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21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9/13
    대단한 미국
    hongsili
  2. 2005/09/05
    죽음이 흔한 세상...
    hongsili
  3. 2005/09/03
    반복되는 역사....(3)
    hongsili
  4. 2005/09/01
    떡고물 이론이(1)
    hongsili
  5. 2005/08/31
    생쑈(1)
    hongsili
  6. 2005/08/30
    험난한 모범 사례 찾기...(1)
    hongsili
  7. 2005/08/19
    작은 기쁨(7)
    hongsili
  8. 2005/08/17
    지역 감정, 그리고 반 유대주의..(2)
    hongsili
  9. 2005/08/07
    로맨스와 불륜(2)
    hongsili
  10. 2005/08/03
    헉. 이.럴.수.가....
    hongsili

엄마의 역할은 소중하다. 그런데...

알엠님의 [타박타박] 에 관련된 글.

알엠님의 글을 읽고 엊그제 읽은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딱히 트랙백을 걸만큼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해괴한 기사였다.

 

요즘 미국 아이비리그 여학생들 중에 전업주부, 혹은 최소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겠다는 비율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대규모 서베이가 아니라 단정짓기는 뭐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도 분분했다.

 

- 기도 안 찬다. 60-70년대 여성운동의 성과에 대한 퇴행이다.

 

- 지금 세대는 현실적이다. 일도 가정도 잘 꾸려갈 수 있다는 환상을 일찌감치 버렸다.  

 

- 꼭 나쁠 것도 없다. 다음 세대를 잘 키우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냐.

 

그러면서 몇몇 여학생들 인터뷰가 실렸다.

 

'내가 어렸을 적, 엄마가 집에 있었고, 나는 자라면서 그 차이를 알게 되었다. 엄마가 집에 있는 애와 없는 애의... 그래서 나는 최소한 아이가 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아이를 돌볼 예정이고, 그 이후에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볼 것이다.'

 

'나의 결정에 엄마는 기뻐했다. 그녀가 지난 세월 한 일이 바람직한 일이었다는 것을 나의 결정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예일 대학,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졸업생들의 현황도 같이 실렸는데, 40대에 이른 동창들의 경우 남성의 90% 이상이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는데 비해 여성은 1/3이 주부, 1/3은 파트타임, 그 나머지가 정규직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1. 중산층 출신의 학생들이 명문 아이비리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식 교육에 목맨 전업 주부 혹은 막강한 경제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엄마가 필요했다. 미국 사회에서 Van Mom, Soccer Mom 은 아주 흔한 표현이다. 명문 대학에 가려면 시험 점수는 기본이요, 화려한 과외활동이 필수... 각종 예체능 활동을 섭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이리저리 실어 나를 수 있는 5분 대기조 엄마가 있거나, 이를 전담할 그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공교육이 취약하고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그 뒷감당은 "엄마"들의 차지가 되었으니.. 이렇게 대학에 들어온 아이들이 엄마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2. 경제력에 따른 권력 분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력한 진실이다. 아무리 미래세대를 키우는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이라 한들, 유급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가정 내의 권력 관계는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 시절의 교훈 아니던가... 이러한 중산층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이 여성의 가정 내, 혹은 이를 넘어서 사회적 권한 약화를 가져올 것이 심히 우려된다.  

 

3. 또다른 문제는.. 이러한 "중산층" 가족 모델이 사회적으로 합리화되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또다른 부담(죄책감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을 줄 수밖에 없다. 엄마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근데 모든 엄마가 다 그렇게 할 수 있나 말이다. 이미 미국 통계는 남성 가구원  1인의 소득만으로는 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홀어머니 가구의 숫자 장난 아닌데 말이다. (이들이 빈곤층의 대부분을 차지).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아이비리그 졸업장까지 팽개치면서 전업주부로 살 수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선택받은 소수....

 

도대체 이 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

 

아참.. 알엠님....

뭐 통계분석을 해 본건 아니지만.... 제 주변( + 제 자신)을 돌아보면.....

엄마아빠의 삶의 태도가 중요하지.. 집에서 보듬고 있었느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애요.  열심히.. 가던 길 그냥 가세요..

(그렇다고 제가 보란 듯이 잘 자랐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ㅡ.ㅡ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미국식 민주주의

어제 부시가 아주 침통한 표정으로 "모두 내 탓이오" 발언을 하는 걸 보구  사실 좀 놀랬다.

