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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독일판결보다 퇴행한 헌재

진보당에 대한 강제해산 결정은 1950년대 독일공산당해산판결과 자주 비교된다. 해산을 청구한 정부는 독일을 예로 들어 '민주주의의 적에게는 관용이 없다'는 방어민주주의의 논리를 내세운다. 수단의 폭력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목적만으로 정당을 해산할 수 있는 사례로도 적극 활용했다. 의원직을 상실시키고 대체조직 금지 명분으로 200여개의 단체 해체를 강행한 것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진보당은 1950년대 독일 사정과 21세기의 한국은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60년전 반공을 앞세운 냉전질서하에서 벌어진, 그리고 독일에서조차 민주주의의 상처로 기억되는 사례를 드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반세기가 넘게 차이가 나고, 나치즘이라는 역사적 배경도 크게 다르지만 유사한 점도 있다. 1950년대 독일과 우리는 모두 분단국가다.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군사기지로 활용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독일공산당 해산의 진정한 목적은 민주주의의 옹호보다는 나토 창설을 반대하고 미국 영향력 하의 재무장을 반대한 정치세력의 제거였다. 우리나라에서 진보당의 해산 또한 오마바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나 일본의 재무장화에서 걸림돌이 제거된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처럼 거시적으로 볼 때 두 사건은 일정한 공통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는 시간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독일의 경험이 반면 교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전범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헌재의 진보당 해산판결은 독일공산당해산판결보다 더 퇴행했다. 독일공산당은 공산 정권인 동독과 직접적 연계가 있었다. 또 당의 강령에 맑스레닌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명시했다. 반면 진보당은 북한과 연계된 증거도 없고 강령에서는 상해임시정부의 기본노선인 진보적민주주의를 채택했다. 헌재가 '숨은 목적’, ‘진정한 목적’을 내세운 것은 역설적으로 당의 목적이나 실제활동에서 독일과 같은 수준의 증거를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재정권 시절 ‘좌경분자’의 색출과정에서 보안경찰들은 '내심의 목적'을 찾아내기 위해 고문을 동원했고 허위자백을 받아내 증거로 삼았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는 오직 ‘심증'만으로도 진보당을 해산했다. 좋지 않은 선례보다도 퇴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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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갈등, 파괴의 시대

『박근혜정부 2년은 야만과 갈등, 파괴의 시대였다​』

박근혜 당선 2년을 맞아 경남지역 야당, 시민사회단체들은『박근혜정부 2년은 야만과 갈등, 파괴의 시대였다』며『박근혜정부는 시대의 역행을 멈춰라』고 촉구했다.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공동대표와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고문,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 여영국 경남도 의원, 한은정 창원시 의원 등 인사들은 19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박근혜정부가 낸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했다. 지역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은 앞으로 연석회의, 토론회 등을 통해 박근혜정부를 규탄하는 활동을 계속 벌여나가기로 했다.

