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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2/26
    보건복지부 장관의 오지랍....(1)
    hongsili
  2. 2005/02/22
    "흑인 역사의 달(1)
    hongsili
  3. 2005/02/05
    진정성을 담은 연구(3)
    hongsili
  4. 2005/01/30
    죽은 사람 불러내기 붐(4)
    hongsili
  5. 2005/01/21
    나를 미치게 하는 통계 수식들(2)
    hongsili
  6. 2005/01/19
    국민학교 졸업 후 첨으로 교회에...(2)
    hongsili
  7. 2005/01/16
    낙관주의자가 되어볼까나..(5)
    hongsili
  8. 2005/01/11
    공통으로 연상되는 것(3)
    hongsili
  9. 2005/01/08
    돈계산이 깔끔한 부시(1)
    hongsili
  10. 2004/12/30
    웃지못할 아이러니..(2)
    hongsili

여성...

최근 일련의 학술 모임들이 공통적으로 젠더, 특히 여성과 일 혹은 가족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주제가 하나로 집중되었다고나 할까...

 

1. Katheleen Cloud (Univ. of Illinois) :  부양의 딜레마를 맞아 -여성의 재생산 능력과 권리

 

- "여성" 경제학자의 눈으로 현재 전세계적인 차원의 "저출산" 문제를 조명.  출산이 단순히 출산 그 자체 (bearing)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양육 (rearing)이 더욱 어렵고 중요한 문제 (인적 자본, human capital의 관점에서)라는 점에서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 

-  개인으로서 여성은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고, 한편 사회의 장기적인 생존은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딜레마가 존재.

- 버뜨, ... 이 할머니는 출산에 대한 "개인적" 보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도대체 어떠한 사회적 맥락이 출산을 어렵게 하는지, 과연 출산의 지속성 보장이 어떠한 가치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여성"경제학자의 눈이라기보다는, 여성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2. 하버드 총장, 로렌스 서머스의 "도발적 발언"

 

벌써 몇 달 (?) 은 된 거 같은데 잘 나가는 경제학자였던 하버드 총장이 학술컨퍼런스에서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다르고, 업무 몰입에 대한 사회화가 다르다는 것을 제기해서 큰 스캔들이 되었음. 즉, 대학 고위직에 여성이 없는 것은 차별 말고도 여성의 동기 부족, 혹은 생물학적 차이가 일정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도발적" 문제제기 (이를 확신한다기보다는, 이런 식의 문제제기를 통해 연구와 토론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다는 의미에서 본인 스스로 provocative 라고 표현). 이후 하버드 안팎에서 난리가 벌어졌고, 급기야 어제 저녁 인문과학대 (Faculty of Art and Science) 교수 회의에서 불신임안을 가결시킴. 이것이 강제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버드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으로 매우 상징적이라고 함. 그동안 보스턴 글로브, 뉴욕타임즈에서도 "women in science"라는 주제와 서머스의 행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옴

 한국 상황을 보자면 그다지 수위가 발언도 아니기 때문에 (ㅡ.ㅡ) 별 신경 안 쓰고 있었음. 다만, 이를 기회로 부쩍 남녀의 차이가 생물학적인 것이다, 사회적 학습의 결과다.. 뭐 이런 논쟁들이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이러한 연구의 의도를 의심... 흑인, 유대인, 여성의 열등함을 입증하고 백인, 게르만인, 혹은 남성의 타고난 우월함을 입증하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던 20세기 초반의 과학자들이 떠올랐음.

 



3. 모자보건학회에서 날아온 홍보 메일 한통

 

"한국모자보건학회에서 “1. 2. 3 운동”을 전개 하고자 합니다.  “1. 2. 3 운동” 이란 “결혼 후 1년 이내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 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20대 자녀 30대 재산”이란 우리나라 선조들이 속담처럼 더 젊고 건강한 나이에 아이를 출산해서 건강하게 키우자는 운동입니다.   “1. 2. 3 운동”이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고령임신 증가에 대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1. 2. 3 운동”의 이론적인 근거와 대책을 위하여 세 가지의 심포지움을 준비하였습니다.

