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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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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사를 검색해보다가 정부가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을 추진하기로 했음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다. 노무현 정부도 비준하려 하지 않았던 것인데, 무슨 일로 이명박 정부가 방침을 바꾸었을까. 설마 자신감의 표현은 아닐 테고...
아무튼 예전에 썼던 글도 담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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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 추진 (한겨레, 김기태 노형석 기자, 2009-05-22 오전 07:09:05)
EU의 FTA 조건 수용…한-미 FTA와는 충돌할 듯
자국문화 보호 조치 인정…스쿼린쿼터 유지 근거

 
정부가 애초 방침을 바꿔, 각 나라 문화의 다양성을 국제법으로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문화다양성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핵심 관계자는 21일 “문화다양성 협약의 일부 내용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상충돼 고민을 거듭했으나, 유보조항 없이 협약 비준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한 당국자도 “유럽연합은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한 국가에 대해서만 자유무역협정을 맺는다는 원칙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며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안은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현재 법제처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빠르면 올해 안에 비준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협약이 국회 비준을 거치게 되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을 해석, 적용할 때 협약 규정을 ‘고려’(take into account)해야 한다. 또 국내적으로는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제) 등 문화부문의 보호 장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문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여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다른 통상 규범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이 협약에서는 ‘각 체약국이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문화다양성 협약이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에 얽힌 예민한 통상 현안 때문에 원안 그대로 비준할 수는 없다고 밝혀왔다. 정부가 방침을 바꾼 것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이 협약 비준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협약의 국회 비준을 환영하지만, 정부가 외국의 요구에 따라 문화를 통상의 종속변수로만 놓고 판단해온 그간의 과정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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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협약’ 우리 문화상품 보호·육성 ‘발판’ 마련 (한겨레, 김기태 기자, 2009-05-22 오전 07:13:54)
국내비준 영향은
EU서 요구한 ‘관계정립’ 20조 해석 따라 강제력 차이
“다른 통상협정과 동등” “국제법적 기속력” 의견 갈려
 
‘문화다양성 협약을 우리나라가 비준하면,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제)도 다시 늘어날까?’
한국 문화계의 염원대로 문화다양성협약 비준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스크린쿼터 등 문화 정책의 미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단 스크린쿼터 같은 우리 문화상품을 보호 육성하는 발판 하나는 마련됐다는 해석이 많다. 다만, 그 발판이 얼마나 튼튼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문화다양성협약의 위상을 놓고 국제법학자나 통상전문가들은 서로 조금씩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협약에 얽힌 국제 분쟁 판례가 쌓여있지 않으며, 국가별 시각차도 크다. 문화다양성협약 채택을 주도한 유럽연합(EU)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상대 국가에게 협약의 비준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협약 채택에 찬성했지만, 파장을 우려해 국내 비준은 미루고 있다. 반면 미국은 문화다양성협약에 반대한다. 따라서 협약의 위상은 이해 당사자 사이의 힘싸움 결과에 따라 유동적일 가능성이 높다. ‘폭발력이 검증되지 않은 폭탄’인 셈이다.
 
협약의 내용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것은 다른 국제조약과의 관계를 규정한 20조(‘관계정립’ 조항)이다. 다른 조약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협약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수도 있고, 강제력을 지닌 국제법으로 격상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한 때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되, 20조는 유보조항으로 남겨두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였다.
 