김영만 대표는『매우 충격적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사건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판결 내용을 보니 상상을 뛰어넘는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 중에 최악』이라며『지난 2년간 집회 등이 있었지만 국정난맥상에 대해 그래도 말을 삼갔다. 그런데 이제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박근혜 취임 뒤 국정을 보면 우려했던 것들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며『청와대 비선실세들이 국정을 뒤흔든 엄청난 사건을 뒤엎기 위해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정당해산을, 그것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할 수 있느냐, 지난 대선은 국정원댓글 등 3.15부정선거 이상의 부정선거였다.그럼에도 지난 2년 동안 해온 것이 기적』이라고 덧붙였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은『많은 국민들이 대결, 갈등보다 화해협력을, 천민자본보다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 가치를 가진 정당을 해산시켰다. 이것은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가치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활동을 가로 막겠다는 것』이라며『통합진보당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진보정당 건설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현 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청와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덮기 위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했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망 선고다』며『이것은 시작일 수 있다. 앞으로 모든 진보진영에 탄압이 올 수 있다. 통합진보당은 한때 같은 식구였다. 당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희 고문은『오늘은 민주주의 숨통을 완전히 끊은 날이다. 선거부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학살했고, 헌법재판소는 그것의 도구와 손발이 되었다』며『그래도 국민의 희망은 살아 있다. 희망의 씨앗을 품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박근혜정부 출범 때 외쳤던 장밋빛 구호는 2년도 안돼 시궁창에 처박혀버렸다. 박근혜의 창조경제는 경제위기와 장기불황으로, 국민행복시대는 민생파탄과 복지파괴로, 통일대박은 남북관계 단절과 대결심화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박근혜정부 2년은 야만과 갈등의 시대였다. 국가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하고 비선의 국정농단이 사회적 쟁점이 되고 SNS마저 감시하고 통제하는 야만의 시대』라며『가난한 이들이 빚에 쪼들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가진 자들의 갑질이 힘없는 이의 분신으로 이어지는 야만의 시대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없는 야만의 시대』라며『시대착오적인 종북마녀 사냥이 백색테러로 이어지고 오히려 그것을 조장하는 야만의 시대』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에서 희망을 볼 수 없다』고 한 이들은『희망은 국민에게 있다. 암울한 시대를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만들어 온 것은 늘 국민이었다. 독재를 걷어내고 민주를 연 것도, 가난을 걷어내고 발전을 이루어낸 것도, 대결의 위기를 걷어내고 평화와 통일을 여는 것도 국민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박근혜정부의 3년은 저항의 해이고 변화의 해가 될 것』이라며『박근혜가 몰고 가는 거꾸로 달리는 기관차를 국민의 힘으로 멈추게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국민과 늘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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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한국에서 이럴 줄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결정에 대해 주요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소식을 전하며『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를 포함해 독재자들은 의회와 정치단체를 해산하고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정당의 활동을 금지해왔다』면서『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경쟁자들은 그의 통치 방식이 아버지인 박정희와 유사하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영방송BBC는 로젠 라이프 국제엠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의 말을 인용해『한국 정부가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면서『다른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이들의 권리를 부인하기 위한 핑계로 안보 우려를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를 인용해 헌재의 이날 결정이 가혹한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위 단체에서『한국 정부는 기본적인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축소하고 다른 정치적 견해를 탄압하기 위해 지나치게 모호한 국가보안법을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필 로버슨HRW아시아지부 부국장은 통신에『이러한 정치 전략이 21세기 한국으로부터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통합진보당 해산이 현대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미국 <AP>통신은 헌법재판소가 정당 해산 결정을 한 것은 1988년 출범 이후 처음이라면서『한때 군부 독재를 겪은 한국에서 또다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온다는 비판과 함께 좌우 진영 간 정치적 대립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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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성역?

헌재는 성역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선고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큰 파장으로 일어나고 있다. 헌재가 진보당의 ‘숨은 목적’이며, ‘주도세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동원해 ‘관심법’ 수준의 논리를 전개한 것과,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없는 국회의원직 박탈을 월권으로 결정한 것이 이유다. 통치자들이 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헌재가 스스로 어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신 헌재가 내세운 것은 ‘종북’의 논리였다. 북한과 연계되지 않았어도 북한과 유사한 주장을 하거나 한 때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된 경력이 있다면 ‘종북’으로 판정하기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 대신 북한이 기준이되고, 민주공화국의 원리 대신 유신 독재가 내세운 ‘한국적 민주주의’가 대원칙으로 자리잡은 양상이다.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새누리당은 이를 ‘헌법 불복’이라며 윽박지르고 나왔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시민사회의 규탄 집회에 대해서도 “강력한 공권력으로 막아주길 촉구”하기도 했다. 헌재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을 ‘성역’으로 보는 이런 시각이야말로 전형적인 독재의 논리다. 유신 체제에서는 유신 헌법을 반대하는 행위,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긴급조치’가 있었다. 지금 새누리당의 주장은 유신 체제의 긴급조치나 다를 바가 없다.

