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디카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9/29
    환상을 찍어보세요
    PP

환상을 찍어보세요

디카 300만 시대
디카 300만 시대라 부를 만큼 사진이 완전히 대중화된 시대에 살며 어느날 갑자기 재미있는 광고를 하나 발견했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사진가 등용 프로젝트! 1기 뉴칼레도니아 포토워크숍’이란 것인데, ‘포토저널리즘의 신화 로버트카파, 찰나의 거장 브레송. 거장의 대열에 성큼 다가서는 사진가 등용 워크숍’이란 카피가 붙었다. 거장의 이름과 매우 화려한 수사들을 나열하며 마지막 글자를 ‘샵’이 아니라 ‘숍’으로 표기해 고전적 품위를 폭발시킨 강렬한 카피다. 모름지기 품위란 건 폭발되는 게 아니라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다. 디카 대중화 시대에 맞지 않는 귀족적인 카피에 주눅이 팍 들다가 그 정점 ‘숍’ 때문에 그나마 폭소를 터뜨리며 정신을 차렸다. 그럼에도 여기엔 그저 웃어넘기지 못할 강렬한 환상이 있다.

뉴칼레도니아 판타지
사진이 처음 발명되어 대중화된 장르는 초상사진이었다. 신흥 부르주아들의 귀족에 대한 환상 중에 하나가 초상화였고, 그것을 초상화가를 고용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감당할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초상사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노동자계급에게는 초상사진 조차 환상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욕망과 환상은 그렇게 사진을 기록했다. 그래서 사진은 보이지 않는 그것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이 사진의 매력이다.
150여년 시간이 흘러, 사진은 경제적 조건이나 계급적 욕망 같은 것들에 구애받지 않게 됐다. 찍고 싶은 사람이 찍히고 싶은 사람을 찍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요즘은 아무나 예술사진(?)을 찍는 시대다. 이건 너무 멋진 현상이다. 발터 벤야민의 말대로 예술의 대중화고, 사회주의적인 문화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사진가들은 이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
‘사진가’가 특별한 인재로서 ‘등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초기에 전통적 예술이 사진을 예술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발악했던 것처럼, 아마추어 사진가를 사진가로 인정할 수 없는 찌질한 프로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현대적 조건은 예술적 재능이 아니라 치사하게도 뉴칼레도니아라는 섬에서 워크숍을 하는 것이고 고액의 수강료다. 얼마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판타지 중 하나가 뉴칼레도니아다. 295만원으로 경험하는 환상이 ‘꽃보다 남자’의 그것인지, 거장의 대열에 성큼 다가서는 것인지 애매하게 만든 것도 이 환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라 하겠다.

김치와 치즈
김치와 치즈는 계급을 초월한 흔하고 맛난 음식이다.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하는 힘이 있다. 김치와 치즈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그걸 발음하며 사진기를 볼 때는 최소한 억지 미소라도 짓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이왕이면 보기 좋은 사진을 바라는 마음이 김치와 치즈를 외치게 만든다. 다른 예로, 이 신문에 실리는 집회 사진들에는 팔뚝질하는 장면이 많다.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의지를 좀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사진 속에는 시대에 따라 욕망과 환상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뉴칼레도니아의 환상도 있고, 김치와 치즈로 표현되는 환상도 동시에 존재한다. 어떤 환상을 찍을 것인지 선택하는 건 아주 간단하다.

 
찾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