 

심포지움 1     왜 두 명의 자녀인가?                                    좌장 신 유 선


무자녀ㆍ외동이ㆍ형제의 장단점 :  한양의대 신경정신과 안동현

외동이의 특징과 부모의 양육태도 : 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도미향


특 강


인공임신중절수술 실태조사 중간보고 :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안형식



심포지움 2     왜 30세 이전에 출산을 마쳐야 하는가?   좌장 이 홍 균


산모연령별 저출생 체중아 출생율 : 대구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정한

고령임신의 위험 및 바람직한 어머니의 출산연령 : 연세의대 산부인과  서  경

산모연령에 따른 수태능력 : 순천향의대 산부인과 최규연 


심포지움 3     1.2.3 운동의 성공적인 수행방향                          좌장 장 순 복


소아청소년과의 관점에서 본 문제점 해결방안  : 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소아과 신손문

산부인과의 관점에서 본 문제점 해결방안 : 한양의대 산부인과 박문일

저출산 대응정책의 방향 : 국회의원 안명옥

정부의 저출산 대응정책 : 보건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 박하정

 

여성가족부 (이름도 맘에 안 들지만)는 도대체 어디 있나? 어째 여성의 출산 문제가 정신과, 산부인과 의사들의 전문 분야가 되었는지... 과연 작금의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여성"(생물학 존재가 아닌 사회적 존재로서)이 안중에 들어있기는 한 건지.... 

 

4.오늘 아침의 journal club - Marriage and baby blues : gender equity in academy

학술 분야에서의 성평등의 문제를 주로 여성의 대학 정규 교수 비율 등으로 측정하고는 했는데, 과연 이것이 전부냐.. 이런 문제제기에서 출발.

미국에는 박사학위 취득자의 10% 정도를 표집하여 매년 추적조사하는 코호트가 있단다 (우리나라 학술진흥재단 같은 곳에서 하는). 이 자료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 여성/남성, 6세 이상의 자녀 유/무를 기준으로 4군으로 구분하여 박사학위 취득자 중 정규 교수 트랙 진출 비율을 비교한 결과.... 여성 중 기혼 + 6세 미만 자녀 있는 비율이 41%, 남성의 경우 69%으로 나타남 (남성의 경우 어린 자녀가 있는 기혼 상태일 때 오히려 직업 경력이 유리하게 나타남).

- 주당 노동시간을 비교한 결과,

  6세 미만 자녀+ 기혼 + 여성 = 51(업무) + 15(가사) + 36 (돌봄) 시간

                                   남성= 56           + 12           + 20

  자녀 없는 여성 = 60 + 11 + 8

  자녀 없는 남성 = 59 + 11 + 9

- 가족 구성이 업무 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업무가 가족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본 결과.... 여성이 박사학위 취득 후 정규교수 트랙에 오를 경우 동일 조건 남성에 비해 결혼할 가능성이 50% 낮으며, 6세 미만의 자녀가 있을 확률도 61% 낮고, 심지어 이혼할 확률은 144% 높음 (정규 교수 트랙 아닌 여성 연구자에 비해서도 75% 높단다) ㅡ.ㅡ

- 이런 결과들을 볼 때 연구자들은, 단순히 대학에서의 정규 교수 임용 비율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이러한 직업 성취를 얻기 위해 여성이 사회와 가족 구성에서 감당해야 하는 고통에 대해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

 

헥..... 익히 짐작이야 했지만, 막상 숫자로 보니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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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스위지 추모 모임

김 모 선생님의 소개로 Dr.Himmelstein의 집에서 열린 스위지 1주기 추모 모임에 댕겨왔다.

사실, 그가 좌파적 시각의 빼어난 자본주의 분석 서적을 냈고 monthly review 편집장을 오래 했다는 것이 내가 아는 것의 전부...

 

가서 고인의 신문기사 스크랩과 저서들을 둘러보니... 오호... 훌륭한 분이더군.

