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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12
    흐린 가을날, 단풍(2)
    hongsili
  2. 2005/08/23
    뉴욕 방문(1)
    hongsili
  3. 2005/04/06
    필라델피아에서 뉴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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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03/13
    펄펄 눈이 옵니다(4)
    hongsili
  5. 2004/09/21
    남아공 방문기 #2
    hongsili
  6. 2004/09/21
    남아공 방문기 #1
    hongsili

노동자를 아프게 만드는 노동자당 ㅡ.ㅡ

PT가  "행복해지기를 두려워말자"라는 슬로건으로 성공하는 걸 보면서

나도 많은 다른 이들처럼 가슴이 설랬다.

수십만명이 모여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를 외쳤던 포르투 알레그레의 "전설"또한 얼마나 가슴벅찬 이야기였나...

 

하지만 조금씩 상황을 알아가면서 (특히 제임스 패트라스 등의 비판)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고, 특히 한국사회와 관련하여 그 함의가 엄청나다는 생각을 자주 했더랬다. 

그래도, Radicals in Power 같은 책에서는 특히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PT 가 경험했던 시련과 성공/실패의 과정들을 비교적 긍정적인 관점에서 (= 우리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어쨌든 이만큼이나 한게 어디야)  그리고 있다.  여기에는 "쳇, PT는 좌파도 아니야"라고 폄훼하기 어려운, "radicals in power"가 처한 현실에서의 딜레마들이 잘 그려져 있다.   

 

Radicals in Power: The Workers' Party and Experiments in Urban Democracy in Brazil

 

오늘 FundaCentro (말하자면 산업보건안전연구원, 미국의 NIOSH?)에서 일하는 Thais 를 만났는데, 그녀가 20년 PT 에 대한 지지를 접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쨌든 (!) 착잡하더라...  

 



현재 여기 브라질에서 노동안전보건 정책의 방향은, 구체적인 규제들은 완화하되 광범위한 비공식 부문의 비정규 노동자들을 산별 노조로 포함시키면서 전반적 지위와 교섭력을 강화시키자는 것이란다. 하지만 의료보험이나 유급 휴가 등에 대해 "brazilian cost" 운운하며 노동자 권리의 전반적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무지 강하고 (만국공통 현상 아닌가 ㅡ.ㅡ), 실제 안전보건 규제를 집행하거나 단속할 인력이 말도 안 되게 부족한지라 현실은 상당히 암담하단다.

 

안타까운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소위 "개혁"을 현 PT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며(선거가 있잖수 ㅡ.ㅡ), PT 내부에서 정파간 알력이 심하고 모든 사안들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물론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어딨나) 학술/기술 분야마저도 당의 소위 "낙하산 인사"가 빈번하게 자행된다는 점이다. (운동진영의 PT 에 대한 지분 요구는 위의 책에도 상세하게 기술)

 

이를테면, 연구 기관인 FundaCentro의 디렉터도 노동안전보건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오랜 경력의 노동운동가가 낙점되어 전문성이라고는 빵점인데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게 더욱 문제란다ㅡ.ㅡ), 예산이 축소되고 인력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과중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여기 직원들 자체가 많은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단다 (그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여기 노동자들이!!!)

 

그리고 좀더 미묘한 문제도 있는데....

PT 혹은 노동운동 진영의 상층부(CUT)가 권력화하면서 현장과 자꾸 멀어지고 특히 각종 부패가 만연하면서, 운동 진영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중간 활동가들이 겪는 어려움이 말도 못할 지경이란다. 이들의 주된 정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의 상실과 부끄러움(shame!!!)....  이들의 정신건강 상태 (우울증)가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마초적 성향이 강한 브라질 문화속에서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기보다는 과도한 음주나 성적 방종으로 표출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다른 측면이기는 하지만, 일전에 한겨레 21에 실렸던 남한 노동운동진영의 우울증 유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매우 관심을...)

