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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10
    반복되는, 하지만 새로운...(5)
    hongsili
  2. 2006/07/06
    어처구니 ㅜ.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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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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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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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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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5/12/14
    토론토 구경 1
    hongsili

멕시코 이야기 5

이제 드디어 멕시코 정리 마지막편....

쓰는 나도 지겨운데 보는 사람들도 좀 지겹겠군... 사실 여행기야 다녀온 사람이나 신나지 뭐 보는 사람들이야 시큰둥한게 인지상정이라......  나름 정리한다고 남겨두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각 공해가 될 것도 같아 좀 민망하네... 한량 생활 자랑하는 것도 아니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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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오후에 비행기를 타니까 오전에 현대미술관을 가기로 했었는데, M이 Palacio de Bellas Artes를 더 보여주고 싶단다.

여기에는 멕시코 현대 벽화운동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모여 있다고...

물론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은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고 프리다 칼로도 생가를 이용해 따로 박물관을 꾸려놓기는 했지만 3대 화가라는 Rivera, Orozco, Siqueiros 들의 대표작들과 그 후대 작가인 Tamayo, Camarena 등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

 

와... 정말 대단하더라....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벽화로 승부하는 미술관이 어째 중간중간 그리도 큰 기둥을 박아놓았는지 가까이서 보자면 대체 그림 전체가 파악이 안 되고 회랑 건너편에서 멀찌감치 보려면 기둥 때문에 가려서 안 보이고... 황당.....

꼭 이렇게 하나씩 어설픈... ㅜ.ㅜ

어쨌든 나는 내러티브가 분명한 1세대 작가들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따마요 것이 좋더라. 오로스코 같은 경우 굉장히 격정적인 (어쩌면 폭력적인)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후세 어중이 떠중이 작가들이 그 정신은 살리지 못한채 잔인무도한 폭력만 부각시킨 유사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아주 공해가 대단하다고 M이 투덜투덜.... 

여기 멕시코에서는 자신의 전문 장르와는 별도로 벽화 하나쯤은 기본으로 그릴 줄 아는게 전통이라고 하더만... 그러다보니 수준 미달의 작품들도 부지기수라는 ㅎㅎㅎ


 



Siqueiros의 그 유명한 La Nueva Democracia

 

Rivera의 3부작... 그리고 El hombre contralor del Universo (원래 록펠러 센터에 그러졌다가 정치적 이유로 철거되고 나중에 여기서 다시 그렸다고 함). 트로츠키, 레닌, 마르크스 다 등장 ... 그림의 왼쪽에는 손이 없고 머리만 있는 석상, 오른쪽에는 머리가 없고 손만 있되 나치 문장을 들고 있는 석상이 등장하는데...  전자가 노동하지 않는 자본가, 지식인 계층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맹목으로 질주하던 극우파시스트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나름 추측....

 

Tamayo의 작품 (저 망할 놈의 기둥!!!)과 Camarena의 Humanidado librandose....

 

이들 작품을 보면서 당연히 떠오른 거라면...

남한의 민중미술 운동과 그 당시 많이 제작된 걸개그림, 벽화 등도 이런 식으로 보존되고 예술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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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4

여행 다니는 거보다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 (세상에 불만 투성이로구나. 떠나기 전에는 준비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다녀와서는 정리하기 귀찮다고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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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아침에 또 시외버스 타고 Teotihuacan pyramides 방문.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는 그 피라미드.... ㅡ.ㅡ

훼손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냐 하면, 바로 근처에 대형 월마트가 세워질 정도라고 ㅜ.ㅜ

 

입구에서 La ciudadela를 지나 망자의 길 (calsada de los muertos)을 따라 들어가면 태양의 피라미드 (pyramide del sol)와 달의 피라미드 (pyramide de la luna)를 만나게 된다. 기원전후에 마야 문명의 영향을 받아 설립된 teotihuacan 문명의 흔적인데, 화려한 문명을 남기고 의문 속에 사라졌다가 이후 15세기 무렵 다시 아즈텍인들에 의해 발굴되어 성소로 여겨졌다는.....


 



엄청 가파른데다... 이집트 피라미드 (물론 직접 본 건 아니지만)나 앙코르와트 사원들과 달리 벽돌 혹은 다듬어진 석재를 이용한 게 아니라 그냥 작은 돌덩어리들을 쌓아서 지은 특이한 구조... 도대체 저걸 어찌 했다냐... ㅡ.ㅡ

 

높기는 젠장할 어찌나 높고 가파른지.. 저런 아무렇게나 생긴 돌들을 그 높이까지 쌓아올렸다는게 도대체 믿기지 않을 지경....

아침마다 조회나 제사 지내러 올라가려면 왕이나 제사장들도 죽어났겠구나..

저 가파른 곳을 설마 가마에 실어나르지는 않았을테고....

(이 머슴 기질은 정말.... 예전에 담양 소쇄원에 놀러가서 정자에 앉아 친구들이랑 나눈 대화는... 아이고 부엌에서 여기까지 밥상 나르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ㅡ.ㅡ)

어쨌든 정상에 올라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달의 피라미드... 아래에서 그리고 정상에서...

 

피라미드 정상에 앉아 있노라니 문득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군...

”Rome was not burnt in a day"


어쨌든 한참동안 (사실은 내려갈 엄두가 안 나서 ㅡ.ㅡ) 이 생각 저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찬란했던 과거와 그 영화를 회고하며 (혹은 파먹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건 유구한 문화유산을 가진 다른 개발도상 혹은 저개발국가들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 이를테면 캄보디아, 혹은 가보진 못했지만 인도네시아나 페루 같은 나라들... 더구나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파괴된 문명들에 보노라면 더욱 안타까움이 큰데...

 

또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제국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법...

지금 사라진 이 제국들도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것....

추억, 과거로 사라진 것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판타지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제국도 이와 같이 어느 날 과거의 영화로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

천년 뒤,

시카고의 Sears tower 나 여기 멕시코 시티의 Torre Latinoamericana 유적들을 바라보며 그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도시 한 가운데에 남겼을까" 궁금해하고, 또는 "아 우리의 과거는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했더란 말인가"하며 한탄하지 말란 법 있나...

그래도 과거에 벌어졌던 제국의 쇠락과 다른 점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오늘날 제국의 영향이 강력한지라, 그 흥망의 파장이 과연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달의 피라미드보다 높은 태양의 피라미드 올라가는 사람들 모습...

다리 후들거려 죽는 줄 알았네.. (무서워서가 아니라 달의 피라미드 내려올 때 가파른 경사 때문에 어찌나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는지... ㅡ.ㅡ)

 

거기서 내려다 본 모습.... 그리고 엄마한테 보내줄 사진이라고 완전 오바하고 있는 M의 모습... 100% 연출 사진 ㅎㅎㅎ

 

박물관도 상당히 훌륭했음. 실내의 피라미드 축소 모형과 바깥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태양의 피라미드 모습...