외려 지금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된 것은 박근혜 정부 2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 역량이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 평가할만 하다.

헌재는 1987년 헌법에 의해 창설되었다는 이유로 6월 민주항쟁의 소산이라고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것처럼 헌재는 자신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허물었다. 이는 헌법재판이라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왜곡되고 편향적인 헌재 구성의 문제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 중 세 사람을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로, 또 세 사람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로 임명한다. 대법원장 역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권세력은 최소한 7명에서 최대 8명까지의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지금의 헌재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 일색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는 이번 정당해산 심판이 법 대신 정치적 주의에 따라 매듭지어진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이제 헌재 자체를 수술대에 올리는 논의도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현 정권과 새누리당은 독일 헌재의 냉전시기 판례를 입에 달고다니는데, 그렇다면 헌재의 구성 역시 독일처럼 의회내에 재판관 선출위원회를 두고 2/3의 찬성으로 선출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법관이나 검사로서 출세한 사람들로만 구성되는 관행도 벗어나야 한다. 그 출발은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다. 민주공화국은 시민의 힘으로만 지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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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안정국으로 정권 위기 덮을 수 있을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대규모 공안정국의 조짐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

19일의 헌법재판소의 충격적인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가 내려진 직후 김진태 검찰총장은 긴급 공안대책협의회를 개최해 헌재 결정에 불복하거나 집회·시위 등 집단행동이 발생할 경우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통합진보당 해산 국민운동본부'와 ‘활빈당’이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10만 당원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바로 다음 날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발을 주도한 '통합진보당 해산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의 대표는 부산지역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고영주 변호사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부림사건'은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도 없이 불법 체포,감금, 고문한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이다. 이 시기는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집권 초기에 통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던 때였다. 35년이 지나 다시금 ‘부림사건’의 망령이 되살아난 셈이다.

앞으로 진보당 당원 10만 여 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경우 국가보안법 수사의 특성상 먼지털이식 사상·행적에 대한 검증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적을 가졌던 이들은 물론 피소된 당원들의 친인척, 지인 등에 대한 마녀사냥이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 결정이 이루어진 후 12만5천여 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 중 6~7천 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며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한 말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로의 회귀는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이 내놓은 보충의견에서 이미 징후를 보여줬다. 재판관 의견 8:1로 ‘압승’을 한 상황에서 보충의견을 굳이 낸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내용의 선정성과 오만함이 놀랍다. 두 재판관은 “어리석은 대중, 기회주의 지식인·언론인,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영합 정치인”이라는 선정적인 표현과 함께 “쓸모 있는 바보들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국민들과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싸잡아 훈계하는 오만을 보였다. 진보당에 대해서는 ‘대역행위’, ‘불사(절대 용서할 수 없다)’라는 적대적인 단어까지 사용했다. 87년 민주화투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헌법재판소에서 조선왕조시대에나 쓰이던 봉건적인 단어들이 난무하니 읽고도 믿기가 어렵다. 여기에 법무부장관은 “헌법의 적”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고, 대통령은 “역사적 결단” 운운하며 뒷배를 잡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정권이 총체적으로 나선다면 관속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던 연좌제나 계엄까지 되살아날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리 성급하고 거칠며 적대적인가? 그 이면에는 정권의 초조함이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40%선이 무너졌다. 이는 취임 초기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사건이 벌어졌을 때보다 더 낮은 수치다. 박 정권이 정권의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이고 광범위한 '종북몰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거짓은 진실을 가리지 못하며 탄압이 있는 곳에는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진보당 해산을 계기로 한 공안정국 조성은 결국 정권의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교수신문에서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들었다. 권력의 힘으로 사슴을 두고 말이라고 부르도록 겁박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겁을 주어 사람들의 입을 잠시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정의롭지 못한 정권은 결국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불행한 종말을 맞는다. 이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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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진보 정당의 한축을 담당하는 정의당은 성명서를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관련『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다음은 정의당의 성명서 전문이다.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판결 관련 정의당 특별 성명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

  정당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로 매우 개탄스럽다.

