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차베스빠 말고 베네수엘라 좌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마나 안태환 샘의 글이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안태환 샘은 폭력의 증가와 차베스 진영의 상당수 리더들의 비민주적 인식수준을 베네수엘라의 문제로서 지적하고 있는데, 몇 가지가 더 있을 듯하다.
우선,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차베스 장기집권의 문제다. 4선을 할 수도 있고, 21세기 사회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차베스가 필요했겠지만, 헌법을 바꾸어서 연임제한 규정을 없앤 걸 간단하게 볼 수 있을까. 대중이 원한다고 해서 다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언론탄압 등 반차베스 진영에 대한 탄압은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한 치안 부재, 실질적 생활수준의 정체 등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차베스는 포퓰리즘을 사회혁명으로 전환시키고 안착화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걸출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지만, 정치세력이 아닌 한 개인으로 대표되는 혁명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 말고 이를 계승할만한 또 다른 좌파 정치인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차베스의 압도적 승리, 민주적 점진적 평화적 사회주의 노선 (레디앙, 안태환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 2012년 10월 9일, 5:20 PM)
[기고]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의 배경과 의미
왜 이렇게 차베스에 대한 지지가 높을까? 여러 가지 시각에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난한 대중 외에도 상당수 중간계급이 차베스의 ‘민주적, 점진적, 평화적 사회주의’ 노선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스페인, 영국, 미국으로 이어져 오는 지배와 억압과 차별의 역사에서 진정으로 독립하고자 하는 열망을 대표하는 상징적 아이콘이 차베스라는 점이다. 라틴아메리카 통합이 중요한 이유는 통합 자체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에 의한 신자유주의 압력을 막기 위한 최적의 대안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차베스를 지지하는 세력을 민중보다는 대중이라고 호명하는 것이 현재의 맥락에 더 맞다. 가난한 베네수엘라 대중의 숙명과도 같은 가난, 교육, 건강, 주택 등의 공공적 ‘요구’를 수용한 사회 정책의 진보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마르크시즘보다는 포퓰리즘 담론과 맥이 닿는 의미에서 반 헤게모니적 ‘문화혁명’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맥락을 언급하는 이유도 전통적으로 정치의 객체로 인식되는 대중이 중요한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베스, 악마인가 희망인가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 2012-10-10 오후 6:08:18)
[해외 시각] '차베스 4선'을 바라보는 두 시선
브라질 출신 언론인 페페 에스코바 <아시아타임스> 통신원이 분석하는 차베스 당선의 의미는 정 반대다. 에스코바는 8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기고한 칼럼(☞원문 보기)에서 차베스가 소수 엘리트에 의해 장악되어 왔던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빈곤을 개선하고 대외 의존을 줄여나갔음을 강조했다.
차베스의 당선은 무엇보다도 (그가 주도한) 볼리바리안 혁명이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차베스 정권은 많은 오류와 무절제한 개인 숭배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회복시켰고 공공서비스와 사회정책, 최저임금 인상 등에 부를 재분배했다. 차베스의 말처럼 '21세기판 사회주의'라고 불릴 수 있다. 남미에서 이는 확실히 보다 평등한 사회를 향한 길이다.
차베스 정권의 기록은 수직적 구조의 사회를 어떻게 점진적으로 수평화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차베스 정부는 적어도 정부 예산의 43%를 사회정책에 사용했다. 실업률은 20%에서 7% 이하로 내려갔다. 지난 10년간 적어도 22개의 공립대학이 세워졌다. 교사 숫자도 6만5000명에서 35만 명으로 늘어났다. 문맹이 근절됐다. 대부분의 남미 국가에서 꿈으로 남아있는 농업 개혁도 계속되고 있다.
서방 언론사들이 차베스를 악마화하려는 핵심적인 이유는 그가 지정학적으로 미국 정부가 부리는 변덕을 받아주길 거부했기 때문이다. 차베스는 중국 지도자들과 매우 밀접하고 복합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여기에는 가까운 미래에 하루 100만 배럴의 석유를 제공하는 안이 포함됐다). 그는 이란이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을 진행한 권리를 지지한다. 그는 자신이 불법이라고 여겼던 나토(NATO)의 개입으로 쓰라린 결말을 맺기 전까지 (리비아의) 카다피를 지지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체제를 전복하려는 이들이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라면서 시리아 정부를 지지했다. 그는 볼리비아, 에콰도르에서 니카라과까지 남미 전체를 가로질러 멈추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됐다.
차베스식 모델은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인기가 높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나 페르난도 루고에 반대하는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 파라과이가 취했던 혼합형 모델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 정책들은 사회주의 경제 수준과 독립적인 대외정책 추구와 같은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경제성장, 평등한 사회, 진정한 민주주의와 점진적인 통합에 중점을 두는 기본적은 모델은 모두가 공유한다.
차베스식 정책이 보다 냉철하고, 보다 덜 대립하며, 한 개인에 보다 덜 의존한다면 남미의 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길에는 거대한 장애물이 남아 있다. 파라과이, 온두라스에서 벌어진 쿠데타, 환경파괴 논란을 부추켜 볼리비아의 불안정을 야기하려는 시도, 차베스 악마화에 대한 미 정부의 지속적인 집착 등이다.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압도적 다수가 잊지 않은 게 있다. 2008년 부시 정부가 재창설한 미 제4함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차베스가 지는 거 아니었어? (한겨레21 2012.10.22 제932호, 정인환 기자)
[세계] <로이터통신> 등 서구 언론이 ‘박빙’ ‘열세’ 예상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선 낙승
4선으로 2019년까지 20년 집권하게 된 차베스에 ‘선출된 독재자’ 꼬리표 붙이며 벌써 몰락 시나리오 들먹여
“차베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의 시험무대에 올랐다.” 베네수엘라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6일 <워싱턴포스트>는 ‘변화를 앞둔 베네수엘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뉴욕타임스>도 같은 날 “여론조사 결과는 엇갈리고 있지만, 차베스 대통령이 14년여 집권 기간에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내몰린 때는 없었다는 점에 이의를 다는 이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정권 교체’라도 예감했던 걸까?
