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들 늦게 일어났다. 일본인 청년은 알람이 울리는 것도 모르고 자다가 일어난다. 다들 시장앞 노점에서 밑반찬 부폐식 식사를 했다. 시간은 12시가 넘어간다. 어제 가기로 리강 배유람보다는 자전거 타기가 훨씬 재미있다. 서로 입구에서 일행들과 헤어졌다. 매일도 적고 서로행운을 빌어주었다. 마스란 애칭의 피어씽 여성은 고쓰족이란다. 검은색 옷에 피어씽이 고쓰족의 트레이드 마크란다.

 

2.

나도 10대때 매틀음악에 열광했었다. 그 주된 두 그룹이 아이론 메이든(철의 단두대)와 주다스 프리스트(예수를 팔아넘긴 유다와 사제의 교묘한 병치)이었다. 고등학교 때 본 주다스 프리스트의 라이브 공연은 모든 청중이 리드 보컬인 랍 헬포드의 트레이드인 검은 가죽모자 가죽자켓 가죽 바지 가죽 신발, 가죽 자켓 옆 선으로 박혀있던 철심들을 똑같이 입고 열광하던 장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컨베어벨트 시스템에 묶여있던 청년노동자들이 공연에서의 집단상징의식으로 그들의 일상적 억압을 풀어내는 기재였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은 공연장안에 머물러있었다. 그때 미국 노동자의 감성을 자극했던 부르스 스프링스틴의 팬들이 자연스러운 복장이라면 매틀족은 좀 더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것을 요구했었다. 난 그때 해적판과 해비메틀 잡지를 사모으는 데 열중했었다. 지금 그 매틀문화는 럭셔리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의 세트옷으로 소멸되어버렸다. 

 

3.

어제 매틀족의 언저리였던 나와 고쓰족 마쓰가 이런 저런 음악을 얘기하다 어떤 한 음악에서 어떤 공통의 지반을 확인했다. 완전한 소멸과 단절은 있을 수 없다. 나도 삶속에서 면면히 이어지는 그 맥을 찾아나가고 있고 마쓰도 그러하다. 통제되고 있다는 말은 동시에 찾아나가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마쓰가 앞으로도 고스족으로 살아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나도 꼬뮨족으로 살아나가리라. 내 가슴 한쪽에는 10대때 열광했던 매틀의 감성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4.

오늘은 중국에서 보기 드문 화창한 날씨다. 혼자라도 리강 유람선을 타야겠다. 숙소 카운터에서 예약을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장쯔가 이틀만에 돌아와 자고 있다. 장쯔 너 괜찮아. 어디갔었어. 이런 느낌으로 말과 손짓을 했다. 류더취가 없으니 병든 닭처럼 힘이 없다. 코가 막혀서 아팠단다. 나 리장 가는데 같이 갈래. 그냥 자겠단다.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5.

2시가 되어 카운터로 내려가니 한 남자가 나와있다. 버스 터미널로 가서 싱핑가는 버스를 타란다. 싱핑내릴때 누가 나온단다. 싱핑터미널 내리니 한 아줌마가 영수증 보여달란다. 아줌마를 따라갔다. 한 카페에서 기다리다 출발했다. 어제 내가 걸었던 그 길로 간다. 호주인 넷, 일본 여자 둘, 나 총 7명이 10명 정원인 아담한 배에 탔다. 리강은 주변풍광이 부드럽고 아기자기하다. 6명은 한 호텔에서 왔나보다. 갑판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한 40분 가더니 방향을 돌린다. 돌아간단다. 햇빛이 어떻게 비치는 가에 따라 산이 바뀐다. 갑판에서 호주 아저씨와 잠깐 대화를 했다. 자기도 20년 일하고 나서 1년 여동안 세계를 돌았단다. 배에서 내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걸었다.

 

6.

시드니에서 왔다는 호주 할머니와 얘기하면서 걸었다. 한 70전후로 보인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단다. 손주들이 모두 일곱명이란다. 아주 건강한 얼굴이다. 같이 한 식당 앞에 진열해온 음식재료들을 보았다. 이건 살아있는 데 고슴도치 새끼같다. 이건 들쥐다. 큰 술병에 새가 통째로 들어가있고 뱀은 기본이다. 이곳 계림 양숴 동네가 특수 요리들로 유명한 동네로 알려져 있다. 이 할머니 혀를 내두르며 나에게 묻는다. 한국에도 이러니? 난 노우했다. 뒷 말은 생략했다. 한국은 숨어서 먹지 이렇게 내놓지는 않아요. 이 할머니 호주에는 동물 보호로 캥거루가 너무 많아져서 차와 부딛치고 문제란다. 그런데 중국은 미개하다는 식으로 혀를 찬다. 그럼 이나라에 왜 오셨나. 우리 앞으로 거의 90도로 허리가 굽혀져서 지팡이에 의지해 걷고 있는 중국 할아버지가 걸어 온다. 이 할머니 일할때 허리를 펴고 해야하는데 한 자세로 계속 일하니 저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할머니의 말속에 산업안전의 기본쟁점이 튀어나온다. 부주의인가 노동강도강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인가. 난 저 할아버지의 개인사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고단한 중국 농민의 삶의 모습이자 결과라는 부분이 있음은 분명하다.

 

7.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왔다. 장쯔와 약속했던 6시가 넘어간다. 잉글랜드 제약회사에서 일한다는 프란세스가 있다. 서로 뭘 했는지 대화를 좀 했다. 중국의학에 관심이 많고 어제 부터 태극권과 안마를 배운단다. 나에게 저녁을 같이 먹잖다. 난 장쯔와 약속이 되어 있는데 갈이 갈래하고 물으니 좋단다. 장쯔도 좋다고 하고 셋이너 숙소를 나와 전망이 좋아보이는 구름나인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여기서는 내가 어중간하게 통역을 했다. 장쯔와 어렵게 대화를 해서 영어로 프란세스에게 말해주었다. 프란세스는 8시가 좀 넘어 안마교육 받으러 갔다. 프란세스가 얼마내야 하냐고 물으니 장쯔가 내가 낸단다. 장쯔 이 친구 좀 기분파다. 오늘은 내가 낼 차례다. 둘이서 맥주를 더 마시다 장쯔가 비어빠에 가잔다. 너 아파서 괜찮겠어 하니 노 프라브럼이란다. 여긴 내가 낼께 하니 좋다고 하고 자기가 맥주를 산단다.

 

8.

좀 걸어가다 라이브 맥주집에 들어갔다. 여기 서로는 많은 집들이 라이브 공연을 한다. 장쯔에게 물었다. 너 류더취와 결혼할거니? 결혼할거란다. 그래고 내일 난닝에서 만난단다. 뭔가 싸웠는데 화해한 느낌이다.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데 머리를 기르고 폼에 더 열중한 실력이다. 내가 상중하 중 어떤 수준이냐고 장쯔에게 물으니 중이란다. 중국맥주는 11도다. 한병씩 다먹고 장쯔가 더 시키려고 한다. 내가 다른 데 가보자고 했다. 2차 맥주집을 나왔다.

 

9.

3차 맥주집은 메이요우 카페였다. 여행자들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메이요우(없어요)이다. 이집은 없어요 카페다. 불친절과 맛이간 맥주는 없다는 의미란다. 2층 무대에서 3명이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머리도 짧고 동네 복장인데 사운드가 아까 무대와는 확실이 다르게 꽉 차있다. 장쯔에게 물었더니 상이란다. 아까부터 장쯔에게 이노래는 무슨 노래냐 계속 물었다. 아직 중국노래는 실연 이별 삼각관계 같은 건 거의 없다. 홍콩을 위한 노래, 중국을 위한 노래, 이런 식이다. 난 원래 노래를 맬로디로 듣는 편이라 별 문제가 없다.

 

10.

뒷 테이블에 아까 숙소에서 보았던 중국계여성이 혼자 있다. 합석을 하자 하니 좋다고 한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중국문학을 공부한단다. 음악때문에 시끄러워 중국현대문학의 경향은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냥 나 청두에서 두보초당에 갔었다. 그러냐... . 

 

 

* 050106 (목) 여행 42일차

 

(잠) 3250원 (25원)

(식사) 아침 520원 (4원)

          저녁 식사겸술  10400원 (80원)

(이동) 싱핑 왕복 1430원 (11원)

          리강 유람선 6500원 (50원)

 

............................... 총 22,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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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4 19:04 2005/01/14 19:04

1.

일찍 잠이 깼다. 밀린 일기를 좀 쓰다가 책에서 오늘 푸리마을에 3일장 열리는 날이란 정보를 확인하고 길을 나섰다. 어제는 자전거를 탔으니 오늘은 두 발로 가 보리라.  날씨가 흐리다. 다리를 건너 푸리쪽으로 걷고 있는데 터널이 나온다. 보행자에게 터널은 위험지대다. 터널로 들어가니 불빛이 하나도 없다. 한 쪽으로 벽을 집고 겨우겨우 터널을 통과했다. 한 시간 반 쯤 걸었나. 도체체 푸리는 어디쯤 인가. 길가에 한 식당이 보인다. 먹는 시늉을 했더니 된단다.

 

2.

마파두부를 주문했다. 주인 아저씨 옆의 받에가서 파를 몇 송이 따온다. 흐믓한 일이다. 밥도 압력밥솥에 하는지 압력 공기소리가 난다. 부인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다. 마파두부와 밥이 나왔다. 파오차이(중국식 김치)있나고 물어보니 무 백김치를 내 준다. 맛이 아주 잘 들었다. 밥을 한 공기 더 시켜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내가 맛있다고 하면서 얼마냐고 물으니 15원이란다. 양숴 시내에서도 6원인데. 옆의 아줌마가 15원이란 말에 움찔 놀란다. 그냥 깎지않고 고맙다고 하고 나와 걸으니 금새 푸리가 나온다.

