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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5
    왜 그들은 시험을 강제로 보게 하는가
    PP

왜 그들은 시험을 강제로 보게 하는가

지하철 광고를 유심히 본적 있는가. 요즘 지하철광고에 상업광고와 정부의 캠페인성 광고가 아닌 인문계고등학교를 알리는 광고가 등장했다. 우리학교는 영어 수업을 얼마나 하고 방과후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어쩌고저쩌고~~..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 학교선택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을 그렇게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고등학교 평준화를 무력화 시키는 방법으로 2010년부터 학교를 선택해서 갈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를 서열화 시켜 경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준화된 속에서 학교를 어떻게 등수 매길 것인가를 그들은 쉽게 방법을 찾아나갔다. 그것이 바로 일제고사다. 학업성취도평가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일제고사는 초등학생을 포함한 전국의 학생들이 일제히 시험을 보며 1등부터 꼴등까지 서열을 메기기 시작했다. 이 시험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에서만 9명의 교사가 학교를 떠나야 했고, 많은 수의 교사가 징계조치 되었다. 또한 일선초등학교에선 방학이 사라지고 강제보충수업이 실시되었고 학교성적을 높이기 위해 운동부학생들에게 시험당일 출석하지 않을 것을 학교가 강제하고, 교육청에 성적을 조작하여 보고하는 사태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평가는 원래 교육에 있어서 자신의 오류를 확인하고 깨우치며 수정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이 시험으로 인해 학교현장은 엄청난 파행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0월 13일~14일 또 다시 일제고사가 전국에서 치러졌다. 일제고사가 치러지기 위한 비용이 전국적으로 117억 원이라고 한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급식지원비가 줄어드는 이 마당에 이 시험하나에 쏟아 붓는 돈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다. 내년부턴 시험 성적을 공개한다고 한다. 시교육청이 학교별로 포스터를 배포하여 일제고사 홍보로 학교를 도배시키고 있지만 이 시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또 다시 학생, 교사, 학부모는 시험보기를 거부했다. 친구를 경쟁상대로 바라볼 수밖에 없고 자신을 등수로 평가하는 현실을 당당히 거부하고 나왔지만 핸드폰에 걸려오는 담임 샘의 전화와 그렇게 거부해봤자 달라지지 않는다는 친구들의 전화에 대학로로 모인 청소년들의 얼굴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시험 감독을 거부하고 제자들과 함께 나온 교사에게선 눈앞에 선한 징계의 칼날보다 제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현실이 더 무서워 보였다.
시험하나 거부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냐고, 엄청난 희생을 각오하면서 거부할 필요가 있느냐고 사람들은 말한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것은 경쟁교육과 차별교육을 거부하겠다는 교육주체들의 직접적인 행동인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등수로 낙인찍혀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는 선생님과 학부모, 그리고 1등을 제외한 모두를 낙오자로 만드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투쟁인 것이다. 이 날 하루 만이라도 청소년들은 공부하는 기계만을 찍어내는 낡은 교육에서 벗어나 숨을 쉬고, 학부모는 허리 휘는 사교육비의 고통에서 벗어나 숨을 쉬고, 교사는 자신을 차별과 경쟁교육의 도구로 만드는 억압적 학교에서 벗어나 숨을 쉴 수 있도록 이 투쟁을 지속 시켜야 한다. 10월 13일 일제고사·MB경쟁교육반대! 서울시민 한마당 ‘숨 쉬고싶다‘가 대학로 체험학습에 이어 낙산공원에서 진행되었다. 약하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있던 우리를 보기 좋게 비웃으며 문화제 시작과 동시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그 빗속에서도 3시간 가까이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시험을 거부하고 오전부터 진행된 체험학습 프로그램과 선전전에 힘들었을 청소년들이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빗속에서 신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교육당국의 탄압 속에서도 시험거부 투쟁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그 이유를 말이다.
 

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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