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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0/28
    나이 서른을 견디는 것
    금자
  2. 2007/10/26
    존경할 만한 사람을 직장에 갖는 것
    금자
  3. 2007/10/21
    인숙만필
    금자

나이 서른을 견디는 것

사랑마저도 '견뎌야 하는 타인'처럼 느껴지는 나이가 서른이라는데,

요새는 '나 자신'마저도 '견뎌야 하는 타인'처럼 느껴지지 않니? (나만 그런가?)

그래서 30대의 출발은 '견디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게 아닐까 싶다.

그 견딤 속에 웃음과 울음과 냉소와 페이소스의 삶이 뚜벅뚜벅 걸어갈테고

그 길에 함께 해줘서 고맙다.

나의 친구friend이자, 내 언니 sister이자, 내 자신 self인 금숙.

- 07년 주발.



이런 말들과 함께 '서른 살의 강'이라는 소설집을 주다니,

주발이년, 센스는 어디서 고렇게 구비하고 내 친구로 이렇게 남아주다니.:-)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라는 싯구처럼

서른이 힘든 걸까, 아니면 서른 하나도, 서른 둘도, 마흔도 이런 걸까.

왜 너는 '카페 더 로스트'를 보면서

저렇게 잠 못들고 환장할 것 같은 밤들을 나도 온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고

'룸펜 프로레타리아' 계층을 잠식하고 있는 나의 그녀들이

보험도 안 되는 신경정신과에 드나들어야 하고

이제는 약도 안 들어서 약 먹고 자도 잠깐 자다 깬다, 는 말에 나도, 라고 한 친구가 또 응대하고

우리집이 4층 반인데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아스팔트가 뛰어내리라고 그래서

저번에 살던 11층 오피스텔에서 여기로 이사와서 다행, 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죽고 싶다는, 말 여기저기서 속사포처럼 터져나오고

우리가 서른이라서 그런걸까.

여자 서른,

그런 것을 다 알아도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거짓뿌렁을 읊으면서

자기기만하는 윤똑똑이가 아니라

나이가 서른이라서 그래, 나이탓 하면서 헛발질하는 것도 알고

누구한테 미쳐지지도 않아도 삽질하고 자빠져 있는 것도 알고

나이 서른이 지나도 이러코롬 또 힘들 것도 알고

결국 혼자라는 것, 을 사는 순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많은 것들을 능숙하게 받아들이는 얼굴,

까짓거 뭐, 하면서 그 자체를 인정하는 마음가짐.

서른 '견디는 것'으로 시작해 견딤에 담금질되고 결국 견디는 것을 따땃하게 보듬을 수 있을 나이를 준비하는 그 서른.

주발도 나도, 서른을 맞은 생일 축하.

내 곁에서 서른이 되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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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할 만한 사람을 직장에 갖는 것

