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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의 노래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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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이 진행한 정태춘, 박은옥 인터뷰는 참 많은 걸 생각나게 하고, 동감할 지점도 많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정태춘, 박은옥씨와 생각은 비슷하나, 보였던 행태는 달랐던 듯 싶다. 그들은 예술가이지만, 나는 걍 백수여서 그런가.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절망도 하고, 분노도 했지만, 그래서 내게 남은 게 무엇인지... 어쩌면 나를 보고도 맛이 갔다고 할 사람들도 있을 터. 항상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문제다. 노빠들만이 그런 것은 아니고... 나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예전에는 곧잘 이들의 노래를 듣곤 했는데, 지금은 그럴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5년이 넘게 이들이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참,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조가 각종 행사 때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하는 공문을 각급 기관에 보냈다고 한다. 공무원이 민중가요를 부르고 대정부 투쟁의식을 고취하는 행위는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해 국가공무원법 제63조와 지방공무원법 제55조의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짓이란다. 지난 5.18기념식 정부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은 그럼 어떻게 봐야 하나. 
 
정태춘의 노래는 민중가요일까? 1996년 이전의 서정적인 노래들은 대중가요인 걸까. 대중가요와 민중가요의 경계도 애매하구나. 하긴 요즘엔 간혹 있는 꽃다지의 공연을 제외하고는 민중가요를 집회자리 외에는 접할 기회가 드문 듯하다. 민중가요 중에서도 좋은 노래가 많은데...
 
 
역시 운동이 침체기라서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 다시 예전처럼 좋은 노래들을 만들고 불러주었으면 좋으련만... 오늘은 그들의 옛노래나 들으면서 책을 봐야겠다.
 
이 인터뷰를 보면서 10월27일~11월1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정태춘·박은옥씨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일정과 많이 중복되는데, 어떻게 시간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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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침묵…인간에게 희망 있나 회의했다” (한겨레, 김규항 문화평론가, 2009-10-23 오후 02:34:09)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자본의 독재 외면
상상력이 정당에 머문다는건 현 세상 극복 포기
 
 
“현실 정치에서 당선 가능성이라든가 현실적 실현 가능성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우리의 상상력의 최대치가 제도정당의 그것에 머문다는 건 우리가 현재 세상을 넘어서길 포기한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나는 그런 상상력의 빈곤이 답답했어요.”
 
“김대중 정권 즈음에 다들 거대담론이 아니라 미시담론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반대 생각이었어요. 거대한 것이 밀려오고 있었어요.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사적인 변화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래서 이전보다 오히려 더 큰 거대담론이 필요한데 그 변화를 읽지 못하고 시민의 일상, 지역의 문제 같은 미시적인 문제만 중요시했지요.”
 
“급진적인 세력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메인 스트림 속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메인 스트림에 한 발 걸친 운동으로 갈아탈 조건을 가졌다는 건 분명히 그들의 약점일 수 있었죠. 그런 면에서 나는 그들과는 조금 달랐다고 할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나는 변혁운동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일원이기도 했지만 음악가로서 개별적인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개별성이 변화하는 상황을 그나마 내 나름의 눈으로 보게 했던 것 같기도 해요.”
 
(박)“이 사람이 반복해서 말했어요. 군부독재가 물러났지만 이젠 더 공고하고 사악한 자본의 독재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그런 변화에 대해선 외면하고 그 질서 속에 들어가 명랑한 얼굴로 개혁을 말하고 민주화를 말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
 
“예술가들이 시대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시대엔 대중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슬로건을 가지고 혼자 치고 나갈 수도 있는 거죠. 예술가들이 대중과 함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대중으로부터 유리되더라도 진정한 이상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거죠.”
 
“역사를 보면 시대의 진보성이라는 게 역사적 격동기를 거치면서 그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진보가 주류 사회로 체제내화하면서 그보다 급진적인 것들은 ‘철 지난 이야기들’, ‘불편한 존재들’로 폐기되는 거잖아요. 그런 처지를 당하는 사람은 한때 절망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대부분의 많은 세대들은 인생에서 그런 격동기를 아예 체험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져가죠. 그러니 인생에서 그런 역사적 격동, 변화의 시대라는 공공적 열정의 체험을 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기본적인 뼈대는 역시 오늘 우리가 매여 살아가는 이 자본의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겠죠. 어떻게 하면 그 체제에 불복종하고 그 체제에서 이탈해서 좀더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그런 고민의 국제적인 실천과 연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는 당신들의 문명열차에서 뛰어내렸다’ 말하면서 고작 그 비상구 앞에 무기력하게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게 현재 내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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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서 더 이상 노래가 나오지 않아” (한겨레21 2009.10.30 제783호, 안수찬 기자)
[VS] 데뷔 30주년에 마지막 정규공연 여는 정태춘·박은옥 부부…
“수년간 싸운 대중의 열매를 누가 가져갔나”

 
정 = 나는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 지식인도 아니다. 그러나 <실천문학> 같은 것을 읽으면서 삶이나 예술의 목적을 찾았다. 내가 주류 문화를 왜 싫어하는지 알게 됐다. 그만큼 그런 문제에 갈급해 있었고,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정 =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불편했던 사람들, 절망했던 사람들이 있다. 누가 승리했는가 하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대중이 몇 년 동안 싸운 열매를 누가 가져간 것인가. 그런 세상에 편입해 들어갈 수 없었다. 자본의 지배로 진입해가고 있었다. 거기에 동승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이 문명의 일부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선언하고 이 문명에서 이탈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 자기 입으로는 (세상에 대해) 문을 닫았다고 하지만, 더듬이는 항상 사람 사는 일에 가 있다.
 
정 = 아니, 역할론은 싫다. 어떤 것을 해왔으니까 이제는 이런 것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지금까지 첨병 역할을 했으니 앞으로도 전선에 서라고?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역할이란 건 없다. 자기 열정으로 자기 실천을 하는 것이지. 열정이 식으면 그 사람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상황에 대해 새로운 열정을 가진 인간이 반드시 나타난다.
 
정 = 나한테 노래는 굉장히 중요했다. 나를 표현하고 실천하는 도구였다. 노래를 다시 시작한다면 대단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섣불리 시작해 그만둘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 = 내 속에서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노래가 나오는데 일부러 억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 나온다. 더 이상 그런 게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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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17:17 2009/10/23 17:17

2 Comments (+add yours?)

  1. 대꽃 2009/10/30 01:58

    뭐, 누가 복길님더러 맛이 갔다고 그래요? 그냥 원래 맛이 없었던 건데... 아무튼 요즘은 상상력만큼이나 기억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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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길 2009/11/13 01:55

    뭐, 대꽃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것 같기도... 기억력도 정말 중요하더라구요. 김대중, 노무현 정권 하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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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5.18 민중항쟁 30주년 기념 트위터 떼창 Tracked from 2010/05/22 18:50

    (유튜브 바로 가기 : 클릭) 지난 2004년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5·18기념식 본 행사장에서도 공식 추모곡으로 제창되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작년(2009년)부터 불리지 않다가 올해(2010년) 5·18항쟁 30주년 행사부터 추모곡에서 공식적으로 '제외'.... - "이명박 정부로부터 굴욕당하는 5·18 30주년", 오마이뉴스, 2010-05-15. 1980년말부터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여 광주를 기리는 정부행사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받던 30년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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