  헌재의 존재 이유인 헌법을 스스로가 무시하고 소수정당을 보호하고자 제정된 정당해산심판제도가 소수정당을 해산해 버린 자기부정 판결이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판결로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탄생한 헌재의 역사 중 가장 치욕적인 역사로 기록이 될 것이다.

  정의당은 정당의 존립여부는 오직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가능한 것이라고 재차 삼차 주장해 왔다.

  권위주의 독재 시절과는 달리 민주주의 시대에 정당에 대한 심판은 정부의 판단이나 사법적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다. 이것이 헌법 정신이고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이다.

  정당은 말 그대로 자율적인 정치적 결사체로 오직 주권자인 국민이 심판해야 하는바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국민의 기본 권리를 박탈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하기에 베니스위원회는 정당해산제도는 활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라도 그 범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정의당은 정부가 제시한 정당해산 심판의 이유와 증거에 대해 납득되는 것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정부의 논리는 민주화운동을 색깔론과 반국가활동으로 몰아 탄압했던 독재정부 시절 억지주장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헌재의 다수의견은 정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강령과 당 활동전반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부세력의 행위를 그 해산의 정당성의 근거로 내세웠다.

 당의 강령 자체와 당 전체의 정치활동이 헌정질서를 명백하게 위협했다는 실체적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한 사법기관이 정당을 해산해서는 안된다.

  일부 주도세력에 의해 주도된 정치행위를 정당 전체가 한 것으로 여긴다면 한국사회 어떤 정당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정의당은 이번 판결이 대한민국 사회에 던져줄 위험요소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의 노선과 활동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해산의 법리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명백한 실체적 위협이 없어도 정치적 찬반에 따라 정당을 해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정부와 사법부에 정치적 잣대로 정당결성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한 것이다. 적대와 증오의 정치,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정치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2014년 12월 19일 오늘 정의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에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정의당은 오늘을 박근혜 당선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진 날로 기억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대선개입 사건이 불거졌을 때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듯 비선권력 국정농단 등 헌정질서를 혼란케 한 청와대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오산임을 강력히 경고해 둔다. 대통령이 나서서 혼란을 부추기는 최악의 통치는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의당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확대되고 정치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한국사회를 위해 싸워왔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다시 국민들과 함께 흔들림없이 싸워 나갈 것임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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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열망은 해산되지 않는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을 근대 문명국가 명단에서 삭제시켰다.

우리나라도 가입해있는 베니스위원회(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는 정당해산이 극도로 자제되어야 하며, 오직 민주적 헌법질서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 폭력의 사용 또는 사용의 주장, 그를 통한 기본적 인권의 손상이 있는 경우에만 정당화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작년 11월 정당해산심판청구 이후 18차례의 헌법재판소 변론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폭력적 사회변혁을 추구했다는 근거가 밝혀진 바 없다. 특히 정당해산 청구의 근거가 된 내란음모 사건은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했고, 내란 시행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알오(RO)도 인정하지 않았다. 내란음모 사건 관련자들의 집에서 총 한 자루, 죽창 하나 나온 바 없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은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를 헌법재판관들만 알 수 있는 특유의 ‘관심법’으로 ‘숨은 목적’을 알아내서 해산시켰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사회주의적 이상과 가치’를 강령에 포함시키고 있었으나 아무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이 ‘사회주의적 이상과 가치’를 강령에서 삭제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강령으로 삼은 것은 70년 전 김일성이 사용한 표현이기 때문에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세력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민주화운동을 북한과 연계된 사회주의 폭력혁명 세력으로 몰아 처단하던 군부독재 시절 판결문의 복사판이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부정했다.