실제 선거운동 막판 베네수엘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콘솔토레스 21’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8.9%가 야당인 ‘정의우선당’의 엔리케 카프릴레스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45.7%에 그쳤다. 앞서 베네수엘라 야권은 지난 2월 경선을 거쳐 카프릴레스 후보로 ‘야권 단일화’를 이룬 바 있다. 반차베스 진영으로선 ‘해볼 만한 싸움’으로 보였을 게다.
선거 당일인 10월7일엔 <파이낸셜타임스>가 나섰다. 신문은 “선거 판세가 팽팽한 백중세로 흘러, 공식 선거 결과가 발표돼도 이에 불복한 쪽이 반발해 폭력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불복’과 ‘폭력’의 배후로 지목된 것은, 당연히 ‘미운털’ 쪽이었다.
지난 10월8일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내놓은 공식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의 등록된 유권자는 모두 1860만6379명이다. 이 가운데 1501만25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 80.67%, 베네수엘라 사상 최고치였다. 유효 투표수는 전체의 98.1%인 1472만5357표였다. 이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은 813만6637표(55.25%)를 얻은 반면, 카프릴레스 후보는 649만9575표(44.13%)를 얻는 데 그쳤다. 지지율 격차는 약 11%포인트, 이 정도면 ‘압승’이라 부를 만하다. 미국의 진보적 연구단체 ‘북미 라틴아메리카 회의’(NACLA)가 10월8일 펴낸 자료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서구 주류 언론의 보도 태도는 가히 ‘불명예의 전당’에 헌정될 만한 수준”이라고 꼬집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차베스 대통령의 다음 임기는 2013년 2월 시작돼 2019년까지 이어진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무려 20년을 집권하게 된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쳤다고는 해도, 지나치게 긴 세월이다. 이런 형태의 ‘장기 집권’은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래선가? 베네수엘라에서 ‘정권 교체’를 예감했던 이들이, 선거 결과 발표 직후부터 새로운 ‘희망사항’의 시나리오를 들먹이기 시작한다.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경제위기와 차베스 대통령의 급격한 건강 악화, 이로 인한 혼란과 내부 분열, 그리고 야권의 급부상이 그 뼈대다. ‘선출된 독재자’란 낯익은 수식과 함께.
2009/02/19 04:21
아직까지 차베스 정권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하겠다. 특히 나에게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눈에 뜨이니 말이다. 베네수엘라 혁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게 분명히 있다. 제헌 수준의 전민중적인 토론의 필요성, 자치공동체의 활성화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 한계도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모델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고,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적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와 같은 경로를 밟아나가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
올해로 차베스 정권이 집권한지 10년차이고 얼마 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의 연임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이 통과되었다. 미국과의 긴장관계 속에서도, 그리고 석유를 장악한 효과도 있긴 하겠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민주정부가 10년간 정권을 장악하였다지만, 거의 이룬 것이 없는 한국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렇다고 좌파정권이 들어섰다고 하여 그 이상의 뭔가를 달성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차베스 정권이 가고 있는 게 과연 민주적인지에 대해서는 긍정하지 못하겠다. 적법한 제도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여 민주주의가 확보되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차베스 정권에 대해서는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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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혁명’…석유 없이도 꽃피울까 (한겨레, 김순배 기자, 2009-02-02 오후 07:22:34)
집권 10년 차베스 ‘오해와 진실’
우고 차베스(55)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일로 취임 10년을 맞았다. 아시아 외환위기 뒤 신자유주의가 극성이던 1999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한 차베스는 진보정치 진영의 전망이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정치적 지평을 넓혀왔다. 차베스는 1일 폐막된 세계사회포럼에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남미 좌파 지도자들과 집권 10년을 축하했다.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그의 집권 10년을 따져봤다.
빈곤율·실업률 하락 등 양극화 해소 기여
사회복지 정책 석유수입 절대적 의존 ‘한계’
30% 넘는 인플레·지나친 권력집중 비판도
■ 포퓰리스트인가 혁명가인가? 차베스는 흔히 ‘포퓰리스트’로 비난받는다. ‘포퓰리즘’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지만, ‘정치철학 없이 인기에만 영합하는 시혜적 분배정책으로 국가경제 붕괴를 초래한다’는 관점의 평가다.
하지만 차베스는 그동안 뚜렷한 정치철학을 구현해왔다. 2005년 정책방향을 ‘21세기 사회주의’라고 처음으로 밝힌 그는 지난달 29일 “자본주의는 이미 사망했으며,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문양에서 오른쪽으로 달리던 말의 방향까지 왼쪽으로 돌려놓았다.
그의 정책은 철저히 소외됐던 빈곤층에 집중됐다. 지난 10년 동안 절대빈곤율은 20.3%에서 9.5%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절반 수준인 7%로, 유아사망률은 21.4%에서 13.7%로 낮아졌다. 빈곤층이 “우리를 이토록 신경써준 정치인은 없었다”며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까닭이다. 루이스 푸엔마요르 토로 베네수엘라 센트랄대 교수는 1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실수와 비효율도 있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긍정적 변화가 있다”고 평가했다. 차베스는 시몬 볼리바르 탄생 200돌을 맞은 1982년 군대 안에 ‘MBR-200’이라는 정치조직을 만들고 진보정치의 꿈을 키웠다. 1992년 쿠데타도 1989년 신자유주의의 피해에 맞서 벌어진 카라카스 봉기에서 자극받았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중남미 최고인 30%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살인사건으로 1만5천여명이 숨졌고, 국가 투명도는 세계 158위에 그쳤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악마”라고 부르는 등 저돌적 행동은 많은 비용을 치렀다.
■ 영구집권 꿈꾸는 독재자인가? 차베스가 10년간 권좌를 지킨 힘은 민중의 절대적 지지다. 2002년 쿠데타로 쫓겨난 그를 다시 자리에 앉힌 것은 수십만명의 시위였다. 그는 취임 6년째이던 2004년 국민소환 투표에서도 대통령직을 승인받았다.