우리 정부가 애초 방침을 바꿔 협약 20조를 포함해서 원안 그대로 비준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튼 것은 유럽연합 쪽의 요구에 따라 문화다양성 유지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일각에선 거꾸로 ‘20조’의 법적인 파괴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분쟁 해결을 둘러싼 견해도 분분하다. 협약을 보면, 규정 위반 여부를 두고 분쟁이 생겼을 때 해결방식은 ‘기속력이 없는’ 해당 국가 사이의 조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분쟁해결기구도 없다. 박덕영 연세대 교수(법학)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기구가 문화다양성협약을 고려는 하겠지만 협약이 일정한 우위를 점하는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다양성협약이 다른 통상협정의 틀 속에 묻힐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자유무역협정 분쟁 기구들의 결정 사례를 보면 문화다양성협약이 국제법으로 유효하게 해석된다는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문화다양성협약과 유사한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나 ‘식량농업 식물 유전 자료협정’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의 결정을 보면 문화다양성협약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다양성협약이 효력있는 국제법의 위상을 갖게 되면, 우리나라 영화, 방송, 미디어, 애니메이션, 언어 분야 뿐 아니라 국내 외국인 등 소수자 문화 관련 예산과 제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문화다양성협약이 국내에서 유효하고 적극적으로 해석되기 위해선 문화계와 관련 단체, 정당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다양성협약은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제협약이다. 정식 이름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이며, 2005년 10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33차 총회에서 채택됐다.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각 나라 고유의 문화와 언어, 전통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삼고 있다. 한국의 스크린쿼터나 방송쿼터 등 문화상품 보호제도를 정당화는 제도적인 장치인 셈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을 보면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권리와 의무 보장 △다른 나라의 문화교류 및 다른 나라 내의 문화개발에 기여해야 하는 국제적인 의무 등으로 돼 있다.
 
문화다양성협약은 채택 당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반란’으로 해석됐다. 협약 채택을 앞두고 벌어진 표결과정에서 유네스코 회원국의 절대 다수인 148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 의사를 밝힌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뿐이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미국의 문화상품이 전세계를 석권하는 것에 대한 각국의 공감대가 이뤄진 결과였다. 올해 5월초까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중국, 멕시코, 베트남, 인도 등 98개국이 비준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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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 채택을 환영한다 2005/10/22 05:46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촉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을 찬성 148, 반대 2, 기권 4라는 압도적 표차로 채택되었다. 이 협약은 WTO 등을 외피로 하여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되어 온 양국간, 다자간 통상협약의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특히 스크린쿼터제도를 유지할 국제법적 근거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세문연)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국의 문화정책 수립의 자주권을 국제법으로 보장”하고, “문화상품과 서비스의 독특한 성격을 인정한 것”이며 “문화교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분쟁의 해결절차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 문화사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협약은 각국의 특수한 상황과 필요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보호 및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협약 당사국이 이를 위해 적절한 국내적 조치 및 소멸위험에 있는 문화적 표현에 대한 특별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와 같은 자국 문화상품 보호제도를 정당화하고 있다. 문화상품과 서비스의 국가간 흐름이 단순한 상업적 가치로 취급될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이 협약의 제20조는 ‘문화다양성 협약을 다른 어떤 조약에도 종속시키지 않으며 다른 조약들을 해석·적용시 이 협약의 관련규정들을 고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유네스코 총회에 앞서 라이스 국무장관이 '협약안이 자유 통상 원칙을 어기는 무역장벽이 된다'며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밝히며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협약 채택 후에는 루이즈 올리버 유네스코 대사는 협약안 채택에 극도의 유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이번 협약 채택으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2003년 탈퇴 19년만에 유네스코에 복귀했으나, 다시 2년 만에 문화부문의 외교적 고립을 당한 셈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여기에서도 한쌍으로 반대를 했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의 문화 패권주의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을까?
 
하지만 아직은 몇 가지 장벽이 남아 있다. 우선 미국이 문화다양성협약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명한다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물론 올리버 대사는 탈퇴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교토기후협약에 대해서도 미국이 딴지를 놨던 전례를 생각하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협약은 30개국 이상의 비준을 거쳐 3개월 뒤에 국제협약으로서 정식 발효되며, 이를 비준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없다. 우리나라의 국회 비준은 지난달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에서 실시한 국회의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187명 중 과반수인 97명이 협약 비준에 찬성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보아 통과될 것이다.
 
