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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4
    후보단일화와 추첨제, 대중에게 기회와 권력을
    PP

후보단일화와 추첨제, 대중에게 기회와 권력을

10월28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정치세력들이 분주하다. 수구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의 승리를 통해 대중적 반대에 직면한 여러 정책적 난제들을 돌파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며 보수 자유주의 야당 등은 내년 지자체선거의 승리를 위한 교두보를 만들고자 한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는 박빙지역을 중심으로 온갖 선심성 개발공약, 혹은 이번 선거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역설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적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박빙인 지역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확실한 방법은 역시 후보 단일화이다. 그런데 성사가 어렵다. 양산에서는 ‘여권분열’이 문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는 보수 자유주의정당과 ‘개혁진보정당들’이 단일화의 방법을 둘러싸고 이견만을 보일 뿐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그렇다면 수구여당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반MB, 민주주의’의 회복을 단일화의 목표로 삼고 있는 세력들조차 그것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진정 그런 목표가 절박하다면 누가 후보가 되든지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미 후보들 자체의 결격사유를 문제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런 것 아닌가. 그 능력에 있어서 차이가 나면 또 얼마나 나겠는가. 도토리들이 키 재는 것 아닌가.  
이 지점에 이르면 그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추첨을 하면 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이래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어 온 이 제도만큼 서로를 확실하게 믿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방법이 어디에 있는가. 이렇게 되면 ‘반MB, 민주회복’에 대한 확실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내년 지방자치선거에서의 후보선출 문제를 고민할 필요 또한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상대를 공격, 변명하는 ‘쪼잔한 정당들’이 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아쉽게도 이 방법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추첨제의 저 밑바닥에는 당내외의 선출직을 대중에게 개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설혹 한 번의 이벤트성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서로 믿는 동지들 사이에 왜 추점제가 불가능한가’라는 발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산과 교양’을 지닌 지도자들이 어찌 이것을 허용하겠는가. 항상 대중의 반란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추첨을 통해 ‘무지한 대중’이 후보가 되고 지도자가 되는 것을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들에게 ‘한 번 대중은 영원한 대중’이며 그리하여 그저 선거철에 표나 찍는 기계로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울 뿐이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도대체 이 추첨제를 도입할 수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이미 울산에서 쫀쫀한 짓을 한 ‘개혁진보들’과는 무언가 다른 급진좌파 아닌가. 진정 대중의 목소리 그 자체를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정치세력, 그리하여 당내외의 모든 정치활동을 대중의 통제 아래, 그로부터 야기된 모든 성과를 대중과 함께 하려는 ‘대중 속의 대중’을 자임하는 세력만이 그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 시행을 위해 세부적인 지침은 필요하겠지만, 대중이 지도자가 되고 지도자가 대중이 되는 그런 정치를 하루 빨리 보고 싶은 욕망을 갖는 것은 한갓 꿈에 불과한 것인가. 프랑스 NPA의 젊은 지도자를 부러워할 것이 아니다. 저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제도의 도입이 급진좌파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이광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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