 

3.

푸리시장에 사람들이 북적된다. 시장은 종류별로 아주 잘 구획이 되어있다. 중국의 시장들이 보통 그렇다. 고기를 도마에 내리쳐서 파는 곳 바로 옆에 이불 파는 상점이 있기는 좀 어려울 터이다. 금방 밥을 먹어서 군것질 할 수는 없다. 나도 국민학교 때 해 본 칡 뿌리 비슷한 것을 팔고 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건 20년전 그 카시미론 이불이다. 이불 담는 비닐과 그 손잡이도 그대로다. 손으로 카시미론 이불을 만져보았다. 옛날 그 촉감이다. 이불의 문양들도 별 차이가 없다. 한국에서는 요즘은 훨씬 더 부드러운 촉감의 담요들로 대체되었다. 한국에선 겨울 감옥살이할때나 쓸까... .

 

4.

장을 나왔다. 이슬비가 내린다. 이젠 버스로 싱핑까지 가보자. 싱핑은 이십여킬로 미터 떨어진 강마을이다. 여기의 강경치가 양숴보다 낫다고 하는데 한 번 가보자. 버스에 내려 강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저기 아줌마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저기서는 채소를 씻고 있다. 관광지로 잘 꾸며진 양숴보다 평화로운 맛이 있다. 강길로 죽 걸었다. 한 중학교가 보인다. 산 네 다섯개에 둘어싸인 곳이다. 이런데서 다녔어야돼. 집에가서 점심먹고 돌아오는지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간다. 돌아올때는 강의 자갈밭길로 걸어왔다. 선착장 부근에서 야체튀김하나 사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앉아있는데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온다. 인사를 하는데 한국분이세요하고 묻는다. 청두에서 만난 목사님도 내가 니하오하자 한국분이세요라고 물었었다.

 

5.

일본인 젊은 청년 한명, 30대로 보이는 한국남자 한명, 내가 20대 후반이냐고 물으니 중반이라고 3등분을 주장하는 여자 두명이 왔다. 내가 그동안 베이징의 고려, 원동빈관등 한국인들이 즐겨가는 숙소로 안 갔었는데 여행 40일이 넘어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나니 이 또한 새로운 느낌이다. 그동안 중국여행에선 만리장성에서 우수사원들과 세마디, 청두에서 목회일로 오신 목사님이 전부였였다.

 

6.

일본인 청년까지 총 다섯이서 밥을 먹으러 나갔다. 깔끔한 스타일의 동경의 정부 공무원, 수더분하고 친근한 스타일의 시나리오 책을 냈다는 글장이, 캐리어우먼 스타일의 차분해보이는 여성, 검은 복장에 피어싱을 한 여성, 그리고 애매모호한 30대 남성인 나 이렇게 다섯이 모였다. 두 여성은 계림에 있는 한 남자와 셋이서 인도로 향해 가고 있는데 나와 루트가 거의 비슷하다. 이들에게서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들었다. 미안마를 육로로 통과하다 걸리면 곤장을 맞는단다. 곤장이라.

 

7.

중1때였다. 전두환대통령이 역사적인 동남아 5개국 순방을 떠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난 그당시 우표모은데 열중하고 있던 시기라 언제 그 우표와 시트(우표두장 둘레로 폼나게 설명이들어가있는) 전지(우표 2-30장 묶음 한장)가 나올까 알아보니 한 반 친구가 오늘 조례끝나고 1교시 시작하기 전에 우체국에 뛰어갔다 오잔다. 그래서 보슬비를 맞으며 뛰어가서 우표와 시트를 사고 흐믓하게 학교로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날 지금의 미안마인 버마에서 폭탄이 터져 대통령은 안 죽고 장관 여럿이 죽었다는 뉴스가 들었다. 나도 옛날에 좀 애를 쓴 편인데 이제와서 곤장을 때린다니 이를 어쩌나?

 

8.

두 여성께서 모르니 한 번 시도해 보시란다. 그래 미안마는 태국에서 고민해도 충분하다.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뀌 돈다음 맥주를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잉글랜드 두 여성과 합세해 놀다가 다시 다섯이 나가 포토카페로 갔는데 정통 욘사마 아줌마 팬을 만났다. 캐리어우먼이 아줌마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피어싱우먼이 우리의 대화를 일본청년에게 영어로 말을 이어나간다. 나도 한두마디 거들었다. 그래 오늘은 한일연대의 밤이다. 대미를 한국식 술 문화인 완샷으로 장식하자. 일본인 청년에게 말했다. 너 완샷아니? 숙소에 들어가서 OK?. 그가 졸린눈으로 OK한다.

 

9.

숙소에 들어갔다. 두 잉글랜드 여성은 자고 있다. 살금살금 방 앞의 테이블로 나가 내가 소림사 식당에서 사서 부어놓은 휴대용 술병 하나을 테이블에 놓고 순번정해 완샷했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침대로 들어가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

 

추가 : 다음날 잉글랜드 여성이 우리가 새벽 4시 반까지 그랬다고 말해주었다. 정말?

 

 

*  050105 (수) 여행 41일차

 

(잠) 양숴유스호스텔 3250원 (25원)

(식사) 점심 마파두부 1950원 (15원)

         저녁 백반 520원 (4원)

(이동) 싱핑 왕복 1370원 (10.5원)

(간식) 야체튀김 130원 (1원)

          물 200원 (1.5원)

          맥주 일반맥주640m3원 칭다오맥주4원 7병   3120원 (24원)

          포토카페 맥주 650원 (5원)

 

................................... 총 10,9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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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4 15:26 2005/01/14 15:26

1.

10시쯤 일어났다. 이 방은 창문이 없어 불을 안켜면 밤인지 낮인지 모른다. 집에 부칠 엽서를 쓰고 있는데 한 서양여자가 베낭을 매고 들어온다. 잉글랜드 뉴케슬에서 왔단다. 어제 온수를 쓰다 찬물 벼락을 맞은 경험이 있어 온수 쓸때 유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온수 끊이는 탱크에 빨간 램프가 다섯 단계가 있다. 계속 10분정도 쓰면 빨간 램프가 다 꺼지고 조금 있다 찬 물이 나온다. 다시 회복되려면 한 이 삼십분 기다려야 한다. 핫 워터이즈 파이브 스텝, 원 투 스리 포 화이브, 탠 미니쯔 레드 램프이즈 턴 오프, 원 미니쯔 에프터 콜드 워터, 리커버 파이브 스탭 투에니 써티 미니쯔... . 어제 머리를 감고 있는데 찬물이 나왔었다.

 

2.

숙소를 나와 우체국으로 갔다. 집과 친구에게 줄 사진집, 천그림, 그동안 쌓인 입장권등을 부치기 위해서다. 소포 두개를 비행기로 부치는데 생각보다 좀 더 많이 나온다. 선물 산 금액의 두 배 반을 내고 나왔다. 예전 쿠웨이트로 길게 출장간 써클 선배에게 부칠때도 그랬었다. 그래도 여긴 바로 옆 중국인데... . 다음엔 배편도 알아보리라. 자전거를 빌리러 갔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자전거 빌리는데 써먹는구나. 여권은 어디다가 맡기면 안된다.

 

3. 

자전거를 타고 나와 만두 3개를 사먹고 도로를 달렸다. 빠르다. 동력이 두 발의 회전력인데도 다리보다 서너배의 속도를 낸다. 우리는 속도 조정은 필요할지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골목길로 들어섰다. 공사장이 나오고 길이 없어진다. 자전거를 들고 겨우 공사장을 빠져 나와 윗 길로 올랐다. 사람들이 빌린 것으로 보이는 자전거른 타고 간다. 여기가 위룽강쪽으로 가는 자전거 코스인가 보다. 완전히 시골길로 들어섰다. 페달에 힘이 실리고 자전거와 나는 신나게 달려나간다. 강길로 접어들었다. 강가에 작은 유람배들이 널려 있다. 아줌마 둘이 배를 타란다. 뿌리치고 더 가는데 막다는 길이 나온다. 한 아저씨가 더 이상 못간다 하며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한국어 가이드가 아닌바에야 소용이 없다.

 

4.

다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다른 아줌마 둘이 배를 타란다. 약간 혹해서 얼마냐고 물으니 80원이란다. 결국 40원에 가기로 했다. 배는 큰 대나무 줄기로 만든 육 칠미터의 길이에 중간에 2명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아줌마 둘이 뒤에서 노를 젓고 나는 대나무의자에 호젓이 누웠다. 여기서는 배타는 사람이 이 위룽강에서 나뿐이다. 서서히 이동하는 경치에 몰입할려고 할 때마다 작은 뚝이 나온다. 나는 내리고 배를 뚝너머로 내리고 내가 다시타고... . 노 젓는게 문제가 아니라 배를 옮기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어찌되었든 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배노점 아줌마가 우리쪽으로 배를 부딪힌다. 중국은 어디나 장사치들이 있다. 내가 먹을 계란두개와 아줌마 둘 줄 걸 샀다. 다시 가는데 그동안의 둑 수준을 뛰어넘는 높은 둑이 나온다. 한 반쯤 왔을까. 한 아줌마가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안쓰러워서 더이상 앉아서 못 가겠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했다.

 

5.