뭐 어떻게 손써볼 수 없이 악화일로에 있는 여론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게다.

(많은 언론들이, 그래봤자 늦었다고 비아냥 거리는게 지금 대세 ㅡ.ㅡ)

 

하지만, 이런 사과의 발언이 부시 개인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부시의 대중적 이미지 (특히 마이클 무어 감독에 의해 그 정점에 이른) 는 어리버리... 

한편에서는 그의 정신분석까지 해서 편집증에 공격 성향에, 가정환경이 어쩌구... 말들도 많더라만....

 

하지만 그가 내리는 그 어떤 결정 하나도 부시 본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절대(!) 생각치 않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사회를 움직이던 진짜 권력은 들끓는 여론 (반전 운동, 흑인 민권 운동을 비롯하여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을 휩쓴 미국의 각종! 운동들)을 잠재우고 빨랑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길 바랬다고 한다.

닉슨이 대통령직을 사퇴함으로써, 그리고 청문회를 통해 CIA, FBI 의 아픈 과거들을 드러냄으로써 미국 사회는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이 건재하구나"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는 것. 대통령이 물러났다는 사실 빼고는 달라진 것이라고는 없었을 뿐더러, 청문회와 특별 조사과정에서도 자본의 이해와 직접 맞닿아 있는 부분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거나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동안 있어도 없는 듯하며 감추었던 계급 갈등, 인종 갈등의 문제가 실로 30년 만에 다시 표면으로 떠올랐다. "그들(!)"이 정말 못 견뎌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 상황을 가급적 빠르게, 세련되게 수습하려는 돌파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그조차 쉬울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신문 1면은 150명이 넘게 사망했다는 이라크 사진들로 도배가 되었다.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는데, 어째 30년 전을 리바이벌 하는 거 같다. 문제는 나선이 감겨 올라가느냐, 아니면 감겨 내려가느냐... 그걸 모르겠다는 거지...

 

* 사족

미국 문화 참 웃긴게... 카트리나 현장을 취재 보도하던 리포터들의 감정적인 태도가 요즘 최대의 연예뉴스 거리다. 그들의 태도가 일견 이해 되는 것이, 태풍 초반기에 이들도  똑같이 고립되었고 본사(?)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고, 그러면서 정말로 "현장"을 같이 했었다. 그러다보니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그걸 자꾸 확대재생산 하는 미디어의 선정성이 어처구니 없을 뿐...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격정적인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CNN 리포터 Cooper가 이 일로 인기 급상승하면서 이번 달 에스콰이어(?) 류의 남성지에 모델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 하긴, 얼마 전 뉴욕 타임즈에는 마르코스 부사령관의 발언을 실으면서 중간에 "스키마스크가 이렇게 섹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상 최초의 남성" 이라는 친절한 관계대명사절을 끼워넣기도 했었다 ㅡ.ㅡ

정말 웃겨...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이식된 역사

존 스노우와 윌리엄 파 ~ 는 역학의 아버지 어머니 쯤 되는 양반들이다.

존 스노우 할배야 런던 콜레라 사건 당시 보여준 혁혁한 공 때문에 워낙 유명하고,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물론 보건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알고 있지만, 파~ 할배는 좀 지명도가 떨어진다. 그래도 이 양반이 근대적 생정통계 체계, 질병 분류 체계를 확립하고 역학의 여러 중요한 개념들(이를테면 대조군)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역학 하는 사람들한테는 존 스노우에게 버금가는 중요 인물...

 

잉. 이걸 쓰려는게 아닌데?

 

질병의 원인 개념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구성되는가, 이런 논문에서 영국 빅토리아 파~ 할배 시대를 살펴보게 되었다. 이야기의 주요 논점은 아니었지만, 거기에 보면 과학으로서의 "의학"이 당대의 사회개혁 (부르조아 혁명)과 어떻게 발을 맞춰 나갔는지, 귀족 의사 (캠브리지, 옥스퍼드 출신. 과학보다는 인문학과 철학, 천문학을 주로 공부했단다)에 맞서 현장 의사 (해부학과 생리학으로 무장했으며, 환자들을 직접 만나는)들이 어떻게 "의학계"를 재구성했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깨알만한 글씨로 길게 서술되어 있지만, 요약하자면 새로운 전문직으로서의 의사들 또한 봉건 질서에 맞서 "싸우면서" 학문적 입지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것이라는 것.(전문직이 과학지식에 근거해서만 성립된게 아니라는 점은 오히려  20세기 초 영아 사망률과 관련하여, 산부인과 의사, 소아과 의사, 조산사, 백인 중산층 여성의 모성보호 운동, 흑인 여성 운동 등이 대 논쟁을 벌일 때 더 뚜렷이 드러난다).