차베스가 14차례의 투표에서 거의 승리한 배경에는 민주적 조직이 떠받치고 있다. 약 200만명이 참여하는 정치조직 볼리바리안 서클, 2만여개의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15만여개의 협동조합에서 150만명이 사회경제활동을 펴고 있다.
미국에 맞서는 데는 전세계적 호황도 뒷받침됐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성장과 고유가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벗어날 수 있는 정책 결정의 공간을 넓혀줬다. 지난 80년대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외채위기와 장기 경기침체, 저개발의 족쇄를 풀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권력 집중은 권위주의 정치라는 비판을 낳았다. 크리스티나 모우레 베네수엘라 ‘정의와 민주주의 재단’ 연구소장은 “차베스는 국민들이 통치하고 자신은 국민권력의 대표일 뿐이라고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다스린다”고 비판했다. 또 오는 15일 국민투표에 부치는 개헌안은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없앴다. 차베스는 최근 “신과 국민들이 원할 때까지 여기(대통령직)에 있겠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당선되어야 하지만, 장기 집권의 길로 향하고 있다. 이상현 부산외국어대 이베로아메리카연구소 연구원은 “적법한 제도적 절차를 거쳤다고 반드시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지나친 석유의존 벗어날 수 있나?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각종 사회복지 정책은 석유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 헤럴드>는 석유 수출이 지난해 국가수입의 93%를 차지해, 집권 전 68%보다 절대적으로 의존성이 커졌다고 1일 보도했다. 석유생산 시설 등의 국유화 조처는 다국적 기업에 이익을 수탈당했던 중남미에서 정치·사회적 안정을 이루는 통치수단인 사회복지 정책에 필요한 수입원을 확보하는 성격이 크다. 그만큼, 배럴당 40달러대로 떨어진 국제유가는 차베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의 복지수준 개선은 한때 배럴당 150달러를 육박했던 고유가의 덕을 톡톡히 봤을 뿐이라는 평가절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친미우파 정권에서 서민층은 석유수입의 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런 평가는 불공정하다. 과거 석유는 베네수엘라에서 비석유 부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악마의 배설물’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유가 하락=차베스 실패’로 단정하지만 다른 경제구조의 의미 있는 변화를 무시한 것”이라며 “이런 산업구조 변화가 얼마나 작동하느냐가 정당정치 구현 여부와 함께 차베스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가디언>의 2일 보도처럼, 15일 개헌안의 통과 여부 못잖게 “석유가격 추락이 차베스의 앞날에 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네수엘라 개헌안 통과 (참세상, 변정필 기자, 2009년02월16일 12시50분)
차베스 "2019년까지 준비 됐다"
베네수엘라 국민투표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의 연임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티비사이 루세나 선거관리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저녁 약 94퍼센트의 개표를 마쳤으며, 54퍼센트가 개헌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약 46퍼센트가 반대표를 던졌다. 투표율은 70퍼센트로 예상된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에 출마를 할 수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차기 대선 후보 출마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미래로 가는 넓은 문을 열었다. 2012년 대선이 있다. 신이 달리 결정하지 않으신다면, 베네수엘라 인들이 달리 결정하지 않는다면, 이 군인은 이미 그 후보다"라고 차베스 대통령은 선언했다.
이번 개헌에서는 2007년 말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던 임기제한 폐지한 것을 확대해 모든 공직자들의 임기제한이 폐지됐다. 차베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야권 출신의 안토니오 레데스마 수도 카라카스 시장 등에게도 마찬가지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이 날 카라카스의 수도에서 사람들은 보라색 지장을 찍은 손을 들어보이며 산책하고, 공원에서 놀고, 책을 읽는 모습도 보였다며,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진행됐다고 <베네수엘라 애널리시스>는 보도했다. 다만 베네수엘라중앙대학(UCV)에서 스스로를 반데로사 야권 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집기를 부수며 "아닌 건 아닌거다"라며 벽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일도 있었다.
야권은 2007년 차베스 대통령의 개헌 실패를 꼬집으며, "아닌건 아닌거다"라며 개헌 반대운동을 진행해왔다. 이번 개헌 국민투표 등록 유권자는 16,767,511명으로, 국내 11,422개투표소 및 126개 해외 투표소에서 진행이 됐다.
차베스 집권 10년 "앞으로 할 일이 더 중요" (참세상, 변정필 기자, 2009년02월17일 14시20분)
[인터뷰] 볼프강 곤살레스 베네수엘라 대사대리
베네수엘라 개헌이 54%의 찬성으로 15일(현지시간) 통과됐다. 국내 주류 언론들은 일제히 차베스 대통령이 영구집권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독재자'라는 암시적 이미지도 덧씌웠다. 과연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에 대해 뭐라고 할까? 궁금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공식적인 개표 결과가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은 16일(한국시간) 오후 베네수엘라 대사관을 찾았다. 대사관에는 '베네수엘라볼리바르공화국'이라는 국호가 선명했다. 여느 대사관과 다름없이 집무실에는 차베스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볼프강 곤살레스 대사대리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차베스의 사회주의 혁명에 동의한다는 의미"라고 이번 개헌투표 결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리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21세기 사회주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계속 전진해 나가겠다는 의미를 가진 하나의 헌법적 승인이다. 더불어 보다 발전된 사회주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국민들의 비준이다."
