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짓밟힌 꿈과 희망, 다국적 밴드 스탑크랙다운


연영석의 노래 코리안드림을 듣노라면, 내가 제국의 시민이 된 느낌이 든다. 부끄러워 어디론가 숨고 싶다. 한번은 이런 생각을 했다. 스탑크랙다운 밴드가 이 노래를 부른다면, 부끄러움 보다는 심각한 고통에 빠지지 않을까? 이 노래와 가사가 비슷한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노래가 있다.
오늘은 나의 월급날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한참동안 받지 못했던 월급을 돌려준데요 나의 소중한 가족들 사랑하는 부모님 이제는 나의 손으로 행복하게 해줄게요 오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 사모님 내 월급을 주세요 나의 꿈과 희망이 담긴 조그맣고 소중한 내 월급 얼마 전 하얀 봉투 들고 퇴근했던 동료들 내 어깨를 두드리며 걱정 말라고 말하지 자정 시간이 넘어야 나의 일이 끝나네 봉투 없는 내 월급 오늘도 보이지 않네 나에겐 좋은 날이 언제 올는지 오 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그 동안 밀린 내 월급을 주세요 날 욕 한건 참을 수 있어요 내 월급만은 돌려주세요 돌려줘.
이 노래 월급날은 첫 가사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경쾌한 노래다. 그러나 뒤의 가사는 납득하기 힘든 현실의 고통이지만 여전히 경쾌하게 이어진다. 찌릿하다. 스탑크랙다운의 보컬 미누는 18년 동안 한국에 살았지만, 그의 억양에는 어색한 구석이 남아있다. 모르고 들어도 이 노래는 이주민이 부른 노래란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중간에 사장님 사모님께 간청하는 부분이 자존심 상한다기 보다는 왠지 이해가 된다. 그래서 슬프다.
연영석의 코리안드림은 이주노동자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노래다. 그래서 무척 강하게 절규하는 노래다. 스탑크랙다운의 월급날은 이주노동자의 마음이 심하게 다치기 전, 그러니까 꿈과 희망이 심하게 짓밟히기 전에, 마지막 남은 꿈과 희망에 기대를 거는 착하면서도 불안한 노래다. 이들이 꿈과 희망을 놓치 않으려 하지만, 그 불안함은 이미 오래 전에 실현되었고, ‘친구여 잘 가시오’란 노래는 억울하게 죽은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꿈과 희망을 가진 이주노동자는 결국 절망하게 되고,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한다. 그 악순환의 과정이 모두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스탑크랙다운의 음악이 바로 그렇게 돌아가는 이주노동자 일상의 노래들이다. 
보컬 미누가 지난 10월 8일 아침 출근길에 출입국관리소에 표적단속되었고, 얼마 뒤 강제추방 당했다. 미누는 이주민과 한국인들이 서로 잘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에 노래를 했고, 영상활동을 했다. 그의 꿈과 희망은 이주민과 한국인들의 평화로운 소통이었다. 그러나 꿈과 희망은 여지없이 짓밟히고 말았다. 그런 나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누구나 경계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런 나쁜 일은 벌어질 것 또한 모르지 않았다. 역시 한국은 그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았다. 그래도 스탑크랙다운은 6주년을 맞았고, 미누는 밝고 희망찬 축하메세지를 멀리서 보내오기도 했다. 그들은 이미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을 알았던 만큼, 그 뒤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난이 싫어서 고향을 등지고 나홀로 돈벌러 나왔어 돈 많이 벌어서 가족을 돌보고 내 꿈도 돌보고 싶었지 때리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 내돈을 돌려 주세요 내몸이 아파 머리가 아파 여기서 도망치고파 차가운 시선 난 그냥 일하지 난 그냥 일하고 싶을 뿐 백인도 아냐 흑인도 아냐 난 근냥 일하는 사람 나 온지 10년 내 몸이 아파 병들어 버린 몸뚱이 그래도 또다시 더럽고 힘든 일 내일은 불법체류자 코리안 코리안 드림 코리안 코리안 드림...

찾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