한편 세문연의 성명에 나온 것처럼 외교통상부의 입장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 뉴질랜드, 멕시코, 일본과 함께 문화다양성 협약이 통과된 것에 대한 독자적인 성명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문화다양성 협약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나선 나라들의 면면을 보면, 뉴질랜드는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협상 당시 시청각서비스(영화, 방송, 음반 등) 분야를 전면 개방하여 주요 방송사가 외국자본에 매각되고 자국의 문화컨텐츠를 생산할 기반을 상실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고, 멕시코는 94년 발효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하면서 스크린쿼터를 폐지하여 연간 백여편의 영화를 제작하던 영화강국에서 순수 멕시코 자본만으로는 1년에 수편의 영화를 만들기도 어려워진 상태로 전락했으며, 일본은 만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며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미국은 2002년 기준으로 문화산업 분야에서 벌어들인 순익이 600조원에 달하는 나라라고 한다. 이렇게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나라이거나 무차별적인 자유무역질서 속에서 세계시장을 장악하며 지배하고 있는 나라들"과 함께 한국이 ’문화다양성 협약‘을 훼손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21일 보도자료를 보면 "한국은 문화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해 협약의 채택에 찬성했으나, 이 협약이 WTO 등 다른 협약상의 권리 및 의무의 변경으로 해석되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나온다. 문화다양성협약의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또한 ‘문화다양성 협약’의 채택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수많은 나라들의 의견은 빼고, 협약채택에 반대한 미국의 억지 주장만을 여과없이 나열하였다. 그런가 하면
서울신문 10월 21일자 기사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문화다양성협약이 스크린쿼터를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게 사실이나, 동시에 다른 조약의 권리나 의무를 수정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양면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한국의 경제부처 관료들은 머리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국제주의자라고 하면 아무 말도 않겠지만, 꼭 미국 국무부 소속 관료같다는 느낌마져 든다.
 
경제와 문화와의 관계에 대해 나름의 준거기준을 제공하고 있는 이번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 채택을 환영하면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보도자료와 민중언론 참세상의 관련기사, 외교통상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의 성명, 문화다양성 채택의 의미와 전망을 해설하고 있는 필름 2.0의 기사, 그리고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정책논평을 덧붙인다. 
 
                                                                                       
유네스코 총회「문화다양성 협약」채택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 협약)이 20일 오후(파리 현지 시간) 채택됐다. 지난 17일 압도적인 지지로 문화분과위원회를 통과한 동 협약안은 이례적으로 본회의에서도 표결에 부쳐져 한국 등 찬성 148개국, 반대 2개국(미국, 이스라엘), 기권 4개국(니카라과, 온두라스, 라이베리아, 호주)으로 채택이 결정됐다.
  
그동안 동 협약이 문화다양성을 제한하거나 문화상품 및 서비스 무역을 방해할 수 있다며 협약안 채택에 줄기차게 반대해온 미국은 28개 수정 조항을 제안하는 등 제동을 걸었으나 대세를 바꾸지 못했다. 협약 채택 후 미국 루이즈 올리버 유네스코 대사는 협약안 채택에 극도의 유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이번 협약 채택으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찬성국 중 한국, 일본,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아프카니스탄 등 6개국은 본회의 발언을 통해 일부 조항의 모호성, 해석상 오류 가능성, 기존의 국제규범과의 충돌 가능성 등에 대해 지적했다.
 
이번에 채택된 문화다양성 협약은 기본원칙, 당사국의 권리와 의무, 다른 조약과의 관계 등을 담은 35개 항과 분쟁시 화해 절차를 규정한 부속서 6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협약은 각국의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보호 및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협약 당사국이 이를 위해 적절한 국내적 조치 및 소멸위험에 있는 문화적 표현에 대한 특별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최소 30개국 이상이 비준서를 제출한 시점에서 3개월 경과 후 효력이 발생하는데, 한국이 협약 당사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절차가 필요하다. 지난 9월 ‘세계문화를 위한 연대회의(세문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중 75%, 전체 국회의원 중 52%가 협약 비준안에 지지 의사를 밝힌 반면,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은 없었다.
 