안창호·조용호 재판관 의견으로 작성된 보충 의견에는 “피청구인(통합진보당) 주도세력과 북한의 각종 전술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 없이 그들의 글을 읽고 주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통합진보당을 뻐꾸기로, 국민들을 뱁새로, 한국 사회를 뱁새 둥지로 비유하며 뻐꾸기가 뱁새를 집어삼킬 것이기 때문에 우매한 국민들을 위해 자신들이 판단을 대신한다고 했다.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재판관들이다.

2004년 총선에서 13%의 정당지지 득표율로 원내에 진출한 이래 2012년 총선 10.3%, 가장 최근 실시된 6.4.지방선거에서도 4.3%의 국민이 지지해준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을 한낱 무지몽매한 대중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규정했다. 더구나 헌법 그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국회의원 자격 상실까지 선고했다. 이는 서울 관악구, 성남 중원구, 광주 서구 주민들의 뜻은 물론 220만 정당투표자들의 주권을 부정한 것이다.

2014년 12월 19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헌법재판소는 존립 필요성을 상실했다.

현재의 헌법재판소는 87년 반독재민주화투쟁의 성과로 탄생했다.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결정권을 준 것은 초헌법적 권력을 부여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1958년 이승만 정권은 진보당의 정강정책이 북한노동당과 유사하다며 직권으로 강제 해산하고 당수 조봉암을 사형시켰다. 1961년 5. 16. 쿠데타 직후 모든 정당이 해산되었고, 1972년 유신헌법 선포 직후 국회가 해산되면서 정당 활동이 금지되었다. 전두환도 12. 12. 쿠데타 직후 모든 정당을 해산시켰다. 민주주의가 짓밟힐 때마다 감행되어온 정당해산의 비극적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정당해산권한을 정부가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갖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2014년의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중립성을 벗어던지고 법무부가 제공한 논리를 그대로 옮겨 읊는 시녀가 되었다.

2004년 ‘관습법’에 기초한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 2009년 날치기 통과 미디어법 적법 판결, 2012년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사후매수죄 합헌 판결로 신뢰를 잃어온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을 끝으로 존립 이유를 완전히 상실했다.

2014년 12월 19일, 대한민국 시계는 87년 6월 항쟁 이전으로 돌아갔다. 비록 소수정당이지만 총선에서 220만 국민이 표를 준 원내 제3당이 해산되는 나라는 획일적 전체주의 국가이다. 국제 엠네스티가 “한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가장해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비롯하여, 뉴욕타임스, BBC, 로이터 통신 등 세계 유수한 언론사들이 한국에서 집회·표현·결사의 자유가 퇴행했다고 보도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국제 사회의 눈이다.

종북몰이 성격의 민주주의 파괴는 곧바로 시작되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헌법재판소 선고 직후 긴급 공안대책협의회 개최를 지시했고, '통진당 해산 국민운동본부'와 ‘활빈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10만 당원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보수단체의 고발을 근거로 정적과 진보세력을 탄압해온 정권의 행태 상 향후 통합진보당 관련자, 통합진보당과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들에 대한 대대적 탄압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대선 부정 규탄 국면을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터뜨려 넘어갔던 박근혜 정권이 정윤회 국정 농단 사건으로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진 상황에서 종북 공안몰이에 집중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9명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 결정이 이루어진 후 12만 5천여 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 중 6~7천 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며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한 것은 기우가 아니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렸지만 우리 국민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당분간 거센 공안통치가 기승을 부리겠지만 우리 국민은 유신과 긴급조치, 광주학살 이후 군부독재를 이겨낸 위대한 국민이다. 헌법재판소가 87년 6월 항쟁의 성과를 무위로 돌렸다고 우리 국민이 87년 이전 체제를 용인하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보정당 15년 발자취가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사라질 리 만무하다. 통합진보당이 중앙선관위원회 목록에서 사라진다 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진보정치에 대한 열망이 사라질 수 없다. 1979년 김영삼 총재 제명이 부마항쟁으로, 부마항쟁이 유신체제 종식으로 이어졌듯이 오늘 통합진보당 해산은 더 큰 저항을 불러올 것이며, 역사는 언제나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정방향으로 발전한다. 이것은 박근혜 정권도, 헌법재판소도 막을 수 없는 역사의 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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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대학총장도...