 

왜, 어떻게,

노동자당이 노동자를, 활동가들을 아프게 만들고 있나?

이를 몇몇 개인들의 정치적 과욕 탓으로 돌리거나 혹은 "태생적 한계" 운운하며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먼저 길을 떠난 이들의 실패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이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이 절실해보인다....

 

(가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놀랍도록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사회적 힘 social force 의 강력함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멕시코에서도 내내 그 생각을 했더랬다... 이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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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파울루 입성

비행기 열 시간 타고 상파울루에 도착..... ㅡ.ㅡ

젠장할 땅덩어리가 어찌나 큰지.....

 

좀 있다가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하는데.. 잠들면 큰일이라 불질하면서 시간 떼우고 있음. 졸려서 죽어버릴 거 같다.... ㅜ.ㅜ

비행기도 비행기지만,

꼭두새벽 공항에서 너무 고긴장 상태를 유지한 탓인지 기진맥진 상태...

 

세계 최고의 범죄율을 자랑한다는 살벌하기 짝이 없는 소문에 휩싸인 도시....

 

어두침침하고 안개낀 공항...안내판은 어찌 그리도 부실한지....

버스 찾아 삼만리 길을 헤매고 다녔더랬다.

영어는 기본으로(!) 안 되는데다, 심지어 단어 몇 개로 연명하려고 했던 에스빠뇰마저 사람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포르투기즈 한 마디 안 배워온 이 불초 방랑객을 탓해야지.. 자기네 땅에서 영어 못한다고 내가 이네들을 탓할 수야 있나... 

그나마 오브뤼가도(obrigado = thanks)는 알고 있었는데 지난 주 내내 멕시코에서 대선 결과 땜시 오브라도르 (Obrador) 이야기하느라 이게 입에 붙어서, 그것마저 문제...ㅡ.ㅡ

 

아이고.... 정말 졸려.....

사람들 만나서 꾸벅꾸벅 졸면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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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유랑은 낯선 곳에서 타인과의 관계 맺기, 그리고 헤어짐의 연속...

 

나이가 들면서 유약해진 걸까?

나날이 증진되는 소통의 기술 덕에,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고밀도 관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 “다시는” 혹은 “기약하기 어려운 오랜 동안”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일까?

 

지인들로부터 악명을 떨치던 그 부동의 평정심, 썰렁함은 사라져가고...

이제는 정든 이들과 헤어지는게 섭섭하게 느껴진다 (이제서야???)

 

주말에 함께 놀았던 Myriam 의 어린 두 딸래미들이랑 헤어지는데 진짜(!) 섭섭한 마음이 드는데다, 심지어 어제 Matthew 와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래서.... 잘 있으라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어영부영 그냥 돌아서버렸다. (언니??처럼 보살펴주던 이랑 헤어져 혼자 떠돌 생각을 하니 좀 막막하기도 했지...ㅡ.ㅡ)

 

오랜 동안 길 위를 떠돌면 

애착이 소진되고 관계에 더욱 둔감해질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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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하지만 새로운...

무선랜 서비스가 되는 호스텔로 옮겼음.

아마도 동성애자 전용 호스텔인 거 같은데.. 우리가 불쑥 나타나서 주인장이 더욱 놀라는 분위기...(ㅡ.ㅡ)...

 

지난 며칠 동안 멕시코 시티를 돌아다니고,

주말에는 Valle de Bravo 라는 남서쪽 휴양지에서 쉬다 왔음.

 

멕시코 시티가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는 대도시라는데... 정말 그것이 허명이 아니더라.

어찌나 징그럽게 큰지.....

광대한 넓이와 복닥거리는 사람들로.. 거리를 걸어다니기만 해도 정신이 홀랑...

마치 옛날 서울 광경을 보는 듯해서 사실 낯설지는 않았는데.. 조용한 캠브리지에 2년 살다보니 당최 적응이 안 되는거라... ㅡ.ㅡ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소매치기와 강도를 조심하라고 하지만...