 

허나 하늘도 불공평하지... 지금 시티뱅크의 전신이 National Bank 부사장의 아들로 태어나, 머리도 어찌나 좋은지 명문 고등학교에 하버드 대학, 거기에 런던 정경대... 30대 초반의 나이에 "The theory of capitalist development"를 집필하고... 심지어 얼굴까지 정말 잘생겼다고 하니 원..... 생전의 지인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운동도 잘 하고, 요리도 잘하고, 정원마저 잘 가꾸었단다.... 이럴 수가....ㅡ.ㅡ

 

모임 분위기는 전형적인 미국식 슬렁슬렁.... 딱히 공식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명 나와서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주변에 관련자료들 펼쳐 놓고 간식 집어 먹으며 이사람 저사람 이야기 나누는.. 근데 뭐 아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이전에 로웰 대학에서 만났던 산업보건 연구자 한명을 보았는데 그런 곳에서 보니 반갑기는 하더라만... 근데..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장난이 아니었다. 고인이 93세에 돌아가셨다 하니 그 친구, 동지들이라는 양반들이 다 머리가 하얗게 샌 할머니 할배들.... 한 할배 나와서 말씀하시길 "내가 그를 를 처음 만난 건 1943년...어쩌구...."  이크... 거의 내가 제일 젊은이가 아니었나 싶다..... 미국 젊은이들은 다 어디 갔는고....  지난번 하워드 진 강연 때도 젊은이들은 안 뵈고 나이 지긋한 양반들만 줄줄이 앉아 있었는데....

 

어쨌든, 뭐 학술적인 업적과 정치 활동들을 다 떠나서, 50년 이상 꾸준하게 Monthly Review를 발간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존경스럽다. 불같은 열정을 폭발시키는 사람이야 많지만, 오랜 세월 한결같이 꾸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더구나 이런 적대적 환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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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기사 (상) 2004.3.3 - 김민웅 목사 기고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40303180428&s_menu=문화

 

프레시안 기사 (하)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40303180549&s_menu=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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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잣대

미국 사회에 살아온게 어언 반 년을 지나면서, 나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던 두 가지 잣대를 분명하게 확인하게 되었다.

 

첫 번째 경향.

정치경제적 토대에 주목하지 않고 단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현상을 설명하는 (특히 건강 형평성 관련 논문들) 분석들을 아주 우습게 보고 있다. 이를테면 "세상 물정 모르는걸. 순진하기 이를데 없군. 윤리라는 모호한 대의명분에 호소를 하다니, 자본주의를 물로 보는 거여? ...."

 

두 번째 경향.

현실에서 마주치는 여러가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유독 "건전한 상식 있는 인간"의 자세를 강조함. 남의 연구 결과를 비판할 때의 냉철함(?)은 사라지고, 대략의 기조는 "이론이고 뭐고 인간들이 저러면 안 되지. 너무 하잖아..."

 

이래서 나타나는 문제점 들로는...

남의 연구는 우습게 보면서 정작 현실에서는 감정과 인의를 내세우면서 통찰력 있는 이론적 작업을 방기...ㅡ.ㅡ

"인권"이 갖는 무 당파성, 계급 은폐적 성격을 과도하게 경계하느라 내가 지향하는 인간 해방이 그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인것처럼 사고...

 

이러한 측면에서, Wright의 책은 대오각성(ㅡ.ㅡ)하게 만들고 있음.

착취(exploitation)라는 단어가 개별 자본가의 도덕성을 힐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존재 조건을 개념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상황의 "부도덕성" 에 대한 비판을 여전히 담고 있다는 것이 중요....

 

 사족이지만....

 어렸을 때는 오만방자해서 (지금도 쪼금...) 도대체 누굴 존경할 줄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존경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거의 유일하게 존경했던 부르디외에 이어 Richard Levins, Howard Zinn과 Erick Wright도 조금씩 존경의 마음이 생겨나고 있음... 그 통찰력 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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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의 오지랍....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이 엊그제 한국의 가장 큰 뉴스거리였던거 같다. 좋아하던 배우 중에 하나인데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고인의 명복을.....

 

그런데 말이다....

김근태 장관, 이건 분명 오바질이다. (언론의 호들갑은 논외로 하자)

 

그는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고통스러워하던 젊은 여배우의 죽음에서 전태일 열사를 떠올렸단다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5/02/005000000200502241623001.html). 