□ 문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전화 : 02-755-5668 / 이메일: sklee@unesco.or.kr)
 
□ 관련 자료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영문)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국문)
제33차 유네스코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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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장'에 대한 통쾌한 승리, '문화다양성' (참세상, 라은영 기자, 2005년10월21일 19시24분)
유네스코, 압도적 표차로 협약문 채택, 이례적인 '미국' 왕따 현상도
 
'시장'과 '반시장'의 대결에서 '시장에 반대'하는 주장이 압도적인 승리를 이뤘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20일(현지시각) '문화콘텐츠와예술적표현의다양성보호협약(문화다양성협약)'을 압도적 표차로 채택했다. 특히 유네스코 154개국 대표가 참석한 이날 총회에서 대부분의 참가국들이 찬성 148, 반대 2, 기권 4로 '국제협약'으로 인정한 것 뿐 아니라 WTO 무역 체제 규정에 '파열구를 냈다'고 볼 수 도 있다. 표결 결과 탈퇴 19년 만에 2003년 유네스코에 복귀하며, 문화다양성협약 채택을 반대해 온 미국은 국제 회의 역사상 유례없이 '왕따'신세가 됐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은 "WTO 문화의 영역을 시장화, 사유화 하려는 것에 대해서 저지를 시킨 것으로 더 이상 WTO, GATT 그리고 FTA 등 국제 협상에서 문화를 일반 상품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을 저지시킨 쾌거"라 평가했다. 또한 "이런 협약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교육, 보건, 의료 등 상품이 될 수 없는 공공 영역들의 싸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뒀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유네스코 총회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각국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협약이 채택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자유화 진전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하는데 남용될 수 있다"며 '협약안이 자유 통상 원칙을 어기는 무역장벽이 된다'며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밝히며 압력을 행사했다. 또한 총회에서 미국은 28개 항목 각각에 수정안을 제시하며 '협상 지연전'을 펼쳤으나 모두 기각되는 참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협약이 채택됐다고 해서 바로 실질적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이 협약은 최소 30개 국에서 비준되어야 국제 협약으로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또한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구속력을 발휘할 없는 한계도 있다. 이제 범국제적 협약이 채택됐으니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국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협약 채택은 헐드리우로 대표되는 상업자본과 문화 패권주의에 일침을 놓았다는 점, WTO 무역 체제의 예외 규정을 국제 협약의 합의로 이끌어냈다는 것, 그리고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지역, 토착, 특성적 문화들을 국제법 차원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범세계적 합의 규정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역사적 의의는 길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다양성과 WTO의 역관계
이 문화다양성 협약은 각 국이 '문화 다양성 증진을 위한 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고 문화적 표현들이 소멸 위기에 처한 상황에 따라 이를 보존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발동할 수 있게 했다. 또 개발도상국내 문화 산업의 강화, 개도국 예술가와 문화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특별 대우, 문화다양성 국제기금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규정했다.
 
또한 쟁점 중 하나였던 다른 국제협약과의 관계 설정에서 문화다양성 협약은 '이 협약이 다른 협약들에 종속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다른 국제협약의 의무를 이행할 때 문화 다양성 협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다자무역체계로 전세계적인 패권을 자랑하는 WTO 무역체계와 규정에 예외적 규정이 생긴 것이다. 
 