우리가 내린 결론은... 길건너기를 진짜(!) 조심해야 한다는 것!!! (각종 여행 책자들을 업데이트 해줘야 한다고 생각)

신호등과 관계 없이 어찌나 차들이 막 달려드는지 완전 기겁을 하고 있는 중... 무단횡단이라면 나도 일가견이 있는데 이거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ㅜ.ㅜ

 

한국에서는 요즘 대선 결과와 NAFTA 때문에 멕시코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해 있는데... 실제로 접하는 빈부 격차는 정말 상상초월....

 

도대체 길거리에 있는 그 많은 노점상들과 걸인들과 일자리를 기다리는 수많은 실업자들은 하루하루를 어찌 버텨나가는지.... 

 

그저께는 Matthew 친구인 Ignacio 의 승용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가는데, 신호에 걸려 잠깐 서 있는 사이 갑자기 사람이 돌진을 해 와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그 잠깐, 1분도 안 되는 시간, 도로 주변에서 기다리던 소년이 비눗물병과 수건을 들고 도로 한가운데로 돌진하여 승용차의 앞유리를 닦고 팁을 받아 사라지는 것이다. 그 넓은 대로에서.... 그 뿐이랴... 다음 신호에 걸렸는데, 이번에는 차력쇼에서나 보던 불쇼를 대로 한 가운데서 하고 또 팁을 받아간다. 매 신호가 걸릴 때마다 대여섯명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무얼 팔거나 공연을 보여주거나.....

 

그런데 주말에 Valle de Bravo 에서 본 상류층의 생활은 또 역시 상상초월이었다. 멕시코 시티, 과달라하라, 여기 바예 데 브라보 (주로 멕시코시티에 사는 상류층들의 주말 별장이 모여 있는 곳)에 세 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세계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더라. 근데.. 그 느낌이 뭐랄까... 한국의 전형적인 속물 부르조아 집안...... 따뜻한 접대가 물론 고맙기는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굉장히 불편했는데.. Matthew 도 마찬가지였단다. 이 양반이 예전에 한국 대구에서 부잣집 개인 영어교사를 하면서 완전 상처받은 적이 있는데..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란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멸시... 심지어 우리보구 멕시코 시티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절대 말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위험하다고..... 그리고 가정부 언니가 차려주는 밥상도 어찌나 맘이 불편하던지....

 

도대체 이 사회가 어디로 가게 될지, 어디로 갈 수 있을지 참으로 암담한 생각이....

대선 결과를 놓고 나라 전체가 완전 들썩이고 있는데 (토욜 저녁 소칼로에 2백만 명이 모였단다!)...

 

아이고.. 졸려서 더 이상 못 쓰겠음..

제목과는 전혀 다른 곁가지 이야기만 쓰다가 이게 뭐냐...

다음 기회에....

 

 

 

아래는 전망대에서 본 시티 전경....

징글징글하게 넓다. 그리고 혼돈.... ㅡ.ㅡ

 


 

지난 주 중 Zocalo에 설치된 오브라도르의 캠페인 부스.... "스마일.. 우리가 승리할 거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결판이 나기 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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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ㅜ.ㅜ

예정대로라면...

지금 Juarez 공항에서 Matthew 를 만나고 있어야 하건만....

 

보스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엄청 꾸물거리는 바람에,

Mexico City 로 가는 연결편을 놓쳐버렸다. ㅜ.ㅜ

지금은 Atlanta 의 Holiday Inn....

 

뭐냐...

출정가 힘차게 부르고,

토끼님이랑 hug 까지 하면서 비장하게 출발했건만.... 아직도 미국이야... 흑...

 

다행히 Matthew 휴대전화 번호를 알고 있어서 국제전화(ㅡ.ㅡ)로 전후 상황 설명하기는 했지만, 유스호스텔을 내 신용카드로 한꺼번에 예약했기 때문에 이 양반은 자기 방에도 못 들어갈지 몰라...  내일 공항에 마중 다시 나와야 하고....

