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토론문(2011. 3. 23)
수요일 있을 공무원노조 발전전략 토론회에서 토론을 맡게 되었는데, 토론문을 작성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2년 전 "공무원노조 창립 9주년 기념토론회,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2011년 3월 23일)"에서 썼던 토론문을 보니 상황도 그 때와 그리 다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그리 다르지 않다. 물론 약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은 있지만, 핵심은 비슷한 것이다.
아마도 2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달라지지 않은 운동진영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리라. 아니 더 힘들어졌나. 희망 섞인 말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씁쓸하다. 아래는 2년 전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이다. 노광표 한노사연 소장의 발제문에 대한 토론문이었지만, 노광표 소장께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어주어서 폭넓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 때는 인사행정론 강의도 했었고... 지금은 내 자신의 문제의식이 조금 퇴보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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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김 철(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 행정학 전공자로서, 과거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지금은 공공운수노조(준)과 관련있는 연구소에서 공공부문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공무원노조의 기존 활동에 대해 단편적이나마 몇 가지 짚어야 할 바를 언급하고자 함.
- 향후 공무원노조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여기서는 통합후의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검토) 공무원노조 활동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임.
- 정부정책, 행정개혁, 지방자치 등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노동자의 입장에서, 정책결정·집행 담당자의 입장에서, 시민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동사무소 통폐합, 지방행정체제 개편, 「공직자윤리법」 개정, 유연근무제 도입, 다면평가 폐지, 근속승진 도입 등에서 공무원노조의 활동은 무엇이었고, 그 한계와 성과, 향후 활동방향은 무엇인지가 시민들과 조합원들 앞에 명확하게 드러나야 함
□ 민간부문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공무원노조의 조직율?
-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노조 가입대상 공무원 29만9000명 가운데 54.1%인 16만1753명이 노조에 가입. 이는 민간부문의 노조 조직률 10.1%(2009년 기준)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이며, 2008년의 공무원노조 조직률은 72.1%였으나, 2008년 10월 노동부가 전국공무원노조를 법외노조로 만들면서 10여만이 제외된 것임.
-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공무원노조에 대한 사회적 지지 및 평가도를 개선해야 함. 다만, 비교대상을 민간부문이 아닌 다른 나라의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한다면, 공무원노조의 조직율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님.
- 미국 위스콘신주의 공공부문노동자 투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근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힘을 무력화하기 위한 법안들이 제출되고 있음. 미국 민간부문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7%로 떨어진 반면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36%의 조직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 현 시기 공무원노조에게 사회운동 노조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나, 그 초점은 약간 바뀌어야 함.
○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뿐만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정당하고 평등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도록 감시하는 기능, 비민주적 관료통제를 집단적으로 제어하는 기능, 자체정화기능의 강화를 통해 공직사회 개혁을 추동하는 기능과 같은, 노동조합 일반의 기능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함. 즉,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등 경제적 개선을 위한 투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것이 국가 전체의 사회, 정치, 경제적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과 밀접하게 결합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한 사회운동 노조주의가 요구되고 있음.
하지만 이를 잘못 받아들일 경우 자칫 왜곡되어, 공무원노조의 노동조합 성격이 탈각될 수 있음.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노동자로서의 특성을 강조할 필요 → 지속적인 조합원 교육이 필요하며, 공공부문 간의 연대성을 고양하고, 자기 사업장 내에서의 투쟁이 방기되어서는 안됨.
정부가 주목하는 지점도 노동조합 성격과 관련된 부분임. 행안부가 공무원노조의 대정부 교섭을 무력화하면서 교섭이 아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만으로 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통제하기 위해 올초에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나, 노조설립 신고를 계속해서 반려하면서 합법적으로 보장된 노조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것, 행안부가 인사실 산하에 공무원노조의 동향파악 등을 전담하도록 하기 위해 ‘공무원단체과’를 신설한 것, 그리고 지방공무원선진화연구회의 이름을 빌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공무원 노동조합’이라는 용어보다 ‘공무원 조합’이라는 명칭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공무원노동조합’ 대신 ‘공무원단체’라는 우회적인 용어를 사용하던 과거로 회귀하려고 하는 것이 그 사례임.