 

 

오후에 돌아와서 쉬다가 나가서 저녁 먹구 (또 맛난 꿰사디야)

Ignacio 집에 가서 문제의 영화 “링” 감상...

웃긴게 영어에는 딱히 어울리는 “귀찮다”는 표현이 없는데 에스빠뇰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개념이 있단다. 내가 귀차니스트의 뜻을 갈쳐줬더니 M이 깊은 공감을 표시하면서 이그나시오가 딱 귀차니스트라고.... 얼마나 귀차니즘이 심한지 점심을 정말 믿을 수없을 만큼 많이 먹구 저녁은 그냥 대충 굶어버리는 스타일이란다ㅎㅎㅎ

근데 영화를 보러가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이런 저런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링 소설도 읽고 영화도 123편을 다 봤다고 했더니 이 양반들이 완전 놀란다. 거의 집착 수준이라며....그러고보니 좀.....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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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3

Day3/4


시외버스 타고 멕시코 시티 부자들의 주말 휴양지 중 하나라는 바예 데 브라보(Valle de Bravo)에 갔음. 버스 터미널 또 엄청 크대... 

가는 길에 지하철 환승 거리가 또 엄청났는데, M은 이게 혹시 라틴 아메리카 최장거리 환승역이 아닐까 의심 ㅎㅎㅎ 하지만 내 확신컨데, 종로 3가의 5호선 환승거리보다는 분명히 짧은 듯...

이 곳은 호수를 끼고 있는 계곡으로, 무진장 아름다움....

마을 언덕에 위치한 수도원에 찾아갔었는데, 정말 조용하고 좋더라.....




우리가 묵었던 Myriam 집의 사랑채.... 

이 집 주인 아줌마의 남편 (돌아가심)이 생전에 바이얼린 연주자이자 지휘자였단다. 보니까 엄청 부잣집이야.. M도 이 정도로 부자인 줄은 몰랐다고 하더군.

근데 분위기가... “나는 일반 멕시코 사람과는 달라” 이런 묘한.... 

멕시코 속담 중에 태초에 창조주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고 나니 주변에서 너무 과한거 아니냐고 했는데, 하느님 왈,

여기에 멕시코인들도 만들었으니 괜찮다는 ㅜ.ㅜ

한국을 풍미하던 엽전론과  아주 유사하지 않은가....

 

 

저녁 나절에 이집 꼬마들하고 노는데 조카들 생각이 나더라.

열 살짜리 꼬마가 서양 오목을 두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규칙이 좀 달라서 첫 판은 패배. 하지만 페이스 회복하고 나서 연전연승...ㅎㅎㅎ (한 번 시작하면 호승심에 불타올라 완전 집중하는 성격 그대로 나타남...)

한참 하다보니 꼬마가 너무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하길래 좀 져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 ㅜ.ㅜ

저녁 식사 때에는 그 지방 특산이라는 각종 채소와 일곱 살짜리 막내가 마당에서 따온 (ㅡ.ㅡ) 자몽으로 만든 쥬스도 먹고...엄청 좋은 데킬라에 멕시코산 와인에...

밥 먹구 나서는 술기운에 jenga 라는 놀이 (블럭으로 탑  쌓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 탑이 쓰러지지 않게 블럭을 하나씩 제거하는 놀이- 완전 집중과 미세한 손놀림 필요!! )와  또 오목을 두었는데 (온 식구들이 겨루자고 하는 바람에 아주 괴로왔음),

M이 신나서 막내랑 피아노 치고 노래부르고 그러지 않아도 술기운에 정신 없어 죽겠는데 아주 그 인간 때문에.... ㅡ.ㅡ 

 

이날 초저녁에는 천둥번개치고 꽤 많은 비가 왔었다.

그 와중에 마당 반딧불은 반짝이고, 한참동안 처마 밑에 앉아 비내리는 숲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M과 인생의 심오한(?) 대화도 많이 나누었음.

 

미국에 있는 동안 세 명의 영어 선생을 만났는데 (마치 영어공부를 엄청나게 열심히 한 것 같은 착각이 ㅎㅎㅎ) 그 중 두 명이 퀘이커라니 참 나 원.... 

어쨌든 M은 내가 여태껏 만나본 (한국인이고 미국인이고) 가장 성찰적인 사람들 중 하나...국가와 계급의 철폐, 물질적 욕망의 덧없음, 고독과 사색 즐기기...

혹시 본인을 아나키스트라고 생각하냐니까, 무슨 "~주의자" 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나 있는지 모르겠단다.... 음....

주유하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말로는 "역마살"에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서양에서는 그걸 "wandering spirit"이라고 표현하더군. 서로 wandering spirit 의 소유자임을 확인 ㅡ.ㅡ 뭐 하여간, 둘 다 (돈도 별루 없으면서) 돈 문제에 초월해서, 여행 내내 진짜 허술한 분위기 연출됨. 아무나 지갑 먼저 꺼내는 사람이 숙박비, 밥 값, 차비, 입장료 같은 거 그냥 알아서 내버리고, 심지어 기념품 사는데 현찰 없다고 나 얼마만 줘 하면서 서로 돈 뺏어가기도 하고 ㅎㅎㅎ 미국인답지 않게 내가 남긴 밥도 엄청 잘 먹더라...  여행 하면서 맘에 맞는 동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멕시코 여행은 이렇게 잘 맞는 친구랑 같이 보낼 수 있었던게 정말 다행이야....

 

다음 날 아침도 맛나게 먹고 읍내 장터 구경하고, 한국에서 구경하기도 힘든 망고스틴 (여기서는 람푸차 라고 부르더군) 사먹고.... 시티로 귀환.

돌아오는 버스에서 비디오 틀어주는데 스티븐 시걸 출연작...

내가 “저 사람 봐라. 아무리 힘들게 싸워도 절대 안 다치는 건 물론 얼굴 표정 하나도 안 바뀐다” 했더니만, M도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 “그 뿐인 줄 알아? 꼭 넓은 장소 놔두고 부엌이나 식당 같은 장소에서만 싸워”- ㅎㅎㅎ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위대하다....

시티에 돌아와서는 새로운 호스텔 구함. 사실 이전에 묵던 곳도 그냥저냥 지낼만 했는데 (1인실 하룻밤 7불) 구도심 중심가에 있다보니 주변이 어찌나 지저분한지 그냥 새로 구하게 된 것.

우리는 인터넷을 보고 그냥 찾아간 건데, 막상 도착하니까 주인장이 우리를 보고 어찌나 깜짝 놀라는지 우리도 덩달아 당황했음. 