양기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합의 결과가 특히 더 관심을 끄는 이유는 유네스코 회의에 정부기관들이 참여하는데, 역대 역사상 수 많은 협약 중에 미국이란 나라라 철저히 왕따를 당하고 고립된 경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세계 각국들도 미국의 일방적 문화 패권 주의와 일방주의가 세계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양기환 사무처장은 "국내 문화적 측면에서도 문화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문화를 돈벌이 산업논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존과 교류라는 서로가 더불어 함께 사는 공정과 교류를 통한 문화 영역들이 확대될 것이고, 또한 직접적으로 스크린쿼터 문제의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방송, 음반등 시청각 분야에 대한 시장화와 일원화 움직임을 저지하고 방송의 공공성 중요(항목 6조-당사국 권리 규정)보장을 장려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선택과 집중으로 인해 지원이 취약했던 순수예술 분야에도 지원의 의무가 강제되기 때문에 공공 영역에 대한 국가 지원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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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성명> 참여정부의 외교통상부는 더이상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를 자처하지 말라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 협약‘)’이 지난 17일(프랑스 파리 현지시간) 제33차 유네스코 총회 문화분과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20일(현지시간) 본회의에 상정되어 회원국의 압도적인 지지로 공식 채택되었다. 협약은 154개국이 참가한 투표에서 찬성 148개국, 반대 2개국(미국, 이스라엘), 기권 4개국(호주, 라이베리아, 온두라스, 니카라과)의 결과로 통과되었다. 우리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은 인류 문화사에 길이 남을 쾌거를 다시한번 전세계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환영하고 축하하는 바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쁜 소식과 함께 좋지 않은 소식도 들어야 했다. 유네스코로부터 자격을 부여받아 이번 총회에서 전세계 문화NGO를 대표하여 ‘문화다양성 협약’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협약에 대한 논의과정 전체를 모니터했던 ‘국제문화전문가단체 국제운영위원회(CCD-ILC)’의 긴급 보고서에 따르면 유네스코 총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은 투표이후 성명서를 발표하여 투표결과가 만장일치가 아니었고 협약이 합의에 의해 채택되지 않았음에 유감을 표명했으며, 또한 ‘협약의 일부 문구가 모호하며 ... 조항 중 일부가 명백하지 않아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특히, 다른 협약과의 관계를 규정한 협약 20조에 대해 ‘문화다양성 협약의 조항이 기타 국제협정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동 협약과 기타 국제협정과의 관계를 명시한 제20조는 기타 국제협정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주거나 변경, 손상하는 식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대표단은 동 협약의 조항 하에서 채택되는 조치가 문화분야뿐만 아니라 기타 분야의 국제협약에 명시된 권리 및 의무와 배치되지 않는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는 전세계 문화예술인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191개 유네스코 회원국이 논의하고 합의한 도도한 흐름을 애써 외면한 채 외교통상부가 앞으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려 하는지 국제사회의 조롱을 자처하면서까지 보여주고 있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문화다양성 협약‘의 제20조 1. (b)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b) 당사국은 이미 가입한 기타 협약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혹은 기타 국제협정에 가입할 때, 본 협약의 관련 조항을 고려한다.” 이 조항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타 국제협정의 문화에 관한 조항이 항상 명백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기존 협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문화조항의 해석과 적용은 문화다양성 협약에 의거해 이루어진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장 반발했던 협약 제20조에 대한 한국 대표단의 성명서는 이 조항의 문구를 부정하거나 훼손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투표이후 한국과 함께 4개국이 협약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미국은 협약에 반대하는 의사를 다시한번 표명했고, 뉴질랜드는 20조와 관련하여 더욱 비판적인 성명서를 발표했고, 멕시코는 ’문화다양성 협약‘이 기타 협정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본은 만장일치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유감과 함께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이 앞으로도 유네스코에 적극 참여할 것을 희망했다고 한다. 문화다양성 협약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나선 나라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뉴질랜드는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협상 당시 시청각서비스(영화, 방송, 음반 등) 분야를 전면 개방하여 주요 방송사가 외국자본에 매각되고 자국의 문화컨텐츠를 생산할 기반을 상실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멕시코는 94년 발효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하면서 스크린쿼터를 폐지하여 연간 백여편의 영화를 제작하던 영화강국에서 순수 멕시코 자본만으로는 1년에 수편의 영화를 만들기도 어려워진 상태로 전락했다. 일본은 만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며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은 어떠한가? 2002년 기준으로 미국이 문화산업 분야에서 벌어들인 순익이 6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300조원 이상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며, 단일산업으로는 이미 우주·항공산업이나 자동차산업을 능가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나라이거나 무차별적인 자유무역질서 속에서 세계시장을 장악하며 지배하고 있는 나라들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들과 함께 ’문화다양성 협약‘을 훼손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한국정부의 성명서 발표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를 자처하고 나선 것에 다름아니다.
 
