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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3년만의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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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매서운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도로는 빙판길로 변했다. 시민들은 새해 초부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언론 반응이 참 흥미롭다. 예년만 해도 언론은 정부 제설 대책 미비를 꼬집으며 사실상 ‘인재’라고 비판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제설 대책을 질타하기보다 시민들의 솔선수범 불이행을 꾸짖고 있다. 언론이 정부 비판을 주저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소속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해가 될까봐 걱정한 것일까. 
 
중앙일보의 오바도 기억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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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선진화된 전철역 & 슬픈 풍경들 (레디앙, 2010년 01월 04일 (월) 14:18:23 박점규)
[현장] '매표 기계'만 덜렁…하소연할 사람도, 당할 사람도 없는 역무실
 
2010년 1월 4일 새해 첫 출근날 아침 8시 부천 소사역. 20~30분을 기다려 들어오는 전철은 문마다 겨우 다섯 명 정도만을 태운채 떠나버리고, 남겨진 수백 명이 넘는 이들은 암담한 표정으로 기약없이 전철을 기다린다. 전철이 떠날 때마다 사람들은 애타는 목소리로 회사와 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연을 전한다.
 
다시 들어오는 전철도 맨 앞줄의 서너 명만을 태운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진다. 전철에 몸으로 돌진하지만 이내 튕겨져나간다. 앳된 얼굴의 학생들은 곧장 전철타기를 포기하고 떠난다. 그러나 함부로 출근하지 않으면 '해고 수치'가 높아지는 '직딩'들의 얼굴은 점점 굳어간다.
 
"오늘 출근하지 말고 쉬고 낼 나오세요." 이런 맘좋은 '사장님'을 만났다면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방구석에 누워 모처럼의 휴식을 보낼 텐데… 그러나 오늘 일하지 않으면 하루 일당이 깎이고, 앞으로 계속 출근하지 못할까 두려운 노동자들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발발 동동 구른다.
 
아침 10시 역곡역. 서울로 가는 직통열차가 한참을 멈춰서 있더니 열차가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다며 모두 내리라고 한다. 왜 운행하지 않는지, 무슨 사고가 났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다. 전철은 단번에 수백 명의 노동자를 플랫폼에 쏟아놓고 불을 꺼버린다. 발디딜 틈조차 없다.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한다.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인해 전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사오니, 급한 용무가 있으신 분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10분 간격으로 나온다. 녹음된 듯 똑같은 내용이다. 왜 직통열차는 멈춰 선 건지, 언제 출근을 할 수 있을지, 언제쯤 전철을 탈 수 있을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역곡역 역무실 앞. 한 승객이 항의한다. 왜 열차운행이 중단됐는지, 어디서 사고가 났는지 묻지만 철도공사 직원은 "잘 모르겠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승객들의 항의는 계속되고, 전화벨은 수도 없이 울린다. 전화를 받아 상황을 설명할 사람도 없다.
 
한 여성노동자가 들어온다. 전철이 오지 않아 제때 출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적은 '확인증'을 끊어달라고 한다. 애절한 표정이다. 뉴스만 봐도 알 텐데, 그녀의 '사장님'은 '지각 사유'를 적은 확인증을 꼭 가져와야 한다고 했을까? 서글프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눈보라와 추위에 기운을 잃어버린 아주머니, 갑자기 내린 전철역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역무실로 찾아든다. 도움을 요청하고, 하소연하고, 항의하고,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철역엔 이들을 맞이할 사람이 없다. 모두 '자동화'되었다. 정부와 철도공사 말대로 '선진화'되었다. 사람을 쫓아낸 그 자리에 '매표기계'가 말 없이 서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 오면 나와서 부축해주고, 길을 묻는 어린 소년에게 친절히 전철타는 방향을 알려주고, 역무실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하던 그 많은 사람들을 어디로 보냈을까? 물어볼 사람도, 하소연할 사람도, 항의를 받을 사람도 없는 전철역, 폭설로 인한 지각보다 더 서러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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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3년만의 폭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01-04 오후 2:58:12)
오후 2시 현재 25.8㎝…1937년 적설 관측 이래 최대
 
청담동에서 스키…눈 뒤짚어 쓴 기자…‘폭설’이 만든 진풍경 (경향닷컴, 2010-01-04 15: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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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투혼' 박대기 KBS 기자 격려메일만 1500통 (미디어오늘, 2010년 01월 05일 (화) 22:30:58 조현호 기자)
[인터뷰]"아버지 생각나 찡해"…제작거부 호소문에 서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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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 고장·지연, 정말 폭설 때문이었을까? (프레시안, 백남희 전국철도노동조합 선전국장, 2010-01-11 오전 10:36:25)
[기고] '1등 철도, 1등 국민'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
 
수 십 년 만에 쏟아진 폭설도 어느덧 '과거'가 되었다.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눈 때문에 벌어졌던 아우성도 잊혀진 것일까? 수도권 시민의 발인 전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되지 못하고, 운 좋게 전철을 탔어도 목적지까지 여전히 불안하기만 했던 그 며칠. 모처럼 도착한 전동차는 느릿느릿 움직이다 이내 멈춰 섰다. 한 정거장을 가는데 몇 번이나 가고 서고를 반복했다.
 
심지어 지난 5일 9시경 부평을 힘겹게 출발한 전동차는 신도림역에서 아예 멈춰서 버렸다. 열린 출입문이 닫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비직원이 급하게 달려와서 조치에 나섰지만 한번 열린 출입문은 닫힐 줄 몰랐다. 급기야 임시로 차단막을 설치하고 위험천만한 운행을 시도하다 끝내 승차한 모든 시민들을 하차 시켜야만 했다.
 
