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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퍼플’인가? 왜 또 ‘여성’인가?



여성부의 칼라정책에 따른 보라색 논쟁이 대단하다. 경력 단절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시키겠다는 여성부의‘퍼플(purple)잡’이 발표된 이후 여성인권의 상징이자, 고난 극복과 의지의 표현이던 보라색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로 덧씌워지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여성’인가?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노동자 70%는 전 생애에 걸쳐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한다. 45~49세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73.6%로 남성과 그 격차가 40%p이상 차이가 나고, 임금은 남성 비정규직의 과반에도 못 미치는 36.7%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고 있으며, 여성 비정규직 중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월 평균 임금을 받는 사람은 4명중 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여성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보육시설 현황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5.5%에 해당하고, 대다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 내 보육시설은 전체 35만개소중 140개소, 0.04%에만 설치되어 있다.
임신,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떠맡아야하는 여성노동자는 공보육시설이 현격하게 부족한 한국현실 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해고’ 위협에 놓인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남기,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퍼플’인가?
이런 현실을 두고 마련된 정부대책은 유연근무제, 이른바 ‘퍼플잡’이다. 이명박 정권이 보기에 일하는 여성은 출산율을 높일 생각을 하지 않고, 결혼, 임신, 출산을 한 여성은 경제활동에 다시 편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여성노동을 더욱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퍼플잡’은 더 이상 퇴직 압력 때문에 출산을 꺼려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여성의 일자리는 원래 탄력적이고 유연한 일자리였음을, 여성은 단시간, 파트타임직에 근무하는 것이 ‘정상’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동시에 출산과 육아 문제를 여성이 오롯이 떠맡아도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제도가 있음을 확산시켜 육아의 책임을 여성의 몫으로 고착화시킨다. 결국 ‘퍼플잡’은 상대적으로 이미 저임금-불안정 노동 상태에 놓인 여성노동자의 위치를 더욱 악화시키고, 동시에 공보육의 요구는 저만치 달아난다. OECD에 속한 국가 중 최장시간을 일한다는 한국사회의 노동시간 단축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요구도 허공으로 흩어진다. 최저임금은 쓰잘머리가 없어지고, 결혼과 임신, 육아를 선택할 권리는 여성에게 남겨지지 않는다.‘퍼플잡’에는 여성의 몸을 사회적으로 통제하고 재생산을 관리하겠다는 발상이 자연스레 스며들어있는 셈이다.
단언하되, 여성노동자가 출산, 육아의 책임과 일을 동시병행 할 수 있다는 ‘퍼플’ 전망은 여성노동자의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더욱 심화시키고 단시간노동을 여성화한다.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단시간노동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퍼플’계획은 출산과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고착화하는 성역할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한다. 여성차별의 사회구조적 모순 원인을 비켜나간 ‘퍼플잡’이 진짜 보라색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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