이들이 개혁 세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근대 과학으로 무장했다는 점 + 봉건 사회와 초기 자본주의 사회의 극심한 불평등을 직접 목도했다는 것. 어쩌면, 인텔리겐차로서는 유일하게 사회의 하층 계급과 직접 대면했다는 것이 그들로 하여금 광범위한 공중보건 운동과 사회개혁 운동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뭐든지 단시간에 경험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내재적 동력보다는 외부로부터의 이식에 의해 이루어졌다.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 발전이 과연 내재적이냐 아니냐는 뭐 내가 논할 성질의 것이 아닌 거 같고... 학문 분야는 최소한 그렇다고 나름 확신한다.

그래서 나타난 결과 중 하나는, 사회발전 혹은 이행과 함께 이루어졌어야 할 학문의 진화 과정이 상당 부분 생략되었다는 거다. 말하자면 완성품이 그대로 도착한 셈... 전후 과정은 하나도 모른 채로...

 

한국의 의사들이, 다른 보건의료직들과 치열하게 헤게모니 투쟁을 벌였거나, 질병의 병인론에 관한 논쟁을 벌였거나 (더러운 공기가 문제다, 아니다 수도관이 문제다, 영양실조가 문제다 등등), 아니면 밑바닥에서 정말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하며 근대화를 위해 투쟁했거나 ....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된 채, 그저 교과서를 외우고 서구 선진국에서 하는 대로 따라 하고 (학교 다닐 때 소아과 시험 문제에,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병명이 나와서 정말 어이없던 경험도..) , 처음부터 확립된 독점적 지위를 그냥 누리고...  한 마디로 거저 먹은게 아닐까 싶은...

뭐 이 또한 우리 사회의 고유한 사회발전 양상을 반영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나 또한, 서구 교과서, 논문에 따라서 한국 사회를 재단(!) 하고 있으니까....

미국 연수의 성과라면, (뭐 결론은 이르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서 우리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자의식이 생겼다는 거다. 이걸 어찌 구체화시키는가는 좀 더 수련이 필요한 대목... ㅜ.ㅜ

 

근데... 이런 면에서..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다.

특정 전문 과를 폄훼하려는 의도야 없지만 말이다.

아무리 편한게 좋아서 **의학을 선택했다고 해도, 그래도 트레이닝을 받다보면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고통을 직접 본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인지상정인데....

오히려 내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린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대단한 미국

이번 학기에 "인권과 건강"이라는 강좌를 청강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았는데... 미국이 아직도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단다. 카자흐스탄, 라오스를 비롯하여 아직 7개 국가가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놀라움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금지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전세계 유일한 국가일 뿐더러, 소말리아와 더불어 "아동 권리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 그동안 앰네스티 소식지 번역을 하면서 자주 접했던 미국 관련 내용은 국제형사재판소 딴지 거는 문제와 사형제도 존속 문제였고... 이런 기본 협약들마저 아직 비준하지 않았으리라고는 "차마" 생각도 해보지 않았었다. 더구나 아동권리 협약마저 비준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인데, 강사인 소피아의 해석에 따르자면 아동권이 시민/정치적 권리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뭉뚱그려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게 뭔 소리? 시민/정치권이 대부분 "국가가 *** 를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같은 권리로 이루어져 있다면,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는 이를 보장하기 위해"국가가 ***를 해줘야 한다"는게 기본 원칙이다.(이를테면 기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바로 이 것. 국가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무언가 개인을 위해 해줘야 한다는 거를 이들은 견딜 수 없다는 거다. 일단 아동권리 협약을 비준한다면 지금처럼 공적 사회보장 시스템이 없는 것, 이를테면 의료보험 없는 어린이들이 넘쳐나는 상황은 협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소말리아와 동류 취급을 받으면 어때?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이런 일 절대 할 수 없지! 거 참... 미국 정말 대단한 나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죽음이 흔한 세상...

