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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운영권 바꾸자” 신흥국들 ‘부글부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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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운영권 바꾸자” 신흥국들 ‘부글부글’ (한겨레, 류이근 기자, 2009-03-30 오후 07:06:00)
금융위기로 IMF 역할 커지자
선진국-신흥국 힘겨루기 치열
 
 
지난 62년 동안 ‘최대 주주’ 미국을 중심으로 작동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편이 주요·신흥20개국(G20) 2차 정상회의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이엠에프의 역할 확대엔 모두가 동의하나, 주도권을 둘러싼 주요국(선진국)과 신흥국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뉴욕 타임스>는 30일 “2차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아이엠에프를 둘러싼 투쟁이 초점이 되고 있다”며 “아이엠에프는 위기 이후의 풍경을 새롭게 형성하는 경연장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13개국이 아이엠에프로부터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세계 ‘최후의 대부자’로서 아이엠에프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은 아이엠에프 기금 확충에 1천억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아이엠에프의 대출 여력을 지금의 세 배인 5천억달러로 키워야 한다며, 추가 출연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아이엠에프가 다국적 은행과 금융기관에 대한 초국적 감독 권한을 가지도록 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이를 지지하는 유럽과 반대하는 미국 사이에 미묘한 시각 차이가 있다.
 
신흥국은 1947년 탄생 이후 선진국 중심으로 운영돼온 아이엠에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아이엠에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시몬 존슨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는 “이번 정상회의는 미국과 유럽이 세계 경제를 구하는 마지막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아이엠에프 참여폭 확대 등을 통해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들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의 왕치산 경제부총리는 최근 아이엠에프 운영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추가 출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기금 참여폭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아이엠에프의 구조상, 선진국들이 약속한 대로 자신들의 기금 몫을 확대한다면 선진국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은 기금 출연금에 비례한 아이엠에프 의결권 행사 방식과 총재 선출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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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풀린 금융에 ‘세계는 규제 재무장’ (한겨레, 스톡홀름(스웨덴)ㆍ더블린(아일랜드)/정남구 기자, 2009-04-19 오후 09:47:49)
[‘대전환’의 시대] 제2부 자본주의 어디로 가나?
2회 ‘카지노 금융’에 고삐 달기 
 
“모기지 회사와 은행들은 주택 대출에 미쳐가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지기 3년 전인 지난 2005년4월13일, <그랜트의 금리 옵저버>라는 미국의 온라인 격주간지가 뉴욕 월가에서 연 한 컨퍼런스에서 조지아주 포시에 본사를 둔 먼로 카운티은행 카를 힐 행장은 이렇게 경고했다. 애널리 모기지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파엘은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아나가는 모기지 대출이 2004년 여름엔 전년 대비 60%나 늘었다”며 “주거용 부동산 호황은 1920년대 말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극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보다 훨씬 앞서 ‘경보’를 울린 이들도 있었다. 1998년 봄, 브룩슬리 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정부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파생상품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이 2002년 신용디폴트스와프(CDS)란 금융상품을 금융대량살상무기라고 경고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과 경고는 모두 무시됐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더욱 풀어갔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당장의 고수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렸고, 가계는 집값이 오르는 대로 추가대출을 받아 썼다. 정부 관리들은 거품에 기댄 경제 성장을 즐기느라 지난날 위기의 경험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그렇게 왔다. 그리고 지금 세계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밀튼 프리드먼이여 안녕~.” <블룸버그 뉴스>의 올리버 스탤리(Oliver Staley)가 쓴 이 짧은 문구는 세계 금융위기를 부른 문제의 핵심을 잘 끄집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리드먼은 모든 규제를 경제의 효율성을 해치는 악으로 봤다. 이런 사고에 바탕을 둔 1980년대 이후의 금융시장 정책이 재앙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는 반성은 이제 세계 각국에서 금융산업 정책의 물꼬를 180도 바꿔놓고 있다.
 