나도 긴가민가 하고 있었는데, 저녁 먹으러 나오면서 M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너 좀 이상한 분위기 못 느꼈냐? 아무래도 저기 게이 전용 호스텔 같애” 

“어...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아저씨 넘 재밌더라ㅎㅎㅎ”

“우리가 못 갈 데 간 것도 아닌데 저 아저씨 너무 심하게 놀라는 거 아냐?”

“맞어 맞어....” ㅎㅎㅎ


저녁 먹구 나서, 역시 또 라틴 아메리카 몇 번째라는 전망대에 올라 시내 구경하고 Orozco의 벽화가 있는 까페테리아에서 저녁 먹고 맥주 마시고.... 어쨌든 주말 아주 푹 쉬고, 모처럼 에너지 충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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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2

Day 2


역시...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심 "녹지대"라는 Bosque de Chapultepec 방문 (근데 나중에 상 파울루 가니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심 "공원" 어쩌구.. 이 인간들이....).

 

스페인 군에 투항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던 소년 여섯 명을 기리는 동상 (Heros Ninos) 이 입구에 떡 하니....

공원으로 진입하는 길에서 내려다본 도심.. 광고판 정신 없음.

저 멀리 노란 간판은 역시 오브라도르의 캠페인 광고... 공원 근처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식당이 걸어서 10분거리이지만 고가도로 및 교차로를 몇 개 지나야 하는 엄청(!) 위험한 길이라고 해서 그냥 버스 타고 이동... 과연 굉장하더군... 도대체 사람을 위한 길인지 차를 위한 길인지...... 심란하기가 그지 없더라....

 




공원에서 펼쳐지던 인디오 부족의 공연..... 아무 안전 장치도 없더라.. ㅜ.ㅜ.

진짜 황당하게... 저 높은 곳에서 거꾸로 매달려 빙빙 돌면서 악기 연주를 하더라는...


 

공원 안에 자리한 바로 그 유명한 국립 인류학 박물관 (Museo Nacional de Antropologia)... 와 정말 굉장하더라.............

제국주의 수탈 대표 박물관 (런던의 대영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베를린의 페라가몬 - 전시가 훌륭하긴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완전 불쾌하고 어이없는...) 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그 뭐랄까... 푸근함과 생동감이라고나 할까? 

규모 자체도 굉장했고 (안내 책자에 보면 전시물을 다 보겠다는 생각일랑은 하지도 말라고 아주 친절한 설명이 있다 ㅎㅎ ) 전시 방식도 정말 맘에 들었다.


 

그리고 멕시코 사회 고유의 문화에 대한 전시도 좋았는데 너무 고답적인 게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를테면 인디오 부족의 결혼식에 걸려 있는 코카콜라병 같은 거 말이지... 거기다 서구의 카톨릭이 어떻게 멕시코 식으로 변화되었는지 보여주는 것도 재미나고... 그리고 오늘날의 모습과 문화예술을 함께 전시하여 이해를 돕도록 한 것도 좋았음. 옛날 그 한 시절에 우리 문화 잘 났었다 가 아니라 지금은 어찌 되고 있는지 보여주니까....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 인류학적 계보를 살펴보면, 한민족은 서남 아시아인들보다 오히려 여기 인디오들과 더욱 가깝게 나오더라. 

그래서 대형 목판으로 걸린 농민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더라는...


 

사실, 멕시코를 비롯하여 특히 브라질, 캐나다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그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이었더랬다.

어렸을 때, 우리는 단일민족 어쩌구 하면서 마치 그것이 큰 자랑이라도 되는 양 배웠는데... 여러 인종이 다양하게 모여 서로의 문화를 배우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장점인지....  브라질 친구의 설명으로는... 그러한 다양성이 브라질에서 근본주의(fundamentalism) 이 자리잡을 수 없는 좋은 토대가 되었다고....  맞는 이야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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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야기 0

Day 1

오전 비행기 타고 느지막하게 도착해서 M 만나 숙소로 이동. 공항까지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어 무지(?) 편리하기는 했는데 계단이 정말 쥐약이었음. ㅡ.ㅡ
호스텔에서 M의 에스빠뇰 실력에 완전 충격 먹고 잠시 망연자실. 이럴 수가, 겨우 1년 반만에 저런 놀라운 경지에....  “너 진짜 존경스럽다” 열 번 이야기해줌... 이 인간 어깨 한 번 으쓱... ㅡ.ㅡ+

짐 풀고, 근처 식당에서 맛난 점심..

약간의 어리버리와 허약함을 제외한다면 여행의 일등 동반자로서 손색이 없는 M의 안내에 따라 여행 내내 값싸고 맛난 음식을 정말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던게 가장 큰 행운...

우리 둘이 가장 많이 나눈 에스빠뇰 대화는 “야 뗑고 암브레 (ya tengo hambre: 나 벌써 배고파)” “띠에네스 암브레 땅비엥? (tienes hambre tambien: 너두 배고프냐)”...

나야 멕시코 음식을 잘 모르니까 이 양반 설명에 주로 의존해서 주문을 했는데.. 설명을 어찌나 맛나게 하는지 듣고만 있어도 입안에 침이 고여... ㅡ.ㅡ


 



밥 먹고 슬슬 걸어서 Zocalo 광장에 갔다.

안내 책에 보면 세계에서 모스코바의 붉은 광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공공 광장이란다.

그런데 “세계에서 ~번째” 이런거 멕시코에 너무 많더라. 

세상에 멕시코 국립 자율대학 (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 UNAM)은 학생 25여만 명에 교수진 3만명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대 규모라는데, 혹시 세계 최대는 아니냐니까 M과 I 둘다 설마... 중국에 더 큰 데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반응을.... (나중에 위키에서 찾아보니 개방 대학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젤 큰 대학은 터키에 있는 Anadolou 대학... 등록학생 무려 60만 명.... ㅡ.ㅡ)

그 뿐이랴?

멕시코 시티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인구가 1천 7백만 명 된다는데 정확한 건 아무도 모른단다 ㅡ.ㅡ).

거기다 나중에 방문한 피라미드 설명 보면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위험에 처한 유적지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어쨌든 소칼로에서 정치 포스터랑 사람들 오가는 모습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Templo Mayor de Tenochtitlan 유적지와 그 박물관 관람...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있는 유적지로 그 박물관 규모도 의외로 크고 전시도 좋았음. 다만 시간이 모자랐던게 아쉬워...
마야, 아즈텍 인들의 죽음의 미학이 참으로 신기함...

이집트인들의 죽음에 대한 집착이 뭔가 신성함과 신비로 채워져있다면 이들은 망자가 옆집 이웃인 듯 아주 가깝게 재미나게 그리고 있음...