○ 좁은 노동자 계층의 틀을 뛰어 넘어 광범위 사회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다른 사회운동과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 전에 다른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과의 연대가 필수적이고 긴요함.
이를테면,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에 있어서, 공무원노조, 전교조, 필수공익사업장, 파업기회가 사실상 박탈된 공공부문 노조, 화물연대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노동조합은 이해를 같이하고 있으며, 노동조합 및 노동자 통제기제로서 평가가 활용되고 있는 부문들의 경우 평가 목적 및 의도, 평가지표, 평가의 효과 등이 유사함 - 교원평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정부출연연구기관평가, 지방의료원 운영평가, 지방산하기관 경영평가 등. 이들의 경우 실질적인 공동대책이 요구되고 있음.
□ 지금 시기 국가의 역할 극대화가 필요한가?
발제문에서는 “사적인 이해가 지배적인 시장 대신에 공공성이 지배적인 국가의 역할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활동”할 것을 제안하고 있음.
국가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관료주의의 심화를 의미할 수도 있으므로, 그 전제로서 국가가 민중의 권력이며, 민중의 이해에 기반해있고, 민중의 이해가 반영되어야 함을 요구. 따라서 공무원노조는 국가의 역할 극대화 이전에 국가 안에서의 민주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음.
* 여기서 국가 안에서의 민주화란 ‘질 좋은 공공서비스(Quality Public Services, QPS)'를 제공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공공서비스의 형식과 형태에 관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러한 민주적인 메커니즘이 무능하거나 파멸적인 정책들을 제어하는 핵심수단이 되어야 하며, 공공서비스의 보편적인 상호연대 기능을 우선시하고, 투명성·책임·참여(TAP)의 원칙이 널리 채택되고 실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Hall, David. 2003. Public Services Work! Information, Insights and Ideas for Our Future. Public Services International. 장영배ㆍ김석ㆍ최용혁 옮김. 「공공서비스가 답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정보, 통찰력과 아이디어」.
한국의 공공부문은 OECD 국가의 공공부문보다 질과 양 면에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시민들은 그렇게 보지 않음. 공공서비스의 약속보다 사유화의 문제가 더 잘 이해되고 있는 역설. 흔히 공공부문의 운영 문제가 지적되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존재 자체의 문제도 대단히 큼. 공공성을 보호할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대상이라고 해서 그 자체로 공공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으며, 나아가 그 때문에 국가가 가장 큰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없음. 그것은 공공성의 대상과 주체를 혼동하는 것임.* 사실 민주주의의 원리에 비추어보자면, 국가는 항상적 감시와 개혁의 대상이며, 여기에 공무원노조가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음.
* 홍성태. 2008. 시민적 공공성과 한국 사회의 발전.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13호: 76-77.
시민들은 국가에 대해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기에, 왜 공공부문이 확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함. 시민들은 자신의 삶 대부분을 국가가 제공하는 질 높은 공공서비스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하는 일은 “잘 되지 않는다”라는 인식도 여전히 지니고 있음을 명심할 필요.
□ 지역운동 및 미조직·불안정 노동자의 조직화에 초점을 두어야 함
전국적으로 행정단위별로 거의 모든 곳에 네트워크를 가진 조직은 흔치 않음(노동조합 조직 중에서는 공무원노조, 전교조, 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 등밖에 없음). 이 때문에 중앙정부는 관료조직을 장악하여 자신의 손아귀에 놓아두고자 했고, 공무원노조가 여기에서 벗어나 지역 연대활동에 나설 경우 지역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음.
최근 미조직 노동자는 대부분 사회서비스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사회서비스부문을 시장화·상업화의 광풍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유지하고 공적 통제하에 두기 위해서는 일선현장에서 활동하는 공무원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함. 공무원노조는 사회서비스부문의 유력한 전달체계의 한 고리를 형성할 수 있음.