 

근데 아까는 진짜 혈압이 무진장 올랐으나...(영어로 화내느라고 두 배 힘들었음)

또 막상 공짜 호텔에 아침밥도 준다니 분노가 봄눈 녹듯 사라졌다 ㅎㅎㅎ

아까 비행기에서 내내 자느라고 읽지 못했던 안내 책자나 좀 읽어봐야지...

 

뉴스를 보니까 멕시코 선거 결과가 근소한 차이로 Calderon (현재 대통령인 Vincente Fox 와 같은 보수당) 에서 Obrador (민주혁명당-좌파.. 하지만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정치인들을 절대 사회주의자라 부르지 않고 Populist 로 부른다)로 뒤집혔나보다. 전체 재검표하면 과연 어찌 될 지 모르겠다. CNN headlines 에 Glen Beck 이라는 웃긴 앵커가 있는데, 대선 재검표는 미국이 전문가니 멕시코 집권 보수당은 꼭 플로리다(!)에 자문을 구해보라고 ㅎㅎㅎ

근데 이거 때문에 오늘도 Mexico City zocalo (중앙광장) 에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했나보다.

 

잘하면, 평생 보기 힘든 구경하게 생겼다.. 좋아해야 할까? ㅜ.ㅜ

 

* 아참... 잠깐 뉴스 자료 화면에 보니까...

세상에 멕시코의 투표인 명부에는 이름이랑 신상 정보 말고..."사진"도 들어있다.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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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al mundo extrano

출격!!! 출발하기 전부터 수면부족과 피곤에 쩔어, 마치 이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추레한 모습으로.... 그래도 간다... 미지(?)의 세계로... (갑자기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 "...니나가 잡혀 있는 마왕의 소굴로,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날쌔고 용감한 폴이 여ㅤㄱㅣㅆ다 ~") Vamos ! Camino al mundo extrañ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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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정리

귀찮기도 하고, 다른 일 때문에 정신도 없어서 그냥 넘어가려다가...

그래도, 여행길 안내해준 지인들 성의를 생각해 잠깐 기록을 남겨둔다.

근데.. 도대체 귀차니즘의 끝은 어디일까???

 

0. 학회 포스터

 

정말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저 누더기... ㅜ.ㅜ

옆의 패널은 안 올거면 진작 알려주지.. 그랬으면 좀 보기 좋게 붙였을텐데...

 

그래도 돌아보니까 나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어서 조금 안도를 하기도 했는데...

어떤 발표자는 포스터를 중간에 분실해서, 아예 Letter 용지에 연필로 개발괴발 써서 붙였더라.... 보는 사람도 어찌나 안타깝던지... ㅜ.ㅜ

 

 


 

 



0. 시애틀 SF Museum

 

포스닥으로 공부 중인 지인 S 덕분에 시내 관광도 하고, (밥도 물론 잘 얻어먹었지..) 

방문 연구자로 와 계신 K 선생님 댁에 초대 받아 바베큐 파티도 하고,

완전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중간에 한-스위스 축구 시합마저 (ㅜ.ㅜ) 관람...

 

날씨는 정말 더이상 좋을 수 없더라...

고향 아니랄까봐 콩다방이 정말 골목마다 하나씩 있더만.. (콩다방 1호점 봤다 ㅎㅎ)

항간에는 겨울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우울한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유독 커피를 많이 마시고, 심지어 바닷물도 카페인으로 오염되어 돌고래들이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믿거나 말거나... ㅡ.ㅡ

 

어쨌든.. 가장 좋았던 것은 SF 박물관..