베네수엘라에서 개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기존 정당의 후보인 살라스 로메르로를 누르고 58%의 지지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제헌의회를 소집하는 일이었다. 친 차베스 진영은 1999년 7월 열린 제헌의회 선거에서 131석 가운데 119석을 차지하는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그 해 12월 국민투표에서 새 헌법은 71%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그리고 이 헌법은 남미 해방투쟁을 이끌었던 혁명가의 이름을 따라 '볼리바르주의 헌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볼프강 곤살레스 대사는 이번 개헌보다 1999년에 만들어진 헌법에 보다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베네수엘라 민주주의는 크게 훼손돼 있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1999년 새 헌법을 승인했다. 당시 새 헌법은 역사적인 과정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민중이 직접 참여해 새 헌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 헌법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새로운 정치적 권리를 부여했다. 이 권리는 사회적 참여, 민중의 참여를 만들어 냈고 그 결과 새로운 사회 건설로 이어졌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 건설로 향하는 길은 험했다. 2002년 차베스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반혁명 쿠데타, 2003년 석유 파업, 2004년 차베스 소환 국민투표...이번 개헌 국민투표까지 차베스를 반대하는 세력의 논리는 한결 같았다. 지난 6일은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 10년 째 되는 날이었다. 곤살레스 대사는 "그들이 지난 10년 간 해온 반혁명 전략은 바로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민중들을 속이고 새 헌법과 혁명과정을 폄하하고, 차베스 대통령이 결국 독재자의 길로 가고 있다는 거짓선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거짓선전은 엄청난 권력과 영향력을 쥔 베네수엘라 우파 보수언론을 통해 이뤄졌다. 그들은 어제 국민투표 결과조차 '이제 차베스가 평생 대통령을 하게 됐다'는 식으로 폄하하고 있다. 이런 정치조작은 자기무덤을 파는 결과일 뿐이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그게 하나의 정치선동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곤살레스 대사는 주류 언론들이 알지 못하거나, 또는 알아도 모른 척 하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지적했다.
"1999년 새 헌법은 국민투표로 선출된 모든 공무원을 끌어내릴 수 있는 국민소환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누군가 아주 압도적으로 대통령, 혹은 주지사, 시장을 당선됐다고 치자. 그래도 민중이 그의 정책이나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소환투표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당신을 원하지 않아'라고 표현하는 거다. 국민 소환절차는 아주 단순하고 쉽다. 개헌투표 결과가 말하듯 이미 정치의식이 성장한 국민들은 정치조작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차베스 정부의 집권 10년의 성과 중 참여 민주주의와 국민들의 정치의식 성장에 후한 점수를 줬던 곤살레스 대사는 여전히 베네수엘라에 고질적인 문제는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에 "10년은 너무 짧았다."
"지난 10년간의 사회주의 혁명과정을 통해 빈곤을 줄이긴 했지만, 앞으론 그 이상으로 빈곤 타파를 위해 더 많이 싸워나가야 한다. 높은 범죄율을 비롯해 오랫동안 고질적 사회 불평등과 같이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공들여 일해야 한다."
이야기를 좀 비틀어 사실상 베네수엘라가 석유에 의존해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석유로 흥했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석유 때문에 쇠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곤살레스 대사는 "석유산업에 의존하면 경제위기는 물론 정치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오래전부터 거시경제안정기금을 만들어 지금과 같이 국제유가가 떨어질 때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충당한다. 차베스 정부 이전에도 운용되던 것이지만, 차베스 정부 이후 기금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와 별도로 모든 국민에게 세금을 강제하는 재정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누진세다. 당연히 거대기업들의 반발이 컸다. 거대기업에서 자본을 받는 보수 언론들의 악선전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세금정책은 크게 성공해 지금은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국가 수입이 석유로 벌어들은 것보다 더 많아졌다. 그래서 국제 석유파동이 일어나도 과거처럼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석유 의존을 줄이기 위해 다른 한편에서는 제조업과 농업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곤살레스 대사는 베네수엘라가 석유를 상품으로 수출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와 함께 미주볼리바르대안(ALBA)를 출범시켰다. 미국이 추진하는 전미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항하는 대안적 무역질서다. 적어도 이 미주볼리바르대안에 함께하고 있는 니카라과, 쿠바, 온두라스,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의 국가에 대해 석유는 '수출품'이 아니다.
"차베스 정부의 석유 수출정책은 과거와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린 미주볼리바르대안(ALBA) 회원국에 석유를 수출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환은 오로지 이윤을 얻기 위해 수출하는 자본주의적 수출과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미주볼리바르대안(ALBA) 회원국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 브라질과도 상품을 교환한다. 그 나라에 없는 것을 주고 우리에게 없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아주 발달한 목축생산물을 받는다. 이런 상품 교환의 토대는 바로 '연대의식'이다. 이런 연대에 기초한 수출정책은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구조 아래서는 작동할 수 없다."
제국주의 저항의 아이콘이 된 차베스 정부를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의문이 들었다. 곤살레스 대사에게 물었다.
"차베스 정부를 대표하는 대사대리로서 힘든 점은 바로 차베스 정책에 대해 공격하고, 거짓말하고 폄하하는 우파 보수언론에 대응해야 한다는 거다. 언론과 전쟁 속에서 늘 무엇이 진실인지, 그들이 무엇을 왜곡했는지 낱낱이 알리고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터뷰를 시작할 즈음 곤살레스 대사의 얼굴에 숨은 긴장감의 이유인듯하다.
아픈 질문도 던졌다. 차베스 집권 10년이 넘었는데 탄탄한 지도력을 구축하진 못한 것 같다. 전세계 진보진영도 차베스 1인의 카리스마에 기댄 혁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답은 '외교적' 이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실험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기도 하다.
"혁명은 언제나 리더를 필요로 한다. 모든 사회.정치운동에는 늘 지도자가 있었다. 스페인 식민지에서 독립전쟁을 벌일 때도 프란시스코 미란다, 볼리바르 같은 지도자가 있었다. 차베스라는 지도자 한 명만 보이는 듯하다. 실은 그 위에 묵묵히 일하는 민중들이 있다. 자치공동체, 노동조합, 여성, 소위원회, 주민위원회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지도자와 한 팀으로 일하고 있다."
곤살레스 대사는 인터뷰를 끝마치면서 <민중언론 참세상>에 고마운 응원의 한 마디 보탰다.
"우리가 처음 새로운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자 할 때 제국주의의 후원을 받는 언론의 반발이 컸다. 제국주의 메카니즘은 아주 복잡하고 거대하다. 정부, 군대, 대학, 의회, 언론, 국제기구 등을 모두 포괄하고 통제할 만큼. 그런 의미에서 <참세상> 같은 대안적 매체는 꼭 필요하다. 대안 매체는 권력은 없지만 대신 '연대'할 수 있다.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안매체는 중요하다."