놀라운 일도 자꾸 겪으면 그 충격이 완화되는 법이라지만...

 

그것도 사건 나름인가보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알라바마에서 절규하는 이재민들, 온갖 쓰레기더미와 함께 방치되어 있는 시체들은 정말 말을 잃게 만든다.

 

지난 주 바그다드에서 압사 사건으로 숨진 사람이 9백명이 넘는단다. 끝도 없이 널려 있는 주인 잃은 신발들의 사진...  

 

세계의 수도라는 파리에서 벌어진 화재 사건으로 빈곤한 이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가 간간이 들려오고 있다. 

 

자랑스러운(!) 고국에서는 또 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단다.

그 뿐이랴. 한편에는 죽기로 단식을 하는 하이텍 노동자들이 있다.

 

이런 뉴스들과 함께 들리는 현 정권의 연정 쇼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은 아무 것도 안 들리고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어떤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툭탁거리며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저렇게 태평스러울 수가.... 

 

지나치게 낯설다....

 

이토록 죽음이 흔한 세상에... 그들이 외계인처럼 느껴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반복되는 역사....

눈 앞에 닥친 일에도 불구하고... .정말 무언가 쓰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에 보면 1960년대말-70년대 초, 미국은 두 개의 전선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베트남 민중들과의 전선, 하나는 국내 흑인 민권운동과의 전선....

흔히, 대학에서,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반전운동이 일어났다고 알고 있지만 가장 큰 반대는 민중들, 특히 남부의 가난한 흑인들 사이에 컸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군대에 끌려가서 자신과 별로 다를바 없는 베트남 민중을 향해 총구를 겨눠야 했고, 그러지 않아도 힘든 그들의 살림살이가 전쟁 때문에 더 황폐해지고 있었으니까...

 

이번 주에 벌어진 전대미문의 태풍 피해를 보면서 어쩌면 30년 전과 너무도 비슷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911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연방 비상사태 관리청(? FEMA)에서는 3가지 가상의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했단다. 뉴욕시에 대한 테러리스트 공격, 샌프란시스코의 지진, 뉴올리언즈의 태풍.... 그 중 하나가 이번에 발생한 거다. 나같은 사람이야 뭐 알 수가 없는 일이었지만, 미국의 알만한 사람들은 익히 짐작하고 예상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것.

 

태풍 때문에 막대한 수해를 입었다. 전기도 끊기고...

여기까지는 익히 보아온 수해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상상불가능한 수준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5일이 지났다.

시체가 강물 (원래는 도로였겠지)에 둥둥 떠다니고, 인접한 피난민 캠프로 가려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배고픔과 더위에 지쳐 쓰러져 있다. (뉴올리언즈, 섭씨 35도는 보통이다). 슈퍼마켓은 약탈 당하고, 군인들은 실탄을 장전한 채 거리에 나섰다.

마실 물이 없다고, 먹을 것이 없다고, 가족을 잃었다고 울부짖는 주민의 목소리는 물론, 뉴스 리포터의 목소리에도 날 것의 분노가 그대로 묻어나 있다. "여기는 이라크도 아니고, 소말리아도 아닙니다. 미국입니다!"

연방 지원 물자와 군인들이 오늘에야 도착했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건가...

 

FEMA 디렉터는, 시가 태풍 전에 대피령을 내렸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했다. 오늘 뉴욕 타임즈 기사를 보면, 사실 피난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이 건설족을 위해 설계된 나라라면 미국은 자동차족을 위해 설계된 나라... 웬만한 곳에서는 차가 없으면 슈퍼마켓 가기도 힘들다. 지난 토/일 뉴스에 고속도로를 가득 매운 피난 차량들 속에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의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차가 없는 사람들.... 그들이 남기로 "선택"했고, 위험을 자초(!)한 것이다.

