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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것은 원칙과 이상, 동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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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이민숙 전교조 대변인이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쓴 편지를 보고 옮겨왔습니다.

이민숙 대변인은 지난 20일 교육부 주관으로 열린 공청회에 갔다가 교원평가 토론회에서 연행된 후 이성대 샘, 고진오 샘과 함께 구속되었습니다.

  

저에게도 편지에 나오는 글귀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더군요.

 

“혁명은 행동이고 결과는 헛되지 않습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의 힘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원칙과 이상, 그리고 동지애입니다."

 

이성대, 고진오, 이민숙 샘 모두 무죄입니다.

힘내시길...

 



아래 글은 이민숙 대변인의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쓴 편지입니다.
  
동지들께
오늘은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이렇게 펜을 듭니다.
 
86학번이지만 남들 다(?) 치열하게 싸울 때, 저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20대에도 안 겪은 일을 40을 바라보며 겪으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연행이후 지금까지 이러저러한 생각이 많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특히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어 참으로 죄송합니다.
  
짧은 7개월 정도였지만 이제 조금은 기자들과도 속마음(?)도 얘기 나누고, 기사도 부탁(?)할 넉살도 붙었고, 무엇보다 투쟁을 앞두고 열린 언론의 공간(10. 20 이후 라디오 토론만 3건 들어왔었는데 어찌되었는지, 처리될지)을 책임지고 활용해야 하는데.....
   
물론 저 없이도 넉넉히 잘 해내실 동지들이 있기에 그리 걱정은 안합니다만, 그래도 제 역할이었기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특별 면회온 동지들이 걱정 말고 푹 쉬다오라고, 들어가 공부나 많이 하고 오라고 하시는데, 우스개 소리로 ‘나 이러면 안되는데’ 댓구하였는데, 이 역시 제게 주어진 역할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맘이 편치 않습니다. 실형에 집행유예가 떨어지면 해직이 되는 건가, 새삼 두렵기도 합니다. 본부일을 하면서도 솔직히 해직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오늘 ‘동지’란 말이 참으로 가슴 꽉차게 들어왔습니다. 구속영장실질심사(이제 법과 사회 단원 가르칠 때 할말이 엄청 많겠지요?) 갔는데, 로비에서 우릴 기다리던 수많은 동지들을 보니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구속영장 청구된 후 특별 면회온 동지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게 하던지. 이제는 울지마라는 동지들의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서울 공립관동지회 동지들이 넣어준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란 책과 그 안쪽의 글 “이성대, 이민숙 동지는 당연히 무죄입니다.^^”에는 왈콱 눈물이 솟습니다. 책에 이런 글귀가 있더군요. “혁명은 행동이고 결과는 헛되지 않습니다.”-프랑스혁명가 그라쿠스 바뵈프-
가장 가슴에 남습니다. 오늘은.....
  
아, 지금 밖에는 비가 많이 오네요. 빗소리가 요란합니다.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참으로 긴 하루였습니다. 졸리기 시작하네요.
  
보고싶은 수많은 동지들, 특히 본부 식구들 얼굴 떠올리며 그만 자겠습니다.
  
징징대고 소심한 이민숙 너무 외롭지 않게 시간나면, 아니 시간날 때마다 면회오는거 잊지 마시고요.
     
제몫까지 투쟁하고 반드시 이겨주시길.....
  
2006. 10. 22 밤 10시 이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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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이민숙 대변인이 유치장에서 보낸 두번째 편지
  
벌써 이곳에 갇힌 지 4일째 밤입니다.
      
마음은 훨씬 안정되었지만, 갇혀 있다는 건 더 실감이 납니다. 어제부터는 입감 식구(?)가 늘어 유치장 한 방(?)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방금 한분이 석방되셨고, 오늘 들어온 한분은, 제가 첫날 그랬듯이 초조해했고, 성경책을 읽고 계십니다.
  
인생사 참 제가 이렇게 낯선 사람들의 ‘살이’를 듣고 접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유치장을 지키는 형사인지 경찰관인지 낯도 익어 좀 편했는데, 오늘 저녁 당번 아저씨들은 낯설고 불친절하네요. 규정을 어기고 4번째 면회 허락했다고 대놓고 투덜투덜
  
그래도 모른척하고 나가보니 와, 대전지부장님과 동지들이 먼 길 와 주셨어요. 갇혀 있으면서 너무 잘 웃는다고 구박(?)하시는데, 마치 제 식구 만난 듯 반갑고 행복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게 동지애구나’ 싶은 게 ^.^
  
오늘 교육부 앞 규탄집회 갔다가 들르셨다는데, 미처 몇 명이나 집회에 참석했는지,
우리를 구속한 게 저들의 악수가 되고 있는지,
우리 투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지,
이것저것 여쭙지 못했네요.  
(바보같이 인터넷에 들어가면 분위기 읽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다 마네요. 에고..... 습관이란...... naver 들어가 “전교조” 뉴스 검색하던 습관도 어느덧 몸에 배어 있어요. 한 참 지나면 오히려 그런 것들이 낯설어질 텐데.....)
  
오늘 오전 위원장님, 수석님, 그리고 많은 본부 식구들이 오셨다 가셨어요. 위원장님이 ‘이젠 이렇게 자주 못 와도 서운해 하지 말고’라며 말씀하실 때,
또 바보같이 눈물이 와락 나려했지만, 꾸욱 참고, 의연하게......
 
혼자 살다보니 친가족보다 동지들이 더 가까운 존재가 되어 버려서 그런지, 동지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많은 분들 떠올리며 오늘도 잠들겠지요.
  
역시 오늘 읽은 글 중 몇 줄 옮기며 마칩니다.
  
 “ ......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의 힘입니다!
우리가 지배자들에게 더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면,
우리를 박해할 이유도 없겠지요.
도대체 왜 지배자들은 우리를 두려워하는 걸까요?
우리는 돈도 없고 군대도 없습니다.
무엇이 지배들을 두렵게 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가진 것은 원칙과 이상뿐입니다.
이것이 지배자들을 겁먹게 만듭니다.
우리의 이상을 대신할 어떤 이상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 빌헬름 립크네히트
  
우리가 가진 것은 원칙과 이상, 그리고 동지애입니다.
  
모두 편안히 주무십시오.
  
2006. 10. 23 이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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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7 01:57 2006/10/2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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