아서라..... 오히려 장국영, 아니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리버피닉스나 제임스 딘을 떠올렸다고 했어야 했다.

 

사실 이 날 비슷한 또래의 여성 학습지 교사 노동자 한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우울증 병력 이야기도 있고, 회사측의 부당업무 강요와 위약금 문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view.asp?arId=50492) 그녀 말고도 김근태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여기저기서 생활고 혹은 비정규 문제로 인한 자살과 그 시도가 줄을 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대목에서 전태일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문화관광부 장관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면 여배우의 죽음 말고 "다른" 안타까운 죽음들이 있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이들의 죽음이야 말로 진짜 "보건복지"와 관련되어 있지 않은가 말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퍼뜨리고 대권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해줘야 한다. 이런 문제는 "노동"부 장관의 소관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은주씨 추모는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넘겨 주었어야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 오지랍 넒은 행동은 "조바심" 과 "과욕"말고는 해석할 길이 없다.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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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역사의 달

2월달은 African-American Heritage Month란다.

그 유래를 살펴보면....

 

Carter G. Woodson (1875-1950) 라는 뛰어난 흑인 학자이자 역사가 (과거 노예의 아들)이 1915년에 [흑인의 삶과 역사 연구회 Associationfor the Study of Negro Life and History] 라는 모임을 조직했고, 1926년 2월 12일에 "흑인 역사 주간"이라는 행사를 시작하여 수 년간 2월 둘째 주에 (더글라스, 링컨의 생일과 맞추었다는군) 미 전역의 흑인들이 이를 기념했다고 한다. 1976년에 건국 2백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2월달이 "흑인 역사의 달"로 미 전역에서기념되게 되었다

(출처 : http://www.usembassy.at/en/us/black_history.htm )

 

그래서... 텔레비전 메인 채널들에서는 프로그램 중간중간마다 훌륭한 흑인 학자나 사회운동가, 심지어 연예인, 운동 선수들의 모습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일전에 한 골동품 벼룩 시장에 구경갔을 때.... 집안 장식품, 인형들이 진열된 부스에 가니 진짜 유치찬란한 옛날 봉제 인형들 (Chucky를 떠올리게 하는 섬뜩한 인형들도 많았음)과 도자기 인형들이 빽빽하게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두들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귀여운 아이의 모습, 혹은 단란한 가족 풍경, 그도 아님 강아지나 고양이...

한 구석에서 발견한 .. 흑인의 모습을 한 인형(유일한!)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나마 아주 "문명화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걸 고맙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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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을 담은 연구

여기 와서 기기묘묘한 연구들을 많이 목격하다보니, (특히 방법론적으로 무척 현란하나 내용이 공허한) 좀 시큰둥해지고 있었는데, 최근 두 건의 초청강의는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지난 수요일에는 미시간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David Williams가 와서 인종에 따른 건강 불평등에 대해 특강을 했다. 일단 강의를 참 잘 하더라. 적절한 자료 제시와 문제 제기, 분명한 표현과 심지어 좋은 목소리(^^)... 그 자신이 흑인이었는데,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그저 뛰어난 연구자의 방법론적으로 훌륭한 연구결과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뭐라 해야 할까... 깊은 이해와 통찰력, 그리고 공명....  본인은 별로 감정을 실어서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 상황을 무척이나 비분강개하며(항상 비분강개할 준비가 되어있다 ㅡ.ㅡ), 소수 인종의 건강 문제를 동일시할 수 있었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읽어가며, 미국사회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면서, 흑인들이 스스로 인종 이야기를 꺼내면 웬지(?) 다르게 느껴진다. 얼마전에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제이미 폭스가 수상자로 나와 "위대한 흑인 영화"를 만들어준 백인 감독에게 감사한다면서 말을 못 이루는 걸 보고 가슴이 짠하기도 했다. 이전 같으면 그저 관례적인 인사말이라고 생각하면서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을텐데 말이다...