아줌마들의 표정이 펴진다. 인사를 하고 다시 자전거를 탔다. 다행히 웨량산쪽으로 가는 길이 있다. 웨량산 정문에서 표를 끊었다. 자건거 보관료는 1원이다. 음료수 파는 아줌마가 따라붙는다. 안 산다고 하니 이 아줌마 내려와서 사기로 약속하잔다. 그냥 산으로 올라갔다. 사람이 하나도 없다. 론리에서는 웨량산이 칼을 들고 사람을 헤치는 강도들이 출몰하는 유명한 산이라 절대 혼자 떨어지지 말라 주문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안 올라 갈 수는 없는 일, 문힐을 거의 올라와서 여자 두명이 내려간다. 드디어 반달모양이 뻥 뚫려 있는 문힐, 즉 달의 언덕에 도착했다.

 

산에 반달모양의 구멍이 뚫려있다. 이른바 문힐. 달의언덕

 

6.

반달 구멍사이로 수 많은 산들이 들어온다. 산 중심에 왔다. 문힐을 비롯해 다섯개의 산 봉우리가 360도 중심을 둘러싸고 있다. 봉우리 중간중간으로 보이는 경치가 이채롭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보인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내려가면서 문힐 근처에서 중국인 두명을 만났다. 그동안 나의 여행루트를 말하니 와하며 박수를 친다. 그들에게 중국일주의 열망을 느낄수 있었다. 내려오니 그 음료수 파는 아줌마 대기하고 있다. 슈랙2에서의 고양이의 표정처럼 가장 슬픈 표정으로 사란다. 얼마냐 물으니 물 5원, 콜라7원이란다. 두배의 값이다. 콜라를 하나 샀다. 내가 처음에 10원을 내니 거스름 돈이 없단다. 내가 잔돈으로 줄려고 하자 거스름돈을 내준다. 보니 입구의 8명쯤의 행상들이 여행객이 하나 올라가면 순번제로 따라 붙는 거 같다.

 

7.

이제 양숴로 돌아간다. 큰길로 가면 한 시간 안으로 금방 갈 수 있다. 지도를 보고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이 쪽 길은 좀 더 시골이다.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한 아이가 막 따라서 뛰어온다. 내가 손을 흔들자 아이도 손을 흔든다. 길을 잘 못 들었다. 마을을 통과해서 갈 줄 알았는데 막다른 길이고 과수원이 나오고 한 아주머니가 거름을 주고 있다. 내가 양숴라고 하니 아주머니 다시 돌아가라며 오랜지 하나를 던져 준다. 그래 이거야. 길을 잃었기 때문에 저 아줌마도 만나도 오랜지 하나도 얻어먹고... . 앞으로도 가끔씩 길을 잃어야지. 하지만 점점 힘들어진다. 비포장도로를 계속 가다보니 엉덩이가 부서질 것 같다. 중국의 마을 길은 큰 도로 중간에 있지 않다. 마을은 막다른 골목에 보통 있다. 더 아늑하다고나 할까? 한국의 시골마을 중간에 아스팔트가 뚫리고 차들이 슁슁 달린다. 철원의 할아버지도 오래전 논일을 하고 차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인적이 있으시다.

 

8.

날이 점점 어두워지려한다. 한 스무명의 중국인에게 양숴가는길을 물은거 같다. 한 7 8살 학교갔다가 돌아오는 아이부터 허리가 굽으신 할머니까지 길을 잃어야 중국인과 얼굴 맞대고 말한마디 걸 수 있다. 그럭저럭 맞게 가고 있는 건 같은데 엉덩이가 아파 견딜 수가 없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걷다가 다시 타다가를 반복하는데 저기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여행하며 계속 떠오르던 삶의 이치가 또 맞는 순간이다. 가장 고통스럽거나 어려운 그 때는 먼가가 이루어지지 직전이기 때문이다. 그 한 발과 한 치를 넘느냐 못 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난다.  

 

9.

날은 완전히 껌껌해졌다. 반대편으로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간다.  저기 불빛이 보이고 만두를 판다. 가서 1원에 두개를 샀는데 만두가 아니라 찐빵이다. 주인아저씨에게 국수 되냐 물어보니 된단다. 국수를 시켜 먹고 있는데 이 아저씨 영어를 좀 할 줄 아신다. 곧장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란다. 고우 스트레이트, 고우 라이트 턴. 겨우 자전거를 반납하고 숙소를 들어오니 다른 서양여자가 또 있다. 잉글랜드에서 왔단다. 둘이 친구냐 물으니 여기서 만났단다. 잉글랜드 시골 발음인지 말이 거의 안들어온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한 중국인이 들어온다. 중국 시안 교통대학 학생이란다.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하고 글로벌시대에 영어를 배우겠다고 다짐한다. 한국경제를 칭찬하며 중국이 한국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10.

일기를 좀 쓰고 숙소 안에서 인터넷을 하는데 한글 서채가 깨지고 쓰기가 한 글자마다 스페이스 바를 쳐 주어야 한다. 밖의 인터넷 바로 나가 인터넷을 했다. 이 인터넷이 내 여행에서 독일까 약일까? 약으로 삼으면 된다.

 

 

* 050104 여행 40일차

 

(잠) 양숴유스호스텔 3250원 (25원)

(식사) 저녁 쌀국수 390원 (3원)

(이동) 배 위룽강 나룻배  5200원 (40원)

          자전거 하루 대여 1300원 (10원)

(간식) 만두3개 130원 (1원)

          계란 등 780원 (6원)

          찐빵2개 130원 (1원)

          코카콜라 캔 910원 (7원)

(기타) 항공소포2개 33,930원 (261원)

          인터넷 3시간 1040원 (8원)

 

........................................... 총 47,0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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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3 19:16 2005/01/13 19:16

* 어제 12일 해발 3200미터 티벳 근처의 도시 중디엔에 도착. 오늘 저렴한 중국인 왕빠를 간신히 찾음.

 

1.

아침에 어디선가 알람이 울린다. 설마 내건 아니겠지. 내거였다. 어제 술을 좀 먹긴 먹었나 보다. 아침에 옆 침대 뉴질랜드 남자와 잠깐 대화를 했다. 나와 여행루트가 거의 비슷하다. 태국에서 중국까지는 육로로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중국인 장쯔와 류더취가 아침 먹으러 나가잔다. 서로 입구에서 계림식 국수와 시금치 두부국을 먹었다. 계림식 국수에는 보쌈같은 찐 고기 몇점을 집어 넣어 주는데 이건 좀 별로다. 먹을때 부담스럽다고 느끼면 대부분 배탈이 난다. 장안의 세균균형이 깨진 것이라나... .

 

2.

어제 장쯔가 오늘 자전거을 타고 문힐이라는 이름의 웨량산에 가자 했는데 둘 다 상태가 영 아니다. 또 내가 커플의 시간을 많이 뺐기도 좀 그렇다. 장쯔와 강가까지 걷다가 내일 타자고 하고 헤어졌다. 강가로 툭 삐져나온 레스토랑이 있다. 좀 쉬면서 경치보면서 일기를 쓰자. 창가의 의자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역시 자리세가 좀 비싸다. 15원짜리 꽃잎차를 시켰다. 일기 한 줄 쓰고 바깥 강 경치 한 번 쳐다보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3.

여러대의 작은 유람배들이 정박해있다. 겨울이라 영 손님이 없다. 다리가 여기서는 떨어져있어 강 건너로 사람들을 건너 주기도 한다. 강 건너로 한 가족이 건넌다. 다음으로 서로 좋아서 죽을 거 같은 커플이 건너간다. 여기 강 폭은 한 이 삼십미터 정도지만 물살이 좀 있는 곳이다. 배가 떠 내려가지 않게 긴 장대로 강 바닥을 찌르면서 배는 건너편에 다다른다.

 

4.

카누같은 작은 배가 온다. 한 할아버지와 독수리인지 까마귀인지 검은 새가 배를 타고 있다. 저 배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모르겠다. 그 할아버지가 다리를 뻣고 않아서 쉰다. 그 검은새는 바로 앞에서 할아버지를 보고 있다. 검은새는 가끔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한다. 날개짓도 한번씩 한다. 검은 모자와 복장의 할아버지와 검은 새, 한 장의 실루엣 사진처럼 한 시간을 쳐다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다. 저 새의 운명도 홍콩에서의 섹소폰처럼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5.

강 건너의 그 가족은 조그많게 불을 피우고 논다. 좋아 죽는 두 남녀는 이쪽 저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끌어안고 있다. 중국에서 눈에 꽁깍지가 씌였다는 말을 연인눈에는 서시로 보인다고말한다 한다. 서시는 중국의 유명한 미인이란다. 그동안 눈여겨 보진 않았지만 할 수 없이 눈에 들어온 중국남녀의 애정표현중에 밴치나 의자에서 여자가 남자의 무릎에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여자의 덩치와는 상관없는 자세다. 광저우에서 더 덩치가 큰 여자가 남자 무릎에 앉는 걸 봤다. 저 남자 죽어나겠군. 중국은 여성 무릎위 시대다.

 

6.

한 3시간쯤 차물도 리필해서 먹고 나왔다. 숙소 들어갔다 다시 나와 판타오루 길에서 중국 호떡을 하나 사 먹었다. 로타리에 양숴공원이 있다. 표를 사고 들어갔다. 동네 공원이다. 할아버지들이 게이트볼에 열중하신다. 여기 할머니들은 다 어디가셨나? 한쪽에는 뭘 심으려 하는지 땅을 뒤집고 있다. 그 옆에는 혁명열사묘가 있다. 백여명 되는 거 같은 데 참 많이도 죽었다. 중국전체를 합치면 얼마나 될까. 정말 혁명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지금도 사실일까? 그런 역사를 품고 있는 혁명열사묘는 내가 가본 중국 어디의 공원에서나 소외되어 있다.

 

7.