기념비적인 SF 소설들을 테마별로 전시하고 (이를테면, 생명공학, 우주여행, 사이보그, 페미니즘 등등) 작품들에 나타난 과학기술과 사회적 의미에 대해 해설을 해 놓았더랬다.  이를테면 로봇 개념을 처음 도입한 차펙의 희곡 1판과 공연 장면 사진, 그리고 로봇 반란이 주제였던 영화 Metropolis 이야기 등을 함께 묶어 설명하기도 하고, 젠더와 관련한 초기 소설 Venus Plus X 와 Left hand of darkness 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SF 세계에서 유별난 작가와 팬 사이의 상호작용 등등... 

 

그 뿐이랴..

소설이나, 영화로 제작된 작품 속에 등장한 주요 소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세상에나.. Blade runner 에서 해리슨 포드가 사용하던 총, 리플리컨트가 입었던 비닐 자켓, 그리고 Rachel 이 입었던 검은 반짝이 수트....  어찌나 가슴이 설래던지... 거기다 Alien 1편에 등장했던 리플리의 작업용 로봇과 침 갤갤 흘리던 에이리언 모형까지 실물 크기로....  한편 Babel Fish 의 단면도 한 쪽에 조용히 ㅎㅎㅎ

아참.. 미국사회를 패닉에 빠뜨렸다던 War of the Worlds 라디오 공연 실황도 오손웰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거기다 한쪽 벽면에서는 고해상도 입체 영상으로 Blade runner 에 등장하던 2019년 LA의 추적거리는 모습, 해가 질녘 평화롭게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의 Matrix 세계까지....

 

정말.. 좋아 죽는 줄 알았다...

근데... 내부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섭섭.. 그냥 겉 모습이라도....

 

시애틀의 랜드마크라는 Space Needle  ...

MIB 에 등장했듯, 위기 상황이 닥치면 본체가 분리되어 외계로 날아가려나???

 

 

박물관 겉모습.. 재미나게 생겼음..

 

 


 


 

0. 보풀이 살고 있는 Minneapolis

예전에 여성노동건강 세미나를 함께 했던 보풀이 미네소타 대학에서 여성학 공부를 하고 있는데... 지난 2년간 서로 얼굴 한 번 못보구 그냥 떠나는게 너무한 거 같아 학회 다녀오는 길에 잠시 들렀다.

보풀과 룸메가 해주는 맛난 저녁도 얻어먹구.. 같이 영화도 보구 (Sisters in law), 미국 최대라는 쇼핑몰 (Mall of America) 구경도 하고, 야외 조각공원 구경에.. 오.. Calhous 호수 구경까지.. 생각보다 많은 걸 했군 ㅎㅎㅎ

쇼핑몰은.. 쇼핑몰 자체의 규모도 놀라웠지만, 주차장 규모에 입이 쩍 벌어졌다. 눈이 많이 오는 미네소타의 특성 상, 옥외 주차를 안 하고 실내 주차장을 만들기 때문에 그런 대형 격납고를 능가하는 메가 주차장이 생겼단다..

 

숫가락에 얻힌 앵두가 인상적인 Walker Art Center 의 야외 조각 공원

 

 

시내에 위치한 Calhoun 호수... 경치 좋더만...

 


 

시내에서 전망이 제일 좋다는 까페.. 대낮부터 앉아 맥주를 홀짝거렸음.

자칭 미네소타 최고의 관광자원이라는 보풀이 머리를 흩날리는 모습 ㅎㅎㅎ

 


 

그동안 여성주의와 관련해서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이번에 가서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왔던 것이 무엇보다 좋았음...

보풀..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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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 산중에서...

어제 오늘,

버몬트에 살고 계신 집주인 할매할배 댁에 다녀왔다.

지난 가을에 한 번 갔었는데, 봄이 또 절경이라 하길래...

한 번 더 놀러 오라고 인사말 건네실 때 냉큼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여기는 그래도 보스턴보다 북쪽이라 이제서야 봄 기운이 나기 시작했는데..

과연 신록이 대단하더군.... 그리고 천지에 널려 있는 이름모를  들꽃, 산꽃들...