“금융의 본래 소명은 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고란 린드 스웨덴 중앙은행 금융안정국 자문관은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성장을 일시에 끌어올리자는 유혹”을 깨고, 이제 금융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위험 공시·검은돈 색출, 증권·보험도 준비금 의무화 ‘모든 투기적 거래 줄이자’ 
스웨덴의 공기업 경영진은 이제 고정급만 받을 수 있을 뿐, 어떤 형태로든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 스웨덴 정부는 스톡옵션을 비롯한 상여금 장치가 단기적인 수익창출에 급급한 기업 경영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가장 먼저 손봤다. 스웨덴 정부는 또 민간 금융기관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도 기업인의 연봉을 법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헤지펀드(소수 투자자들의 사모펀드)나 각종 파생상품들에는 재갈이 물려지고 있다. 지난 4월2일 영국 런던에 모인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들은 헤지펀드의 등록과 투자위험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헤지펀드와 함께 벤처 캐피탈 기업도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게 하고, 신용디폴트스와프(CDS)같은 장외파생상품에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 3월24일 국영기업 일부가 투자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국가 자산 안전성을 훼손했다며, 투기성 상품에 대한 거래중단 조처를 내린 것은 고삐풀린 금융을 규제하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G20 정상들은 신용평가사들의 영업과 평가부문 분리 등 규제 강화방안에도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신용평가 대상 기업들과 신용평가회사들의 유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영 신용평가기관 설립을 검토중이다.
 
고객예금에 대한 비밀유지를 내세워 세계의 검은돈을 끌어들인 스위스 은행들은 요즘 불안감을 휩싸여 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유비에스(UBS)는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 5만2천명의 명단을 제공하라는 미국 정부의 소송에 직면해, 결국 250명의 고객 정보를 넘겨줘야 했다. 조세피난처들도 공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구기구(OECD)는 조세정보 교환에 대한 국제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비협조적인 국가라는 이유로 말레이시아, 우루과이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벨기에,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스위스도 회색 리스트에 올렸다. 
 
파생상품…모기지대출… ‘성장’ 이름하에 방치하다 세계 경제는 ‘파산 선고’ 
물론 세계 각국은 아직까지는 금융개혁보다는 경기회복에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특히 금융 규제 강화에 적극적인 유럽과 달리 금융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미국과 영국은 기존 질서의 큰 틀을 깨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안에서도 ‘새로운 금융’을 외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로버트 폴린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정치경제연구소(PERI) 공동대표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은행의 예금 부채에 대해 지급준비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증권·보험·연기금 등 모든 금융기관의 대출자산에 준비금을 쌓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기적 거래의 유인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부실해진 투기꾼들을 구제하기 위해 부실은행에 지급보증을 하기보다는 서민주택 건설이나 녹색산업 같은 사회적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에 대한 은행 대출에 지급보증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완화되고 나면, 금융개혁 논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단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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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에 세금을” 토빈세 공감대 확산 (한겨레, 정남구 기자, 2009-04-19 오후 09:50:58)
[‘대전환’의 시대] 제2부 자본주의 어디로 가나?
2회 ‘카지노 금융’에 고삐 달기 
 
지난해말 사실상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아이슬란드,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급속하게 위기의 불길이 옮겨붙은 동유럽. 저금리 시대에 나라 밖에서 차입을 크게 늘렸다가 결국엔 화를 입은 나라나 지역이다. 이처럼 자본 이동을 가로막는 국가간 장벽이 사라지면서 금융위기의 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세지고 있다. 금본위제와 고정환율제 폐지 이후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을 일찍이 예고한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1918~2002)의 처방을 채택하라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더욱 커진 이유다.
 
1978년 ‘토빈세’란 이름으로 공식화된 그의 처방은 사실 간단하다. 국제 자본거래에 0.1% 가량의 세금을 물려 투기적 자본이동을 줄이고, 거둔 세금으로는 빈국의 개발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지난 4일 런던에서 열린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프랑스 아탁(ATTAC·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토빈세 도입 연대 단체들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윤리적이기도 한 이 처방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물론 투기자본들의 본거지인 미국과 영국은 이번에도 못들은 척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녹색당 당수인 밥 브라운 상원의원은 “총리가 토빈세를 G20 정상회의 의제로 끌어올렸어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헤지펀드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데엔 동의했다. 토빈세 방식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이로써 국제 자본거래 규제 주장은 확실한 시민권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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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교과서’에도 위기관리 정답없다 (한겨레, 스톡홀름(스웨덴)/정남구 기자, 2009-04-19 오후 09:53:52)
[‘대전환’의 시대] 제2부 자본주의 어디로 가나?
2회 ‘카지노 금융’에 고삐 달기
 