교육부는 지난 16일 대구의 경북대에 '총장 임명후보자 재추천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려 보내면서 1순위 후보자의 임명 요청을 거부했다. 여기에 인용된 교육공무원법 제24조 6항은 교육부장관이 임용 제청을 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결국은 자문의 결과가 '부적격'으로 나왔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유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이 없다.

 

경북대는 간선제로 치른 총장후보 선출과정에서 행정 실수로 두 번이나 선거를 치렀고, 두 번 모두 김사열 교수가 1위에 올라 임명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교육부의 '총장 아님' 결정은 선거를 치르느라 지난 4개월 동안 어수선해진 학사운영을 정상화하려던 이 대학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민주적 절차를 거쳤고 내부 검증에서도 하자가 없었던 1위 후보를 일언반구 없이 그저 안 된다고 통보한 교육부의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짚이는 게 있다면 김 교수의 이력이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지역의장 출신에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활동을 하고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 서명까지 한 소신을 문제 삼은 게 아니냐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경북대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아무런 이유 설명 없이 국공립대의 총장 임명을 거부한 사례가 4군데나 된다. 경북대를 포함해 공주대와 한국체육대, 방송통신대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방송통신대 총장 후보자였던 류수노 교수는 청와대 직원이 시국선언 참여 여부를 전화로 물어왔다고 밝혔으며, 공주대 김현규 교수도 인사검증을 한다는 청와대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을 선임하지 않는 이유로 청와대가 결정하지 않아서라고 답변한 사실도 있다.

결국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적 총의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은 이 정부의 사상검증인 셈이다. 다시 말해 절차적 정당성과 자치에 대한 존중은 아랑곳없이 코드나 잘 맞추라는 무언의 압력이 횡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학의 주요 인사까지 관리하려 드는 일은 대학자율을 무너뜨리는 폭거와도 같다. 이 정부 들어 아무리 민주주의가 땅에 떨어졌어도 대학 총장마저 정부의 사상검증에 통과해야 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대학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정부 예산 지원을 미끼로 둔 대학평가지표에 따라 많은 대학이 총장을 뽑는 데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갈아탔다. 그러나 최고의 수장을 민주적으로 정해 놓고도 윗선의 간택에 따라 간단히 무시되는 일을 두고만 보고 있을 텐가. 정의와 민주의 최후 보루였던 대학마저 본연의 길을 잃고 권력의 위세에 휘둘린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왕이면 이번에 문제가 터진 경북대부터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대학 총장마저 점지하겠다는 이 정부의 독재적 교육행정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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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과 독단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은 세간의 우려대로 ‘문서 파동’으로 마무리되는 형국이다. ‘십상시’도, ‘7인회’도 없었으니 ‘비선’은 존재하지 않으며 남은 것은 박관천 경정과 한 모 경위, 숨진 최 모 경위의 일탈행위 뿐이란 얘기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의혹,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밝힌 인사 개입 논란 등의 의혹이 남아 있지만, 수사가 제대로 되리라 보기 힘들다. 정치적 의혹이 있는 사건 수사를 검찰이 공정하게 하리란 기대는 이미 여러 차례 깨졌지만, 이번 사건 수사는 해도 너무 했다. 고작 문서 유출 사건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는 얘기인가. ‘태산명동서일필’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검찰 수사의 한계가 확인된 수사였지만, 역설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몸통’이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 많은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출범하자마자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를 비롯한 인사파동은 ‘수첩 인사’ 논란을 낳았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나타난 만기친람식 행보는 ‘깨알 리더십’이란 비판을 받았다. 국민 여론은 고사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장관조차도 대통령에게 개별적 보고를 거의 못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로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찍어내기’나 양건 감사원장 사퇴 외압 논란에서 보듯, 마음에 들지 않은 인사는 가차 없이 권력에서 밀어내는 양상을 보였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적임자가 없다며 다수의 공공기관장을 장기간 공석으로 두기도 했다.

