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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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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 교수의 아래 글은 아마도 김규항의 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쓴 것인 듯하다. 이 의견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한다. 하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김종엽 교수가 말하는 대안대로 해서 우리 안의 이명박을 몰아내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기비판 과잉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 안의 이명박'은 하나의 전형이자 이념형일 뿐이다. 이와 비슷한 사고와 행태는 노무현 일파에게서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과연 '우리 안의 이명박'을 극복할 의지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들이 과연 근본적인 혁신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안의 이명박'을 극복하자고 할 때에는 이에 부회뇌동하는 민주당 류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물론 일상의 삶에서, 대체적인 사회 현안에서 이들 세력과 진보세력을 엄밀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 또한 항상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이들에 코드를 맞추고 있는 대중들이 진보진영을 신뢰하는 이들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이대로 멈춰있을 경우 그 결과가 어떠할 것인지는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김종엽 교수는 대중들이 제도적인 기회가 열린다면 자신 안에 있는 속물적 성향보다는 더 생태적이고 더 평등한 삶에 대한 지향을 발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성선설일까. 자본주의 하에서 살아왔고 이에 적응해온 대중이 자연적으로 더 생태적이고 더 평등한 삶을 지향할까. 그것이 더 나은 삶이라는 근거도 전혀 없는데?
 
그래서 대안적인 삶을 직간접적으로 학습하게 하게 체험하도록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그게 김종엽 교수가 말한 정치적 대안의 조직화라면, 나는 이를 좀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진보정당 활동도 하지 않는 처지에 대안 부분은 자신 없지만, 적어도 선거연합이나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생협 등의 급진화와 진보정당 실험의 착근을 통해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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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 안의 이명박? (한겨레,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09-12-15 오후 10:31:45)
 
대상에서 악을 발견하는 시선 자체가 악을 품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비판자 자신에게 되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선거 규칙이 중요한 매개로 작용하긴 해도 이 대통령을 선출한 것은 집합체로서 대한민국 시민들이며, 그가 표상하는 가치관으로부터 우리 사회 성원들이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되듯이 내 아파트 값이 치솟고 내 아이가 명문대를 입학하기를 바라는 심리가 이 대통령의 당선과 연결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자기비판의 몸짓이 ‘우리 안의 이명박을 몰아내자’거나, 이명박의 대운하보다 더 도도하게 흐르는 ‘우리 안의 대운하’부터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이를 때, 거기서 우리는 자기비판의 과잉을 발견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성토’가 자기비판을 회피하려는 은폐된 시도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듯이, 자기비판의 과잉 또한 비판 대상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크게 나을 것 없는 우리 자신의 속물성을 지적하며 그것을 선결과제로 내세우는 ‘발본적’ 비판은 나쁜 것과 덜 나쁜 것을 분별하는 ‘지상의 척도’를 세우기 어렵게 하고, 사회적 투쟁 의지를 죄의식으로 물들인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란 자신의 비판 행위와 공적 발언의 일치를 지향하며 투쟁 속에서 스스로를 정화하는 존재라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을 앞으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성찰이라는 과제를 이행하기도 하는 존재라는 점을 무시하게 된다.
 
균형감을 가지려면 가치관의 일신과 존재의 전회 또는 메타노이아를 고창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선호가 사회적 기회구조와 연동된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나는 많은 우리 사회 성원들이 속물적이기보다는 범속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성인의 도를 따를 만한 의지와 능력이 모자라더라도 제도적인 기회가 열린다면 자신 안에 있는 속물적 성향보다는 더 생태적이고 더 평등한 삶에 대한 지향을 발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입시경쟁과 아파트 투기 혹은 연줄과 후견관계에 경사되는 것은 제약된 기회와 기형적인 제도의 산물이지 그 반대는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왜곡된 제도와 좁은 기회구조 속에서 형성되는 성공과 패배의 누적이 그들의 선호와 가치관을 일그러뜨려 왔지만, 그것에 맞서는 대안적 가치관과 선호를 남김없이 갈아 없앨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경쟁에 제 아이를 내몬 부모조차도 그런 전체 과정을 분노와 탄식과 안타까움 속에서 바라보게 된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생활세계는 강한 내적 긴장상태에 있는 것이지 속물화의 높은 파고에 붕괴해버린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학의 위험까지 내포한 자기비판의 엄격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웃과의 화해된 삶을 향한 지향을 위한 제도적 수로를 여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에서 풀뿌리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펼쳐져 있다. 그런 과제의 목록을 작성해 본다면, 면밀하게 고안된 제도적 대안들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느끼게 되며 그런 과제에 비해 우리의 역량과 노력이 한참 모자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런 대안들이 구체성을 가질 때마다 사회적 선호와 가치관도 변화할 것이며, 그만큼 혁신의 역량도 불어날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지점은 역시 정치적 대안의 조직화이다. 그러므로 선거연합에 대해 논의하고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혁신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 안의 이명박을 몰아내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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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8 17:37 2009/12/18 17:37

3 Comments (+add yours?)

  1. 어물전 2009/12/18 18:43

    김종엽씨의 글, 잘 흘러가는 듯 보이다가 마지막 문단에서 실소를 금치 못하겠네요. 시민들의 범속함을 구조화의 문제로 성찰하는가 싶더니 그 구조의 혁신이 '선거연합',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혁신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게 상당히 어설퍼요. 결국 '반이명박' 프레임을 다시 호출하고 있거든요. 김종엽씨가 보기에, 단지 구조화의 문제는 정당 정치와 선거에 국한되나 봅니다. 이명박 정부가 아닐 때는 입시 경쟁과 아파트 투기가 없었나 보죠?

    새벽길님 말씀따나, '생협 등의 급진화와 진보정당 실험의 착근' 같은 작지만 대안을 모색하는 행위들이 제도의 변화를 꾀하게 할 수 있는 기초 활동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Reply  Address

  2. 돌~ 2009/12/18 22:15

    MB에 대해서 욕하고,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많습니다. 당연한 현상입니다.
    구조와 제도를 바꾸고, MB도 끌어 내리는 싸움을 열심히 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자신에게서 이명박스러움도 떨쳐내려는 노력도 그를 욕하는것만큼이나 가열차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지 않고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보듯이 그들만 끌어낸다고해서
    얼마나 변할지는 의문입니다. 진보정당이 집권을 해도 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 속에서 이를 뛰어 넘을려고 하는 새로운 세상을 구현할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을 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이런 노력의 결실인 작은공동체들을 우리
    주위에서 가깝게 확인할 수 있다고 봅니다.

     Reply  Address

  3. 새벽길 2009/12/19 15:25

    어물전/ 김종엽 교수가 말한 그 메커니즘이 제대로 규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거연합 등의 문제는 좀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보고요.

    돌~/ 우리 안의 이명박을 털어내는 것은 개인 힘으론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정치적 대안의 조직화가 필요한 거구요. 진보정당을 얘기한 것은 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정치적 결집의 표현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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