 


 

심지어 날씨마저 좋아서, 정말 구름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한국과는 분위기 완전 다른 한산한 고속도로.... 가는 길부터 호연지기가 무럭무럭!!!

 

(화면에 보이는 희미한 검은 점은 미확인 비행물체가 아니라... JY의 차창에 묻어있는 먼지... 와이퍼로 슥삭 했더니 땟국물이 좌르륵 .... ㅡ.ㅡ)



애팔래치안 산맥 분지의 한 자락에 집이 포옥 파묻혀 있는데,

입구에서 보면 이렇다.

 

 


 

그리고 거실에서 내려다보면?

 

 


저 팔자 좋아보이는 개는 "진도"

할배 표현으로는 개가 개답지 않게 egotistical (자기중심적)이란다.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엉겨붙지 않고, 물끄러미 저렇게 산 밑 바라보기를 즐긴다.

 

처음에 입구에 들어설 때는, 사납게 짖어대더니만 "진도야.. 나 기억 안 나?" 하니까 금방 꼬리를 흔들며 나름 반가운 모습을 ... 어찌나 대견하던지... ㅎㅎㅎ

근데, 은근히 놀란 건, 밤에  지하 손님방 (원래는 아들딸 방) 에서 JY와 담소를 나누다 인기척이 나서 돌아보니, 거실에 있던 진도가 내려온 거다. 침대 옆에 스윽 하고 나타나 꼬리 몇 번 흔들더니 우리 방 앞에 누워 버리는.... 문득, 애틋한 (? 사람한테도 별로 안 느끼는 정서를...) 맘이 들어서 한참이나 보듬어줬다. 좋은 말로 훈계도 했다. 니가 시간이 없냐, 뛰어놀 공간이 없냐, 밀린 일이 많냐... 운동 좀 해.. 이 살 좀 봐...  (산 속에 사는 개 치고는 너무 뚱뚱하다. 운동 안 하고 맨날 먼산이나 바라보고 있으니... ㅡ.ㅡ)

근데, 문득, 개 귀에 경읽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 앞 연못...

할배가 tadpole 많다고 그래서, 그게 뭔가? 했더니만 올챙이였다. ㅡ.ㅡ (영어 동식물 이름 정말 쥐약이다.  사실 한국말로도 꽃이름 나무 이름 절대 모르는데.. 하물며 영어로야.... 할배가 매란국죽 영어로 갈쳐주는데 도대체 국화 발음이 어려워서 원... )

올챙이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 크기부터 주먹만한 크기까지 정말 다양하기 그지 없었는데... 이렇게 올챙이를 직접 본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싶었다.

저녁에 읍내에 나가 외식을 했는데.. 들어오니 개구리 울음 소리가 벌써부터 장난 아니더라. 내가, "oh, frogs are singing" 했더니만, 할배가 "singing? NO! they are crying".. 하면서 아주 시끄러워 죽겠단다 ㅎㅎㅎ

 

어제 밤에 반달이 예쁘게 떴는데, 반달이 그리도 밝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다.

불을 다 끄고 누웠는데도 침대 위에 창문으로 쏟아지는 불빛이 남아 있어, 가로등인가 하고 내다보았더니.... 그저 반달이었다. 

아까 오후에 구경갔던 할아버지 이웃 집, 그 옥탑이 떠올랐다.

저렇게 환한 달빛 아래 술 한잔을 들고 있노라면, 이태백이 아니더라도 입에서 저절로 시가 읊어지겠구나...

 

 

 


 

바로 이 집.. 할배 옆집인데, 그렇다고 건물이 가까운 건 아니고 말하자면 옆 언덕... 학부 때부터 친구였단다. 건축가인데..지붕에 해괴하게 생긴 구조물이 바로, 술 마시려고 지어 놓은 옥탑이란다. 바로 내가 꿈 꾸던 곳이다.. 여기서 내려다 본 광경은?

 

 


할 말을 잊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내가 사는 집 주인 할배)

 

 


그 집에서, 할배네 집 까지 가는 길....