 

배가 고파서, 더위에 지쳐서, 엄청난 사건에 절망해서 그야말로 사람들 눈이 뒤집혔다. 상점들이 털리고 그야말로 무정부 상태란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라는데, 구호물자가 도착하기 전에 그 상점에 있는 물건들을 그냥 나눠주면 안 되나? 꼭 군인을 동원해서 총질을 해야 하나? 사람 목숨보다 재산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루이지애나 주지사의 경고는 섬뜩하기 그지 없다. 방위군이 실탄을 장전했고, 발포명령이 떨어졌단다. 이들은 이라크전에서 단련된 용사들이란다. 함부로 약탈하면 총맞을 거라구 경고를 날렸다.... 아..... 물난리에서 겨우 살아남았는데 슈퍼마켓에서 도둑질하다가 방위군 총맞아 죽게 생긴 미국 사람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알라바마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들에 속해 있고, 특히 이번 수해가 집중된 지역의 주민들은 대개 흑인들, 그것도 빈곤층들이다. 수해 복구에 나설수 있는 루이지애나 주 방위군의 상당수는 이미 이라크에 가 있고, 수해에 대처할 장비도 이라크전 때문에 부족하단다. 전세계 어디든 하루 안에 출동하는 자랑스러운 미군... 코 앞의 루이지애나에 도착하는데 사흘이 걸렸다. 도대체 그동안 돈 쏟아부으면서 국가안보, 응급상황 대비를 노래부르더니 뭘 했다는 건가?????? 나같은 이방인도 열받아서 도저히 흥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세상사가 모두 그렇듯 재해도 결코 공평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그동안 미국사회에서 인종차별은 있어도 없는 듯, 대놓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일종의  금기였던데 비해 이번 사건을 두고 CNN 같은 반동 뉴스에서도 공공연히 인종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화면에 나오는 희생자가 모두 흑인인데, 울부짖은 남녀노소가 모두 흑인인데 어떻게 눈치채지 않을 수 있나... 사람들은 "사회 불평등이란 이런 것이다"를 아주 생생하게,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배우고 있다.

 

이라크에서, 루이지애나에서, 안팎으로 높아져가는 이 긴장을 미국 지배계층은 어떻게 해소해나가려는 것일까?

 

 

* 사족...

미국인들의  기부, 그야말로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FEMA 가 공시한 정부 공식 자선단체 목록에 첫번째로 적십자 (당연하다)가 올라있고, 네 번째에 Operation Blessing 이 올라있다. 이 단체가 무엇이냐. 얼마 전에 베네수엘라 차베스 암살하자는 겁대가리 없는 발언을 했던 그 꼴통 광신도가 이끄는 우익 종교단체란다. ㅡ.ㅡ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떡고물 이론이

사실이라면, 미국 센서스 결과가 틀린 것이고...

작금 발표된 센서스 결과가 맞다면, 떡고물 이론 (trickle-down theroy)이 틀린 거다.

( 참고: http://www.census.gov/prod/2005pubs/p60-229.pdf )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늘어나지 않았고 빈곤률은 증가했다.

줄어든 소득을 벌충하기 위해 사람들은 노동시간 연장으로 대응했다.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의 숫자는 똑같고 회사에서 보험혜택을 받는 사람의 비율은 이제 60% 이하로 떨어졌다.

부시는 실질 소득을 증가시켜주겠다고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폈지만 그 효과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소득 불평등, 당근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조사에는 주식 배당 같은 이전 소득의 일부가 포함되지 않았으니 그것까지 포함시키면 점입가경일게다.

 

선성장, 후분배... 파이를 키우자...???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께는 입가심하시라고 엿을 드려야 한다.

 

 

* 사족

근데 신문을 넘기다보니 별 황당한 기사가...

미국 주립 교도소의 재소자들은 가족에게 콜렉트콜을 이용해서만 전화를 할 수 있단다.

근데, 이 요금이 터무니 없이 비싸고 심지어 비용의 60%까지를 교도소에서 커미션으로 떼어 간단다. 4백불짜리 전화요금 고지서를 앞에 둔 재소자의 가족들 (대부분 가난한)은 전화요금을 낼 것인가, 밀린 방세를 낼 것인가 고민해야 할 처지라니....

나 원 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생쑈

도 이런 생쑈가 있나...

 

"서울시내 깜짝쇼 ‘꽃무늬 몸빼 광녀’ 여성부 ‘티저광고’ 였다"

 

하이타이는 들어봤어도 화이트타이는 또 뭔 소리래?

이런 돈지랄 하려구 여성부 만들었나?

 

 

대한민국 국민(이란 단어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들... 기민한 나랏님들 덕분에 참으로 피곤한 일상이다. 