뒷 문쪽으로 나가는 길이 있다. 이쪽은 지키는 사람이 없다. 뒷 편으로 훌륭한 분재 정원이 있는데 폐쇄되어있다. 다시 길가로 나왔다. 오징어 채 하나 사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류더취가 오늘 밤버스로 광저우로 간단다. 어젠 이런 얘기 없었는데 싸웠나.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와 서로의 작은 골목의 중국 식당으로 들어갔다. 마파두부가 6원이다. 감자볶음을 같이 시켜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중국인 들이 가는 인터넷빠에 갔다. 한글을 읽을 수는 있다. 내 자리 오른쪽남자는 내가 한때 열광했던 디빅스 영화파일 다운 받아 보기인지 좋은 해상도의 영화를 모니터로 보고 있다. 왼쪽 남자는 화상체팅에 열중하고 있다. 한 시간을 하고 계산대로 가니 2원이란다. 이럴때 흐믓하다.

 

8.

다시 강가로 가서 강 건너편의 산을 쳐다 보았다. 은은하게 산이 보인다. 바다밑에서 시작해서 어느덧 산이되고 3억년이 흘려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그 산이 미소짓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한 빵집에서 빵2개를 추천받아 샀는데 맛있다. 이 곳에도 맛있는 집과 맛없는 집이 있다. 숙소에서 진순신의 중국기행문을 읽었다. 이 여행기는 도시마다 그 부분을 찟어서 지금 난도질이 되어있다. 빨리 다 읽고 부치든지 버리든지 해야 하는데 아직 놓기가 아깝다. 미련일까.

 

 

* 050103 (월) 여행 39일차

 

(잠) 양숴유스호스텔 3250원 (25원)

(식사) 저녁 1950원 (15원)

(입장) 양숴공원 1170원 (9원)

(간식) 호떡 130원 (1원)

          빵2개 460원 (3.5원)

          꽃차 1950원 (15원)

(기타) 피씨방 260원 (2원)

 

---------------------------- 총 9,2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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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3 17:27 2005/01/13 17:27

1.

느지막히 일어나 체크아웃을 했다. 짐이 점점 늘어난다. 양숴에 가선 우체국으로 부치고 버릴건 버리고 가볍게 하자. 버스터미널 까지는 걸어 갈만한 거리다. 다리까지 걸어가서 좀 쉬는데 식당이 보인다. 그래 점심 먹고 가자. 고기요리하나와 야체데침을 시켰는데 실패다. 고기가 니글거려 먹을 수가 없다. 아체에다 밥을 먹고 나와 터미널로 갔다. 여기도 사람채워가는 작은 버스와 큰 직행버스가 있다. 직행버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 보인다. 버스는 양숴를 향해 출발했다. 계림 도시와 멀어지면서 점점 마음에 드는 풍경이 펼쳐진다. 계림의 산은 그리 크지 않다. 어떤 위용을 자랑하지 않지만 모아 놓으면 장관이다. 개미 군단의 위력이랄까. 중간쯤 작은 도시의 시장 골목이 보인다. 저길 내리고 싶다. 가서 어떻게 좀 재워달라면 안될까? 버스 티비에서는 주성치 영화가 나온다. 양숴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2. 

몇명의 호객꾼을 뿌리치고 양숴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9인실 도미토리룸이 하루에 25원이다. 체크인하고 314호 방을 올라가 보니 ㄷ자 형태의 2층 침대와 약간의 벽을 두고 마주보는 2층 침대가 있고 화장실 겸 샤워실이 있다. 창문이 없다. 밖에서 놀라는 얘기다. 좀 더 밝고 티비가 있는 ㄷ자 침대공간의 중간 1층을 선택했다. A침대다.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숙소앞거리는 서로인데 외국인 중심의 거리다. 이곳에는 웨스턴 스타일의 카페들과 기념 상품가계가 밀집해있다. 서쪽 끝 쪽으로 가니 강가가 나온다. 그래 이런 분위기야. 여기도 떠들석 한 동네지만 강가를 바라보니 평온해 진다.

 

3.

다시 딴 쪽 길로 접어들었다. 보통 보는 중국인 거리다. 작은 시장의 입구가 나온다. 여기가 상마오 시장 쯤이겠다. 고기와 아체들을 팔고 있다. 시장 끝자락에 죽에 밑반찬 여러가지를 조금씩 집어먹는 곳이 있다. 죽 하나를 시켰는데 내가 잘 먹지 않는 닭 죽이다. 반찬 하나씩 먹으면서 먹으니 그럭저럭 먹겠다. 한바뀌를 돌아 서로 입구의 피씨방에 갔다. 여긴 한 시간에 6원이란다. 숙소 방 앞에도 4대의 인터넷 피씨가 있다. 여긴 한국어 쓰기가 안된다. 프로그램 씨디를 요구한다. 앞에 중국인 커플이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는데 중국인 남자가 나와같은 방인가 보다. 일반 여관에서 부담스럽지만 유스호스텔에서는 굿이다. 서로 인사를 했다.

나에게 말한다. 피씨 피쥬(맥주) 고우 아우트. 내가 하오(좋다)고 했다. 그의 여자친구와도 인사를 했다. 같이 밖으로 나갔다.

 

4.

내가 아까 갔던 시장 입구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대부분 같은 요리를 먹고 있었는데 이게 양숴의 유명한 요리인 피주위인가 보다. 앞에 흐르는 리강의 민물고기찜 요리다. 책에는 리강 민물고기에 칠레고추, 대파, 생강, 감자, 맥주를 넣고 요리한다고 나와있는데 감자는 없다. 남자이름은 장쯔이고 여자이름은 류더취이다. 둘 다 광저우에서 일한단다. 또 회화책과 프린트물을 가지고 이것저것 얘기하는데 내가 하는 중국어 발음을 류더취는 재미있다면서 시원스럽게 웃는다. 류더취는 병원에 ct촬영 파트에서 근무한단다. 장쯔는 한 참을 헤메다가 export 수출 무역회사에 근무한다는 걸 알았다. 자기 출생년을 종이에 적으며 내가 몇 살이냐 묻는다. 보니 내가 3살이 많고 여자친구가 그보다 1살 연상이다. 그가 몇 살 이하로는 다 친구란다.

 

5.

요리가 나왔는데 먹을 만하다. 생각보다 그리 맵진 않다. 맥주를 시켜 류더취는 물을 마시고 장쯔와 둘이서 큰 병 3병씩을 먹었다. 오늘 여행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술먹는다. 그동안은 혼자서 요리시켜놓고 한 병이 고작이었다. 소림사 식당에서 채워놓은 고량주도 그대로다. 중국 맥주는 보통 알콜도수가 11도다. 장쯔는 1분마다 연신 건빠이하잔다. 그리고 연신 잔을 맥주로 채운다. 서빙보는 소저들이 내 한국어 책에 관심을 보인다. 보여주고 이름도 말해주고 하니 좋아들한다. 그동안 만난 사람으로 보면 한국사람에 대한 반응들은 좋은 편이다. 장쯔가 2차로 비어빠(맥주집)을 가잔다. 류더취는 잠깐 숙소로 들어가고 비어빠로 향했다.

 

6.

맥주집으로 들어갔다. 서로의 카페들은 외국인반 중국인 반으로 보이는데 여긴 중국인 전용인 듯한 느낌이다. 자리는 거의 꽉 차있다. 저쪽으로 작은 공연대가 있다. 3인조 밴드가 노래를 부른다. 20대로 보이는 중국인 남녀가 대부분이다. 맥주 3병과 안주를 시켰는데 피주어를 얻어먹어서 내가 샀다. 좀 있다. 류더취도 들어온다. 차를 시킨다. 보니 여긴 가수가 나와 공연하는 곳 보다는 가라오케 방식이다. 종이에 노래제목을 적어 밴드로 전달하면 순서대로 부르는 방식이다. 장쯔도 종이에 노래 제목을 적어 카운터로 준다. 장쯔의 차례가 왔다. 그의 노래가 끝나고 내가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그도 술이 좀 올랐고 나도 취했다. 여행와서 처음이다. 이런 가라오케는 권장할 만 하다. 중국노래의 멜로디는 쉽게 익숙해진다. 가격도 저렴하고 함께 노래부르고 얼마나 좋은가? 여긴 중국건전가라오께다.

 

7.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잘려고 하는데 또 한명의 중국인이 들어온다. 호기심어린 눈으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 중국인은 영어를 좀 한다. 내가 지금 피주 드링킹해서 내일 얘기하자고 했다. 바로 잠이 들었다.

 

 

* 050102(일) 여행 38일차

 

(잠) 양숴유스호스텔 9인 도미토리 3250원 (25원)

(식사) 구이린 점심  2080원 (16원)

          양숴 시장 죽 백반 260원 (2원)

(이동) 계림-양숴 직행버스 1690원 (13원)

(간식) 중국맥주집 맥주 3병   2730원(21원)

                          감자튀김 1040원(8원)

                           차 1040원(8원)

(기타) 피씨방 6원 3원 1170원 (9원)

 

.............................................. 총 13,2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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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9 23:33 2005/01/09 23:33

1.

계림의 산수는 천하 제일이다.

천하 제일이고 뭐고 추워서 못다니겠다.

 

2.

그동안의 여행루트는 이렇다.

honey2736님의 올린 지도 퍼옴

 

그동안 인천에서 배로- 천진 - 북경 - 지도의 성수 근처 정저우 소림사 뤄양 - 서안 - 성도 - 성도 밑으로 흐르는 장강 쪽 충칭 - 배를 타고 무한 가기전 이창 - 광주 - 심천 - 홍콩 - 다시 심천 - 계림에 왔다. 대부분 큰 이동은 기차를 이용했다. 지그재그로 중국 중앙부분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셈이다.