또한, 오늘 발표된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는 우리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는 유네스코 총회의 표결결과와 ‘문화다양성 협약’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20조에 문제제기를 하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함께 다음과 같이 미국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동 협약 채택시 미국은 문화다양성 협약이 성급하게 성안되어 흠결이 있는 협약인 바, 동 협약의 모호한 규정은 상품, 서비스 및 사상의 자유로운 유통을 통제하고, 인권 및 근본적인 자유를 침해하는데 오용될 수 있으며, 자유무역을 통제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 동 협약의 채택에 반대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다양성 협약’의 채택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수많은 나라들의 의견은 완전히 도외시한 채, 미국의 억지 주장만을 여과없이 반복하고 있는 이 보도자료가 과연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인지, 미국 국무부의 성명서인지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국제사회가 미국의 일방주의와 문화패권주의에 일대 경종을 울리며 만들어 낸 ‘문화다양성 협약’의 취지를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경제부처가 훼손하고 왜곡하려 든다면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05년10월21일,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문화연대 미술인회의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미술인협회 새건축사협회 서울연극협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영화마당 영화인회의 영화진흥위원회노동조합 우리만화연대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민족음악인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한국연극협회 한국연예협회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조수연대회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한국출판미술협회 한국출판인회의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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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협약 채택' 의미와 전망 [필름 2.0 2005-10-21 14:20, 강병석 기자]
 
33차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다양성 협약’의 정식명칭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이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함께 문화 컨텐츠가 여타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의 지위에서 협상 대상이 되는 데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 WTO의 다자간무역협상과 지역간, 양자간 무역협상으로는 문화 컨텐츠와 같은 비(非)무역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WTO 출범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문화 개방 압력이 줄곧 이어져왔으며,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문화, 특히 시청각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이어졌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문화 컨텐츠의 사회, 문화적인 상징성을 인정하고 국제법 차원에서 문화 약소국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는 문화 다양성이 상징적 해석을 넘어 실질적 권한을 획득함으로써 스크린쿼터 논란을 비롯해 각종 국내외 문화정책 수립 및 무역 분쟁과 관련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체 6장 34개조, 4개의 부속서로 이뤄진 ‘문화다양성 협약’은 세 가지의 주요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협약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내용은 개별 국가의 문화주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제 5조와 6조를 통해 자국 내에서 문화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 및 개선할 수 있도록 각국이 채택한 정책 및 방안을 합법적으로 인정한다. 그간 미국의 통상압력에 시달렸던 한국 스크린쿼터제도가 대표적인 예. 자국 문화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들이 정당한 권한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국제적 차원의 지원 또한 명시돼 있다. 문화 약소국이 표현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국제 협력과 연합을 강화한다는 것. 각 개별국가는 양자간, 지역간, 국가간 협력을 강화하고 문화 개발 정책을 통합할 것을 약속하고(12, 13조), 개발도상국 내 문화산업의 강화, 예술과 문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특별 대우를 명시하고(13조, 14조), 국제기금을 통한 경제적 지원까지 규정하고(18조) 있다. 국가적 차원의 문화 주권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 확대, 발전 시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쟁점으로 부각돼 온 여타 국제협약과의 관계 설정은 20조에 명시돼 있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회원국이 기타 협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반면, 이러한 국제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문화다양성 협약을 반드시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문화다양성 협약이 여타의 국제 협약에 좌우되거나,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다는 의미다.
  