1990년 금융위기 겪은 스웨덴 들여다보니
 
“위기를 먼저 경험한 것이 행운으로 작용했습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의 마티아스 페르손(Mattias Persson) 금융안정국장은 세계 금융위기의 폭풍 속에서 스웨덴 은행들이 무탈한 이유를 행운 덕으로 돌렸다. 1990년 초 겪은 금융위기의 교훈에 따라 조심스런 행보를 해온 결과, 큰 위험을 미리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요은행 국유화 등 ‘나라 안’ 안정 추구했지만 북유럽에 과도한 대출…‘나라 밖’ 위험관리 실패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의 40%에 이르는 스웨덴도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급감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유럽연합 가입국이지만 유로가 아닌 자국통화(스웨덴 크로나)를 쓰고 있어 통화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물론 ‘대형 은행들이 모두 안전하다’는 점은 스웨덴 경제정책 결정자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러나 ‘금융위기 극복의 교과서’로 칭송받는 스웨덴도 결코 무풍지대는 아니다. ‘나라 밖’의 금융활동이 문제였다. 라트비아 등 북유럽 국가들에 대한 대출은 스웨덴 은행들의 발목을 계속 조여가고 있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는 스웨덴 사람들에게 그리 낯설지가 않다. 노르웨이, 핀란드와 함께 1990년 초 역사에 남을 금융위기를 겪은 까닭이다. 역시 부동산 거품이 위기의 뿌리였다. 1980년대 스웨덴 부동산값은 무려 9배가 뛰었다. 실물경기가 확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리 및 대출한도 규제 폐지, 외환시장 규제 폐지 등 금융 자유화가 가계 대출 붐을 일으킨 탓이었다. 90년 들어 세계경제 후퇴 등으로 대외 여건이 나빠지자 집값은 급락했다. 80년대 후반의 최고치에서 4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은행은 부실의 늪에 빠져들었다. 스웨덴 정부는 주요 은행을 대부분 국유화하는 방식으로 금융위기를 수습했지만, 경제는 3년간 뒷걸음질을 쳤다. 금융위기는 그 뒤 집권한 정부들로 하여금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에서 자유화를 촉진하게 했고, 스웨덴 복지국가 시스템에도 큰 흠집을 냈다.
 
금융위기를 겪은 뒤부터 금융안정을 매우 중시해왔다고는 해도, 스웨덴 은행들이 이번에는 안전하다는 주장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2001년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는 스웨덴에서도 부동산 대출 붐과 집값 급등을 불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물가상승률을 제거한 스웨덴의 실질 집값은 2000~2006년 사이 연평균 6.7%, 2007년에는 8.6%나 올랐다. 릭스방크는 스톡홀름의 집값이 98년 이후 2007년까지 3배 넘게 뛰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융위기 뒤 스웨덴 집값이 큰 변동이 없어 금융부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큰 차이점이다.
 
우선은 유럽은행과 독자적으로 정책결정을 펼 수 있는 릭스방크가 정책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하자 자본 구성이 건전한 은행들이 모기지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릴 수 있었던 영향이 크다. 실업률이 8%대로 올랐지만 실업 전 소득의 70~80%를 주는 실업보험이 가계 살림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도 금융부실 확대를 막고 있다. 페르 칼버그(Per Karlberg) 금융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무엇보다 은행들의 조심성이 큰 구실을 했다”고 말한다. 릭스방크 집계를 보면 스웨덴 모기지 대출의 55%는 소득 상위 20% 계층을 상대로 이뤄졌다. 그 다음 20% 계층에 25%가 대출돼 있고, 하위 40% 계층에 나간 것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파생상품이요?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3년 전부터 투자자들 사이에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적극 나선 곳은 없습니다.” 페르손 국장의 말이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벽이 없는 스웨덴 은행들은 유동화증권의 일종인 ‘커버드 본드’를 만들어 팔아 자금을 조달하긴 했다. 모기지 대출도 커버드 본드의 담보물이 된다. 그러나 커버드 본드는 담보물 구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사전규제와 사후감독이 엄격하다. 커버드 본드 투자자들은 손실위험에 처하면 발행 은행의 다른 보유자산에 클레임을 걸수도 있다. 시장점유율이 75%에 이르는 4대 은행(한델스 방크, 노르디아, SEB, 스웨드방크)이 발행한 커버드 본드는 국제신용평가회사들한테 여전히 AAA등급을 받는다.
 