앞으로 계림 부근의 양숴 - 다시 계림 - 곤명 - 곤명 근처의 리장 다리 - 다시 곤명 - 베트남 국경 넘기 - 베트남 북에서 남으로 - 캄보디아 - 태국 - 미안마 - 인도로 갈 생각이다. 네팔은 생각중이다. 중국 비자 만료 시한이 1월 30일이다. 그 전까지는 베트남으로 들어가야 한다. 베트남은 국경에서 2주일 무비자로 입국도장을 받을 수 있다.

 

2.

푹 자고 일어났다. 이 곳 계림은 3억년 전에는 해저에 있었단다. 이 오묘한 석회함 산들은 영겁을 말할 정도로 오랜시간동안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졌단다. 예전 중국의 산수화가들이 꼭 한번 계림에 찾아와 산수화 그리기를 소망했다는 전설적인 공간이 계림이다. 중국산수화의 배경이었던 계림. 요즘은 장가계가 새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장가계가 스케일에서는 1등이다. 난 이창에서 장가계로 갈까하다 그냥 광주로 내려왔다. 스케일의 시대, 스팩터클의 시대에 계림은 어떤 풍경일까? 계림 시내의 풍경은 소비도시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woodway님이 올린 계림사진 퍼옴

 

3.

밖으로 나오니 12시가 다 되어간다. 새해 첫 날인만큼 때때옷을 입은 사람들이 붐빈다. 숙소에서 나오면 맥도날드가 있다. 이곳에서도 맥도날드는 젊은 사람들의 약속장소다. 안으로 들어갔다. 중국 물가로는 레스토랑 수준인 맥도날드에는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빈다. 사람들은 이 맥도날드에서 다른 어떤 것도 사려는 듯 보인다. 난 더이상 촌티나는 시골중국인이 아니다. 급속도로 글로벌화 되어가는 이 브래이크 없는 중국열차에 나도 타련다... . 나도 빅맥세트를 하나 주문했다. 역시 맛이없다. 빅맥을 먹을땐 입을 좀 크게 벌려야 한다. 간혹 먹다보면 중간 속이 삐져나오기도 한다. 내가 왜 여기까지와서 이걸 먹고 있을 까? 어떤 우울함이 삐져나오는 거 같다.

 

4.

맥도날드를 나와 번화가를 지나고 동네 길로 접어들었다. 발 맛사지 집이 보인다. 20원인가 한다. 한 달 동안 하도 걷다보니 발 부근의 여러 곳을 누르면 상당히 아프다. 그래 발 좀 풀어보자. 들어가 보니 침대가 두개 있는데 동네 아저씨 부부가 안마를 받고 계시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나 보다. 조금 있다가 오란다. 다시 밖으로 나와 걸었다. 독수봉으로 걸어갔다. 입장료가 15원이었다는데 가보니 50원이다. 봉우리 하나 올라가는데 50원이다. 그 옆에있는 복파산도 10원에서 30원으로 올랐다. 그냥 어제 가려했던 치싱공원에 들어가자.

 

치싱공원

 

5.

매표소에서 35원짜리 표를 끊고 들어갔다. 여기가 중국최초의 관광지 중 하나였단다. 수나때부터라는데 수나라 하면 을지문덕 살수대첩으로 망신당한 나라로 알려져있는 그 수나라이다. 이곳 계림이 일찍부터 알려졌다는 얘기다. 공원안에 여러개의 봉우리가 있다. 그 중 올라가는 길이 있는 한 봉우리를 올랐다. 이제서야 계림의 산수가 좀 눈에 들어온다. 유럽인 남편과 동양인 부인으로 보이는 가족이 올라왔다. 이 유럽인 비디오를 들고 셀프카메라를 찍는다. 뭐라 중얼거리면서 카메라를 돌려댄다. 이 공원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동물원도 있었는데 아니 사자 우리에 안전공간도 없고 철망달랑 하나 쳐 있다. 안전요원이 철망안에 들어가있다. 이 호랑이 등을 돌리고 힘없이 누워있다. 분재 공원도 있다. 산 몇개를 가로 3미터 세로 1미터에 압축해 놓은 분재가 인상적이다.

 

6.

공원을 나와 숙소쪽으로 걸어갔다. 어제 먹었던 백반을 사 먹었다. 오늘은 집에 부칠 선물을 좀 사자. 계림사진집은 큰 서점은 60원인데 작은 서점은 45원이다. 엽서와 함께 샀다. 이 곳 특산인가 천에 인도풍의 여인이 그려있는데 알록달록 한 거 말고 두 개 한 세트로 샀다. 처음 가격을 물으니 80원을 부른다. 내가 좀 더 둘러보고 오겠다 하니 가격이 점점 내려간다. 결국 40원에 좋다고 했다. 노점을 돌아올때 한 아주머니가 키 몸무게 재는 자동기구를 가지고 1원에 재 주고있다. 아웃도어 신발도 신고 오리털 파카도 입고 키와 몸무게를 쟀다. 그걸 다 포함해 184.5센티에 75.5키로가 나온다. 이 신발굽이 4센티나 되나. 내가 아직도 조금씩 크고 있는건가? 연근초절임을 먹으면서 숙소로 걸어왔다.

 

7.

숙소 근처에서 전화를 하면서 어제 전화료를 환불받았다. 여기 전화 체계는 시내 시외 국제 별 가격단계가 있다. 내가 수신자 부담인 콜랙트 콜을 썼는데 한국 전화요금을 받았다. 젊은 남자가 쏘리 하면서 돈을 내준다. 웃으면서 헤어지고 숙소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더운물을 몸에 뿌리고 있을때 행복해진다. 내일은 리강의 시골인 양숴로 간다. 거기서 기분을 풀자.

 

 

* 050101(토) 여행 37일차

 

(잠) 허핑빈관 13000원 (100원)

(식사) 점심 맥도널드 백맥세트 2280원 (17.5원)

          저녁 백반 520원 (4원)

(입장) 치싱공원 4550원 (35원)

(간식) 연근절임 130원 (1원)

(기타) 키몸무게잼 130원 (1원)

          계림사진집엽서 6500원 (50원)

          계림특산여인그려있는 천 2개 5200원 (40원)

 

.........................................총 32,3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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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9 21:57 2005/01/09 21:57

1.

버스에서 잠이 깨었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오줌이 마려워졌다. 언제 이 버스가 휴게소에 다시 들리는지 알 수가 없다. 10시 30분에 한 번 섰으면 3시간 터울인가, 그러면 4시 반인데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았다. 현기증이 온다. 30분을 정신없이 참고 있는데 천만다행으로 3시 30분에 한 휴계소에 선다. 그 다음에 또 어떻게 잠이 들고 계림이 점점 가까워진다.

 

2.

버스는 계림 시골인 베낭족들에게 더 각광받는 양숴에 먼저 서는 거 같다. 분명히 모르겠고 날도 아직 새벽이라 그냥 계림에서 먼저 보고 양숴로 가기로 했다. 버스는 8시가 다 되어 계림에 도착했다. 직전에 빌려준 파카를 돌려받고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다. 이름이 장칭량이다. 내가 지도를 펴서 이렇게 가고 있다고 했다. 자기는 계림에 산단다. 버스에 내려 베낭을 매고 중국 여성 장칭량과 택시르 같이 타 내가 묵을 계림유스호스텔 부근에서 먼저 내렸다.

유스호스텔이 안보인다.호객하는 아줌마 둘이 온다. 내가 유스호스텔 간다 했더니 거긴 메이요(없다)란다. 먼 공사를 하는 중이란다.

 

3.

날씨가 쌀쌀하다. 다시 하루만에 봄 날씨인 홍콩에서 겨울로 왔다. 아줌마들이 허핑빈관이 100원이란다. 이 빈관은 성수기때 230원을 받는 괜찮은 빈관이라 소개되는데 겨울이라 할 인하나 보다. 그래 6일동안 대각선으로 잠자고 버스에서 다리도 못폈으니 편하게 좀 자보자. 체크인했다. 역시 시설이 깔끔하다. 중국도착 첫 날 180원인가에 묵었던 베이징 오도구 거리의 빈관이 생각난다.

 

4.

먼저 좀 자고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추우니 어디 다니기가 싫어진다. 여기 사람들은 털모자들은 많이 쓴다. 추워도 볼 건 봐야지. 숙소 골목을 나오면 바로 계림 시내 중앙광장이 보인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쇼핑거리가 이어진다. 2원짜리 꼬치구이를 사먹었다. 느끼하지 않고 맛이있다. 다시 중국 물가로 왔다. 다리를 건너 치싱공원쪽으로 걸었다. 시계가 4시를 넘어간다. 공원은 내일 들어가자. 달콤한 계림식 떡을 하나 사먹고 골목으로 들어가 4개 1원인 중국 야체빵을 사먹었다. 더 걸어가니 좌판에 센베이 과자를 팔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직사각형 단 범벅을 샀다. 5원이라는 걸 3원어치만 달라 했다. 이 곳 골목식당에도 훠궈 비슷한 샤브샤브 요리를 먹는다. 내일 와서 먹어볼까? 다시 중심가 쇼핑센터로 와 둘러보았다. 스포츠바지를 하나 사야겠다. 여러군데 스포츠 매장을 돌다 중국 유명브랜드 인가 보다. 재질이 아주 부드러운 검정색 스포츠 바지다. 약간 폭이 있는 사이즈를 골랐다.

 

5.