 

저 아름다운 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원주민 학살의 역사,

그리고 저 평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제국주의의 역사..

그런거 다 모르는 채로,

그저 자연 - 있는 그대로만을 보면서, 이런 데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뱀발

 

할배는

여기 하버드 한국학 연구소의 소장을 하다 정년퇴임하신 인류학 교수.

한국전쟁 때 외교관으로 한국에 머물렀고, 이후 1965년도에 인류학 박사과정 중에 충남 서산에서 지역사회 현장 연구를 진행하느라 또 한국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

 

할배의 무용담과 에피소드를 듣고 있노라면,

신기하고 재밌다는 생각과 더불어 어려웠던 우리네 부모 세대의 모습에 대한 연민...

(의사도 병원도 구경하기 힘들던 서해 섬마을에서 할배가 폐렴에 걸린 동네 아기의 목숨을 구한 사건 때문에, 마을에 송덕비(ㅜ.ㅜ)가 세워졌고 그 행사에 군수가 직접 행차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리고 책으로나 보던 한국 지배계층의 그 모습...

도대체 70년대에 태어난 나도 일년에 쇠고기는 생일날과 제삿날 밖에 못 먹었는데,

60년대에 벚꽃 만발한 서울의 가정집 정원에서 각국 외교관 불러다놓고 쇠고기 바베큐 파티들을 했다니, 이몽룡이 변사또의 생일잔치에서 일갈하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나. 하긴, 625 당시 부산에 피난 정부가 세워져 있던 시절에도, 할배는 "진짜" 기생이 나오는 요릿집에서 식사대접을 받고는 했단다.

미국 외교관, 그리고 하버드 박사... 그를 대하는 한국 지배계층의 모습과 태도.. 사실 안 봐도 비디오 아닌가..... 직접 이야기로 듣고 나니 더욱 기가 찰 뿐이지...

 

요새 한국의 젊은 세대가 미국에 대한 감정이 별로 안 좋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평택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사실, 할배한테는 별루 할 말이 없었다. 

미국의 침략적 제국주의적야 뭐 거기서 비판하고 말 것도 없고... 

오히려, 땅 내놓으란다고 덥썩 내어주고, 거기에 더해서, 주인양반 심기 상하지 않도록 더욱 야멸차게 나서서 땅을 챙겨대는 마름의 모습이 더욱 가관이니... 뭐 미국인 할배한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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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에서...

그저께 저녁에 기차타고 토론토로 이동.

아름다운 겨울 풍광을 감상할 것으로 기대한 기차여행이었으나

내다보니 보이는 것은 앙상한 겨울 가지들과 끝도 없이 (!) 펼쳐진 눈밭..... 흑.

시베리아 횡단열차 도전 같은 건 꿈도 꾸지 말자는 결심을 굳힘...

 

토론토에 도착하여,

이 정도 날씨면 반팔로 돌아다녀도 되겠다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1초간 했음

(하긴, 이 날씨에도 네오는 모자 뒤집어 쓰고 장갑 목도리 하고 나타나서 잠시 아연실색했음.. 연로한 나이 탓이려니 ㅜ.ㅜ)

 

어쨌든...

오타와 기념 사진 몇 장

 

 

 



1. 오타와는 캐나다의 수도이자 대표적 행정도시...

웬만한 건물은 다 연방 청사.... 건물 꼭대기에 Canada라고 써있고 국기 그려져 있으면 연방 청사라고 생각하면 됨.

아래 사진은 국방부. 그 아래는 오타와 시청. 
 

