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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3
    [김영수의 세상뒤집기]과반수 의사결정, ‘줄을 서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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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세상뒤집기]과반수 의사결정, ‘줄을 서시요!’

과반수 출석이냐, 과반수 찬성이냐. 과반수 출석이 아니라서 불법이다, 아니다. 투표를 잠시 중단하고 다시 과반수 이상을 확인하여 재개한 투표이니 합법이다. 대리투표의 의혹이 있으니 불법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논란이다. 지난 7월에 있었던 방송 및 미디어법의 개정을 놓고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싸움이다. 자유당이 1954년 11월에 저질렀던 4사5입 개헌사건과 거의 유사한 스캔들이다. 주역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다.

 

두 정당은 이 싸움에서 과반수 이상을 절대선으로 간주한다. 수평저울에서 조금이라도 내려가는 쪽이 선이고 정의라고 떠든다. 그들은 불량품인 수평저울을 문제 삼지 않는다. 국민의 권리가 과반수 방식으로 왜곡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누구든지 다수를 결정하는 데 보편적이면서도 손쉬운 과반수 방식을 선호한다. 정말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사람이라도 많은 다수가 결정하면 곧 선이고 소수는 악이자 오류인 것으로 간주한다. 뭔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분법적인 선과 악의 방식이다. 악의 구렁텅이에서도 과반수를 넘기면 그 결정은 힘으로 작용한다. 101명 가운데 의견의 분포가 1:50:50일 경우, 한 사람은 100명을 이길 수 있다. 의사결정과정에서는 이처럼 기적과도 같은 승부가 자주 일어난다. 과반수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숫자놀음의 늪이다.

 

과반수 의사결정과 단순다수대표제도는 기존 지배질서를 유지하는데 매우 유리한 의사결정방식이다. 기득권 지배세력이 양당제도를 고착화하고 국민을 그 제도 앞으로 줄서게 한다. ‘줄을 서시요!’ 이 제도는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둘 가운데 하나로 단순화하고, 선과 악이라는 단순게임에 국민을 동원한다. 국민의 의사와 권리를 왜곡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선거게임에선 50% 이상을 획득할 필요도 없다. 이명박 후보는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총유권자 가운데 약 30.8%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반대하거나 기권한 약 70%는 그저 악의 축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의사결정의 대표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혁명적 방식이 있다. 대표자의 대표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모든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2분의 1 혹은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했을 경우에만 당선시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의 선거에서 여러 번 투표해서 결정해야만 할 것이고 투표도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며칠 동안 투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특별결의 방식(총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으로 선출하도록 하면 어떨까? 또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탄핵소추 및 제명을 국회재적의원 10명의 발의에 5분의 1 이상의 결의로 하면 어떨까! 대통령 탄핵소추 및 국회의원 제명권한도 국회의원에게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도 부여할 수 있다. 전체 유권자의 5분의 1 이상이 탄핵소추 및 제명에 서명하거나 동의하면 직무를 정지시키고 국민이 직접선거로 결정하는 것이다. 탄핵이나 제명의 권한을 국민이 가지고 있는 이상, 한 번 선출되었다고 거드름 피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없어질 것이다. 물론 국가권력의 성격이 바뀌지 않는 한 한계는 분명할 거다. 즐거운 상상한번 해봤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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