여기도 한 접시에 고기반찬과 야체반찬을 몰아주는 백반집이 있다. 4원은 고기반찬 둘, 5원은 셋, 6원은 넷이다. 5원짜리를 시켜먹었다. 여긴 미역국도 떠먹을 수 있다. 오늘은 2004년의 마지막 날이다. 여기도 밤에는 베이징 왕푸징 거리처럼 홍등 노점이 이어진다. 노점의 물건을 구경하면서 죽 걸어가니 다리가 나오고 오른편으로 유리로 만든 집이 보인다. 그 옆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경극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장은 유리집 앞 섬이고 한 스무명 남짓한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다리 왼쪽에는 유명한 8층 쌍동이 누각이 있다. 그 배경으로 다리 앞 작은 무대에서 소수민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역시 한해를 마감하는 의미인거 같다. 이 곳 먹거리 중에는 갖가지 야체를 냉초절임해서 꼬치에 끼워 1원에 파는 요리가 있다. 백김치라 보면 된다. 숙소앞에서 어머니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매년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고 들은 것을 합치면 복에 겨울 것이다.

 

6.

숙소로 들어왔다. 12시가 다 되어간다. 난 스포츠 시청을 약간 광적으로 하는 편이다. 중국 스포츠체널에서는 NBA 다시보는 명승부전을 해준다. 98년인가 한참 내가 NBA에 열광하던 시기다. 그때 각 팀별 선수 사진집도 샀었드랬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코 불즈와 칼 말론의 유타 재즈의 경기다. 1,2 쿼터에서는 칼 말론의 몸놀림이 가볍다. 하지만 시카고는 큰 점수차는 허용하지 않는다. 마지막 4쿼터의 마지막 부저가 울리기 직전 조던이 해결사임이 증명된다. 유타재즈 후반전 야투성공율이 반으로 떨어졌다. 적지에서 시카고의 챔피언전 승리다. 조던은 스포츠 맨으로서 모든 걸 갖춘 인물이다. 체력, 기술, 정신력, 리더쉽, 팀웍, 안정적인 일상생활, 시원한마스크등 다시봐도 빼놓을 때가 없다. 난 그렇지 않을 뿐더러 그렇지 않다해서 주눅들거나 낙담하지 않는다. 너무 뒤떨어지지는 말고 막차를 타자. 2005년에도.

 

7.

그렇게 2005년이 찾아왔다. 시카고 팀이 우승의 휑가래를 치고 있다. 이젠 새해 맞이 러시안 집시카드를 볼 타임이다. 눈을 감았다. 그동안의 여정의 돌이켜본다. 가장 어린시절의 기억부터 흘러흘러 지금까지, 인천에서 출발한 여행이 흘러흘러 지금까지 두 가지 여행을 떠올렸다. 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굿이다.

 

(러시안 집시카드) 2005년 1월 1일 0시 30분 앞으로의 여행을 생각하며

 

5. 장작(육체적인 건강)  양호한 건강상태

9. 꽃다발(행복) 돈을 버는 수단을 획득

41.고양이(숨겨진 위협) 모욕을 받았을때 위엄있게 감정을 숨겨라

21.산(위험) 불쾌한 일이 다가오나 피할 수는 있다

37.천사(수호천사가 보호한다) 천사의 힘이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준다.

4.집(집안일,사업상의 문제) 바른 길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 마지막카드

4.집 바른길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 모든 일에 성공한다

42.저울(정의 균형) 당신의 행복은 당신의 결정에 달려있다 - 선이 악을 이긴다

43.가지(운명에 대처하는 방법) 일보전진 이보후퇴 저돌적인 돌진 절대금물

33.물고기(물질적,정신적 행운) 바다에서 얻게 되는 부

 

 

* 941231 (금) 여행36일차

 

(잠) 허핑빈관 13000원 (100원)

(식사) 저녁 백반 650원 (5원)

(이동) 택시 2600원 (20원)

(간식) 꼬치구이 260원 (2원)

         중국빵 130원 (1원)

        계림 떡 70원 (0.5원)

         사발면, 포테토침 (5원)

         계림식 무절임 130원 (1원)

(기타) 스포츠바지 19260원 (148원)

 

................................................. 총 36,7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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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9 01:13 2005/01/09 01:13

1.

10시 반쯤 호텔직원이 문을 두드린다. 너 오늘 계속 묵을거냐. 노우 난 오는 중국으로 다시 간다. 보통 호텔은 오전 12시까지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 2시 이후에 여권과 중국비자를 찾으러 오라 했는데 시간이 빈다. 아직은 그 흔하디 흔한 맥도날드의자에 앉지 않았다....  11시가 넘어 체크아웃을 하고 베낭을 메고 삼오정이란 한국식당으로 갔다.

 

2.

여긴 어제 보다 좀 더 작고 아담한 집이다. 한국음식점은 보통 2 3 층에 있다. 1층 같은 지나가는 손님들이 아니라 알고 찾아오는 고급손님을 상대한다. 이 음식점은 1층에 있었다. 여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메뉴판을 들고 나온다. 40달러짜리 생선구운 백반 런치메뉴를 시켰다. 식판에 밥과 나물 생선 구운건, 그리고 작은 접시 3개에 김치등 믿반찬, 그리고 국이 나온다. 생선 크기는 생각보다 적다. 을지로 골목의 삼치구이가 생각난다. 주인 할머니가 와서 어떻게 왔냐며 물으신다. 내가 이 삼오정한국식당이 론리플레닛에 작지만 인기있는 식당이라 나와있다고 하니 당신은 홍콩에 와서 식당한지가 28년인데 참 고맙게도 어떻게 알고 외국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작년에 번역되었다고 하면서 한국판을 보여드리니 이 출판사에 감사팩스를 보내겠다고 주소를 찾으신다.

 

3

그러면서 내가 밥을 더 먹어가자 중국인 종업원을 부른다. 여기 밥 좀더, 국도 가져오고, 반찬도 가져오고... .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한국음식만 그리운게 아니라 음식인심이 그리운거야. 주인할머니는 연세가 일흔 셋 되셨단다. 처음에는 직원도 20명 이상 고용하는 큰 식당도 하고 이것도 하고 했었는데 10년 전부터 이 식당만 하신단다. 사람들을 만나고 접대하는 이 식당일이 자기에겐 정말 좋은 천직이란다. 처음 들어와서 앉을때 저쪽 테이블에서 할아버지가 이 할머니에게 뭐라고 소리를 크게 내며 화를 내셨다. 내가 왜 소리를 지르시냐고 하니 집에선 안그러는데 식당에서 직원도 있는데 왜 직접 손님을 맞고 음식을 나르냐고 화를 내신단다. 할아버지 생일이 3월 5일이라 식당이름을 삼오정이라 지었다한다.

 

4.

주인 할머니가 보라고 한국 신문을 가져다 주신다. 조선일보다. 글로벌 조선이로군. 신문에선 최근 일어난 동남아시아 재난소식이 탑이다. 피해를 당한 곳은 사실 내가 계획하는 코스와 겹쳐있었다. 만약에 3개월이나 진을 빼고 애를 먹이던 전세방이 좀 일찍 나갔더라면, 처음 여행 얘기를 꺼낼 때 니가 이럴 수가 있냐더 어머니가 한 달 만 다녀오라고 허락을 좀 빨리 내렸더라면 여행은 좀 빨라졌을테고 태국 해안가는 기본 코스였고 남부 인도, 스리랑카도 사정권 지역이었었다. 그런거 하나하나 걱정하기 시작하면 집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여하튼 재해지역은 내 여행루트에서 피해서 가야할 지역이 되었다. 난 바다를 좋아하는데. 베트남은 최대한 해안루트를 찾아봐야겠다.

 

5.

2시에 오라는 중국여행사를 식당에서 나와 12시 30분에 갔다. 좀 일찍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인데 가서 영수증 보여주니 써있는데로 2시에 오란다. 그냥 여행사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은 그냥그냥 흘러가고 여권과 여권에 붙여있는 비자도 받았다. 이제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홍콩 여행 일기에서 빠진 얘기가 하나 있다. 홍콩섬 쪽을 걷고 있는데 건물 옥상정원이 이뻐서 한바뀌 둘러보는데..... 한 인도인이 인사를 한다. 그런데 내 이마의 상과 빛이 좋단다. 그리고 손을 보여달란다. 손바닥에 내 생명선을 보고 95살이상은 건강하게 살겠단다.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얘기였다. 감정선, 두뇌선이 어쩌구 하면서 작은 종이 두장을 꺼낸다. 한장을 꼭꼭 접어 손에 쥐고 있으라 하고 나에게 몇 살이냐 좋아하는 꽃은 등등을 물어보고 나머지 한 장에 쓴다. 그리고 조금있다 뭐라 하면서 내가 쥐고 있던 종이를 펴보라한다. 똑같이 거기도 쓰여져 있다. 또 한번 가족 숫자를 묻고 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종이를 펴 보라 한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한 장에 쓸때 습자지 같이 밑에 하나를 더 눌러서 쓰고 내가 펼때 바꿔치기 하는 방식인거 같다. 마지막으로 지퍼가 달린 지갑안에 자기 인도 스승사진을 보여주며 내 손을 넣으라 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돈을 집어넣으라 한다. 어쨌든 한 10여분 그도 애를 썻다. 지폐를 꺼내는데 홍콩은 지폐는 10달러짜리가 거의 없고 가지고 있는게 20달러짜리다. 20달러 짜리 한 장을 넣었다. 그가 말했다. 20달러 한 장만 더 넣어달라. 당신이 애를 쓴건 20달러로도 충분하다. 인도인은 거절하고 일어서는 나를 붙잡으면서 작은 돌하나를 꺼낸다. 이제 정말 가야겠다. 웃으며 바이했다. 그도 더 잡지 않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20불에 약간의 유쾌함을 샀다. 그런 그를 오늘 여행사 가는 길에 보았다. 걸려든 손님 하나가 그의 말을 듣고 있다. 이 손님은 얼마를 지불할까? 저렇게도 살아나간다.

 

6.