 

도심 한 가운데 폐허로 남아 있는 템플로 마요..

 

전시 작품들 중 일부...


멕시코의 마을이나 도시들은 대부분 교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광장(소칼로)가 중심에 위치한 채 형성된다는데 그래서 저녁 나절에 Ignacio를 만나 저녁을 먹은 Coyoyacan 도 역시 그런 곳...

좋은 데를 알려준다던 Ignacio 가 데려간 식당은 어이없게도 "구룡반점“....ㅡ.ㅡ

내가 한자로 쓰인 구룡반점 읽었더니만 두 양반이 모두 나의 ”중국어(ㅜ.ㅜ)“ 실력에 깜짝 놀라면서 이것도 읽어봐라 저것도 읽어봐라... 아주 죽을 뻔했음....

 

이렇게 첫 날이 흘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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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브라질 이야기

오늘은 Heleno 아자씨 부부가 상 파울루 도심과 외곽의 해변 (Santos) 구경을 시켜줬음.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듣고 맛난 것도 먹고 (문어 요리 진짜 맛있더라)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고....  어찌나 고맙던지...

 

0. 관용의 사회

 

브라질 사회가 굉장히 보수적(?)이었다고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음...

아니, 보수적인 사회가 그렇게 광란의 삼바 축제를 벌이고 노동자당에게 권력을 준단 말여? 말도 안 돼...ㅡ.ㅡ

 

나는 여기 브라질 사회가 "태생적으로" 개방적이고 뭐든지 다 허용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라니... 좀 뜻밖이었음. 이를테면 불과 두 세대 전만 해도 윗사람에 대한 존칭을 깍듯하게 써야 했단다. 아직도 Helono 아버님께서는 손녀딸이 "you" 라고 부르는 거에 적응을 못 하고 계신다고....

 

60년대-70년대 거대한 사회운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정말 많은 것이 변한 거란다.

 

몇 가지 놀라운 이야기들... 

 

Heleno 딸이 보건부의 국제협력 부서에서 (주로 에이즈 관련하여) 일하고 있는데, 거기 국장이 트렌스젠더란다. 외모만 봐도 뚜렷이 분간이 가서, 국제 회의라도 가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좀 당황해한다고...

한국 사회에 트렌스젠더 공무원? 아... 도대체 상상이 안 된다.

(물론 아직도 성정체성이나 지향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은 상당하고 게이들을 향한 노골적인 폭력도 아직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단다.)

 

그 뿐이랴.

2년 전에 성노동자를 "직업" 분류 코드(!)에 포함시키고 합법화시켰단다.

그 때도 난리가 나기는 했단다.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벌려고 모두 성매매에 나설 것이라는 둥,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둥... 하지만 합법화시켰다고 성노동자가 절대 늘어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들이 건강보험이나 노동안전보건의 공식 영역에 포함되면서 오히려 HIv 감염 같은 건강 문제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오늘 방문한 Santos 시는 몇 년 전에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마약 중독자를 위한 무료 주사기 교환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이 때도 생 난리 발생... 마약 사용을 장려한다는 둥 어짼다는 둥.. 심지어 법원에서 이 정책을 취소하라는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단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 운동이 벌어졌고 이를 뚝심있게 추진했던 당시 시 보건국장은 다음 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되기까지 했단다.... 오호... 놀라워 놀라워....

 

이 부부는 지난 주에 브라질에서 열린 아프리카 코커스를 몹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 지역(동네 이름 까먹음. 포루투기즈 이름 너무 어려워.. ㅜ.ㅜ)이 전통적으로 노예노동의 중심이었고 현재도 흑인 인구가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지역인데.. 이 곳에서 50여개국의 아프리카 대표들이 모여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과 브라질의 지원을 협의했단다. 더구나 딸이 거기서 연설까지 했다고... (지금 나이가 스물 여덟밖에 안 되었다는디...)

 

 



0. "선진국 vs 후진국" 고정관념

 

스스로 국제주의자라고 굳게 믿고는 있지만 깊숙한 고정관념은 떨쳐버리기 어렵다. 워낙 국제표준은 미국, 유럽, 혹은 일본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데다 소식과 정보들도 여기 집중되어 있어 다른 국가들 사정에 어둡고 은근 우리보다 뒤쳐저 있을 것으로 부지불식간에 가정...

브라질 경우가 특히 그런 거 같다.

이를테면 현재 한국 사회는 세대간 단절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니까 여기도 70년대까지 그랬다고....  모든 권위에 대한 부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하는 문화가 확대되면서 지금은 거의 문제가 안 된단다.

 

한국에서 사회운동, 특히 학생운동의 퇴조가 뚜렷하다고 이야기하니까, 여기도 70-80년대 강력한 운동 시기가 지난 후 90년대 그런 위기를 거쳤지만 다시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단다. 여기에는 국내외 정세를 포함한 사회적 조건의 변화도 큰 역할을 했지만 사회 운동에 열심이었던 부모 세대의 교육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단다.

 

여기도 전국민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는데 (오래 되지는 않았다고.. 역시 저항 장난 아니었다 함), 혹시 빈곤층을 위한 별도의 부조프로그램 (의료급여, 혹은 메디케이드 같은)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그게 왜 필요하냐고 반문한다. 가난한 사람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면 그 시스템은 분명 후질 것이고, 건강은 모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연대의 정신으로 단일한 프로그램에 통합되는게 당연하다는... (지당하신 말씀이오!!!)

 

아, 그리고 라틴아메리카가 워낙 사회의학 (social medicine)의 전통이 강하다고 잘 알려져있기는 한데...

학회 하면 전국에서 8천명이 모인단다. 8천명... ㅡ.ㅡ

그리고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국공립 대학의 경우 강력한 지역사회 의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슷한 근대사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보니, 사회 운동이나 변화의 측면에서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고 사회정책에서도 역시 그런게 당연한 건데.. 웬지 브라질이 우리보다 뭔가 "먼저" 경험했다거나 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다니까 그냥 괜히 놀라운....  바보 같이 말야...

 

 

0. 뻬떼(PT) 에 관한 몇 가지 놀라운 사실...

 

세상에 최근까지도 당비를 소득의 1%로 했었단다. ㅜ.ㅜ

이게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교회를 통해 조직화 사업을 하며 굳어진 관행이라고...

근데 웃긴 거는 이게 정적을 몰아내기 위한 방안으로 이게 악용되고는 했는데, 이를테면 매달 청구하는 걸 빼먹고 연말에 한꺼번에 청구하면 이걸 감당하기 어려워서 당적을 포기하거나 이런 불성실을 정치적 성실성에 대한 비난의  근거로 삼았다고...

