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동자들이 투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시절이 있었던가요?

[노동운동 혁신하자!]

노동운동을 십 수 년 한 노동자들이면 요즘처럼 답답한 상황을 보면 96-97총파업을 한 번 쯤 떠올리곤 할 것이다. 당시 노동자총파업은 노동법을 개악하려는 자본세력의 야욕을 거꾸러트렸다. 물론 더 잘 투쟁했으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복수노조, 전임자임금 문제도 해결했을 뿐 아니라 노동운동도 좀 더 높은 위상을 가지고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제법 훌륭한 투쟁으로 기억된다.

그 투쟁 이후 10년하고도 두해를 더 보내고 있는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총파업을 조직해보지 못했다. 조합원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자본에 효과적으로 대응 하기위해 산별로의 조직전환도 거의 완료했는데 말이다. 오래된 기억도 아니건만 이번에도 민주노총은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에서 과거의 실패한 방식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다.
사실 노동운동이 소홀히 했던 촛불투쟁이나 용산투쟁이 사실은 이명박 정권의 노동운동에 대한 공세를 지체시키는 방파제였다. 하지만 그 방파제 역시 전체노동자민중 운동의 힘이 결집되지 못함으로 조금씩 무너지고 있고 특히 노동운동에 대한 이명박정권의 태도는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지금 투쟁을 이어나가는 것으로는 막아내기 어렵다. 그런데 그 둑이 무너지고 알몸으로 저들과 마주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대응은 정세에 비해 긴장감이 작아 보인다.
총파업을 준비하는데 총연맹의 의지와 결의를 각 산별조직이 적당히 잘라 먹고 또 아래로 내려가며 조직 상태나 집행부의 의지에 맡겨 둠으로써 총파업을 선언하고도 대공장 몇 개가 파업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로 성패를 가름하는 것이 지금까지 총파업이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 한 민주노총 총파업 선언은 정권과 자본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되고 한국노총이 굴복하자 한국노총 홈페이지는 분노한 조합원들의 글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민주노총을 믿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국노총 뒤에 숨어 있다가 뒷북만 친다는 냉정한 평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할 뿐이다.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투쟁전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산업별로 흩어져있는 전선을 단일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의 문제들을 각 조직의 수준에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정권과 자본에 맞선 총노동의 투쟁으로 전국적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번 투쟁에서는 조직의 상태를 핑계로 투쟁에 나서지 않으려는 연맹지도부와 일신의 안위나 챙기고 있는 상층관료들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해서 물러나게 해보자. 또한 조합원들의 개인주의화 보수화를 탓할 것이 아니라 간부부터 앞장 서 의지를 모아나간다면, 전국 곳곳에서 이명박정권의 ‘노조 없애기’에 맞선 노동자투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만들어나간다면 명실상부한 총파업은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번 투쟁을 통해서 그동안 저들에게 빼앗겼던 노동자 권리를 찾아오고, 더 이상 노동자를 배신하는 권력이 발붙일 수 없도록 노동정치를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이경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