오늘, 부엌에 들어갔더니 꿀초가 오리 촛대 위에서 타고 있어서 대안문화캠페인-플러그를 뽑고 한 박자 천천히 '캔들나이트', 를 맡고 있는 은진이 설겆이를 했구나,를 새삼스레 다시 알게되드라고. 설겆이 하는 것을 삐꼼히 봤는데도. 오늘은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것도 내가 담당인 프로젝트에 속해 계신 샘님들) 사무국 식구들에다가 +6명이니, 거의 열 명이 넘는 사람들 설겆이를 한거고 또 오늘 당신이 식사, 설겆이 당번도 아니었잖아. 할일 많다고 삐죽대고 삐족한 구두처럼 툴툴대고 있는데 내일 진행될 '숲치유 워크샵'을 담당하는 생태팀 짐 챙기는 걸 도와주는 것도 보았다오. 낮에는 설겆이 당번 대신, 오후에는 대안문화-기획홍보팀 일 대신 생태팀 일 같이 하고 것도 여섯시, 퇴근 시간 지나서 한 명씩 부수수 빠져나가는데 그 일을 도와주고 있었단 말이시. 자기팀 일도 아니고, 자기 팀 일 만으로도 '플러그 못 뽑고 캔들은 커녕 어쩔 때는 주말도 나와서 일하는' 처지에 말이지. 이제는 그만두었지만 전에 회계를 맡은 은희 샘, 머리가 부수수 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어이, 남말 하지 말고 스스로 머리를 열심히 감자 -_-) 저 긴 머리를 쫌만 다듬으면 조겄다, 이로코롬 생각도 했다가 넘의 일이라 금세 까먹고, 그런 것을 이야기하기도 거시기혀서, 또 넘일에 신경쓰는 자체가 귀찮아서 그런갑다,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은진 샘이 조용히 가서 빗 한 마리를 선물하면서 샘님, 이걸로 머리 빗어요, 라고 하는 것을 또 보고 말았삼. 시시껄렁한 일들, 이라면 시시껄렁한 일들이지만 사람은 취약한 존재니까, 시시껄렁한 것들이 없다면 삶이 기어가지도 못하니까, 시시껄렁한 것들에 기반해서 당신을 존경하는 눈으로, 반짝반짝 쳐다보게 되었어.:-) 일하는 직장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는 거,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런 좋은 사람들을 보는 것, 오리촛대 위, 꿀 냄새를 킁킁 내면서 타고 있는 꿀초(밀랍초)보다 더 달달한 느낌. 미국 잘 다녀와요, 은진. 더 좋은 사람이 되서 와줘, 내가 옆 책상에서 기다릴께. '은진 바리스타'가 타 주는 커피냄새가 사무실에 없는 것도 거시기한께 얼릉 오드라고,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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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만필

강금실의 책을 쑥쑥 읽다가 인숙, 이라는 당신을 발견하고 같은 사무실 라연에게 인숙만필을 빌려 한 달 동안, 논문을 지옥처럼 쓰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밤, 11시 넘은 버스정류장 가로등 아래, 집에 도착해 드디어 등을 대고 이부자리에 누워 밥통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고실고실하고 안도감 드는 밥냄새를 맡는 기분으로 하루에 10장 정도씩 천천히 읽었다. 요새 소설이나 수필, 에세이, 블로그 글들이 겨울 구들장에 익혀놓은 군고구마나 군밤처럼 고소하고 애틋하다. 사라질까봐 아까워서 애틋할 정도. 도대체 왜 사회과학책 종류만 들입다 '사' 읽고 이런 책들은 그냥 '심심풀이'로 여겨서 빌려만 봤는지 모르겠다. 책장에는 위로가 되는 책들이 별로 안 보여서 아쉬워. 정작 힘들 때 위로가 되는 놈들인데. 인숙만필도 그 중 하나, 인숙씨도 만나고 싶고 인숙씨 서클-고종석과 강금실을 포함한-도 부럽다.