Heleno 도 한 번은 내내 당비 내라는 소리가 없어 까먹고 있다가 연말에 한꺼번에 내라고 해서 거의 차를 팔아야 할 지경이 된 적이 있었단다. 엄청 싸워서 깎았다고... ㅜ.ㅜ

 

당직자들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 물어봤는데, 

작년에 당직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이를테면 정식 근로계약서 같은 것도 안 쓰고 활동가의 헌신성에 근거하여 초과착취를..ㅡ.ㅡ) 파업을 벌였고, 노동부에 진정을 내서 결국 노동자들이 승리한 좀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단다.

 

911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PT 출신의 아주 유능한 시장 한 명이 암살되었단다. 아직도 그 정확한 경과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그래서 PT 지지자들에게는 또다른 911 충격으로 기억되고 있단다. Radicals in power 에 소개된 그 사례였구나....

 

아참..

룰라가 노동자로 일하던 젊은 시절...

첫 부인이 출산을 하려고 병원에 갔다가 보험이 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의사한테 쫓겨나서 그 다음날 아이도 부인도 죽었단다 ㅡ.ㅡ 이게 룰라가 보건의료계나 공공병원에 대해 갖고 있는 뿌리깊은 불신을 일부 설명하기도 한다고....

 

0. PT 에 대한 Heleno 부부의 애정과 비판...

 

여기도 의원이나 선출 공직자들이 세비를 받으면 노동자 평균 임금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당에 귀속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Heleno 는 거기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일단 의원이 된 이상 다른 의원들이나 사회 지배세력들과 접촉이 많아지고 그들의 문화나 질서에 싫던 좋던 참가해야 할 경우들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데, 경제적 제한 때문에 이러한 기회에 제한을 받거나 혹은 다른 이들의 도움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당한 돈에 대한 유혹도 커지고....

선명성이나 상징성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존 질서 속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에 투자해야하지 않겠냐고..... 음...... 이런 생각은 또 못해봤네...

 

이들 세대가 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에 진출하던 시기가 바로 PT 가 태동하던 시기란다. 학생 운동에 참여했던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당연히" 당 활동을 함께 했고, 20년도 넘게 그 지지와 실질적인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테면 Heleno는 현재 보건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룰라 정부의 Worker's health center 프로그램을 조직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왔고 부인 또한 지난 3년간 Hunger zero 프로그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단다.

하지만 이들의 PT 에 대한 비판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 말아야, 해서는 절대 안 될 일들을 PT 가 어떻게 해왔고, 이것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정말 신랄하게 비판하더라. 50대 초반의 부부가.. 밥 먹으면서..... 그러면서 나한테 계속 강조... "우리는 뻬떼를 지지하고, 또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정치라는게, 술자리에서 안주거리 삼아 씹기야 쉽지만, 그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한편으로 비판적 견해를 유지하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번 브라질에서 만난 양반들... 존경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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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뻬떼(PT)?

그저께 저녁에는 Danilo 아자씨가 PT 지역 행사에 데려갔다.

친구인 Riu가 이번 선거에 주 하원의원으로 출마하는데, 그 출정식이란다.  

 

우와.........

정신 없어 죽는 줄 알았다.

빨간 PT 셔츠를 입은 당원들을 비롯하야 사람이 월매나 복닥거리는지 ....

 

지지연설해줄 여러 사람들이 단상에 올랐는데 그 양반들 소개에만도 30분이 넘게 걸렸던거 같다. 서로 허그하고 뽀뽀하느라 시간이.... ㅜ.ㅜ

 

내용을 못 알아들어 무지 답답하기는 했는데 (데모끄라시, 쏘샬리스트, 싸웅 빠울루.... 뭐 이런 단어만 대략...ㅡ.ㅡ)

격정과 흥겨움이 함께 묻어나는 분위기는 정말 좋더라....

그리고 당가... 너무 신난다.

 

잠깐 딴 이야기...

예전에 대전시 지부 총회에 갔는데... 행사 준비하던 당원 동지가 "아직도 당가를 모르는 당원들이 있더라구요. 혹시 여기도 그런 분 있으면 열심히 배우세요" 하면서 행사 전에 녹음기를 틀어주던 기억이.....  나를 두고 한 이야기였는지....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못 외워  ㅡ.ㅡ

근데, 뻬떼 당가는 어찌나 신나던지 몇 마디 듣고나니까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흥얼....

 

 

 



연사들 등장할 때마다 환호하는 당원들 모습.

화면에 안 잡혔지만 춤추고 난리 났다. ㅎㅎㅎ


 

반면 또 연설 중에 집중해서 듣는 모습들.... 강당이 정말 발디딜 틈도 없이 꽉 찼었다.

 

지지연설 중 전직 상 파울루 시장이었다는 Marta 의 연설 모습. 등장하니까 사람들이 5분도 넘게 환호를 하고 난리를 쳐서 좀 어리둥절했는데.. 그녀가 시장으로 있을 때 상당히 많은 개혁 정책을 벌여서 인기가 대단하단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패했는데.. Danilo 아자씨도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자기가 그동안 보았던 최고의 시장이었다면서.....

그러면서 이런저런 정책들을 이야기해줬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공공교통 체계 개혁을 하면서 그 중 시내버스 환승제도를 마련했는데 지역 마피아들이 이들 운수회사를 장악하고 있었던지라 여기에 강력하게 반대했단다. 그래서 암살 위협을 했고,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방탄조끼 (ㅡ.ㅡ) 를 입고 살아야 했다고... 어쨌든 그런 추진력으로 정책은 성공을 거두었단다. 사회주의적 의제고 뭐고, 이런 작은 개혁 하나 하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다니.. ㅜ.ㅜ

 

 

이번에 출마하는 Danilo 아자씨의 친구 Riu 는 현직 변호사인데 Marta 가 시장을 할 때 함께 일했던 양반이고, Danilo 의 오랜 학생운동 동지란다. Danilo 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democratic communist 라고 정의하더군....


 

근데 선거기호를 보라...

무려 다섯자리 13156....

PT 의 당 고유번호가 13번이고 (그래서 룰라의 기호는 13), 연방 상원, 하원, 주 상원 하원 별로 자리 수가 늘어난단다..

헷갈려서 어찌 투표하냐고 했더니만 완전 전산화가 되어 있어 투표소에 가서 번호를 누르면 후보자의 얼굴이랑 신상이 화면이 뜨면서 확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고...... 그래도 어쨌든 일단 저 번호를 외워야한다는 거잖아!!!!  선거 운동은 어찌 해.....OTL

 

저 모임에서 Danilo 아자씨의 다른 친구들도 여러 명 만났는데...

들었던 생각은..... 확실히 "저변이 넓다"는 것이었다.

당 활동을 하는게 별난 그 무엇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는 생각도 들고...