동침사초이역으로 가서 KCR을 탔다. 종점역인 리루역에서 내려 홍콩출국도장을 받고 중국 입국 도장을 받았다. 12월 30일 입국도장 그러니까 1월 30일까지는 중국을 벗어나야 한다. 중국선전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계림가는 버스 있나고 물으니 이 터미널에는 없고 저리로 가란다. 저리가 어디란 말이냐. 묻고물어 돌고돌아 20달러에 데려다 주겠다는 한 아주머니의 제안을 저절하고 정류장을 찾았다. 양숴글자는 안보이고 계림가는 버스가 있다. 저녁 7시 30분 출발하는 버스 한대가 있다. 가격이 비싸다. 230원 320원 두 종류가 있다. 230원짜리 표를 끊고 나니 4시가 넘어간다. 3시간 남짓 또 시간이 빈다. 오늘은 기다리는 날이로군. 그냥 유리문도 없는 대합실 의자에 앉아있기로 했다.

 

7.

손에 한아름 잡지를 들고 팔고있는 10대 후반의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제게 팔릴까? 팔이 아플텐데. 날씨는 쌀쌀한데 얇은 옷차림이다. 안스럽다. 못읽는걸 살 수도 없고. 중국엔 길거리 상인이 많기도 하다. 그들은 대부분 악착같이 권하고 또 권하고 또 권한다. 그들의 고단한 삶을 중국사회시스템은 별로 보호하고 있지 않아 보였다. 이념의 실현보다는 생존의 힘이 이 사회를 지탱해 나가고 있는거 같다.

 

8.

시간이 되어 버스가 왔다. 그동안 보기만 하던 침대버스다. 2층은 2층인데 1층 버스 안에 두 층 침대를 끼워 넣었다. 앞쪽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잘 몰라 한 아저씨가 뭐라 핀잔을 준다. 내가 워쓰한궈랜 한국인입니다라고 하니 얼굴이 펴지며 웃는다.여기도 내 자리가 어딘지 모르겠다. 뒤쪽 2층이긴 한데. 맨 뒤쪽에 한 여자가 있다. 표를 보여주는 왼쪽 끝자리란다. 침대는 3열 종대로 되어있는데 길이가 한 150여센티 될까? 허리를 굽히던지 다리를 굽히던지 양단간에 선택을 해야 한다. 론리플레닛에서는 그냥 의자버스가 났다라고 코멘트른 한다. 키 큰 백인들은 그럴 것이다.

 

9.

차가 출발한다. 내 자리는 맨 뒤자리 왼쪽이다. 왼쪽타이어와 노면이 만나는 질감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진다. 물결이 좀 이는 배를 탄 느낌이다. 이 버스는 12시간을 가서 내일 아침 7시 30분에 도착이란다. 12시간동안 엉거주춤한 자세로 보내야 한다. 저녁 안 먹기를 정말 잘했다. 뭐가 속에 있었으면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버스는 한 군데서 사람들을 더 태우고 꽉채워서 출발한다. 사람하나가 더 탔나보다. 내 밑 자리는 임시자리인데 자리하나를 만든다. 이불하나가 모자란다. 안내원이 옷을 덮고 자는 내 옆 중간자리 여자의 발치에 있는 이불을 빼서 믿으로 내린다. 내가 베고 있던 오리털 파카를 다리 쪽에 덮어주었다. 내가 좀 매너가 있긴 하지. 버스는 3시간 후인 10시 30분 한 휴계소에 선다. 나가기도 힘들어 그냥 있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한다. 못잘거 같았는데 그래도 잠이 온다. 잠이 든다.

 

 

* 041230(목) 여행35일차

(잠) 침대버스

(식사) 점심 삼오정 한국식당 5600원 (40홍콩달러)

(이동) KCR 동침사초이- 로루  5250원 (37.5홍콩달러)

          선전-계림 침대버스 29900원 (230원)

(간식) 빵 280원 (2홍콩달러)

(기타) 인도남자 관상, 손금...  2800원 (20홍콩달러)

 

............................................... 총 43,8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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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8 20:01 2005/01/08 20:01
  1. rivermi
    2005/01/09 01:02 Delete Reply Permalink

    글로벌 조선이라...하하~
    건강하게 보내고 계신 듯하니 좋네요~ 여행은 갈까말까할때 가야한다는뎅...ㅠ_ㅠ


1.

아침에 일어나 홍콩에서의 마지막 하루 숙박료 100홍콩달러를 지불했다. 오늘은 어제 보아두었던 한국식당으로 가서 여행이후 처음으로 한국음식을 먹어보아야 겠다. 보통 식당마다 런치매뉴를 제공한다. 이집도 있었다. 김치스프가 50홍콩달러다. 주인아저씨에게 이거 김치찌게 맞죠하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아저씨가 이 메뉴는 반찬이 없다 90달러 짜리를 시키면 반찬 6가지가 나온다 한다. 김치찌게 하나만 있으면 밥먹는다. 그냥 시키고 이윽고 김치찌게가 나왔다. 돼지비계가 듬뿍 들어간 정통 김치찌게다. 좀 처럼 먹지 않았던 돼지비계가 살살 녹는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었는데 찌게가 좀 남았다. 밥 반공기만 더 먹고 싶다. 그래서 한국식으로 아저씨 밥 반공기만... 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아저씨가 밥 한 공기 더 들릴까요 한다. 돈 받을려나 보다. 결국 나온 돈이 추가 공기밥 10달러에 호텔에서 붙는 서비스부가세 6달러 붙여서 도합 66달러를 냈다. 9000원 돈이다. 찌게는 맛이 있는데 인심의 맛은 박하다.

 

2.

페리를 타고 센트럴로 가서 도서관에 들렀다. 내가 좀 느린편이라 일기를 워드로 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물론 치면서 또 한번 돌아볼 수 있다. 정작 도서관의 책들은 보지도 못했다. 30년전에 호주여행자가 세계일주를 삽화와 글로 표현한 책 정도 훝어봤다. 성과는 무지있다. 내 인생에 일기쓴다 결심을 해도 일주일을 못넘겼는데 좀 밀리긴 해도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도서관 문닫는 7시가 되어 스캔 몇장 올리고 나왔다. 홍콩 도서관은 이제 안녕이다.

 

3.  

페리터미널 앞에 홍콩산 정상으로 가는 피크트랩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줄을 서서 버스에 오르는데 무료라고 책에 나와있었는데 돈을 받는다. 무심코 10홍콩달러 동전을 넣었는데 거슬러 주지 않는단다. 이럴수가. 피크트랩 정거장 입구에 내려 왕복표를 끊고 열차를 탔다. 정상으로 가는 열차라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어께가 막 뻐근해진다. 산의 정상은 초승달 모양의 독특한 건물과 건물 옥상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인 젊은 가족의 말소리가 들린다. 피크트랩으로 정상올라 전망을 봐야 홍콩을 봤다고 할 수 있는거야. 어쨌든 홍콩의 야경은 볼 만하다. 홍콩도 겨울이라 정상은 무척 춥다. 정상건물 옆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붐빈다. 다시 내려왔다.

 

4.

트랩 터미널에서 론리플래닛에서 소개한 샌트럴 바거리의 한 재즈 라이브 바를 찾아갔다. 술집거리를 두 바뀌를 돌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이 부근은 백인들 천지다. 각 바들은 음악 볼 륨을 높이고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공연을 보는 거라면 상관이 없는데 이런 바에 혼자 분위기 잡기는 좀 그렇다. 내 짦은 영어로 영 걸 보이들 하고 대화하기도 어렵다. 이 길은 속된 표현으로 물이 좋은 길이다. 젊은 남녀들이 한 껏 멋을 부리고 있다. 이럴때는 누군가와 같이 다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5.

배를 타고 침사초이 부두에 내렸다. 마침 이 곳 쇼핑가에 서점이 있다. 들어가서 이책 저책 둘러보는데 눈길을 끄는 책이 한 권있다. 마오 전기다. BBC에서 30여년동안 러시아 중국 등에서 특파원생활을 했던 저자가 70년대 중국특파원으로 거주했던 경험을 살려 1999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다. 책값이 165불이다. 그래 중국에 있을때까지 마오전기를 독파하리라. 그러면 내가 대화를 소망했던 중국 현대 역사와 문화혁명에 대한 부분을 간접대화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 베트남을 가면 호찌민 전기를 읽으리라. 책을 사고 숙소쪽으로 걸어오는데 김치찌게 먹었던 골목에 째즈 라이브 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갔다.

 

6.

대부분 백인들이다. 맨 앞에 자리가 있다. 5인조 재즈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다. 연말이나 흥켜운 분위기다. 트럼팻, 섹소폰, 전기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팻 연주자는 익살맞은 표정의 서양아저씨이고 나머지는 얼굴이 필리핀인으로 보인다. 나이는 40대부터 60대까지로 보인다. 재즈연주의 리듬이 내 몸에 전달된다. 밴드 연주자들은 행복한 얼굴들이다. 특히 베이스연주자의 미소가 굿이다. 10년 계룡산 동학사에서 보았던 한 비구니 스님의 미소가 생각난다. 이들의 일상도 고단하겠지만 연주에 몰입할때 만큼은 그들은 행복해보인다. 솔로 연주가 이어진다. 서양 트럼팻 연주자는 만담꾼 역할도 하고 있다. 연신 사람들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윽고 색소폰 연주자를 닭 인형을 어깨에 대며 추켜세운다. 60대가 훨씬 넘은 얼굴이다. 요즘 펫 메스니 같은 세련된 젊은 재즈연주자가 풍길 수 없는 맛이 있다. 그 맛은 그의 짙은 주름에서 나오는 걸까... .

 

7.

한 사오십분 연주가 이어지고 휴식타임이다. 서양연주자는 테이블을 돌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나도 마저 치킨날게후라이드를 띁고 자리에 일어났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연주자들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렸다. 몰입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문화도 정치도 만들어진다. 행복해야해, 누구나.

