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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성장과 복지’ 담론 투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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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4365.html
스웨덴의 ‘성장과 복지’ 담론 투쟁의 역사 (한겨레, 안선희 기자, 2014.02.16 19:38)
성장과 사회보장 선순환 전제 속 
사민주의 좌파 “성장 부작용 심각”
우파 “사회보장, 투자 아닌 비용” 

경제성장과 사회보장 사이에서, 옌뉘 안데르손 지음, 박형준 옮김, 책세상·1만9000원.

우리나라에서 스웨덴이란 유럽 북쪽 먼 나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지도 꽤 오래다. 여러 측면의 조명이 있어왔지만, 국내에 ‘복지국가’ 담론이 확산된 뒤에는 복지국가의 모범적 모델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스웨덴 복지국가를 이끌어온 이념은 알려져 있듯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다. 이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혁명이 아닌 점진적 개혁으로 해소해나가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 자체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념이다. 스웨덴은 지금까지 서구에서 사민주의 이념을 가장 잘 구현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경제성장과 사회보장 사이에서>는 스웨덴 사민주의 세력 안에서 두가지 핵심 정책 목표인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의 관계를 둘러싸고 담론의 주도권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정리한 책이다. 스웨덴 사민주의 안의 ‘담론 투쟁의 역사’라고 할 만하다.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의 관계는 국내에서 쓰이는 관용적 표현으로 하면 성장과 분배, 성장과 복지의 관계다. 국내에서는 ‘성장과 분배는 상충한다’고 보는 보수적 담론이 강력한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진보진영은 ‘성장과 복지는 보완적이고 선순환한다’는 담론의 확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책의 논의가 시작되는 스웨덴의 1950년대는 이 후자의 담론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다.
스웨덴 사회민주당(SAP)은 이미 1932년 정권을 잡았고, 이때부터 1976년까지 ‘장기집권’하며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1930년대 정립된 사민당 사회정책 담론은 “사회보장이 곧 경제성장”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당시 대표적 이론가였던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사회정책은 생산적 투자이며, 국가 차원의 수익 창출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회정책을 비용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회정책을 통해 사민당은 스웨덴 전체를 ‘국민의 집’(people’s home)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1950년대에는 국민의 집이 어느 정도 확립됐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여, 이것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강한 사회’ 슬로건이 제시됐다. 지속 성장을 통해 계속 높아지는 국민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겠다는 것이다. 1930년대부터 이어진 “경제성장은 향상된 사회보장으로 이어지고, 사회보장의 확대는 경제팽창의 전제조건”이라는 전제는 변함이 없었다.
이런 양자의 ‘선순환’ 관계에 도전하는 관점은 1960년대 말 사민주의내 좌파세력으로부터 제기된다. 사회복지사들과 노동조합총연맹(LO, 노총) 소속 경제학자들이 중심이 된 이들은 실제 스웨덴의 현실은 ‘강한 사회’가 그리는 모습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극도로 적은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었고, 많은 여성, 장애인, 노인이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이들은 “사민주의적 재분배와 복지정책이 계급 차별과 삶의 불안정성을 줄이지 못했다”며 “불행을 안고 태어난 가난한 노동자들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고, 합리화나 기계화 같은 생산의 구조 변화로 인해 무력감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장’ 자체가 삶의 불안정, 소외, 사회적 배제 같은 문제점들을 낳는다고 보았고, 사민당이 사회정책을 성장이라는 목표에 종속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민당은 초기에는 이런 비판을 애써 무시하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는 점차 이를 받아들여 당의 이념을 재정립하려고 노력한다. 1972년 나온 당내 보고서는 “경제성장은 진정으로 사람들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 때만 유용하다. 성장의 비용은 아마도 경제적인 기준으로는 계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어떤 기준에 의거해서라도 반드시 평가해야 하며, 무엇보다 취약집단들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밝힌다. 1970년대 말까지 사민당은 복지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확대해나갔다. 하지만 동시에 경제 진보와 사회 진보의 선순환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해간다.
같은 기간 당의 다른 한편에서 전혀 다른 방향의 비판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회보장은 투자가 아니고 비용이다”고 보는 우파적 관점이었다. 오일쇼크 등 1970년대를 덮친 세계적 불황, 이에 따른 스웨덴 경제의 침체라는 배경을 등에 업은 이런 관점은 점차 당내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성장의 우선성이 강조됐고, 민간부문이 생산성의 원동력이며, 공공부문은 비생산적이라는 사고방식, 공공부문을 ‘효율화’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번져나갔다. 결국 1980년대 사민당은 ‘제3의 길’ 노선을 채택한다. 당시 세계적 신자유주의 흐름에 조응하는 이 노선은 1990년대 영국 노동당 등이 추진한 ‘제3의 길’만큼 사민주의적 가치에서 이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인의 해방에 이르는 길로서 정립되었던 사회보장과 연대라는 사민주의적 가치 위에 시장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덧칠했다.” 1990년대 사민당은 다시 전통적 복지국가 이념으로 복귀했지만, 지은이는 1980년대 제3의 길 실험의 그림자는 여전히 사민당 안에 남아 있다고 평가한다.
이 책은 어느새 ‘지상천국’ 이미지로 고착돼 있는 스웨덴 사회가 실제 그 내부에서는 강도 높은 긴장과 갈등을 거치며 복지국가를 유지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경제·사회정책 담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정치투쟁의 과정은 ‘다른 사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보편적인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가 스웨덴 출신 연구자답게 외국인이 접하기 힘든 사민당과 노총의 각종 정책보고서와 회의록 등 스웨덴어 1차 자료들을 활용하고 있는 점은 미덕이지만, 스웨덴의 정치사회적 구조나 역사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은 생략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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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6 05:04 2014/03/1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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