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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영화, 로니를 찾아서

<한국체육관 개관 10주년 기념 국가대표 초청 시범대회>라 쓴 현수막을 다는 인부에게 김관장은 “오른쪽 오른쪽 아 거 오른쪽도 몰라요?” 그런다. 김관장 옆의 사범 하는 말, “저기서 보면 저기가 오른쪽 맞지. 자존심은 강해서 빡빡 우겨요 빡빡” 김관장은 자존심 강한 남자다. 거기다 한국체육관이란 태권도장 관장이다. 그래도 사범이 알로 본다. 그런 남자다보니, “외국놈들 땜에 뒤숭숭하니 소주나 한잔하자”는 짱께 사장 말에 꾀여 얼떨결에 자율방범대 대장 완장을 찬다. 별로 할일은 없고 짱깨 사장과 오락실 사장이랑 소주나 한잔 하다가 별거 아닌 술자리 시비에 껴들어 태권도 관장 가오 상하게 눈탱이 밤탱이 된다. 그리하여 잠자리 라이방을 끼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노란 완장에 빨간 경광등까지 들고 보니 가오 제대로 나왔다. 가오부린 김에 이주민 노점 한번 깨부숴 주고, 몸 좀 풀었다고 노래방에서 도우미랑 신나게 논다. 거기서 지역유지가 시범대회 잘 하라며 봉투를 찔러주는데, 이거 작은 돈 아니다. 오랜만에 마누라에게 큰 소리도 친다.
드디어 시범대회 날. 아이들 시연, 송판 격파, 대리석 격파, 호신술 시연까지 다 마친 김관장 열화와 같은 박수에 마무리 인사하는데, 느닷없이 “저기요, 잠깐만요”하며 이주민이 결투 신청을 한다. 전에 돈 찔러 준 동네 유지가 “김관장 한번 해봐. 여기가 어디라고 뛰어들어 겁도 없이” 하며 응원하고, 김관장 “그럼 좋습니다. 다쳐도 책임지지 않습니다”하고 결투를 받아들인다. 동네 유지, “거 김관장 쇼를 알아 쇼를. 저렇게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말야. 으하하하” 김관장 멋진 발차기로 공중을 날았는데, 로니란 이주민 주먹에 맞고 뚝 떨어진다. 오 마이 갓. 다시 눈탱이 밤탱이 된 것이다.
자존심 강한 태권도 관장 김관장 3일간 이불 속에 있다가, 로니를 찾아 나선다. 짱깨집 갔더니, “그냥 조용히 술이나 한잔하고 가소” 소리 듣고, 오락실 갔더니 동전 주며, “오락이나 하지” 소리 듣는다. 자존심 강하던 김관장 동네 천덕꾸러기 신세됐다. 마누라 다시 일 나가고, 놀이방 가서 딸 찾아오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로니를 포기하지 않고 사립탐정 흉내 내다가 “로니 항상 웃고 참 착한 사람인데 요즘 안보여 걱정”이란 소리를 듣고 똥씹은 표정이다. 하여간 어렵게 잡은 단서를 쫓다가 로니와 함께 왔던 뚜힌을 만난다. 불쌍한 뚜힌 열나게 터졌다. 그러나 뚜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방글라데시 사람이다. 엄청 터지고도 김관장한테 앵긴다. 거처가 불분명한 뚜힌은 김관장 체육관에 얹혀 살겠다는 속셈이었다. 김관장 이새끼 저새끼 하며 아무리 때리고 협박해도 뚜힌 굴하지 않고 앵긴다. 뚜힌도 “야 새끼야 너도 호랑이띠라매? 나도 호랑이띠야” 하며 맞먹는다. 김관장이 확인해 보니 자기는 74 호랑이, 뚜힌은 86 호랑이다. 뻔뻔한 뚜힌 “그래서 뭐?” 그래서 이새끼 저새끼하는 친구가 되고 거나하게 취해 방글라데시 식당에 간다. 영화에서 좋은 일 있으면 나쁜 일 따른다고. 예전에 잡자리 라이방끼고 때린 이주민 노점상 거기서 만난 것이다. 한국체육관 김관장 또 작살난다. 
이제 로니는 때려치고 그날 그 빡빡머리 추적에 나서는 김관장. 한번 해 봤다고 탐정질 이제 도가 텄다. 빡빡머리 미행하다 노래방 들어간 김에 출입국관리소에 꼰지른다. 신고전화하는 중에 어마 자기 띠동갑 친구 뚜힌이 들어가는 것을 못 본다. 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뚜힌 2층에서 뛰어 다리 부러지고, 끝내 강제출국. 
원생 다 떨어진 한국체육관 정리한 김관장, 화사하게 하얀 남방에 청바지 입고 방글라데시 오지를 탐험하다 어느 작은 농장 허름한 건물 앞에 선다. 어두운 실내에서 문이 열리고 역광 속에서 환하게 웃는 김관장. 잘생긴 배우 유준상이 영화 내내 악전고투하며 똥씹은 표정이었는데, 이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해맑은 웃음을 보여준다. 오래오래 남는 장면이다. 그렇게 따라 웃었다.
이주민을 보는 정주민의 고까운 시선을 참 세세하게 표현한 영화다. 난 의식적으로 다른 문화에 호의의 웃음을 보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유준상의 그런 웃음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떻게 웃으면 그렇게 환해지는지 대충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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