 

 

* 041229(수) 여행34일차

(잠) 침사초이 미라도아케이드 14000원 (100홍콩달러) 

(식사) 점심 김치찌게 9240원 (66홍콩달러)

(이동) 배 왕복 470원(3.4홍콩달러)

          버스 1400원(10홍콩달러)

          트랩열차왕복 4200원(30홍콩달러)

(입장) 재즈라이브바 골든타임 아사히맥주 6860원 (49홍콩달러)

                                         닭날게후라이드 5460원 (39홍콩달러)

(기타) 마오쩌뚱 전기 23100원 (165홍콩달러)

 

........................................... 총 64,7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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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8 19:21 2005/01/08 19:21

1.

뭔가 매운걸 먹고 싶다. 옆 건물인 충킹맨션에 매운 인도식 카레집이 몇 군데 있단다. 10시가 좀 넘어 충킹맨션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치킨카레라이스를 시켰다. 홍콩에는 유독 인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카레라이스와 함께나온 양파 썰어 놓은 것이 특히 반가웠다. 매운게 속으로 들어가니 입안이 깔끔해지는 느낌이다. 충킹맨션을 나와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서 며칠 전 봐두었던 한국 여관 간판을 찾았다. 그 간판은 못 찾고 다른 한국여관이 있어 벨을 누르고 2층 프런트로 올라가니 한 곱상한 한국아줌마가 있다. 내가 미라도아케이드에 묵고 있는데 여기 얼마냐고 물으니, 이 아줌마 그냥 싸게 묵으셨으면 거기서 계속 묵으셔라라고 말 한다. 여긴 가장 싼 방이 400홍콩달러란다. 내가 보기엔 여기도 한국 장급 여관 수준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다른 데도 시세가 비슷할 거 같아 그냥 묵던데서 하루더 묵기로 마음먹었다.

 

2.

이쪽 골목은 동침사초이로 가는 길이다. 이 쪽도 페리노선이 있다. 단 가격이 4.5달러다. 배를 타고 다시 도서관으로 갔다. 보니 3층 열람실에도 인터넷컴이 4대가 있다. 물어보니 1시간은 쓸 수 있단다. 여기서 한 시간 쓰고 6층에서 두 시간 쓰면 도합 3시간을 쓸 수 있다. 4층 영어책 열람실에서 론리플래닛 쪽과 마오 전기 코너에서 책을 좀 뒤적거렸다. 중국에 왔는데 마오전기는 좀 읽어줘야지라는 생각과 며칠 더 묵으면서 이곳 도서관에서 책 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도서관도 욕망의 공간인거 같다. 착착 잘 분류해놓은 서고를 보고 있노라면 안 먹어도 괜히 배가 부른거 같다. 그냥 마오전기를 한권 사서 중국 시골로 들어가 읽는게 현실적이지. 맑스가 연구하던 대영도서관이라면 모를까?

 

3.

보고싶었던 우주의 신비 과학영화를 보러 다시 배를 타고 침사초이로 갔다. 홍콩과학관에 가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매주 화요일은 정기휴일이란다. 옆에 있는 홍콩미술관 상가에서 미술책들을 보는데 사기에는 너무 비싸 5년전부터 요리기구 외판원등 세일즈일을 그만두고 수묵화 수체화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어머니 선물을 중국가서 하기로 했다. 홍콩 둘째날 맛있게 먹었던 조단역으로 가서 백반집에 다시 가자. 백반집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난 겉보기는 차분해보이지만 사실 산만한 스타일인데 방향 감각은 좀 있는거 같다. 그날 먹었던 거와는 다른 반찬인 생선 한 토막과 닭고기 조림, 그리고 야체를 가리켰다. 이 세가지 요리가 한 접시에 담겨 국물이 섞이니 별로 였다. 그제 샀던 중국 김치 병을 꺼내 먹었더니 훨씬 낮다. 중국여행 한달이 지나니 김치가 그리워진다.

 

4.

조단역 부근 거리는 묘가야시장이라고 한국의 황학동 같은 벼룩시장이다. 둘러보는데 상품이 단조롭다. 건빵바지, 가방, 렌턴등 악세사리... 그런데 좀 가다보면 같은 상품을 판다. 단조로운 느낌이다. 역시 예전의 황학동거리의 수준이 훨씬 높다. 황학동의 상인들은 뛰어난 콜랙터이기도 했다. 그 거리의 내가 아는 한사람도 강원도 쪽 옛집들을 돌면서 옛물건들을 수집했다고 했다. 그런데 청계천개발로 이 황학동이 반으로 갈라졌다. 동대문운동장으로 들어간 부분과 동묘쪽에 작게 예전같이 형성된 부분으로, 전체적으로는 축소된 느낌이다. 내가 지금 요긴하게 입고 있는 바느질이 꼼꼼히 잘되어있는 중고 오리털파카도 동묘부근에서 만원주고 산 것이다. 내 20년 문화공간,  내가 10대때 교회도 다녔을때 악마 마스코트를 앞세운 아이론 메이든의 600원짜리 빽판에 묘한 해방감을 느끼던 그곳, 내가 대학때 룸팬 짜장면집이라고 불렀던 이름모를 아저씨와 마주앉아 짜장면 먹던 그 식당, 그 분위기는 지금 그곳에 없어지고 있다.

 

5.

계속 북쪽으로 걸었다. 침사초이에서 세번째 지하철역인 몽콕역이 나온다. 이곳은 젊은이들의 거리인가 보다. 나이때들이 젊다. 침사초이가 명동정도라면 여긴 대학로와 동대문운동장 앞 정도의 느낌이다. 나이키를 대표로 유명브랜드 할인매장이 이어져있다. 먼저 극장을 가보았다. 주성치 영화가 휩쓸고 있다. 오션스투웰브가 있다. 그런데 10시 15분 타임이다. 12시 반가까이나 되어서 끝난다. 그래 그동안 일찍일찍 숙소에 들어갔다. 여긴 홍콩이다. 오늘은 좀 늦게 들어가 보자. 영화표 예매를 하고 여기저기 상점에서 아이쇼핑을 했다. 소니비디오카메라 신종들, 니콘케논의 디카와 랜즈군들, 노스페이스 등 등산용품 전문점 등등 눈이 현혹된다. 이윽고 영화 볼 시간이 되었다. 100석 정도의 작은 상영관이다. 스크린을 높게 달아서 다들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누워서 본다.

 

오션스투웰브 영화티켓

 

6.

영화는 중국어 자막만 나온다. 헐리우드 영화라 줄거리는 단순하다. 엔디가르시아 역시 멋있는 갱으로 나온다. 1편을 못 보았지만 이 갱 띠어먹은 돈 며칠 안으로 내 놓아라 최후 통첩을 하고 다시 그 폼 잡는 맴버들이 모여 작당을 한다 등등. 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자막없는 프랑스영화를 보았을때 대부분 사람을 막 웃는데 난 멀뚱멀뚱. 웃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이 영화에서도 여러번 있었다. 먼가 조그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중국인들은 자막보면서 웃고 군데군데 서양인들은 들으면서 웃겠지. 여하튼 외국 영화보며 자막에 신경쓸 수 없으니 도리어 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주연급들인 브레드피트, 조지 클루니, 케셔린제타존스의 스타일, 옷차림, 말투 등등이 인상적으로 들어온다. 그들은 물론 상품가치가 큰 인물들이다.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어느 정치인 못지않을 것이다. 그들을 부르주아적이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대중들이 스타를 형성해내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동성 또한 그 인물들에 스며들어 있다. 따라하고 싶다는 것, 나도 브래드 피트 처럼 스타일리쉬하게 옷을 입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똑같은 옷을 산다면 꽝이고, 싼 옷이라도 내 스타일을 형성하는데 기꺼히 조지 클루니에게서도 한 수 배울 수 있다는 태도도 비판과 아울러 필요하다. 우린 모순된 존재들이다.

 

7.

거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다. 12시 반이다. 거리는 한적해졌다. 큰 도로인 네이먼도로로 나갔다. 공교롭게 초밥집이 바로 있다. 김밥만 좀 먹어주자. 몇 접시 맛있게 먹었는데 좀 비싸다. 처음으로 홍콩 택시를 타고 침사초이에 내려 숙소로 들어갔다.

 

 

* 041228(화) 여행33일차

(잠) 미라도아케이드5층쪽방 14000원 (100홍콩달러)

(식사) 아침 치킨카레라이스 3920원 (28홍콩달러)

          점심 홍콩식 백반 2800원 (20홍콩달러)

           밤 초밥 5600원  (40홍콩달러)

(이동) 스타페리 4.5, 1,7 1000원 (7.2홍콩달러)

         택시 2380원 (17홍콩달러)

(입장) 오션스투웰브 영화 4200원 (30홍콩달러)

(간식)      물 700미리 270원 (1.9홍콩달러)

(기타) 알람시계 1400원 (10홍콩달러)

.............................................................. 총 35,5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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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5 02:48 2005/01/05 02:48
  1. samakeun
    2005/01/07 03:02 Delete Reply Permalink

    영화 값은 생각보다 싸네요. 이제 다시 중국인가? 형 글을 읽다보니 첨밀밀 생각도 나고..가고 싶던 곳을 가니까 넘 재미나겠다 서울은 아직 흐림니다.

  2. 정미
    2005/01/07 11:58 Delete Reply Permalink

    새해 기분이 나요? 어쨌든 새해 복 많이 만드시고 여행 잘 하시길..

  3. 자일리톨
    2005/01/07 13:50 Delete Reply Permalink

    200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저는 계속해서 중국남부와 동남아시아여행기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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