베네수엘라 임기제한 폐지, 민주주의인가 독재인가? (새사연 이슈종합, 2009-02-17 ㅣ 손우정/새사연 연구원)
개헌 투표를 둘러싼 민주주의 논쟁과 권력행사의 정당성
한국만큼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나라도 없다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한 술 더 뜨는 것 같다. 지난 2007년 12월 대통령 임기조항을 포함한 ‘사회주의 개헌’이 아슬아슬하게 부결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차베스는 개헌안을 기어코 통과시켰다.
베네수엘라 국가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월 16일 새벽 4시 18분 현재 99.57퍼센트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임기제한 폐지에 동의하는 표가 631만 482표(54.85퍼센트), 반대하는 표가 519만 3,839표(45.14퍼센트)로 집계됐다.
이번 결과는 차베스에게 선거 첫 패배라는 불명예를 안겨주었던 지난 2007년 개헌 투표 때에 비해 그의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6년 대선에서 700만 표가 넘는 지지를 받았던 차베스는 2007년 개헌 투표에서 300만 지지층의 ‘투표 포기’로 패배했으나, 지난 해 지방선거와 이번 개헌 투표에서 지지 세력을 재규합해 유리한 결과를 이끌었다.
반차베스 진영은 비록 이번 투표에서 500만 표 이상의 지지를 받아 차베스 집권 이후 가장 많은 표를 결집했지만, 세력을 확대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차베스 진영의 인사들 사이에서도 개헌 반대 의사가 표출되어 왔기 때문에 반대표를 모두 ‘반차베스표’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차베스 없는 차베스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건 친차베스 진영의 개헌 반대 움직임은 “영속되어야 할 것은 차베스의 임기인가, 혁명인가?”라는 물음으로 맞서왔다.
2002년 반차베스 진영의 쿠데타 당시 차베스 구출을 담당한 전 국방장관 바두엘이 2007년 개헌 논쟁 와중에 반대 진영으로 옮겨 간 것만 보더라도, 임기 문제가 친혁명 진영 내부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이슈라는 것을 말해준다.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임기제한 폐지 논란
이번 개헌을 둘러싼 외형적 논란은 ‘무엇이 민주주의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임기제한 폐지를 ‘독재’를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에는 전통적인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에 방점이 찍혀 있는 대통령중심제 체제에서는 임기제한이 거의 ‘상식’으로 자리해왔고, 이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장기집권과 독재를 위한 야욕으로 인식해 왔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차베스의 강력한 리더십과 군인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흔히 박정희와 비교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개헌은 박정희의 3선 개헌과 외형상으로 유사한 면이 있어 차베스의 혁명 내용에 동의하더라도 정서적인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야당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국민투표 직전에야 비상계엄을 해제한 박정희의 경우를 베네수엘라의 국민투표와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박정희의 경우 투표 내용에 관한 국민적 합의나 국민과의 소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했지만, 베네수엘라에서는 투표 찬반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집회, 시위가 보장되었고 또 벌어졌다.
연임제한 폐지를 지지했던 이들은 임기제한과 민주주의와의 관계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대통령의 임기제한은 어떤 ’외적 규제’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하려고 해도 국민들이 허용해야만 하며, 설령 다시 당선되어도 국민에 의해 임기 중에라도 소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민주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영국 마가릿 대처(비록 그녀 개인에게 투표한 것은 아니었지만)는 총선에서 4번 승리해 4번의 임기를 수행했고, 토니 블레어도 잇따른 총선 승리로 3번의 임기를 수행했다는 점을 예로 든다.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동일 지도자가 3번 이상의 임기를 수행하는 예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누구도 ‘반민주적’, ‘독재’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기제한에 대한 문제의식은 베네수엘라만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오바마 미 대통령도 “나는 임기 제한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임기 제한에는 한 가지 형식만 있다고 믿는다. 바로 선거에 의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한 미국의 해석도 180도로 달라졌다. 미국무부 대변인은 17일 최종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어, “베네수엘라 국민 다수가 투표라는 민주주의 권리를 행사한 것을 환영한다. 다양한 계층의 베네수엘라 구성원들도 다양성을 지닌 투표라는 권리 행사를 존중했으면 한다. 이것이 다원 민주주의의 강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권력연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재체제를 강화한 이승만과 박정희의 유산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베네수엘라 개헌에 대한 거부감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무엇이 더 민주적인가에 대해서는 분명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차베스의 리더십
그러나 무엇이 더 민주적이냐는 논쟁과 별개로 이번 개헌을 둘러싼 대립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 혁명 과정에서 차베스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다. 얼마 전 차베스 집권기간 동안의 경제성과를 분석해 발표한 워싱턴의 ‘경제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차베스가 국영석유회사를 완전히 장악한 2003년 1사분기 이후 베네수엘라의 실질GDP는 94.7퍼센트나 상승했다.
석유부문의 수입을 다른 분야의 산업으로 돌린 덕분에 비석유 부문과 사적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빈곤세대는 2003년 54퍼센트에서 2008년 말 26퍼센트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또한 지니계수도 2003년의 48.1에서 2008년 41로 떨어졌고, 유아 사망률도 1/3로 줄었다. 고등교육을 받는 비율은 2000년에 비해 두 배나 늘었으며, 실업률은 10년 동안 11.3퍼센트에서 7.8퍼센트로 낮아졌다. 최근 31.4퍼센트까지 오른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하고 있고,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지속적인 하락세가 예측되고 있다.
