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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는 범죄가 아니다

권리를 넘어 여성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구조와 조건을 만들자

 

2009년 10월 의사들이 불법 낙태 근절을 선언했다. 그러더니 2010년 2월 낙태시술을 하는 동료의사들을 고발하면서 ‘낙태논 쟁’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이명박 정권이 저출산 고령화대책의 일환으로 낙태 문제 해결을 표명하고, 낙태 단속 입장을 발표하면서 낙태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낙태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정부가 낙태를 사실상 용인하다가 최근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60년대부터 시작된 인구조절정책을 출산억제에서 출산장려로 기조전환한 것과 연관된다. 여성의 재생산을 인구조절 정책 대상이자 도구로 보는 시각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권을 국가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국가정책 속에 배치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낙태 문제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중 하나는 여성의 몸과 성을 재생산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여남의 몸은 성별로 다른 정체 성을 부여받고 성역할 분리 고착화로 이어졌다. 남성의 몸은 생산적 노동과 성적 욕망의 주체로, 여성의 몸은 임신, 출산, 육아, 양육,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여성의 가장 큰 임무는 출산이며, 성적 권리 없이 가족 내에서 육아 와 양육은 여성의 몫으로 전가되었다.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낙태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폭행과 원치 않는 임신, 비혼모·부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 어려움, 성적 권리보다는 윤리교육에 그치는 성교육, 여성 비정규직의 확산과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사교육비의 증가 등. 이 모든 것이 낙태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의 성적 권리와 여성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성역할 분담이 고착화된 사회가 바로 낙태 만연의 핵심적 근원이다.

낙태권을 넘어 재생산 정의(Justice) 운동으로 나아 가야 한다
불법 낙태를 범죄로 몰고 가는 주장은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권리를 국가가 빼앗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할 수 있는 접근권이다. 그러나 협소하게 법적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여성의 권리는 안전한 낙태를 선택할 권리이자 하지 않을 권리 모두를 포괄한다. 또한 낙태 문제가 다른 사회적 문제를 배제한 상태에서 논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다른 사회문제로부터 분리되어 낙태권만을 별도로 보면 이주민, 장애인, 성정체성 문제 등을 배제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긴다. 따라서 낙태권에서 나아가 재생산 억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여성들의 재생산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을 고려해야한다.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여성의 삶은 몸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 없이 여성은 스스로의 삶에 대해 결정할 수 없다. 여기서 여성의 실질적인 선택권은 출산을 하지 않을 권리이자 출산을 할 권리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 과정에서 여성이 선택권을 행사하기 위한 필요와 사회경제문화적 조건들을 갖추기 위한 재생산의 정의(Justice)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운동은 여성의 재생산 억압을 발생시키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의 결합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에 사회주의자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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