국정운영 행태 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심각한 난맥상을 보였다. 정부 출범 초기에 기초연금에 대한 대선공약을 번복했고, 주무 장관인 복지부장관이 이에 반발해 사퇴하기도 했다. 대통령 자신이 재가한 조세정책마저 나흘 만에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고, 사달이 날 때마다 ‘불통 정치’, ‘1인 통치’, ‘측근 정치’란 비판을 받았다.

꼬일 대로 꼬여가는 국정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왜 이럴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적 바람은 물론 상식과도 동떨어진 박 대통령의 언행을 보며 국민들이 모르는 ‘비선’이 있지 않고서야 도저히 그럴 리 없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이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세력도 마찬가지였다.

비선 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이를 명백히 밝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십상시’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채 ‘문서 보안 사고’로 마무리하고 있다. 국정 운영 실패 원인으로 지목됐던 ‘비선’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사실이 그렇다면 ‘국정 농단’의 주체는 결국 박 대통령 밖에는 없다는 결론 또한 도출된다. 따지고 보면, ‘비선 그룹의 농단’ 때문에 국정 혼란이 가중됐다는 인식도, 대통령이 당연히 떠안아야 할 책임을 분산시키는 착시 효과였을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부실한 수사로 많은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난 진실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우려했던 국정 난맥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 1인의 무능과 독단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검찰 수사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이제부터는 정치의 역할이고, 국민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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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리 조급한가

헌법재판소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를 법무부와 진보당에 통보했다고 17일 밝혔다. 불과 이틀을 남겨 놓고 선고기일을 통지한 것이다. 지난 11월 25일 변론이 종결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상초유의 정당해산심판 선고가 이뤄진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석연치도 않다.

정부는 작년 11월 5일 불과 6일의 일정으로 대통령이 해외방문 중에 있을 때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상정하여 의결하고 해외에 있는 대통령의 전자결재를 얻어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하여 빈축을 산 일이 있다. 이번에는 그 날림의 전통을 헌재가 이어 받을 모양이다.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사건이 해산으로 종결된다면 진보당 정당해산청구의 시작과 끝 모두 날림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헌재의 이번 선고가 이른바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지도 않은 시점에 이뤄지는 점에 주목한다.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의 최대 쟁점은 진보당을 장악한 지하혁명조직 ‘RO’가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투는 형사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변론 기일에서 ‘RO’ 관련 사실관계는 형사재판에서 가릴 문제라고 하여, 국정원 프락치 A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RO’와 관련된 것은 하지 못하게 하였다.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 여부 등 사실관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당연히 진보당 측 소송대리인들은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를 헌법재판에서 다투어 보지도 못했고, 그럴 필요도 못 느꼈던 것이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국회에 나와 연내 선고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지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 법조인들은 많지 않았다. 대법원의 선고가 내년 1월 말 이후에나 가능하고, 내란음모 등 형사재판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되어야 진보당에 대한 해산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재가 갑자기 정부여당의 압력에 못 이겨 연내 선고를 강행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헌법재판소가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에서 ‘RO’의 실체 및 내란음모가 부정되었기 때문에 더 살펴 볼 필요 없이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진보당의 해산을 명하는 선고라면 헌법재판소는 그 절차부터 헌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RO’의 실체 여부 등 다투어 보지도 않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정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헌재가 대법원과의 관계에서 헌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조기 선고를 강행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헌재의 위상은 대법원과의 기 싸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질서를 수호함으로써만 지켜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 일컫는 것은 다수결의 횡포로부터 소수의 권리를 지켜달라는 국민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 선고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유린하는 불행한 비극의 출발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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