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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오쿠다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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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쏭동지가 곧 빌려준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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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이룰 수 없는 꿈을 좇는 소시민의 ‘악몽같은 삶’ (경향, 이영경 기자, 2010-12-24 21:14:51)
▲꿈의 도시…오쿠다 히데오 | 은행나무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그네> <면장선거>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체로 그려왔다.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를 읽어라”라는 말이 있을 만큼 경쾌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말이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는 요절복통할 유머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정색을 한 채 현실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일본의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몰락해가는 지역의 문제를 다이내믹한 이야기로 풀어낸 <꿈의 도시>는 현실의 우울함을 상기시키는 소설이다. <꿈의 도시>는 유다, 메카타, 노카타라는 세 개의 읍을 합병해 만든 인구 12만명의 지방 도시 유메노를 배경으로 한다. 유메노는 합병을 하면서 발전에 대한 희망으로 ‘꿈의 신도시’를 꿈꿨으나 현실은 차라리 악몽에 가깝다. 상점가의 작은 가게들은 모두 망해 문을 닫았고, 정치가들은 제 잇속을 챙기고 큰 도시로 떠날 심산이다.
 
젊은이들은 유메노 지역에 남는 것을 패배로 받아들이고 노인들은 생활보호비로 생계를 유지할 궁리만 한다. 브라질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정주자와 이주자 사이의 갈등, 범죄 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다. 이쯤 되면 유메노의 이야기는 비단 바다 건너 일본만의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다.
 
소설은 욕망도, 희망도, 나이도, 성별도 각기 다른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들려주면서 진행된다. 시청에서 생활보호비 수급 대상자를 관리하는 서른두살의 남자 공무원 도모노리,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어떻게든 ‘지방의 2류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일곱살의 여고생 후미에, 폭주족 출신으로 노인들만 사는 집을 골라 누전 차단기를 교체해주고 돈을 뜯어내는 회사에서 일하는 스물세살의 남자 유야, 복합 상업시설 ‘드림타운’에서 소매치기를 잡는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마흔여덟살의 여자 다에코, 중앙 정치무대에 진출하려는 야망으로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을 추진하다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는 마흔다섯살의 시의원 준이치가 그들이다.
 
소설의 도입부는 이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잔잔하게 시작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를 더해가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던 다섯 인물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도모노리는 빠찡꼬에 빠진 생활보호비 수급자를 추적하다 빠찡꼬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주부 원조교제에 빠져들고, 후미에는 어느날 갑자기 공상 세계에 빠진 정신이상의 남자에게 납치당한다. 유야는 생활보조금이 삭감된 전처가 떠맡긴 갓난 아들을 떠맡아 기르게 되고, 다에코는 사이비 종교 간 세력다툼에 휘말리면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한 주인공들에게는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린다. 소설은 이야기의 재미와 현실 비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보호 대상자를 ‘케이스’라 부르며 어떻게 해서든 생활보조금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시청 공무원들은 야비해 보이지만, 일을 하지 않고 방탕하게 살면서 생활보조금을 타내려는 한심한 싱글맘들을 보면 공무원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도쿄로의 탈출에 실패한 ‘2류 젊은이’들이 대책없이 젊음을 낭비하다가 쉽게 결혼하고, 책임감 없이 아이를 낳고, 또 쉽게 이혼하는 세태는 생활보호비 수급자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서로 다른 다섯명의 이야기를 퍼즐 조각처럼 맞춰나가다 보면 지방 소도시의 문제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양윤옥 옮김.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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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3:32 2011/03/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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