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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종플루 문제와 용산참사 해법은 다르지 않다

결국 예상했던 대로 북한도 신종플루를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예전부터 북한에서는 의약품과 의료시설 등이 부족하고, 위생상태도 엉망이라서 수인성 전염병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신종플루가 한바탕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지난 12월 9일 북한이 신종플루 환자 발생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다. 지난 여름 이후 북한에서 신종플루가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공식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북한의 이날 신종플루 환자발생 보도는 전날인 12월 8일 이명박이 국무회의에서 북에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등 지원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소문보다 심각해 보이는 실제 상황
현재 북한의 신종플루 환자 실태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9명의 확진환자,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에서의 확진환자만 있고 사망자가 없다는 언급 등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상황이며, 반면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북한의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12월 7일 현재 신의주지역과 평안남도 평성 등에서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사망한 사람들은 발표된 숫자보다 2배 이상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신종플루로 인하여 각급학교들이 한 달 앞당겨 겨울방학에 들어간 것은 확실하다. 실제 보건성과 교육성에서는 신의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매일 독감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1호 보고에 따라, 지난 12월 4일 전국 학교에 방학령을 내린 바 있다.

용산참사는 어디에 가고 신종플루만 남았는가
문제는 북한의 병원에서는 새로운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급한 대로 중국산 레보사신이라는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약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서 너도나도 이 약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의주에서는 이미 동이 난 상태며, 빈민층에서는 당장 약이 없어 큰 야단이란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5월에 타미플루를 북한에 제공했음에도 약이 없다는 것은, 환자가 많아서 주민들에게까지는 타미플루가 전달되지 않거나 아니면 평양을 중심으로 고위급들이 독점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렇게 신종플루 발생 사실을 발 빠르게 확인한 것은 상황이 매우 다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의료 인프라가 극도로 열악한 북한으로서는 대외적 위신만 신경쓰며 방치하다가는 자칫 손쓰기 어려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위험을 자초하느니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서라도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현실적 판단을 했을 공산이 크다.

다행스럽게도 남한에서는 18일 개성에서 타미플루 등 신종플루 치료제 50만 명분을 제공할 예정이란다. 예전 같으면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최소 몇 주에서 몇 달 걸리는데, 이번에는 절차를 간소화해서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소중하게 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여주었다.
용산 참사는 벌써 1년이 다되도록 어떠한 반응과 관심이 없고 오히려 탄압으로 일관하면서, 남한 노동자 민중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으면서까지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최근에 북미관계가 탄력을 받으면서 새롭게 전개되는 동북아 정세에 소외를 당하지 않으려는 자구책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과 한미관계가 시종일관 경직성을 보이고 있으며, 일종의 알박기(?)로 인해 오히려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이 인도적인 차원의 접근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2년 동안의 반민중적·반인간적 탄압의 일관성에 비춰보면 어불성설이다. 용산참사야 말로 현 정권이 만든 신종플루의 최대 희생이다. 이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국 사회 여기저기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인간적인 타미플루를 개발해서 공급해 줘야 한다. 결국 용산참사와 북한주민의 신종플루 해법은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다.
 

배성인(한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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