이 양반들만 해도 전업 활동가들이 아니라 다를 자기 일터가 있고 (일부는 의사들) 지역 당행사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모여서 서로들 안부 확인하고 토론하고 연설 듣고...

참가한 사람들의 행색도 진짜 각양각색으로 보였다. 저 사람들은 활동가 아니고 "ordinary people" 이냐고 물어보니까 (질문도 황당하지 ㅎㅎㅎ) 진짜 평범한 민중들이지만, 이미 스스로를 조직화했기 때문에 지역 활동가라고 부르는게 맞을 거란다.

 

브라질 현대사는 한국과 진짜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여기도 워낙 중앙집권적인 군사독재가 오래 지속되면서 주민 자치나 지역 운동의 전통이

라고는 전무했단다. 지금처럼 되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 거지...

 

이런게 역사 혹은 저력이라는 건가 싶기도 했다.

 

부패하고 우경화된 지도부 vs. 건강한 민중성

이렇게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건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도 PT 가 살아 있는 건 저들 덕분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Radicals in power] 에도 거듭 강조하고는 있지만 PT 가 처한 조건도 정말 쉬운 건 아닌 거 같다. 반동의  공세나 프로퍼갠더는 상상초월이라고....

이를테면 몇 달 전 볼리비아의 모랄레스가 석유산업을 국유화시켰을 때 Petrobras 가 상당한 투자를 거기 하고 있었는데, 브라질 자본가들이 룰라한테 이념에 눈이 멀어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고 완전 난리를 피우면서 심지어 볼리비아를 쳐들어가자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해댔단다. 

 

Danilo 아자씨 왈... 룰라는 체 게바라가 아니라, 현실 정치에서 서바이벌한 정치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나 PT 의 행보들이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브라질 내부 반동의 공세나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상징성 때문에 PT를 지키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아무리 지금 뻬떼가 우경화되었다고 우리가 비판하지만, 이 큰 브라질이 다시 반동 정권의 손으로 넘어간다고 상상해보란다.... 그건 그래... ㅜ.ㅜ

 

언제까지 이렇게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옹호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흥. 하고 폄훼하기 어려운 진정성이 담긴 것 또한 사실이라....

어렵다 어려워....

 

어쨌든...

걸핏하면 암살 위협에, 우익의 폭력과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어려움과... 이들이라고 당 활동이 즐겁기만 하겠나.... 그래도 생활 속에서 정치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 하나만은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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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robras 견학

(한참 쓰다가 홀라당... ㅜ.ㅜ)

 

브라질 친구들은 에두아르도가 소개시켜줬는데,

이 양반이 내 전공이 뭔지, 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갈쳐주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여기 미국에서 친구 하나 가니까 구경 잘 시켜줘라... 했다는 거다.

이 곳 양반들도 나름 난감했다고... ㅡ.ㅡ

내가 못 살아...

 

어제는 Danilo 아자씨를 따라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Petrobras 정유공장에 갔었다.

나 때문에 일부러 간 건 아니고, Danilo에게 교육 요청이 들어와서 강의를 하러 가는 김에 나를 데리고 간 것이다.

Danilo 는 산업의학을 전공한 50대 초반의 의사이자 상 파울루 주 정부의 근로 감독관, 그리고 전문 분야는 벤젠이란다. 그리고 열혈 + 비판적 PT 지지자...

이 사업장이야 당연히 그동안 벤젠에 대한 교육을 많이 했었는데, PT 집권 이후 고용평등법이 실시되면서 생산 현장에 여성 노동자들의 진출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노조에서 요청한 거라고....

 



상파울루 외곽에 위치한 산업단지가 엄청 넓었고, 공장 자체도 무진장 크더라.

수학여행 가서 현대중공업인지 포항제철인지 기억도 안 나는 그 대공장을 멀찌감치 구경한 거 빼놓고는 내 평생 그리 큰 공장 첨 본다. (동해시 시멘트 공장이나 거제 대우.. 이런데보다 훨씬 큰 거 같던데 가늠이 잘 안 됨) 불길 막 솟아오르는 정유탑에다 끝도 없이 이어진 송유관들... 워매........ 완전 시골쥐 모드였음... ㅡ.ㅡ 거기다 방문자를 위한 별도 안전교육까지... 폭발사고 발생시 대피요령... 사람 겁주고 말야....

 

어쨌든 또 평생 첨으로 원유(crude oil) 도 봤다. 연구소 노동자 한 분이 완전 자랑스런 표정으로 정제 과정 설명하면서 친절하게 원유, 디젤, 가솔린 다 보여주고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이거 백만년만에 본다) 직접 돌려서 벤젠 함유량 확인해주고.... 

이 공장이 라틴 아메리카 최초(the first) 정유소란다. 오호라 맞장구치면서 혹시 남미 최대는 아니요 물었더니만... 몹시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남미 최대 정유소는 베네수엘라에 있다고.... (이 양반들 베네수엘라와 은근 라이벌 의식 ㅎㅎㅎ)

 

어쨌든, Danilo의 강의를 노동자들과 함께 들었는데....

학부 때나 전문의 시험볼 때나 각종 물리화학적 유해인자 외우는게 젤 싫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록새록.... 슬라이드는 몇 장 되지도 않는데 어찌나 말을 많이 하는지 정말 꽈배기되서 죽는 줄 알았다. 알아듣기나 하면 또 몰라.. 포르투기즈.... 흑. 거기다 노동자들은 어찌나 관심과 열정이 하늘을 찌르는지.. 질의 응답이 30분도 넘게.... ㅜ.ㅜ

그래도 다행히 구내 식당에서 주는 밥이 맛나서...

참아줬다..... 흠.

 

신기했던 건,

그 넓은 공장에 노동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는 건데...

중단없는 구조조정 덕분(ㅡ.ㅡ)에 현장 인력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란다.

거기다 용역이나 사내하청 등 비정규 고용이 늘어나고 규제 완화가 일어나면서 (범 우주적 현상이다)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Danilo는 브라질 국영기업으로서 한편으로 이곳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아주 미치겠단다. ㅡ.ㅡ

 

나한테 인상적인 것은,

노조가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에게 전문적인 내용의 교육을 요청했다는 사실.

근로감독관이 직접 교육도 하는구나. 특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구나.

그리고 노동자 편이기도 하구나... ㅡ.ㅡ

 

현재 상파울루 주 정부의 감독관 숫자는 150명밖에 안 되는데 (심각한 인력 부족) 의사들이 상당 수를 차지하고 있단다 (숫자 기억 안 남). 70년대 학생 운동 출신의 의사들이 상당 수 진출한 덕이라고...  Danilo 도 이 곳에서 일한지 20년이 넘었다니....