 

 



RWJ seminar series 에서 보스턴 대학 교수인 Deborah Belle을 초청하여 강의를 들었다. 저소득층 여성의 스트레스와 사회적 지지가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지지, 사회 네트워크, 사회적 자본에 대한 연구들이 요즘 차고 넘쳐난다. 첨에 논문 제목을 보고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읽어보니 분위기가 영 다르다. 사회 네트워크, 사회적 지지가 건강에 보호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근데 누구에게나 다 그럴까? 이 할머니의 연구결과들은 저소득층 여성의 경우, 그들의 사회네트워크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텔레비젼 드라마에 나오듯,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오히려 이웃들과 알콩달콩하게 함께 도우며 사는 달동네 모습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난한 여성들(특히 미국은 어린 자녀가 있는 홀어머니의 문제가 심각하다. 빈곤층의 대부분이 이들)의 친구나 친적은 대개 똑같이 가난하거나 더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이들은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며 힘이 되기보다는 빈곤 여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그래서 많은 경우 그녀들 스스로가 이웃과 담을 쌓고 고립을 자초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결과이자 주변에서 많이 목격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학술적으로 논증한 논문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내 학문이 짧아서일수도 있지만, 다른 연구자들도 다 그렇게 말 하더라). 하나같이 논문들은 친지와 친구가 많을수록 사회적 지지 수준이 높고, 이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 지지나 네트워크에 관한 논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문제를 개인과 가족에게로 책임지우려는 미국 사회의 반동적 성격 때문이란다. 그녀의 연구팀에 속해 있는 냉소적인 젊은 학자는 "사회적 지지"가 가장 돈이 덜 드는 처방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연구주제라고 이야기했단다. 국가에서 노동의 기회, 교육의 기회, 최소한의 사회보장 조치를 해주기보다는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알아서 지지해주고 재미나게 살아봐라... 이 할머니는 또 자신이 참가했던 심층면접 조사, 거기에서 자신이 배웠던 것- 중산층, 고학력, 백인 여성으로서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던 경험들을 나즈막하게 털어놓았다. 또 최근 참가했던 전국 연구 위원회에서 모두다 우울증 유전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몹시도 암울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세미나 시리즈에는 원래사회역학 팀 스탭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펠로우들도 많이 참여해서 말들을 엄청 많이 하는데, 이 할머니가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연구 경험과 거기에서 배운 것들을 털어놓고 나니, 한 1분 가량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정말 숙연한 분위기....이런 경우는 첨이었다.

 

전문적 기술도 아니요, 동정과 연민도 아니요.. 연구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깊은 이해와 공감, 여기에서 비롯된 깊은 통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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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불러내기 붐

* 이 글은 행인님의 [죽은 자들과 가까이 하지 마라...] 에 관련된 글입니다.

별게 다 붐이다.  

 

부시가 민영화를 골짜로 하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데, 반대가 장난이 아니다. 이걸 실행시키려면 상원에서의 지지, 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당적을 초월한 지지가 정치적으로 꼭 필요한데 여태까지 단 한 명의 지지자도 찾지 못했단다. 어찌하면 지지자를 찾을 수 있을까.... 눈에 불을 켜고 샅샅이 뒤지던 중... 오홋. 쾌재라.... "Bush finds a backer in Moynihan, Who's not talking" (부시가 드뎌 모이니한이라는 후원자를 찾았는데, 그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름도 희안한 이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기반이 두터운 원로 정치인이자, 부시가 지난 1기 집권 때인 2001년 사회보장 프로그램 개혁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었고, 민영화 방향을 지지했다고 한다. 근데, 이 양반 2년 전에 돌아가셨단다 ㅡ.ㅡ  부시와 그 각료들은 요즘에 신이 나서, 사회보장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 양반 이름을 빼놓지 않고 들먹인단다. 허나.... 당시 위원회 회의록과 기록물들을 보면, 모이니한 이라는 할배가 부시의 방향에 전적으로 찬성했던 것은 아니란다. 유가족들은 난감하기 그지없다. 가족 모두가 민주당 지지자인데, 부시가 남편, 아버지 이름을 들먹이며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터지겠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또 옛 동료들도 모이니한의 생각은 그와 다르다고 반론을 펴고는 있지만...... 어쩌랴...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것을.... 부시, 멍청해 보여도,  실제로는 곰의 탈을  쓴 여우다.  

