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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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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노래를 찾다가 이 노래를 발견하여 먼저 옮겨온다.

지금 이 노래가 말하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게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게 얼마 전이다.

 

2004/09/21 02:13

귀례이야기. 오늘 하루 내내 귓가에서 맴돌았던 노래이다. 아침에 학교에 있을 때부터, 수원에서 ㅇㅇ형과 저녁식사를 할 때,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 노래가 계속 생각이 났다. 순이라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이유가 뭘까?

 

노찾사 3집(1991)에 실려있기는 하지만, 원래 1980년대의 비합법 테입에 이 노래가 실려 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테입인, 밀물에서 나온 [우리들의 노래]라는 테입(그 제작년도는 잘 모르지만 80년대 중반이 아닐까 싶다)과 노래모임 새벽의 민중문화운동연합 9집 [그날이 오면](1986)이라는 테입에도 이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이 테입들을 도대체 누가 가져갔는지...

 

노찾사 3집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찾사 2집의 연장선상에서 발매된 것으로, 지난 시기 비합법 테입으로 제작되었던 민문연(새벽)의 노래들 중 괜찮은 것을 골라서 음반으로 낸 것이다. 그렇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많이 실려있다. 그리운 이름, 사랑노래, 녹두꽃, 선언2 등이 그러하다. 사실 귀례이야기가 음미할 만한 노래로 나에게 다가온 적은 없었는데, 어제는 이상했다.

 

테입 [그날이 오면]은 노래운동사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안치환과 김광석, 그리고 윤선애가 참여를 했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만 귀례이야기는 윤선애가 부르지 않은 것 같다.

 

80년대 초반에 나온 다른 노래와 유사하게 이 노래도 복음송을 노가바한 듯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이 노래는 서울대 메아리 81학번이었던 이창학('벗이여 해방이 온다'의 작사,작곡자)의 순수창작곡이다.

 

가사에는 전혀 귀례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순이가 나오기에 도대체 왜 제목이 귀례이야기인지 궁금해했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노래극 '부설학교'(이 노래극을 위해 많은 노래가 만들어졌지만, 남아있는 곡은 문승현이 만든 '사계'와 이창학의 '귀례이야기'뿐이라고 한다)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었다. '귀례'가 바로 그 '부설학교'극의 주인공이었고, 주인공의 독백하는 노래가 '귀례이야기'이다. 이렇게 짜맞추고 보니 노래가사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순이가 아니라 공순이다. ㅡ.ㅡ;;)

 

지금 생각하니 이런 분위기의 노래를 즐겨불렀던 것 같다. 시다의 꿈, 오늘만 넘기면, 깜박잠, 갈 수 없는 고향 등의 노래가 그렇다. 귀례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고... 다만 귀례이야기는 너무 청승맞다는 생각 때문에 약간은 기피했었다.  

 

민문연이 나중에 대중적인 노래를 부르는 '노찾사'와 좀더 운동에 복무하는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노문연)'으로 갈라졌던 사정을 이해한다면, 민문연과 노찾사의 음반에서 같은 노래를 비교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민문연의 곡 음질이 썩 괜찮지는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서 들어야 실망하지 않는다.

 

지금은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이 졸업인 시기는 아니지만, 이 곡이 말하고자 하는 현실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여전히 기억되어야 한다. 공순이는 바로 오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오늘은 잠들 때까지 이 노래를 들을 것 같다.  

 

 

  노찾사 3 - 귀례이야기

 


민문연 9, [그날이 오면] - 귀례이야기 

 

1. 뒤로가는 고향 하늘 보며
   두근거려 서울 온지 오년
   그까짓돈 몇푼 쥐고 싶어서
   여기저기 공장을 떠다녔지
   그러나 쉬지않고 벌어야 할
   공순이는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것이 곧 졸업이지요

2. 열다섯 교복을 벗어던지고
   병든 부모 어린 동생 떠나며
   혼자 벌어 공부하고 싶어서
   학교 가고 싶어 울기도 했어
   그러나 쉬지않고 벌어야 할
   공순이는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것이 곧 졸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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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2 05:54 2009/07/1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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