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의 그냥그저그래 3

오늘 따라 내가 아는 샘들 중에 기분이 안좋다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샘은 블로그를 닫아버렸고, 메신저에서 기분이 좋지 않으니 나중에 얘기하자며 그냥 메신저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샘도 있었다. 메신저에 '정의는 항상 승리하는가?'라는 대화명으로 바꾸면서 낙담해하거나, 웃을 기분이 아니라는 샘도 있었다.

하긴 나만해도 그럴 것 같다.

오늘 노사관계로드맵 관련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했다.

어제부터 노숙에 들어갔던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하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통과시킨 것이다. 

단병호 의원은 법안 처리 직후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법안 처리를 온몸으로 저지해야 했음에도 막아내지 못했다"고 하면서 "국회의원 9명의 제한된 숫자로, 의회 내 제도를 존중하면서 가는 게 맞는지 아닌지 많은 고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고민을 진작했어야 했다. 원내투쟁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다 아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나는 오늘 국회 앞에 가지 못했다.

전교조 위원장 선거는 결선투표를 치루게 되었다. 정진화 전 서울지부장이 48% 정도를 얻고, 장혜옥 전 위원장이 43%를 획득하여 이 두명이 결선투표에 나서게 된 것이다. 선방한 걸까.

하지만 서울지부장을 빼고 전 지역에서 우파가 승리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닭짓을 하는 통에 당연히 집행부가 바뀔 것이라고 봤던 서울을 빼고 다른 지역 모두에 우파가 승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서울지부장이 서울에서는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전교조 내의 우파가 선거기간 중에 한 행태는 지난 민주노동당 당직선거에서 NL들이 보였던 것보다 훨씬 더 치졸하였다. 교육부가  "교사 자격이 없는 사람은 전교조 위원장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장 위원장을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은연중 반 장혜옥 전선에 나선 것과 함께, 우파는 장 위원장에 대한 온갖 인신공격을 해대었다. 도대체 그렇게까지 하면서 반드시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걸가.

전교조 조합원들 자체의 보수화와 함께 교원평가 반대투쟁에 있어서 대리주의적 행태도 문제였지만, 정책 중심의 선거를 회피하고 원색적인 비방을 해대면서도 자신이 합리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기호 3번측의 행태가 더 핵심이었다. 물론 좌파가 원칙 중심의 선거를 하면 당연히 조합원들이 이를 알아줄 것이라고 오판하면서 조합원들을 과신한 것도 실수이지만...

게다가 언제나처럼 일부 지역에서 나온 3번에 대한 몰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파적인 성향을 말하지 않고 싶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샘들에게 힘내라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지 않겠는가. 남은 결선투표에서도 원칙적으로 최선을 다해 임하기를 당부드린다. 

추가.

지부장선거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나도 들은 것이기에...

NL성향의 인물들이 단독출마한 지역이 많았다는 것과 경선한 지역에서 좌파가 대부분 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위원장 선거를 보면 16개 지부 중에서 11개지역에서 1번이 이겼고, 5개 지역에서 3번이 이겼는데, 광주, 전남, 경남, 제주에서 3번에 압도적인 몰표가 나왔기에 전반적인 결과에서는 3번이 승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아마 결선에 가서도 3번이 이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