 

 

근데, 이 놈의 사회보장 땜시 부시가 또다른 설화에 시달리고 있다. 흑인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부디 이 프로그램을 지지해주십사 부탁한 자리에서 진짜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이다. 흑인들의 평균 수명이 짧으니, 사회보장 기금을 내도 백인보다 혜택을 덜 받게 되므로, 이걸 개인 구좌 중심으로 민영화시켜야 훨씬 득이 된다는 요지의 발언이다. 이 발언은 어느 날 아침 튀어나온게 아니라, 지난 수년간 민영화론자들이 거듭 주창해온거란다. 폴 크루그만 (언젠가 molot은 이 아저씨도 "천천히 신자유주의자"일뿐이라고 비판했지만, 그래도 가끔 글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은 이거야 말로 정말 두배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팩트가 아닌 것을 이용했다는 것 하나, 두번째는 현존하는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노력은 못할 망정 그걸 가지고 민영화 논의에 이용해 먹었다는 점이다. 크루그만이 조리 있게 반박했듯, 흑인 남성의 평균 수명이 68.8세라는 것은, 흑인들이 평균적으로 이 나이에 죽는다는 뜻이 아니라. 출생시의 기대 여명이 이렇다는 뜻이다. 흑인의 평균 수명이 짧은 것은 아동기, 특히 영아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영아 사망률은 거의 두 배).기대 여명은 "특정 시점까지 생존한다고 했을 때"를 가정하는 조건부 확률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65세가 된 흑인들이 평균 3.8년 사회보장 혜택을 받다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흑인 14.6년, 백인은 16.6년(그래도 백인이 길다)으로, 부시가 주장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뭐 계산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흑인들의 평균 수명 짧은 것을 가지고 흥정할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흑인 지도자(아, 거슬리는 표현)들 모아놓고 말이다....

 

에구.. 속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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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통계 수식들

오늘 오후에 센터에서 초청 특강이 있었다. 제목은 "Tactical Prevention of Suicide Bombing in Israel"

도대체 넘 궁금하지 않은가. 무슨 소리를 할지...

내가 예상했던 것은... 이스라엘의 어떤 특정 정책, 혹은 이-팔 간의 정치적 환경 변화, 하다못해 propaganda 의 영향... 중 어떤 것들이 갈등을 완화시키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뭐 이런 것이었다.

그러나... 슬라이드가 한 장씩 올라갈 때마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으니...

 

발표자는 텍사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고, 이 연구과제로 국제정치학 분야의 distinguished researcher 어쩌구 이런 기금도 받고 있단다. 세계 각지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counter measure 가 어떤게 있을지 찾아보고자 했고, 샘플 사이즈가 가장 충분하고(3년간 120건의 자살폭탄이 있었단다 ㅜ.ㅜ) 자료의 질이 높기 때문에 (이를테면 자살공격단의 비디오, 가담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조직 현황 등등) 이스라엘의 경우를 대상으로 삼았단다.

 

그럼 어떻게 분석을 했느냐...........

 

- 결과변수 : 월별 자살폭탄 발생 건수

- 영향요인(예방전략) : 1) "targeted hit", 2) arrest

- 통계 : poisson distribution 가정 하에 regression analysis, likelihood fuction - 시점의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 sensitivity analysis 병행

 

여기서 targeted hit 이란 이스라엘군의 "테러 분자만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반격"을 말한다. arrest 란 정보기관의 공작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전에 주모자나 가담자를 체포해버리는 것이다. 똑같은 폭탄 공격인데, 한쪽은 suicide "bombing"이고 다른 하나는 왜 targeted "hit"이라고 부르냐 물어봤더니만, 질문 자체를 신기해했다 (ㅜ.ㅜ)

 

beta coefficient, theta coefficient, constant, likelihood, p-value....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엇길래 저런 황당무개한 수식을 봐야하나...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렇담 결과는 무엇?