세계 4위 석유 생산국이었지만, 소수에게 나라의 부가 집중되어 있던 전형적인 친미국가 베네수엘라가 이런 변화를 일궈낸 이유를 말할 때, ‘차베스’라는 변수를 빼고 설명이 가능할까?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드러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대답은 ‘NO’였다. 차베스 지지자들은 차베스 말고도 다른 지도자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까지의 혁명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된 대통령을 왜 굳이 교체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베네수엘라 혁명과정에서 차베스가 차지하는 의미는 비단 경제적 업적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차베스가 등장하기 전에도 베네수엘라 역시 다양한 ‘진보’세력이 서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었고, 지금도 차베스의 독보적인 리더십 아래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개헌 논란에서 차베스가 반차베스 진영의 폭력성과 함께 급진 좌파 진영의 폭력 성향에도 우려를 표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만일 차베스가 없다면 베네수엘라의 정치과정이 지금처럼 흘러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굳이 일 잘하고, 개혁 진영에게 능력을 두루 인정받고 있는 차베스 리더십을 다수 대중이 원하지 않는데도 단지 임기제한 조항 때문에 버려야 하느냐는 친차베스 진영의 한탄은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차베스 또한 이런 문제를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지지그룹을 모아 창당한 것이 통합사회주의당(PSUV)이다. 혁명 정당을 통해 자신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베네수엘라 신사회주의 혁명의 중심을 잃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렇지만 한 때 포기의사를 밝혔었던 임기제한 철폐 개헌을 밀어붙인 것은 정당을 통한 새로운 리더십 창출이라는 과제가 쉽지 않은 것임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권력 창출보다 더 중요한 권력행사의 민주적 정당성
어쨌든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가 변질될지 더 확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임기제한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보장하거나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럴 가능성에 대한 조치일 뿐이다. 한 예로, 아버지 부시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아들 부시의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더 크게 위축되었다는 것을 볼 때, 형식적인 연임제한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어떻게 통치하고 있는가’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 점은 이명박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역대 대선 중 어쩌면 가장 민주적으로 치러졌다고 할 수 있는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정권창출의 정당성’만 볼 때,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1년 간 느꼈던 불편함은 권력 행사 과정에서 실종된 민주주의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우리가 베네수엘라의 연임제한 폐지에 근본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듯,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권력 창출과정만 고려한 민주주의 사고를 해왔다. 그러나 권력 창출의 정당성은 민주적 권력행사의 전제가 될 뿐, 민주주의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베네수엘라의 개헌결과를 보고 ‘종신집권’ 가능성만 강조하는 주류 언론의 시각도 협소한 틀 안에 갇힌 제한적인 시각일지도 모른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평가할 때 더 중요한 문제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차베스가 어떻게 통치하느냐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아마도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베네수엘라의 새로운 정치이행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민중권력’과 ‘위로부터의 국가권력’이 조응하는 형태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수 있는가의 여부다.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나 지역 생산공동체까지 포괄하는 코뮨의 ‘자기결정적 형태’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이 계속 유지되고 통치권자에 대한 대중의 통제권, 즉 아래로부터의 국민투표나 소환, 발안제가 유지된다면 권력행사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권력만 강화하고 아래로부터의 권력을 수동화 시킨다면 이번 개헌이 독재를 향한 권력욕의 표출이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둘째는 차베스의 존재가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계속 유의미한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전 세계 금융위기에도 베네수엘라의 경제침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생필품 부족 등 해결해야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임기제한 폐지 결정이 차베스 리더십이 계속 필요하다고 느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선택이었다면, 그는 자신의 필요성을 계속 증명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점은 객관적인 수치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투표결과 발표 이후, 지지자들에게 ’신사회주의로 함께 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 차베스는 투표결과에 대한 승리감보다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향한 책임감을 더 크게 느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시대 지식 논쟁 - 차베스 혁명, 사회주의 대안인가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39138.html
신자유주의 넘어선 21C 사회주의가 뜬다 (한겨레, 강성만 기자, 2007-09-28 오후 07:19:28)
① 왜 대안인가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41016.html
사회주의의 탈을 쓴 ‘자본주의 혁명’일 뿐 (한겨레, 강성만 기자, 2007-10-05 오후 09:25:45)
② 왜 대안이 아닌가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42676.html
‘21세기 사회주의’ 향한 발걸음 뗐을 뿐 (한겨레, 강성만 기자, 2007-10-12 오후 09:14:53)
③ 판단은 아직 이르다 (김수행 서울대 교수)
자본주의서 새로운 사회로 전환 위해, 전체인구 60~80% 달하는 “빈민 대변”
전폭 지원 통해 정치·경제 참여시켜, 기득권층과의 계급투쟁 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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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71212105651
"차베스 반대파, 이제야 민주주의 배웠다" (프레시안, 황준호/기자, 2007-12-12 오전 11:17:29)
[베네수엘라 개헌실패 바로보기] ① 反차베스 세력은 누구?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71213115545
"대중 참여 없이 '혁명'을 하겠다고?" (프레시안, 황준호/기자, 2007-12-13 오후 12:24:37)
[베네수엘라 개헌실패 바로보기] ② 차베스도 교훈얻어야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71214195953&s_menu=세계
그 차베스 신봉자들은 왜 개헌을 반대했나 (프레시안, 황준호/기자, 2007-12-15 오전 11:00:35)
[베네수엘라 개헌실패 바로보기] ③·끝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45492
차베스 지지자는 왜 '개헌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나? (참세상, 변정필 기자, 2007년12월17일 15시17분)
[베네수엘라 개헌 부결, 그 이후](1) 베네수엘라통합사회당 위기 드러나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45522
공포’와 ‘의구심’...반 차베스파의 성공 (참세상, 변정필 기자, 2007년12월18일 14시14분)
[베네수엘라 개헌 부결, 그 이후](2)경제 사보타지와 차베스 정부의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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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platform.or.kr/index.jsp?url=/jsp/hplanning/hpaes03.jsp&userid=guest&id=20080125150739830&field_cd=
[2007 차베스 집권 2기(19)] 베네수엘라 국민 여전히 민주주의 만족도 높아 (이스트플랫폼, 2008-01-25ㅣ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http://eplatform.or.kr/index.jsp?url=/jsp/hplanning/hpaes03.jsp&userid=guest&id=20080129103124619&field_cd=
[베네수엘라 혁명 2008 ①]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 강령과 원칙 초안 (이스트플랫폼, 2008-01-29ㅣ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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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7186
몰락 현실 사회주의 뒤따를 가능성 (레디앙, 2007년 07월 30일 (월) 08:20:39 정다신 / 모스크바)
[기고-차베스 논쟁] 소련과 베네주엘라 그리고 한국①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7203
새로운 이행경로, 점진적 기업 통제 (레디앙, 2007년 07월 31일 (화) 17:03:29 정다신 / 모스크바)
[기고-차베스 논쟁] 소련과 베네주엘라 그리고 한국②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7235
정파와 사회주의 원론에서 해방되자 (레디앙, 2007년 08월 06일 (월) 07:09:17 정다신 / 모스크바)
[기고-차베스 논쟁] 소련과 베네수엘라 그리고 한국 ③
2007/12/09 13:30
진보블로그 메인에 아래 글이 올라와 있는데, 베네수엘라 개헌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나름의 설명을 해주는 것 같아 담아왔다.
