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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탄압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 96/97 전국노동자 총파업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12월 16일 여의도공원, 민주노총 1만 조합원 상경투쟁, 사진출처 민주노총

 


닦아 놓은 길을 충실히 가는 MB

 

노동조합 활동에 탄압이 실로 총체적이다. 법제도를 통해 활동의 발목을 잡고, 당장의 투쟁에 대해서는 우격다짐으로 기를 꺾어 놓고 있다. 언뜻 모순된 것 같지만 MB는 그토록 싫어하는 지난 “좌파정권 10년”의 덕을 보고 있다. MB가 잡고 휘두르는 대부분의 노동관계법은 지난 정권에서 노동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악된 것이고, ‘복수노조와 전임자 급여’는  유보되어와 MB의 칼자루가 되었다. 한편 10년간의 노동조합 활동은 이전 군사정권 또는 과도정권과의 대결과 다른 다양한 이념과 노선으로 분화되었고, 적당한 ‘상생과 협력’이라는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의 말랑말랑한 이념에 일부 녹아들어가 단결투쟁의 전통적 대오에 금이 가게 되었다. 소위 동전의 양면과 같은 ‘자판기 노조와 관료노조’는 민주노조 운동의 지난 10년간의 나타난 단결투쟁 대오의 최대의 갈라진 금이었고, 그 금 사이로 MB의 에누리 없는 ‘원칙’(자주적 노조 불가, 파업은 반사회적 행위)을 쑤셔 넣으니 자본과 정권의 재미가 쏠쏠하다. 전 정권이 닦아 놓은 길을, 원칙을 가지고 충실히 가니 민주노조의 씨를 말릴 수 있는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MB는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실제 객관적인 법제도적, 노동조합 내외적 정황이 MB에게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법제도의 난제
1996년 날치기 노동법에 포함되어 전국 총파업 투쟁에도 미처 손보지 못한 ‘단체협약 해지’는 10여 만에 그 위용을 떨치고 있다. 단체협약 해지의 실 효과보다 더한 공포가 활동가와 조합원에게 미치고 있다. 모범을 보이려는 듯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단체협약 해지는 교섭의 수순으로 자리 잡으려 하고 있다.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 빠르게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급여 금지는 MB정권 대한 한국노총 지도부의 충성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애초 복수노조와 전임자 금여의 문제는 별개의 상황임에도 1996년 날치기 노동법에 한 세트로 묶임에 따라 논의와 해결의 왜곡을 만들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사정 합의라는 미명하에 한나라당은 안상수의 대표발의를 통해 법안을 상정하려 하고 있다.
그 내용은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우선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복수노조의 자유로운 교섭권 및 쟁의권을 막아놓았다. 해당 노동자의 과반수 노조만이 교섭권을 가질 수 있고, 쟁의행위 역시 복수노조 전체의 조합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장 단위로 과반수의 기준을 삼으로써 기존의 복수노조 사업장의 단위노조 및 산별노조가 가지고 있었던 교섭권 및 쟁의권마저도 부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명백히 부정하는 위헌적 법안이다.
한편 전임자의 급여를 전면 부정하고, 이를 어길시 사용자를 처벌하기로 하였다. 지금도 급여를 받는 전임자의 여부와 관계없이 허용되는 일부시간(노사협의회 회의시간,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만을 근무시간 중 가능한 활동시간으로 인정하고, 심지어 이러한 활동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자도 규모별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 효력에 관련하여 새로 개악되는 법안에 관련해서는 모두 무효로 하겠다는 것이다. 즉 현재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전임자의 활동보장 및 급여 조항은 법안 시행 시 즉각 무효가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철도, 가스, 전력 등등의 필수공익사업장의 쟁의 시 대체근로를 50%에서 100%로 확대하는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파도 보다 높아야 파도를 탈 수 있다
이번 철도파업에서 보듯이 철도노동자이 전술적으로 채택한 합법 파업을 우격다짐으로 불법으로 낙인찍고, 노동조합을 옥죄고 있다. 철도공사는 단체협약에 의거한 대체근로 금지를 보란 듯이 어기고, 노동자는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함에도 불법의 굴레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덮어 씌워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법제도를 통해 옥죄고, 합법 쟁의를 해도 불법인 상황, 상당기간 존재를 인정하던 멀쩡한 노조를 부정하고,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는 상황은 지금까지의 노조활동으로는 MB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본의 공격이 없다하더라도 현재의 노조운동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현재의 구조와 질서가 온전히 유지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노조의 결사의 자유 및 교섭권의 확대는 노조운동의 원칙임을 차치하고서라도, 현재의 노조 운동은 기존의 질서만을 고집한다고 해서 유지 및 진전 될 수 없다는 점을 유의 깊게 살펴야 한다. 조합원은 수동화 되고, 노조의 간부는 피로와 관성화로 현재의 노조운동이 답답한 지경에 놓여 있다는 것은 노조의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지점이다. 지난 시기 양적 성장과 제도적 안정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노조 조직을 활성화하고, 조합원을 능동적으로 만들고 급진화 하였다는 보장은 없다.
탄압의 파고가 대단히 높은 것은 분명하다. MB정권은 미디어법, 4대강, 세종시, 용산참사, 쌍용차의 투쟁을 비롯하여 무엇이건 간에 거칠 것이 없다는 태도다. 작년 촛불 전선이 무너진 이래로 자신들을 막을 것은 없다는 식이다. 실제 자본과 정권의 만행에 이렇다 할 타격을 준 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만행이 마냥 자본과 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본과 정권이 안하무인으로 미처 날뛰면 저항은 차곡차곡 쌓여 가고, 반드시 민중의 응징이 있음을 역사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응징이 가만히 기다린다고 오지 않음을 역시 알고 있다.
다가오는 파고를 대응함에 있어 그 파고 이상이 아니면 오히려 쓸려나가 버린다. 탄압의 파고 이상의 저항과 투쟁이 존재할 때 탄압을 타고 넘는 것이다. 10여 년 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국전쟁 이후의 최초의 정치 총파업인 96/97 총파업의 교훈은 우리를 지지하는 국회의원을 한명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국노동자의 총파업을 통해 스스로 만행과 탄압의 파고를 넘어 섰으며, 넘어 설수 있는 정치적 주체로 노동자계급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자.
 

 

 
 

 

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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