1. [어느 책에선가 '타인의 눈물은 물과 다름없다'라는 러시아 속담을 보고 정신없이 웃었던 적이 있다. (13)] 타인의.눈물은.물과.다름없다.라는 말, 그런 속담은 너무 써서 이렇게 말로 턱~하니 표현해 놓은 러시아 말이 얄밉지만 아무리 찧고 까불어도 그렇다는 것을, 내 나이에는 이미 차고 넘치게 알고 있으니. 2. [내 동생은 자기가 사학과를 선망했었다는 걸 기억이나 할까?... 자기가 걷고 싶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 대한 돌연한 질투에도 불구하고 그는 패기만만했다. 그는 자신만만했고 그래서 뼛속 깊이 도덕적이었다. 그 무렵, 결혼을 앞둔 한 친구의 토로를 들었다. 그 친구는 자기가 높은 급료를 받고 있는 전문직 여성을 결혼 상대로 택한 이유가 생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의 능력으로 생활을 헤치고 나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 공포를 이해했다. ... 그런데 내 동생은 "어디 그 파렴치하고 거지같은 근성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라고 운운했다. ... 그런데 '여자한테 얹혀 살 것을 작심한 인간'에 대해 그렇게나 가차없었던 내 동생이 요즘에는, 자기 아내가 돈을 벌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는 것 같다. 내 동생의 그런 변화를 생각하면 서글프다. (89)] 나도 '자기의 능력으로 생활을 헤치고 나아갈 자신이 없는' 그 친구의 공포가 이렇게 절절히, 알알이 이해가 된다. 내가 결혼을 한다면, 나 역시 그 공포를 줄여줄 수 있는 보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발견했기 때문에, 결혼씩이나 할 수 있겠지. 인숙씨 동생의 변화도,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몇몇 인간들의 결혼의 목적도 서글프다. 어쩌다가 원시 사회였다면 부락의 일을 거의 도맡아 했을 이 젊은 세대들이 이렇게 낭만도 없이 시든 오이마냥 살고 있는 것일까? 원시 부락까지 안 가도 우리 앞 세대는 시청 광장앞을 물들이고 몰래 광주민주화항쟁 비됴도 돌려보고 삐라도 만들어 뿌렸던 나이에, 우리는 '홈에버'에서 애인이랑 카터끔시롱 물건사고 실명인증 받아가며 인터넷 댓글 쓰시고 토익책 들고서 도서관에서 꾸벅꾸벅 졸고. 애드버스터라는 책에서 재인용된 용어처럼 정말 침울한 '침체 세대'이올시다. 결혼은 과연 할랑가 몰라. 3. ['에로티시즘'이란 죽을 때까지 내내 삶을 긍정하는 것'(조르쥬 바타이유) 내 주눅듦은 내가 내내 삶을 긍정하지 못해왔다는 징표일지 모른다. 젊음에 대한 내 지나친 애착은 한 번도 에로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행하지 못한 자의 불건강을 드러내는 건지도 모른다.(132)] 흠, 그래서 영화 '죽어도 좋아'에 나오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 '우리는 내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랑가만 생각헌당께'가 그렇게 에로틱하게 들려부렀을깡? 4. [몸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컸지만,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왜 자기에게는 매사가 이렇게 고약하게만 돌아가는가, 하는 울분이었다.(139) ... 어떤 영화를 보니까 '인생에서 가장 좋은 건 모두 공짜'라는 대사가 있다.(140)] 나를 가장 힘들게 할 때는, 왜 나에게는 매사가 이렇게 고약하게만 돌아가는가, 하는 울분이 벌컥증처럼 속에서 치밀고 올라올 때였다. 대부분, 연애하는 시기였다. 제길슨. 언젠가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건 모두 공짜'라는 말이 애인을 보면서 하릴없이 나왔으면 좋겠다. 애인도 공짜잖아, 애인 키운 사람이 애 썼지. ㅎㅎ 5. [왜 노숙자들에게 슬리핑 백이라도 나눠주지 않는 것일까?... 이렇게 겨울이 추운 나라에서 사람을 신문지에 싸서 시멘트 바닥에 버려두다니.그들에게 '죽어, 얼어, 부활할 거야'라고 농담이라도 건네는 건가?... 불운한 사람들의 유일한 도피처인 잠조차 최소한도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독한가?우리는 악독한 추위처럼 독하다(174)] 독해서,미안한 겨울이 왔다. '재활용 슬리핑백 프로젝트'라도 해야하는데... 6. [좋아해서라기보다 필요해서 자주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칸트의 다음과 같은 말을 채찍 삼아 중얼거리며. '나는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해야만 하니까' (176)] 연구실 책상에 붙여놔야할 어록. 논문 해야만 하니까 할 수 있겠지 -_- 7. ['부모는 다 큰 자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마련이다. ... 부모로부터 배우기만 하고 부모에게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식은 불효자식이다. 훌륭한 인격에서 배어나오는 향기를 몸에 휘감지 못하고, 지성의 아름다움도 없이, 전자제품 이야기, 레저 바캉스 이야기, 프로야구 이야기, 영화배우나 탤런트, 가수 이야기, 시시껄렁한 일상생활의 이야기 밖에 못하는 자식으로부터 평생동안 먹고사는 일에 시달려온 부모들은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부모가 험하게 늙어가는데는 자식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02)] 서준식 옥중서한, 에서 인숙씨가 베낀 글을 나도 다시 베꼈썼다. 부모님에게 불효자식을 넘어서서 나는 전자제품 이야기, 레저 바캉스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도 안 한다. 부모랑 말을 잘 안 섞고 짜증만 내지. 엄마가 설에 오셔서 지금 내 방에 계시는데 하루 더 있다가 가시라고 해야겠다. 하루라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조금이라도 '효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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