이는 참세상에 올라왔던 임승수님의 글을 보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차베스의 뼈아픈 개헌실패, 무엇때문인가 (참세상, 임승수(민주노동당) / 2007년12월06일 12시32분)
[기고] ‘대통령 연임제한철폐’가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차베스의 이번 개헌 시도는 무리한 점이 많이 있다. 그래서 임승수님의 글에 딸린 다음의 덧글에 많이 동의가 되었다.
A블록에는 차베스가 제안한 대통령 임기 연장 및 연임규정폐지가 쟁점이었다면, B블록에는 의회에서 제안한 비상사태시 기본권 제한이 쟁점이지 않았나요?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위한 더 중요한 개헌안들이 있었음에도 반대파들의 선동으로 그것들이 묻혀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번 A,B 모두에 대한 50.7%와 51%의 반대는 결국 차베스의 장기집권에 대한 우려와 기본권을 훼손당하지 않겠다는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또다른 의지 아닌가요? 이걸, 혁명 세력 내부 개량주의자들의 이탈 및 사보타지 그리고 보수언론의 악의적 선동만으로 분석하는것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차베스에게 이번 결과는 최소한 반성꺼리를 준다고 생각되는데.. 그걸 남탓으로만 돌려버리는건 좀..
참주정 운운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이를 옹호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래의 글과 같은 시각에서 파악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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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개헌안 부결에 대한 몇가지
어제 이 곳에서 베네수엘라 영사님과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돌아온 몇몇 사람들, 그리고 학자들을 포함해서 조촐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더 큰 토론회가 있기 전에 사전 논의 격으로 진행된 것인데요, 그 곳에서 논의된 내용을 적어봅니다.
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이전에, 이야기해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연임제 폐지에 대해서들 말이 많은데, 연임제한 없는 나라 굉장히 많습니다. EU 대부분의 나라에서 연임에 제한이 없구요,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유신헌법처럼 평생 선거도 안 하고 대통령 해먹겠다는 것도 아닌데, 참 이곳 북미 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조차 연임제 폐지 가지고만 이야기들을 하고 있네요. 복지 서비스 확충이나 노동시간 단축, 특히 참여 민주주의의 확장 이런 중요한 지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가 없구요. 오히려 이런 정책들을 공부해보는 것이, 그리고 이런 정책들이 어떻게 민중적 지지를 형성해 내는 지 그런 것을 연구해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될텐데 말입니다. 한국에서 베네수엘라 자주관리운동 (현재 50000개 정도의 사업장에서 노동자 자주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고 있잖아요. 사실 연임제한이 없는 나라가 그렇게 많다는 것 저도 그 토론회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사람들이 독재니 어쩌니 할 때마다 이야기하기가 쉬웠을텐데 말이예요. 미언론의 세계 장악, 참 문제입니다. 농담이 아니예요!
이번 패배(?) 이후, 베네수엘라 내적으로는 좀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선거 전 제가 들은 것은 60% 정도로 헌법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말이었는데, 실지로 대부분 이렇게들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워낙 반대파들이 굳세게 단합을 하고 미국에서 돈을 엄청나게 전략적으로 쏟아부은 것과 다른 요인들에 힘입어 이런 결과가 나오긴 했는데, 이것 참 이기고 나니까 반대파들에게는 오히려 자승자박이 된 것이죠.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요,
1) 투표결과에 대한 빠른 승복 -> 베네수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즉 차베스는 독재자가 아니다.
2) 개정헌법에 극렬히 반대함으로써 오히려 반대파들이 20021999년 개정된 기존 볼리바리안 헌법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꼴이 되었다.
3) 반대파들의 투표 후의 시나리오에 차질이 생겼다.
3)은, 워낙 다들 헌법 개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원래 시나리오는 통과가 되면 부정선거라고 하면서 여기저기서 대규모 집회-시위 벌이고 대대적인 불안정국 형성한다 이런 것이었단 말이죠. 49%와 51%가 바꼈다고 했을 때, 그래서 2% 차이로 헌법이 통과되었다고 했을 때 얼마나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통과가 안 되고 말았다는 것이죠. 반대파들로는서는 참 선거결과에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어쨋든, Maria Paez Victor이라는 사회학자의 이야기를에 저의 의견을 섞어서 옮겨보겠습니다. 임승수씨께서 이야기하신 것처럼 투표율 하락이 매우 중요한데요, 그러니까 작년에 차베스에게 투표했던 사람 중 3백만 명이 이번에는 기권을 했다는 것이예요. 여덟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는데요,
1) 승리주의(?)라고 번역하면 될른지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볼리바리안들 내부에서 좀 안일한 기운이 있었다는 거죠.
2) 매우 복잡한 개정안인데 (법률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하지요) 이에 대해 충분한 안내나 설명같은 것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게 선거와는 다른 건데, 선거에서는 민생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헌법개정국민투표에서는 개정안 글자 하나하나를 가지고 논쟁이 일어나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민중들에게 중요한 것은 부패나 범죄나 의식주, 뭐 그런 것이죠.