 

현재 인력들 중 일부는 노골적인 친 자본 성향, 또 일부는 그저 테크니컬한 측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급진적 감독관들이 내부에서 수많은 투쟁을 벌여왔고 지금도 싸우는 덕분에 많이 달라졌단다.

하지만 리우 데 자네이루 같은 곳만 해도 완전히 친 자본 성향의 근로감독관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직무 유기나 뇌물 수수 등 부패는 말도 못 한단다... ㅜ.ㅜ

 

아자씨 왈....

어느 하나 투쟁 없이 되는게 없다고....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거 맞는데.....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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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0. 따봉!!!

 

충격! 

나는 여태까지 "따봉"이 "굉장히 좋다"는 뜻인 줄 알았건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는가... 

 

"브라질에서는 좋은 오렌지를 발견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하죠 '따봉!' 우워~~~~ "

 

근데 알고 보니까 이게 그저 OK 정도의 강도밖에 아니란다.

Danilo 가 전화 받으며 계속 따봉따봉 하길래 뭔 좋은 일이라도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음, 좋아 (ta bom)" 정도의 뜻이라고... ㅡ.ㅡ

아씨.. 그 동안 속았어....

 

말하자면 이런 거잖아...

"이 오렌지 어때? 음, 뭐 괜찮네... 오케이... (어.. 싱거워....)"

 

 

1. 뽀뽀뽀

 

이제 허그는 일상 생활이 되어서 만나면 허그, 헤어지면 허그.... (한국 가서도 계속 이러면 성추행범으로 몰릴지 몰라. 조심해야지!!!)

근데.. 여기 브라질 사람들이 표현하는 친근함의 표현 정도는 정말 장난 아니다.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때 또만나요 뽀뽀뽀

오늘만 해도 뽀뽀만 수 십번을 한 거 같애.. ㅡ.ㅡ

 

엊그제는 한 청년한테 길을 물어봤는데 (엉터리로) 갈쳐주고는 엄지손가락 쳐들며 윙크를 살짜쿵..... 허거덕....너 뭐냐.... ㅜ.ㅜ

 

거기다 음식 나눠 먹는 것도 상상초월... 한국인들이 찌개냄비에 다같이 숟가락 담그고 먹는게 서양인들 보기에 이상하다고 했지만... 여긴 그 정도면 양반이다.

오늘 Danilo 아자씨 친구들을 만나 대낮부터 술을 마셨는데 (자리를 옮겨다니며 아침 10시 반부터 지금 저녁 6시까지 계속 먹구 마시고... 죽겠다... ㅜ.ㅜ),

세상에... 내 옆에 앉은 마르꼬 아자씨가 안주 (어묵같이 생긴 생선 튀김)를 한입 쓱 베어 먹더니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준다. 그래서 나도 한 입 먹고 다시 돌려줬음 ㅎㅎㅎ

맥주도 서로 마시다 만거 막 돌려 먹구...

친구들 중 한 명이 좋은 시가를 한 대 구해왔다며 불을 붙이니까 돌아가며 다들 한 모금씩.....(물론 나도 끼어서 ㅎㅎㅎ)

 

진짜 어찌나 다정다감들한지.....

 

 

2. 다른 풍경들...

 



그저께 여기 상파울루에서 지난 5월 폭동에 이은 2차 폭동이 일어났다.

경찰서와 은행, 시내버스가 불타고 경찰을 비롯한 시민들 몇 명이 사망했다.

 

아래의 사진은 뉴스에 보도된 불타버린 버스... ㅡ.ㅡ


 

 

일정이 없어서 공원이랑 박물관 구경가려다가 화들짝 놀랬는데...

그래도 뭐 설마.. 하는 심정으로 시내 구경을 나갔더랬다. (고맙게도 Thais 가 전화를 해서 경찰한테 가까이 가지 말라는 기상천외한 충고를 ㅎㅎㅎ)

 

많은 버스들이 운행을 중단해서 시내가 평소보다 한산한 거라는데 나야 알 수 있나.. 어쨌든 상 파울루 도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Parque Ibirapuera 에 가서 한참 동안 산책하고 푹 쉬다 왔다. 공원 안에 박물관도 몇 개 있는데 이번 주에 무슨 대규모 패션 행사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문을 닫고 그와 관련된 행사를 하고 있다더라...  

평화로워 보이는 이 모습...

 

오늘 새벽에도 쓰레기차를 불태우는 일련의 폭력행위가 계속되었다는데...

주말 장터 광경을 보라....

역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상 파울루가 범죄/폭력이 만연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치 돌아다닐 수도 없는 무법천지처럼 그려지는 건 프로퍼갠더라고 다들 입을 모아 비난... ㅎㅎㅎ  (심지어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자씨마저도 같은 소리를 하더라...)

마치 외국에서 뉴스를 보면 한국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놓여있거나 밤낮없는 데모로 치안이 마비된 거 같지만 막상 현실 생활의 모습은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인거지.....

 

 

3. 그런데...

 

폭동 소식을 듣고 도대체 사건의  규모가 가늠이 안 되어 인터넷으로 국제 뉴스란을 찾아보았는데 (여기 포르투기즈 뉴스는 이해 불가 ㅡ.ㅡ) 의외로 보도가 거의 안 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건들이 워낙 대박인지라......

인도의 뭄바이 열차 폭발 사고와 북한 미사일 소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공습....

도대체 어쩌려고 저러나...

 

유엔 결의안에 뻔뻔스럽게 비토를 놓는 볼튼 미국 유엔 대사의 모습에 기가 막혀 말을 못 이루다가... 

뒤이어 등장한 팔레스타인 대사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정말 어쩌자는 건가.... 정말.....

심지어 오늘 아침 부시는 전면전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으니.....

Danilo 아자씨 친구 하나는... PCC (폭동 일으킨 갱스터 조직)가 잘못된 전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껏 경찰이나 쓰레기차 버스 불태우는게 아니라 부시한테 폭탄을 날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ㅡ.ㅡ

 

그런데...

그냥...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는게 그리도 힘든 것일까?

우주 한 구석 이 코딱지만한 지구 안에서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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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xico 이야기 1

"...통탄해서도 안 되고, 비웃어서도 안 되며, 혐오해서도 안 된다. 오직 이해하는 것만이 필요하다..."

 

부르디외(P. Bourdieu)가 편저한 [세계의 비참] 첫머리에 인용된 스피노자의 말이다.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다른 인간의 고통을 대면하는 우리의 자세란....

 



0.

Mexico City 는 그야말로 혼돈과 무질서의 왕국이자, 삶의 절박함이 넘치는 곳이었다.

결코 낯설지 않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까만 코딱지 ㅡ.ㅡ (저녁에 코 풀면 시커먼 먼지..)

폐차장에서 수거해온 듯한 낡은 차량들로 가득찬 거리...