 

 


 

2. 연방 보건부 건물.. 일련 번호 19번까지 보았는데 여기 말고도 시내 다운타운에 또 건물이 있다... 어찌나 크던지.... 특이한 건 보건부 명칭이  'Ministry of Health' 가 아니라 'Health Canada' .... 왜 이렇게 부르냐고 물어보았더니만, 공무원들이 "글쎄, 그러고보니 궁금하네. 주 보건부와 헷갈리지 말라고 그런 거 아닐까?" 하면서 자기네들끼리 갑론을박....  ㅡ.ㅡ

 

 


 


 

3. 연방 의회 건물... 엄청 웅장... ㅜ.ㅜ 줌을 더 당겨서 찍었어야 하지만 강력한 추위 때문에 더이상의 손놀림이 불가하여.. 사진들이 전부 디폴트 모드로만 찍힘 ㅎㅎ

오타와 시에서 강만 건너면 퀘벡 주. 워낙 캐나다 사회가 영/불어 공용이기도 하지만 퀘벡이 가까워서인지 불어 쓰는 사람 무진장 많음... 말 시작한지 20초 쯤 지나야 이 사람이 영어를 하는지 불어를 하는지 파악이 되더라는 ㅜ.ㅜ

그 아래 사진은 시내 공원의 조형물... 얼음 조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잠시' 녹은 흔적조차 없더라... 

 

 

 


 


 


 

4. 마지막 날 국립미술관 다녀왔음

건물이 무척 인상적.... 마당에 자리한 Louis Bourgeois의 조각도 강렬...

무력 혹은 경제적 약탈의 역사가 거의 없는 캐나다 박물관은 그 약소한 (ㅜ.ㅜ)소장품으로 인해 돌아보기 안쓰러운 맘이 들곤 했는데...

건물 자체가 무척 인상적이고 인디언 (first nation) 작가의 특별전과 Inuit 부족의 작품들을 보여주는 공간이 있어서 매우매우 만족스러웠음. 다른 데 가서는 보기 힘든 거니까....

 

앞의 세 장은 미술관 외관과 Bourgeois 작품. 그리고 rotunda 내부

그 밑의 세 장은 자연 채광 하에서 공간감이 돋보이는 복도와 벽면

그 아래는 미술관 내 교회 - 예배를 보는 공간은 아니고 교회장식 + 수 십개의 서라운드 스피커를 이용한 교회음악....  이거 듣느라 30분 넘게 방 안을 서성였음....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라니...................

 

 

 


 


 


 


 


 


 


 

5. Inuit 부족의 공예품...

실뜨게 놀이를 하고 있는 아낙의 모습이 우리네와 너무 닮았다. 그리고 이 실뜨게... 너무 낯익어....  마지막 사진은 "고래뼈"로 만든 작품.... 이곳 사람들 말고 누가 또 고래뼈를 가지고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상아로 만들어진 것들도 있는데, 설마 그 추운 지방에 코끼리 상아는 아닐테고 맘모스(?)나 바다표범의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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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이틀째

오늘도 무지하게 추웠음

 

영하 17도 + 체감 기온은 영하 20도 쯤

 

저녁에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어 이리저리 헤매던 중 일본 식당 발견

따끈한 미소된장국에 돈까스 덮밥...

거기에 뜨거운 정종 한 잔. 

갑자기 에너지 업...

일본인 주방장 아저씨랑 이래저래 수다 떨다 왔다.

요즘 날씨는 그리 추운 것도 아니란다. 도대체...... ㅠ.ㅠ

 

여기 사람들 까다로와서 장사하기 힘들다고 아저씨 불만이다.

한국 일본 사람들은 주는 대로 먹는데, 서양인들은 어찌나 요구하는 것들이 많은지 미치겠다나? ㅎㅎㅎ

 

 

문득...

종로 뒷골목, 파랗게 일렁이던 불꽃이 일품이던 정종대포집 생각이 났음.

한국을 떠나던 즈음 재건축 어쩌구 시끄러웠었는데....

아직 그대로 남아 있으려나?

공짜로 퍼먹던 맑은 순두부찌게랑....

참새다 메추리다, 홍새다... 논란도 많았던 각종 꼬치 구이.... ㅎㅎㅎ

 

지금 모하는 짓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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