'문화다양성 협약'의 구체적 내용도 중요하지만, 채택 절차 역시 많은 의미를 갖는다. 투표 참여국 154개국 중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의 반대 만으로 통과된 것. 지난 10월 4일, 유네스코 총회를 앞두고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회원국 통상 장관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문화 다양성 협약이 WTO의 세계무역 자유화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협약 채택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18년 만에 유네스코로 복귀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유네스코에서 우리가 함께 기울여온 모든 바람직한 노력이 문화다양성 협약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동참과 협력을 촉구한다”고 '경고'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안한 28개 수정조항은 모두 기각된 채 협약이 채택됨으로써 일방적 무역 자유주의를 밀어붙였던 미국의 문화 노선에 국제적으로 강력한 제동이 걸리게 된 셈이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2007년 6월까지 30개 회원국의 비준을 받을 경우, 즉시 집행 기구를 구성하고 2007년 10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회원국의 비준 여부가 한계로 지적되고 있지만, 협약 추진을 EU에 위임한 EU 25개 회원국이 2004년 9월부터 진행돼 온 협의 과정 내내 공동 입장을 취하고 적극 지지해왔다는 사실은 협약 발효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오히려 비준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한계가 국가간 협상에서 통상마찰을 일으킬 여지를 남겨 놓았다. 하지만 국제협약을 통해 권위를 인정받은 국제적 공동전선은 이를 상당부문 무마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둘러싸고 벌여졌던 스크린쿼터 논란은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과 함께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총회에 앞서 지난 17일 열렸던 유네스코 문화분과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진 바 있으며,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총회 연설을 통해 “협약안 채택으로 2001년 ‘문화다양성 선언’에 이어 다시 한번 귀중한 이정표를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크린쿼터 유지를 위한 국제적, 국내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이 주목되며 이후 국회비준 절차 역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7년 협약 발효 이전, 스크린쿼터 축소를 위한 미국의 공세 역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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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정책논평]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 채택을 환영하며 (2005. 10. 21.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 조속한 국회 비준과 국내 문화다양성 보장을 위한 조치가 따라야 - 
 
마침내 유네스코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협약’)>이 채택되었다. 이 협약은 154개 회원국이 참여한 제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채택되었다. 헐리우드 등 거대 문화자본과 자유무역주의자를 대변해온 미국과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국제사회는 문화다양성 보장이 인류의 권리이자 인류 발전의 기반임을 공식 선언하였다.
  
이 협약은, 국제사회가 문화다양성의 사회적 가치를 보장하도록 하고, 국제사회의 다양한 의제에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반영토록 하며, 특히 통상에서의 문화적 예외를 인정한다. 따라서 이제, 경제 가치에 의해 종속되어온 문화적 가치의 복원과 함께 스크린쿼터제 등 국제 문화자본에 맞서 국내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이 협약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 소수자의 문화 표현의 권리, 언어를 비롯한 포괄적 의미에서의 문화다양성의 보장과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규정하는 한편, 협약의 독립성과 영향력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 존중에 필요한 국제 협정을 권고하도록 하였다. 즉, 문화적 표현은 인류의 권리이자 사회의 의무임을 확인하였고 상징적으로 논의돼온 문화다양성 보장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부여하였으며, 스크린에 제한된 다양성 논의의 범위를 언어와 사상 그리고 표현의 영역까지 넓혀 주었다.
  
그러나 문화다양성협약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 협약은 타 협약이나 협정에 대해서 강제력을 갖지 않고, 비준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WTO 체제에서의 FTA 등 통상협상에서 문화다양성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에서의 문화다양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또한 필요하다. 우선 국회는 이 협약을 조속히 비준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와 정부는 문화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행 법의 개폐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문화적 권리를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청소년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온 법령을 개폐하고, 국내 문화자본에 예속되지 않고 다양한 가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소수자 등의 문화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하위쿼터제의 개발 및 운영, 문화 표현과 보편적 접근을 보장하는 지원제도의 마련, 공정이용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저작권제도 개선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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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4 23:37 2009/05/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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