보행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바쁘게 질주하는 무지막지한 차들... (양보의 미덕이란 다 먹고 살만해야 생기는 거다). 우리 둘은 살아남고자(ㅜ.ㅡ) 꼭 건널목 파란불에서만 길을 건너는 아주 문명화된(^^) 습관을 실천했는데... 안타깝게도... 파란불이라고 차들이 꼭 멈춰주는 건 아니더라.. 일방통행로에서 택시가 역주행해서 기겁을 한 적도 있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 왈, 이렇게 안 하면 도대체 저 막힌 길을 뚫고 나갈 수 없다고...ㅜ.ㅜ  입이 쩍 벌어졌다...

 

지하철.... 노선도 촘촘하고 배차 간격도 짧고, 심지어 나름 청결하기도 해서 상당히 맘에 들기는 했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없는게 정말 쥐약이었다. 계단은 어찌나 많은지.... 짐가방 들고 오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뭐 돌아보면 불과 몇 년 전 서울의 모습 아닌가... (웃긴 일도 있었는데, Matthew 가 내 가방까지 끌고 다니는게 미안해서 낑낑대며 나혼자 어찌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한 청년이 내 가방을 번쩍 들어 옮겨주더니,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쿠바에서 왔다고 멕시코 사람과는 다르다며 친절함을 왕 과시하더라 ㅎㅎㅎ).

 

지하철 안은 그야말로 백가쟁명의 시대였다. 다리를 끌고 기어다니며 노래로 구걸하는 장애인들, 형형색색 형광펜셋트, 우산 세트, 각종 알 수 없는 상품들을 믿기 어려운(!) 가격에 파는 상인들... 나중에 피라미드 가려고 시외버스 탔을 때는 금팔찌를 불과 25페소 (2천 5백원)에 파는 아자씨도 있었다. Matthew 한테 "혹시, 원래 저게 시내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던 물건인데 회사가 부도나서 할 수 없이 싸게 파는 건 아니래?" 하고 물어보니까 "아직, 그 이야기는 안 했어. 조금 있다 할 거야. 그리고 틀림없이 저 아저씨 애가 여섯 명인데, 그 중 한 아이가 아파서 병원비가 필요할 걸?" 그 아저씨 내리고 나서 이번에는 약장사 아자씨가 탔는데 물에 타서 마시면 몸을 정화시키는 약이란다. Matthew 의 통역에 의하면, "이게 병을 치료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몸을 정화시켜 병을 예방할 뿐이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걸 복용하고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나한테 했다"고.... 지구 반대편에서 어쩜 이렇게 똑같은 스토리....

 

시내 보도는 그야말로 넘치는 노점들 덕분에 오가기가 힘들 정도... 파는 물건의 종류도 진짜 각양각색인데... 특히 돗자리 하나 펴놓고 초라하게 과자나 과일 등속을 파는 이들은 대개 인디오들로 보였다. 이들 노점 덕에 길거리에서 맛난 또르따스나 꿰사디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고, 신기한 열대과일과 신선한 과일쥬스들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여기 오렌지는 한국 귤만큼 작은 크기인데 무지무지 싸서, 그 자리에서 갈아 주스를 만들어주고 6페소... 웃긴게, 쥬스를 컵이 아니라 그냥 비닐 봉다리에 담아 묶어 빨대 꽂아 주는데, 그거 쭉쭉 빨면서 지하철에 타니까 사람들이 다 쳐다보더라. ㅡ.ㅡ)

 

1.

 

멕시코 경제는 지금 말이 아니란다.

한국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NAFTA 도 그렇고, 최근에는 강화된 미국의 이민규제가 직격탄을... .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멕시코 경제의 1/3이 미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송금에 의해 유지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멕시코 탈락 전까지는 사람들이 축구 이야기만 했단다 ㅜ.ㅜ)

하지만, 시내 도심은 물론이거니와 시골 방방곡곡 전봇대와 버스 정류장마다 선거 포스터로 도배가 되어 있는 모습이 과히 맘편하지는 않았는데, 도대체 저 돈이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Oaxaca 지방에서 교사 노조가 파업을 일으켜  경찰의 폭력 진압 끝에 몇 명의 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아직 현재 진행 중). 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말할 수 없이 후진데, 여기 시티에도 시급이 시간당 겨우 12페소(약 천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  단돈 몇 페소가 아쉬운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저 포스터와 현수막에 투자한 돈의 반만이라도 공공지출에 직접 쓰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그래도 Matthew는, 정치에 냉소적인 미국 사회보다는 사회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정치토론을 즐기는 멕시코 사회가 훨씬 건강하지 않냐고...  맞는 이야기지...

 

멕시코 독립 영웅인 Juarez 동상... 그 주변의 정치 포스터들... 선거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Obrador  진영의 대자보가 함께....


 


 

시시각각 다른 결과를 보여주던 길거리 신문들...

Matthew는 재밌는 해석을 하기도 했는데... 여기 사람들이 셈에 하도 약해서... 저 정도의 표 차이는 순전히 덧셈 실수만으로도 가능한 결과라고... ㅜ.ㅜ

 

 


 


 

사빠띠스따에서 붙였던 선거 포스터...

"누가 승리하던간에 너네가 지는 거다",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하자"고 써 있다.  사빠띠스따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물어보니까, 대체로 호의적이란다. 한편으로는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이기도 하고, 또 거침없는 그들의 사회비판이 공감을 얻기도 하고...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단다.

 

 


 

사실 떠나기 전날 저녁에, Matthew 친구인 Ignacio 집에 놀러가서 이런 저런 정치 이야기들을 좀 들어볼까 했는데.. 엉뚱하게도(!!!) 이 양반이 자기가 최근 좋은 DVD 를 한편 구했다고, 같이 영화를 보자는 거다.

무슨 영화?

오리지널 버전 "링"....

세상에, 멕시코에 와서 내가 사다코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어디 꿈 속에서라도 상상이나 했으랴.... ㅜ.ㅜ 하여간, 불 다 끄고 밤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사다코를 만나느라 정치토론이고 뭐고.... ㅡ.ㅡ  (이 날 스타일을 좀 구겼다. 그동안 줄곧 의연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망할 놈의 사다코 땜에.... 흠...) 

 

2.

 

어디에나 사람들이 일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존재하고,

그 속에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놀랄만큼의 유사성, 다른 한편으로 그 사회만의 독특한 구석들이 있다.

이걸 "남루한 일상" 운운하며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고,

"불쌍해서 어쩌나" 하며 동정하는 것도 가당찮은 짓이다.

 

평범한 멕시코인들이 보여주던 따뜻한 마음,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변화의 열정, 그리고 그 풍부한 문화의 저력을 모아...

다함께, 조금씩 앞으로... 또다른 세계가 가능함을 보여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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