되면 그 때 연락드릴께요. ^^;;;

  4. 거한 2007/04/25 23: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지금도 젊다구요.. 헉 어쩐지 서글퍼 ;

  5. 산오리 2007/04/26 09: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행인 / '젊은시절'이 싫으시면, 어린 시절로 해드리죠..ㅎㅎ
    거한 / 산오리는 어리거나 젊었을 때 보다 나이 좀 먹고 나니까 더 좋은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