 

혼식 안한다고 야단 맞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날부터인가 쌀밥 먹는게 애국이라는 궤변을 들어줘야 하고, 

애 많이 낳는게 애국이라고 떠들어대면 그런가? 하고 사회적 책임감 없는 자신을 돌아봐야 하고,  

대통령의 앞선 의식 수준을 못따라가는 독재시대 국민이라고 야단치면 조용히 반성도 해줘야 하고...

이제 "앞선 남자의 행동수칙"까지 외워야 할 판이다. 

 

근데.. 다시 궁금해진다.

여성부의 존재 이유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험난한 모범 사례 찾기...

항상 원고 마감은 손에 손을 잡고 떼로 몰려오기 마련...

시작은 달라도 끝은 같아요...

 

어찌어찌하다보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내가 맡은 것은 미국의 현황 요약....

한국에서 모름지기 충실한 정책 보고서라면 해외 "선진국"(ㅡ.ㅡ)에서는 어찌 하고 있는지 현황 파악이 기본 밑반찬처럼 반드시 들어가야하는데다 더구나 금과옥조 "미국" 사례가 빠지면 완전 앙꼬 없는 찐빵이다.

 

허나...

이번 경우는 좀 거시기하다.

미국은 정규직 노동자라 해도, 기업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 (보험, 연금)이 형편없을 뿐더러 노동안전보건 현황도 소위 "선진국" 급이라고 보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를테면 가족병가법을 통해 무급출산휴가를 보장하게 된 것도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나 이루어진 일이고, 그나마 이 법안이나 공민법의 차별금지 조항 등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 뿐이랴..  공식적인 통계를 비교해보면 미국의 비정규직 (non-standard work arrangement) 비율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고용이 그만큼 안정되어 있어서? 천만의 말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표준(?) 정규직 노동자라고 해도 미국에서는 해고가 워낙 쉽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주요 이유는 각종 복지혜택에 들어가는 비용 절감과 탄력적인 인력 운용, 각종 규제로부터의 예외 적용 때문이다.  그리고 주로 서비스 분야와 블루칼라에 집중되어 있는 비정규 노동자는 청년, 여성, 소수인종, 이주 노동자(특히 서류미비) 라는 사회적 취약계층들....

 

이러다보니, 비정규 여성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나 제도의 모범 사례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

 

하도 자료가 없길래 Lowell 대학의 산업보건 아자씨들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돌아오는 답이 다 똑같다.

"너가 그런 자료를 못 찾는게 당연해. 그런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

 

보고서 마감은 다가오는데... 어쩌란 말이냐..

좋은 사례를 하나도 찾지 못하면.. "거봐라.. 미국도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우리가 왜 해주냐?" 이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

연방 차원에서는 없고, 몇몇 주에서 시도하고 있는 조치들이 있다고 하니 내일은 그 쪽을 집중 검색....

 

나 원 참...

미국의 좋은 점을 찾아 이렇게 밤을 꼴딱 지새다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작은 기쁨

각급 손님 접대에 정신이 없는 요즘.. 모처럼 기쁜 소식 하나가...

 

2년을 넘게 매달려 번역 작업을 했던 [사회역학]이 한국학술원(?)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단다. 이 단체의 정체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책을 2천만원 어치나 구입해준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ㅎㅎㅎ

 

음..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군...

서울-대전 기차간에서 원고 교정본다고 깨알같은 글씨들을 들여다보다가 승무원 아저씨한테 잔소리 들은 일이며, 월드컵 경기로 온 세상이 시끄러울 때 오피스텔에서 혼자 밤을 샜던 일이며.... 박사 졸업식 마치고 부랴부랴 출판사로 달려가 최종 교정쇄를 보던 일들...

 

그 뿐이랴.. 책 팔려구 각종 학회장마다 보따리장수처럼....

흑... 

 

근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일을 나 혼자 한 것 같은 착각이 ㅎㅎㅎ

이런 걸 오바질이라고 하지...

 

어쨌든,  책이 좀더 많이 사람들 손에 닿을 수 있고, 사회역학에 대한 담론과 고민들이 확산될 수 있다면 그까이꺼 고생 쯤이야...  (라고 하면 의연해보이겠지만, 사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못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별 것도 아닌 일에 가슴이 뿌듯해지다니, 요즈음 생활이 좀 팍팍하기는 했나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