공무원노조와 지방정부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연대·지원 협약 체결도 그 연장선상에서 파악될 수 있음.
□ 민중행정의 의미와 평가를 명확히 해야 함.
과거 민주공무원노조가 민중행정을 내걸었고, 현재의 공무원노조도 이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함.
민중행정이란 “①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행정, ② 정권의 하수인, 대리집행자가 아닌 공무원노동자가 행정의 주인으로 바로 서는 행정, ③ 노동자 서민의 의사가 존중되고 반영되고 함께하는 민중이 주인되는 행정, ④ 전시행정,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국민의 곁에 찾아가는 행정, ⑤ 무사안일, 부정부패와는 한 치의 타협도 용서하지 않는 행정, ⑥ 사회양극화로 심화로 고통 받는 노동자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정으로 행정의 구조, 체계, 운영, 대(對)시민 접근방식을 혁신하는 행정”으로, 민공노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10대 과제 50대 시책을 제시한 바 있음.
민중행정에는 6가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민중지향의 행정인가, 민중의 행정인가가 명확하지 않으며, 어느 쪽이든 정부정책과 어긋날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상이 없음.
민공노에서 제시했던 민중행정의 10대 과제, 50대 시책은 너무 많으며, 공무원노조의 과제인지 행안부나 각 지자체의 과제인지가 모호할 정도로 노동조합의 특성과 역할이 반영되어 있지 않음. 이를테면 부정부패 척결 및 공직사회 개혁운동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정부나 시민사회의 반부패활동과 별다른 차별성을 갖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됨(이재명, 2005).
‘민중행정’이라는 용어를 단지 듣기 좋으라고, 급진적인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만큼의 실천을 담보해야 함. 실천과제로서 핵심을 잡고 추진해야 하며, 공무원노조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간추려서 정리할 필요가 있음.
□ 법외노조로서의 활동은 어떠했는가?
그동안 조직의 유지 및 사수마저도 그리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과거 법외노조 시절의 전교조 등과 비교해보면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 어려움.
그렇다고 하여 ‘공무원노조가 왜 유지되어야 하고 전국공무원노조가 왜 합법노조가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공분 및 연대 의지를 전교조 설립 당시와 같이 사회적 의제로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공무원노조만의 책임은 아님.
전교조는 출범하자마자 1,400여 명이 해직되면서 그 인력이 법외노조인 전교조의 든든한 상근역량이 되었으며, 군사정권 하에서 연대세력의 확보가 용이한 편이었음.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과거 구 전공노 시절 상대적으로 너무 쉽게(?) 합법노조가 됨으로써 다시 법외노조로 전락하게 되자 그 활동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른바 민주정부 하에서 정부와의 대립 속에서 출범하였기에 연대세력 확보가 쉽지 않았음.
또한 전교조의 참교육 슬로건은 교육개혁운동으로서는 의미가 있었으나, 노동조합운동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음. 현재까지도 전교조가 완전한 노동기본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음. 또한 노동조합을 진보의 진지가 아니라 이해관계 보장도구로 보는 다수의 교사들이 가입하게 되면서 도덕성은 전교조의 무기가 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운동은 정체에 빠지게 됨.
공무원노조가 하고자 하는 활동 또한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함. 사실 공직사회 개혁내지 부정부패 척결 등의 내용은 직장협의회나 다른 합법노조에서도 할 수 있는 것임.
□ 공무원노조,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공무원퇴출제, 유연근무제 등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 다른 합법공무원노조와의 공동대응
- 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포함한 노동기본권 쟁취투쟁 → 다른 공공부문 노동조합과의 연대
- 총액인건비제 대응 → 지자체와의 공동대응
- 조합 내 민주주의, 평조합원의 참여 확대 → 조합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노조, 그 과정에서 노조전임자 문제도 전향적으로 해결
- 법적 대응 중심이 아닌 현장 복원 중심
- 지역운동,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 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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