대체, 이 모든 일들이 정말 '눈' 때문일까? 혹 다른 구조적 문제가 이런 아우성을 증폭시킨 핵심 이유는 아니었을까? 생 '난리통'이 어느 정도 수그러든 이제라도,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돌아보려는 이유다.
 
폭설로 인해 시민이 전동차로 몰려든 역의 혼잡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칫 떠밀려 선로로 떨어질까 염려스러웠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당연히 있어야할 역직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역 직원들은 "워낙 한꺼번에 많은 눈이 내려 선로에 쌓인 눈을 치우기조차 버거웠다"고 한다. 직원들은 무엇보다 먼저 선로전환기에 덮인 눈을 신속하게 치워야 한다. 눈을 제때 치워주지 않으면 레일과 레일 사이에 눈이 끼어들어 밀착상태가 나빠지고 자칫 열차탈선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철역으로 통하는 계단과 승강장에 눈이 쌓이고 살얼음이 얼어 미끄럼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크지만 미처 손을 나누지 못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만 있을 뿐이다. 임시방편으로 카펫이나 골판지를 깔아 놓았으나 눈으로 인한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철도공사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철도역을 점차 무인화하고 있다. 매집표업무, 안내, 열차감시, 안전관리, 유실물관리 등 대국민업무를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철도공사는 수도권 전철에 종이 승차권을 카드형으로 바꾸고 매표창구를 자동화시켰다. 그 결과 자동발매기 앞에서 전철표를 구입하거나 반환금을 받으려 길게 늘어선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기기작동이 서투른 경우 대중교통인 전동차의 이용은 더욱 힘들어진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각 역의 직원들은 과거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이제 시민들이 알아서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구입하고 안내표지와 방송에 따라 승차하고 내려야 한다. 사실상 철도 이용이 셀프시스템화 된 셈이다.
 
인력감축은 정비와 운전업무에도 불어오고 있다. 철도공사는 차량정비 일정 조정을 통해 인력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점검주기가 늘어나면 차량의 세세한 문제점을 충실하게 정비하지 못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또 코레일(옛 철도공사)은 열차 운행 중에 발생하는 고장을 조치하기 위해 각 역에 배치된 기동검수도 없애버렸다. 이번 폭설로 열차 출입문 등이 고장 났을 때 기동검수가 있었다면 훨씬 빠르게 열차운행을 정상화시켰을 것이다. 또 코레일은 차량, 시설, 전기 등 주재사무소를 통합하고 있다. 선로를 점검하는 시설은 순회주기를 변경했다. 이 경우 사고발생시 비상출동시간이 늘어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리한 인력감축은 시민안전과 직결되는 1인승무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분당선과, 중앙선, 광명셔틀을 비롯해 경의선에도 1인 승무(차장승무생략)가 도입됐다. 기관사가 운전뿐만 아니라 출입문 취급, 여객방송 및 안내, 냉난방 조절, 무선송수신, 긴급 상황 처리를 도맡아 해야 한다. 이 경우 객실 내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대응력은 급속히 떨어진다. 1000여 명이 타고 있는 전동차에 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운행 중인 차량을 멈추지 않는 한 다음 역까지 가서 조치할 수밖에 없다.
 
철도 직원들은 "폭설로 인한 철도대란을 더욱 키운 데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큰 몫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철도노조가 인력충원을 요구하면 의래 나오는 말이 있다. 철도가 적자라는 것. '경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임금도 깎고 인력도 대폭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 코레일의 설명이다. 정부는 한발 더 나가 '2012년 까지 적자를 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민영화를 검토하겠다'고 까지 했다.
 
그러나 철도적자의 근본책임은 정부에 있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철도적자는 정책적 적자"라고 밝혔다. 정부나 코레일의 주장과는 달리, 철도운영 때문에 발생하는 적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작년 철도적자는 7000억 원 정도다. 그러나 7000억의 적자에는 정부에서 부담키로 한 PSO 법적 의무금 미수액(1000억 원), 고속철도 건설비용이 포함된 과도한 선로사용료(6000억 원), 고속철도 건설비용 4조5000억 원에 대한 이자(2000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당연히 책임져야할 비용을 철도가 대신 지불함으로써 발생하는 구조적 적자가 철도적자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자신의 책임을 철도직원과 국민에게 전가시켜 인력감축과 요금인상, 대국민업무를 축소시키고 있다. 작년에도 정부는 한해 2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인천공항철도를 철도공사에 떠 넘겼다. 그 대가로 정부는 한해 1000억 원의 재정적 부담을 줄였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철도경영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제는 오히려 간단하다. 철도적자가 그토록 문제라면 정부가 책임을 다하면 된다.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철도공사에 떠넘기면서 인력까지 무모하게 줄이라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 내년까지 사업증가에 따른 필요인원만 2000여 명이나 된다. 지금 당장 부족한 인원도 3500여 명이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더 많은 인원만을 줄이라는 건 열차안전을 담보로 한 도박이나 다름없다.
 
철도직원은 답답하다. 폭설로 인한 철도대란을 지켜보며 언제까지 자연재해 탓 만 할 건지 정말 안타깝다. 물론 예기치 못한 폭설 등 천재지변의 경우 열차의 정상운행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자연재해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러면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며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새하얀 눈이 너무나 억울하다.
 
시민의 이동권을 책임지는 국가기간산업으로써 평상시는 물론이려니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기계가 함으로써 발생하는 어려움을 철도직원이 신속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제까지 자연재해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래서는 '1등 철도, 1등 국민'이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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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01:35 2010/01/0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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