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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대선후보 1차 정책토론 약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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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민주노동당 대선예비후보들의 첫번째 정책토론회가 있었다. 통일, 외교 분야 정책토론으로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도 중계가 되었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책토론회를 티브이를 통해 볼 수 있었다. 500명의 방청객을 추첨하여 도라산역까지 함께 가서 토론을 한 것은 좋았지만, 내가 거기까지 갈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분들하고 놀고 계시다는 어머니께도 지켜보라고 전화드렸고...
   
6.15선언 7주년을 맞아 통일, 외교 분야를 먼저하기로 한 것이지만, 후보들 사이에 그리 큰 차이를 낼 수 없는 여건에서 주제를 좀더 조정할 수 없었는지 아쉽다. 물론 북한에 대한 입장 등을 명확하게 표명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다들 밋밋하게 넘어간 듯하다.
  
이번 토론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다들 나름의 준비를 했지만, "좋은 얘기를 하는군", "민노당이라 그런지 아는 것은 꽤 되네" 등의 피상적인 인상밖에 주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당원들만이 아니라 공중파를 시청하는 민중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3명 모두 잘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자신들의 장기를 별로 살리지 못했고...
  
그 토론내용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냥 넘어가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점들을 중심으로 각 후보들에 대해 딴지를 걸고자 한다.
 
권영길 후보는 국회 통외통위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통일, 외교분야에서 자신의 강점을 전혀 드러내지 못했다. 게다가 준비도 부족한 듯 싶었는데, 이를 순간의 순발력(이나마 세 명 중에서는 제일 떨어진다)으로 모면하려는 모습을 역력하게 보여주었다. 통외통위를 하면서 뭘했나 싶을 정도로, 통일 외교문제에 있어서 치열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민주노동당의 정파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낸 것은 좋았지만, 그 장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고, 맨 마지막에 북한 혁명열사릉 참배문제를 꺼낸 것으로 보아 일반 국민들보다는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작정하고 자민통에 야합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물론 순수한 의도에서 솔직하게 얘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과 당의 진정성을 대중성으로 승화시키지 못했달까.
   
자신을 바로 민주노동당과 동일시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성장사를 자신이 걸어온 길로 묘사하는 것에서 지도자로서의 면모와 경륜, 노련함이 엿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현 시기 민주노동당에게 부족한 것이고, 요구되는 것일까. 오히려 노무현 정권이 망가뜨린 '진보, 개혁의 이미지'는 왜곡된 것이고, 진정한 진보, 변혁은 어떠한 것인지를, 그 참신성과 신선함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나. 나도 구호외치면서 노무현과 노태우를 헷갈린 적이 있긴 하지만, 약간 당황한 나머지 노회찬 후보를 노무현과 두번씩이나 헷갈리고, 노와 심에게 잘못 질문하는 모습, '수구좌파'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온 것 등이 거슬렸다. 왜 이런 것을 지적하는가. 바로 내가 많이 하는 실수이기 때문이다. 꼭 내가 발언하거나 토론할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기 때문이리라.
  
노회찬 후보는 바로 전날 제헌절 즈음에 제7공화국 헌법을 제안하겠다는 말을 강연에서 한 것처럼 거대담론의 정책내용을 최근에 많이 발표하면서 준비한 흔적을 보였지만,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는 못했던 듯 싶다. 처음에 단지 민주노동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한다고 하면서 시작한 것은 좋았지만, 그 이후부터 그의 토론모습은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해서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요령있게 전달하던 평소의 것이 아니었다. 원고를 넘기면서 읽는 모습은 안정되긴 하였지만, 그게 토론에서 보여주려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 많은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해서였는지 모르나, 아쉬운 부분이다.
   
노 후보는 재치는 있으나 가볍다는 지적에 대해 자신까지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대통령을 않겠다고 하면서 국민들 마음을 가볍게 하겠다고 하였다. 잘 빠져나간 것은 좋지만, 그런 답변을 바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미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노무현이 보여주지 않았는가. 토론회가 끝난 후 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노회찬 후보가 잘했다는 글들은 꼭 노사모(리얼 노사모가 아니라)를 보는 듯하여 씁쓸했다.
   
사실 예상대로 토론과정에서 노회찬 후보의 순발력은 다른 후보들보다 뛰어났다. 갑작스런 질문에도 잘 대응하면서 상대방의 헛점을 지적하는 것은 노회찬이 아니면 토론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의 문제를 시인하는 것도 좋을 때가 있는데, 노희찬 의원은 그런 적이 별로 없었던 듯하고, 자신의 기억력에 의존하여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노회찬 부르조아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여, 실망시킬 때가 많다. (이는 인민노련 활동을 했던 이들에게서 자주 드러난다)
  
특히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200석을 획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을 들어 노회찬 의원의 정세분석에 있어서 오류가 있었다는 심상정 의원의 지적에 대해 특유의 임기응변으로 그것은 열린우리당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대응하여 그 자리에선 심 의원을 머슥하게 했지만, 결국에는 거짓으로 드러난 대목이 대표적이다. 나 또한 노 의원이 이를 주장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아무리 헷갈린다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답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니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보수정치인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노회찬 의원이 올 4월 22일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나온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승리할 것이며, ‘개헌 가능선’이자 ‘탄핵 가능선’인 200석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004년 탄핵사태에서도 보듯이, 대한민국은 매우 불행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 뻔하다.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시급히 ‘정당득표율만큼 의석수를 차지하는 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노회찬 의원 홈페이지인 '난중넷'의 '언론 속 노회찬'의 언론보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어제 토론에서 한 말이 사실이라면 노회찬 의원은 자신의 의견을 왜곡했다고 정정보도를 요구했어야 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역시나"하는 실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심상정 후보는 자신의 말마따나 이제 막 꽃망울을 틔우듯이 계속해서 꾸준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대선 때까지 그 가능성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지금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자신이 해왔던 활동이 대선후보로 되기에 적합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게 낫지 않았는가. 민주노동당은 바로 지금부터 대선투쟁을 잘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하다. 대선의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대선과정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이 심상정 후보는 상당히 논리적이고, 나름대로 언변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속에 들어있는 내공이 엿보이고, 알찬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뿐이다. 거기에는 감동이 없고,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역량 있는 대선후보라기보다 정책전문가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몇 개의 용어를 가지고 자신의 입장과 정책을 표현하다보니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듯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였고, 그래서인지 자신감도 넘치고, 안정감도 엿보였지만, 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공중파로도 방영되는 정책토론회의 취지를 감안하였고, 후보간의 차별성을 드러내라는 주문을 많이 들은 탓인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질문도 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였지만, 질문 과정에서 이를 충분하지 나타내지 못했다. 일심회, 선군정치, 북핵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이나 답변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으나,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각 캠프에서 자평하고 있듯이 재미도, 박진감도 떨어졌다. 다음 토론에서는 좀더 나아질까.
어제 토론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쓴 것 같지만, 내 눈에는 그런 것만 보이는데 어쩌랴. 아무래도 세상을 좀 긍정적으로 보면서 살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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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02:07 2007/06/1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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