그렇게 3년 자료 분석해보니, targeted hit은 오히려 자살공격을 유의하게(!) 증가시키고, arrest는 유의하게 공격을 감소시킨단다....... 아....... 정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태연자약, 나도 그 방식 그대로, 다른 요인들(이를테면 정치적 환경의 변화, 새로운 정책 등등)을 "보정"했는지 점잖게 물어봤다. 그랬더니만, 그 3년 동안 별 일이 없었단다. 젠장할, 별 일이 없긴... 너네가 금긋고 벽 쌓았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나중에 덧붙이길, 벽을 쌓고 나서 벽이 없는 지역(텔아비브, 예루살렘 등)의 공격이 더 늘어난게 문제란다. 그러면서 이게 결코 WALL 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둥만 콘크리트 WALL이고 나머지는 그냥 FENCE란다. 근데, 그 "그냥" 펜스에 고압전기가 흐른단다. (이 인간이 누구 약올리나)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한 법인데, 왜 자살까지 결심하게 되었을까, 무엇이 사람들을 이 상황으로 몰고 갔을까.. 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 현란한 수식 어디에도 인간의 온기는 흐르지 않았다.

심지어 decision analysis의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개인의 성향을 집어넣으면 얼마나 suicide bomber 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패턴을 확인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었다고 시연도 해보였다.

 

눈이 있어도 못 본척, 귀가 있어도 못 들은척.. 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 눈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이게 미국사회 "주류학문"의 존재방식이고, 그 "과학성"을 무기로 전세계에서 강력한 프로퍼갠더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질 듯하다. 내가 이럴진데...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어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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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졸업 후 첨으로 교회에...

어제는 마틴 루터 킹 데이였다. 원래 1월 15일이 그 양반 생신이라 기념했었는데, 1월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해졌단다. 우리는 연휴가 하나만 있어도 복권 당첨이라도 된 양 좋아하는데, 여기는 공휴일을 월요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럽다 ㅜ.ㅜ

 

하여간... 학교 교회 (Memorial Church)에서 기념 행사가 있다고 하여 크자님과 함께 구경을 갔더랬다. 나 원 참.. 국민학교 때 여름 성경학교 갔던 거 빼놓고 교회에 가보기는 첨이었다 (물론, 유럽에 갔을 때 관광차 교회 건물에 들어가보기는 했지만).

그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을 한 여학생이 나와서 낭송했는데, 우리네 집회 문화 공연의 선동 못지 않더라. 나도 모르게 막 감동이 되려고 했다 ㅎㅎㅎ

그리고 메인 행사로는, Mass 주 전직 판사가 나와서 킹 목사의 정신과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끝나지 않은 아젠더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최 측의 소개 후에 등장한 연설자가 흑인 여성이라 잠시 놀랐다. 주 법원의 판사라고 해서 무의식 중에 당연히 남자일 것으로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이 분은 지역 사회 흑인 민권 신장을 위해, 특히 사법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법원 안팎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단다. 주된 연설 내용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 성별, 계급 차별,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아직도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즉, 루터 킹 목사가 제시했던 아젠더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뭐 익히 짐작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사례의 상당 부분이, 건강 불평등, 그리고 보건의료 서비스의 불평등(특히 의료보험) 문제였다는 점이다. 백인에 비해 유색인종의 영아 사망률이 몇 배, 천식 입원률이 몇 배, 의료보험 미가입자가 몇 배.. 등등등...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 정의의 척도로써, 기본권으로서 건강에 관한 담론들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터 킹 목사의 노력, 그리고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본인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한 교회 안에서 이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지식으로야 알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절절한 문제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에 따르면, 흑인에 대한 차별과 인종주의가 계급지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아주 처음 노예로 수입해왔을 때에는, 백인 하인들과 대접이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단다. 그러나 착취가 심화되면서, 이에 견디지 못해 백인 하인들과 흑인 노예들이 함께 도주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심지어 함께 반역(?)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본격적인 분리와 차별 정책이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샛길로...

연설 끝나고 성가대의 공연까지 잘 감상했는데, 마지막에 목사로 추정되는 인물(맞겠지)이 나와서 기도하고 끝에 "아멘" 해서 좀 짜증이 났다. 예배도 아닌데 뭔 기도여...  (근데, 교회에서 목사가 기도했다고 짜증내는게 이치에 맞는 일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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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자가 되어볼까나..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고, 모순이 극대화되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세상 이치...