문제는 금융의 세계화에 따른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틱 3국에 대한 과도한 대출은 스웨덴 은행들에 갈수록 큰 짐이 되고 있다. 금리가 높아 마진이 컸던 대출을 급격히 늘렸던 것이, 발등을 찍게 된 것이다. 서유럽 은행들이 이들 3국에 빌려준 돈의 55~80%가 스웨덴에서 나갔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16%에 이르는 규모다. 칼버그 금융노조 국장은 “2002년 이후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동안 위험을 경계하는 보고서가 몇몇 있었지만,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미 때는 늦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4월8일 에스토니아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라트비아는 BBB-에서 BB+로, 리투아니아는 BBB+에서 BBB로 낮췄다. 신용전망도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 인터뷰 |토머스 욘손 스웨덴 국립경제연 경제분석가
“정부 주도 금융산업 확장은 매우 위험”
금융-실물경제와 균형 이뤄야

 
토머스 욘손 스웨덴 국립경제연구소 경제분석가는 “발틱 국가들에 대한 대출은 위험 부담이 컸지만, 은행들이 고수익의 유혹을 뛰어넘지 못했다”며 “실물경제에 견줘 금융의 과도한 팽창은 거품이고, 금융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발틱 국가에 대한 스웨덴 은행의 대출이 왜 그렇게 많아졌는가?
“2002년 이후 최근 5~6년 사이 발틱 국가들의 성장이 아주 빨랐다. 대출 수요가 커졌는데, 스웨덴 은행 처지에서는 그쪽 대출이 금리가 높아 수익성이 좋았다. 위험 부담이 큰 데도 이윤 때문에 밀어갔다. 미국과 같은 경우다.”
 
-감독을 하지 않았는가?
“감독기관의 모니터링이 따로 없었다.”
 
-발틱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파장이 올 것으로 보는가?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서 예상하기 어렵다. 일부 대형은행은 국유화를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1990년대 위기를 겪은 교훈이 있어서 해결은 신속하게 할 것이다.”
 
-정부가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나라도 있다.
“금융의 발달은 실물경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정부가 주도해서 금융산업을 발달시키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금융의 과도한 팽창은 금융시스템을 위험하게 한다.”
 
-2006년 등장한 스웨덴 현 정부는 금융 자유화 쪽에 더 중점을 두지 않았는가?
“현 재무장관인 안데스 보리도 처음에는 금융산업 규제를 줄이고 적극 발전시키자는 주장을 폈다. 지금은 규제 강화를 옹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단기 성과에 바탕을 둔 은행 경영자에 대한 보상을 규제하자는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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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에도 건설확대·감세 아일랜드 금융·재정 ‘파산의 늪’ (한겨레, 더블린(아일랜드)/ 정남구 기자, 2009-04-19 오후 09:49:23)
 
브라이언 레니헌(Brian Lenihan)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현재의 소득세를 2배로 올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 증세안을 발표했다. 20살 미만 실업자에 대한 수당과 아동 복지 수당은 절반으로 깎겠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세금을 늘리고, 복지지출을 줄이는 것은 내수침체를 더 가속화한다. 레니헌 장관은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7%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아일랜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영어를 잘 하는 젊은 인력이 많다는 강점과, 낮은 세금 및 규제 완화를 앞세운 외자유치 정책은 한때 아일랜드 고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경기과열에 뒤이은 부동산 거품을 키운 것이 문제의 뿌리였다.
 
호경기가 유지되는 집값과 땅값이 올랐고, 그럴수록 건설투자는 확대됐다.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트리니티 칼리지 브라이언 루시 교수는 “6개 대형은행의 총대출 3천억 유로 가운데 1600억~1700억 유로가 부동산 개발업체에 나갔다”고 말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규제 완화는 금융 시스템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도록 사태를 방치하게 만들었다. 래리 브로데릭(Larry Broderick)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수 때문에 사태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해온 아일랜드는 2006~2007년 무렵 주택건설 호황으로 부동산 등록세가 전체 세수의 무려 20% 가량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전산업 근로자 평균 연봉의 10배까지 뛰었던 아일랜드 집값은 2007년부터 급락세로 변했다. 심한 곳은 현재 최고치에 견줘 절반 넘게 떨어졌다.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전체 170만채의 집 가운데 25만채가 현재 비어있다. 인구 440만명의 작은 나라에서 건설업에서만 무려 10만명의 실업자가 생겼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마구잡이 융자을 해준 대형 은행들은 사실상 모두 파산상태에 빠져 있다. 루시 교수는 “6개 대형 은행 가운데 지금까지 한 곳만 국유화했지만, 나머지 모두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일랜드는 유로를 쓰는 까닭에 외환위기에서는 자유로왔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재정 위기의 늪에 빠져들었다. 부동산 거래 급감으로 세수 결손이 심각해진데다, 금융부실 해결에도 어마어마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국내총생산에 맞먹는 900억유로(1200억 달러)를 투입해 은행 부실채권을 인수할 예정이다. 국채가 휴지조각이 되지 않게 하려면 오히려 세금을 늘려야 하는 게 아일랜드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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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0 08:22 2009/04/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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