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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축제되어가는 대학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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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식사하고 연구실로 오는 길에 지나가는 학부생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소녀시대가 연세대 축제에 오니 거기에 가봐야겠다고 하더라. 축제가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대학문화의 장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TV쇼를 재탕하는 것에 만족해하고 그런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개념 없는 짓을 하는 대학은 대부분 비운동권이 총학생회를 장악한 곳이다. 서울대 또한 이와 유사한 짓을 할 텐데 싶었는데, 역시나 15일에 원더걸스가 온단다. 피같은 학생회비가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게 과연 타당한지 모르겠다.
 
하긴 '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서도 카이스트 축제 전야제에 서인영이 소속된 기획사의 VOS, 피팝현준, 주얼리 등이 참여하는 것이 나왔다. 물론 여기에서는 서인영이 다닌다고 무료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전체 비용은 2시간 정도 콘서트를 하는데 거의 5,000여만원이 드는 것으로 견적이 나온다. 카이스트야 무료니까, 그리고 서인영이 청강이지만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다른 학교들이 축제에 연예인을 불러서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봤을지 의문이다. 아무 생각이 없었으니 그랬겠지만... 여기에서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경기를 구경하면서 몰락해가는 로마제국 말기의 부패한 꼬락서니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던 것을 떠올린다면 잘못된 비유일까.
 
지금의 대학축제가 과거의 대동제와 같은 것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식으로 축제에 연예인을 부르는 것에 학생회예산을 쓸거라면 앞으로는 교내 상업화나 등록금 인상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지 마라. 이번 주 대학신문에 교내 상업화에 대한 기획기사가 나왔던데, 축제에서의 이런 문제는 왜 제기하지 않았는지 몰라. 이런 기사가 조선일보에 나오는 것도 신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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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는 '연예인 축제'? (조선일보, 2008.05.07 00:26)
소녀시대·원더걸스 등 섭외 경쟁…, 출연료 최소 수백만원
"상당수 학생들이 희망"… 일부선 "주객이 전도"
축제비용 절반이상이 출연료… 별도 지원 받기도

 
원더걸스는 8일 성균관대, 15일에는 연세대(신촌)와 서울대 두 곳, 21일 단국대, 22일 연세대(원주)에서 무대에 오른다. 소녀시대는 9일 성균관대, 15일 연세대(신촌), 23일 서울대 의대에서 무대에 선다.

주요 대학 학생회에 따르면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축제에 초청하는 비용은 1000만~2000만원 선. 이 돈을 받고 노래 3~4곡을 부른다고 한다. 그래도 총학생회마다 이들을 섭외하지 못해 애태운다. 5월 대학축제 시즌을 앞두고, 주요 대학 총학생회마다 연예인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예인 4~5개 팀을 초청하며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쓰는 곳도 있다. 총학생회는 "축제의 흥행과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스스로 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연예인의 공연을 보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어설프더라도 아마추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학생 문화의 특징인데, 지나치게 프로 연예인에게 의존하는 축제로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학생 스스로의 삶과 고민 등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축제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도 "대학생들의 축제라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창의적인 정신, 자발적인 참여, 이런 것들을 아우르는 대학문화를 담아야 한다"며 "기성품처럼 이미 만들어진 연예인의 공연에 중점을 두는 것은 알맹이를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축제를 주최하는 학생회 입장은 다르다. 한 사립대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회 입장에서는 연예인과 함께 축제를 즐기고 싶다는 학생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기 연예인의 출연이 확정된 서울대·연세대 등의 경우, 인터넷 게시판의 축제 관련 게시글이 조회수 1000건을 넘어서는 등 축제 시작 전부터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축제 때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고 있는 이화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이나 교내 상업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축제에 비싼 연예인을 부르는 것은 모순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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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1 01:43 2008/05/11 01:43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조지콩 2008/05/14 02:37

    얼마전.성00대.를 갔었는데. 소녀시대, 원더걸스...뭐...등등 온다고 하면서. 관객?으로 학생이 일순위. 학교에서 선착순으로 나누어주는 티? 입은 사람 2순위. 뭐 등등....이라는 안내문을 보았더란...그리고 그 옆에....자.보.에...등록금 인상 반대......를 보면서....씁쓸하기도하고. 어차피 연예인 부른 그들이 그걸 쓴건 아닐테니..싸잡아 욕하기는 그렇고...암튼...뭐...부르는 것도 웃기고....보러 오는 사람 순위 정해서 입장 시키는 것도 웃기고..뭐 그렇더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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