3) 개정헌법의 핵심이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연임제한 폐지도 폐지지만 핵심은 '경제적 권력'을 강화하는 데 있었다는 점이예요. 이 부분은 제 설명인데, 베네수엘라를 한국과 같이 이해하면 안 되는 것이, 한국과는 경제구조, 그래서 계급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른 나라예요. 부르주아계급이 석유자원에 기생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부르주아들처럼 교육받은 노동자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산업도 발전되지 못하고 빈곤율-실업율이 그렇게 높은 것이지요. PDVSA가 그렇게 중요한 이유가 세금도 거의 없기 때문이거든요. 거꾸로 생각하면 차베스가 석유로 들어오는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경제적 부분에 있어서 대통령과 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사실은 이번 헌법 개정의 핵심이었던 것이예요. 그런데 참세상 독자분이라면 '경제개혁'하면 바로 떠오르시겠지요, 그래요, 그래서 그렇게 목숨걸고 반대한 것이었어요.
4) 그래서 이번에 반대파들이 완전 단결투쟁한 것이지요. 이들은 (1) 차베스가 평생 대통령하려고 한다 (2) 빨갱이들에게 사유재산 다 뺏긴다 이것 두 가지만 가지고 계속 캠페인을 했던 것이구요. 사실 개헌을 통해서 얻을 것이 더 많은 중간층들은 다시 한번 자신의 이익에 배반하는 투표를 했던 것이죠. 이것이야 계속 반복되는 테마입니다만...
5)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 미국에서도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한 것이었어요. 대학생들의 반대집회를 위해서 5십만달러, 그러니까 5억원 정도가 지원이 되었구요, 광고로 3백만달러, 즉 30억 정도 지원되었구요, 다양한 경제 제재가 이루어졌지요. 그러니까 또 헷갈리는 중간층들 불안해하고, 열렬하지 않은 지지자들은 에이 차라리 모른 채 하자 싶고.
6)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의 확충이나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내용은 전혀 논의가 안 되고, 그래서 투표에 영향을 못 미치고...
7)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후견적인 (paternalistic) 관료라는 지점이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참여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이냐면 이전 건강위원회 (comites de salud)에서 발전된 지역위원회(consejos communales)가 의회(parlamento)를 대신해나가는 뭐 그런 것들인데, 꼭 이런 구체적인 것 이외에도 참여 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것 자체가 그 정의상 기득권의 권력을 줄여나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예요. 그렇다보니 관료들 자체가 이런 내용의 헌법 통과를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는 것. 사보타지하지는 않더라도 막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는 것이예요. 그런데다가 볼리바리안이라고 해도 그 중에는 순수한 사람, 이곳에 권력이 있으니까 들어온 사람, 프락션(?)들어온 사람, 이렇게 다양하고,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보면 혁명의 미래에 약간의 먹구름이...;;;
8)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건설 사업이 아직까지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 그래서 아직은 강력하게 어떤 선전사업을 행할 만한 능력이 안 되었다고 해요.
(원래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글이 길어지네요.)
이런 맥락에서 사실 중요한 것은 차베스가 독재자가 되려고 한다, 이런 식이 아니라 헌법의 내용을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런 것들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겠지요. 예를 들어 좌파 내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비판은 "사회주의적 경제 (economia socialista)"라는 말이 헌법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것이 충분히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다, 이런 것이랍니다.
몇 가지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차베스는 집권 세력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쪽이예요. 이것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보통 권력을 쥔 사람이 좀더 우경화되는 쪽이 많잖아요. 국가관료는 매우 완강히 저항을 하고 있구요, (예를 들어 일차 의료 개혁인 바리오 아덴트로의 경우에도 원래 보건복지부 외부에서 건설되었지요) 세력 내에서도 "이 정도면 됐지"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정하게 '민중주의적인 외형을 띄는' 권력이 형성되는데, 즉, 차베스는 민중들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권력 내부와 관료를 좀더 좌측으로 견인하려 하는 것이죠. 이에 대한 개혁세력들의 전략은 따라서 "Chavismo sin Chavez" 즉 차베스 없는 차베스주의입니다. 차베스를 제거함으로써 베네수엘라의 혁명적 전망을 거세하고 안정적인 자본주의사회로 안착시키려고 하는 것이지요. 저도 개인숭배 등에 대해서는 매우매우 심한 알러지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좋든 싫든 간에 볼리바리안 혁명이라는 찐빵의 앙꼬는 차베스가 맞습니다.
2) 이것이 차베스 1인이 아니라 일정하게 제도적인 틀을 갖춘 형태가 되기 위해서는 당건설이 핵심입니다. 그 과정에서 Podemos같은 민주화세력(우리나라 평민당이랑 비슷한 역사적 위치에 있는 것 같아요)은 저쪽으로 넘어가기도 했구요. 이 당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건설되는가, 즉, 내부의 적(스탈린적인 경향 등)과 외부의 적(수도없이 많아서;;)을 어떻게 싸워이기고 민주적인 당으로 형성되어가는가가 사실 향후 베네수엘라 혁명의 전망에 있어서는 핵심입니다.
3) Paramilitary 문제가 심각한데요, 특히 콜롬비아 접경지역, 해안선, 그리고 수도인 카라카스 등에서 심각합니다. 이들이 정부기관 등에 프락션을 하기도 하구요, 여기저기 많이 들어가 활동을 하는데, 아무도 파악이 안 되구요, 그리고 사람을 그냥 막 죽입니다. 니카라구아 산디니스타 혁명의 예를 보면 알겠지만, 그러면 민중들이 지치게 되죠.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내 아들이 죽었는데 이유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꾸 개혁을 하려고 해서 그렇다는 거죠. 인생이라는 것이 워낙 살기 힘든 것인데, 이런 일까지 생기면 아주 열렬한 사회주의자가 아닌 이상은 이제 좀 그만하지 싶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이야 고유가지만 (그런 일 없을 것 같긴 해도 예를 들자면) 유가도 내리고 경제제제가 막 들어오면 몇 십년만 참자, 이렇게 이야기하기 힘들게 되겠죠. 콜롬비아의 군사력이 베네수엘라 10배 정도인데, 사실 처쳐들어올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되어 왔구요.
두서없는 글 이만 마치겠습니다. 국내에서의 논의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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