 

민주노동당의 현 상황을 이렇게 해석하기로 "결심"했다.

마치 네그리와 하트가 전지구적 자본주의 "제국"에서 전지구적 저항의 희망을 보았듯이 말이다. 흑.. 이게 과연 말이 되는 해석인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들은 있다. 

 

1. 과거 주사계열 (자칭) 활동가들이 뉴라이트 라는 기기묘묘한 이름으로 귀순 용사 생쑈를 펼치는 바람에, 운동권 내부에서나 알려져 있던 그들의 지난 활동 작풍들이 만방에 공개되고 있다. (한겨레 21 한홍구의 역사 이야기 : '뉴라이트'는 품성을 갖춰라)

 

 

2. 민주노동당에서 일어난 상식에 반하는 일련의 사건들 (편의상, 최고위원 선거부터 정리해보자)

 

1) 듣도보도 못한 최고위원 셋팅 선거 : 아.. 나는 정말 놀랐다. 특히 여성위원 4명이 단체로 고스란히 당선되는 걸 보고, 그들의 "통큰 단결"에 일종의 두려움을 느꼈다.

2)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국보법 투쟁 : 질병과 굶주림 때문에 OECD 국가에서 어린이가 죽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내걸고 싸웠건만, 최고위원들은 보안법 철폐(? 과연) 단식 농성에 좀더 열심이었다. 거창한 당위성 말고, 그들이 왜 그리고 보안법 철폐에 매달리는지 본심을 보여주었으면 싶었다. 거기다 당원 게시판이 그리도 뜨거운데 사무총장은 왜 거기에 답변 안하고 생뚱맞게 오마이뉴스에 "의원단에게 섭섭하다"는 인터뷰는 했는지.. 한동안 당 소식은 오마이뉴스에서 제일 먼저 알려주더라. 

3) 이론과 실천 편집장 교체를 둘러싼 잡음 : 편집장이야 바뀔 수도 있는거지. 하지만 교체 사유라는 것이 참으로 많은 상식있는 인간들을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나는 정말 저들의 어줍잖은 "지도" 관점이 맘에 안 든다. 뭘 안다고 당원들에게 "올바른 지도"를 하려 하는지...

4) 여성당직자 폭행자들에 대한 중앙 당기위의 징계 철회 소문(?) : 이 또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중 백미라 할 수 있다. 음주운전하다 걸린 교수가 그동안 사회에 기여한게 많다고 풀려나는 거나, 운동권에 헌신해왔다고 당기위에서 제명을 철회해주는 거나... 똑같이 웃긴 일이다. 당이야말로 관습법에 얽매이지 말고, 실정법에 근거에서 이 사건을 처리했음 하는 바램이 있다.

5) 출근부 논란 : 기왕이면 퇴근부도 만들어서 시간외 근무수당도 챙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들이 학교 일 안하고 연구 때문에 자리를 비운다고, "근태 철저" 공문을 연신 내려보내는 나의 일터가 그래도 당보다는 나을까? 

6) 비정규직철폐본부 설치 부결 : 작금... 이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민주"와 "노동"을 말하는 당에서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운동, 철학, 진보 뭐 이런 거창한 용어를 떠나 "상식"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사코 "정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속내를 감춰왔지만, 이제 감춰지지 않는 상황이 왔다. 정파적 이해를 고려하지 않고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희안한 상황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원들의 위기 의식은 거의 임계점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역시나 승리적 관점에서 이러한 당원들의 반발을 "종파적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지만 말이다. 

 

 

그리하야...

지난 최고 위원 선거 후, 오히려 잘 되었다. 이 기회를 냉정한 평가와 심판의 기회로 삼자...며 나를 위로(?)했던 후배의 말대로, 나도 "승리적 관점"을 지니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휴거가 이르기도 전에 이들의 전횡 때문에 애꿎은 평당원과 민중들만 상처 입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무척이나 아프다. 이미 내 손을 벗어난(??) 부시의 만행을 지켜보는 것보다, 소위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여겼던 당의 이러한 행로를 지켜보는 것은 훨씬 더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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