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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체제는 ㅇㅇㅇ 권위에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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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의하다가 예를 든 게 제대로 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여 몇 자 적어본다.

이번 학기 맡고 있는 강의는 관료제론. 적당한 교과서가 없어서 이것저것 짜깁기해서 진도를 빼고 있다. 어제 강의에서는 관료제에 관한 고전적 이론을 다루었는데, 막스 베버의 관료제이론을 다루는 중에 나온 얘기다.

 

베버의 경우 근대관료제를 도출하기에 앞서 이념형으로서 세 가지 권위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카리스마적 권위,  전통적 권위, 합리적,합법적 권위가 그것이다. 대략 용어만으로 감을 잡을 수 있는데, 이런 저런 예를 들어 설명하다가 북한의 세습체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질문하였더니 학생들이 모호한 표정을 짓더라.

 

하긴 김일성-김정일-김정남/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 체제가 전통의 신성함이나 관습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되는 전통적 권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지도자 동지의 탁월한 영도력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되는 카리스마적 권위인지, 그래도 선거나 북한 헌법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합리적 권위인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내부에서는 어떠한지 몰라도 외부에서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권위가 아니라고 권력이라는 식으로 정리하고 넘어갔다.

 

생각해볼 대목은 그 다음. 농담 비슷하게 예전 학생운동하던 주사파 선배 얘기를 꺼냈다. 북의 체제에 대해 토론할 때 그 선배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고, 영재교육도 받았으며, 영화 및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소질을 발휘했으니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다는 주장을 들었는데, 이제 김정은까지 3대가 이어지는데,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했을지 궁금하다는 식으로, 시대착오적인 사상으로 비꼬았던 것이다. 

 

물론 그리고 나서 역시 마찬가지로 관료제로 볼 수 있는 삼성그룹에서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는 정당한 거냐, 최근 다시 이건희 회장께서 복귀하셨지만, 삼성자동차를 말아먹었고, 하는 일마다 그리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3세는 여전히 건재한데, 과연 이것은 어떠한 권위가 작동한 거냐, 정당하기는 한거냐를 덧붙이기는 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내가 주사를 그리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사파선배(덧붙이자면 이 선배들은 주사였던 것을 철부지적 행동이었다고 보고 있을 거다)를 사례로 들어서 비꼬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희화화하는 속에서 진보운동 자체도 도매금으로 넘어가진 않았는지... 여전히 내 자신이 반북 컴플렉스에 젖어 있기에 마르크스주의의 관료제 이론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신중했으면서 북 체제나 주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거리낌없이 말하지 않았는가 싶었던 것이다.

 

뭐든지 함부로 말할 건 아닌데 말이지...

어제 관료제론 교재 마무리한다고 날을 새서리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함에 불구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급기야 블로그에 글까지 남긴다. 오전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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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0 03:39 2010/04/10 03:39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들사람 2010/04/11 00:49

    제가 보기엔, 북한의 이른바 시대착오성들을 유발하는 시대성은 어떤 것인지 밝힌 다음 그것을 북한 통치의 독특성과 하나로 연동시켜 다뤄준다면, 새벽길님 스스로 느끼신 어떤 거북함도 극복이 되잖을까 싶네요.

    전 부정적인 북한특수성론, 근까 북한이 여타 근대국가들의 '보편적' 속성에 비추어 아무튼 시대착오적이고 희한한 건 사실이란 식의 접근이, 현존하는 근대국가가 늘상 지구적 통치양식이자 복수화된 연결망으로 제 역할을 해왔다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보거든요. 가라타니 고진도 얼마 전 번역된 <정치를 말한다>에서 '국가는 늘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 존재한다'는 점을 좌파들이 놓쳐선 역설적이게도 국가를 되려 강화하는 데 일조할 공산이 크다고 주장하던데, 과거 한국 사회구성체 논쟁이 거둔 일정한 성과가 놓쳤던 것도 이런 측면였던 것 같고 그래서 중요한 지적 같습니다. 아무튼 부정적 특수성론에 맞서 송두율 선생 같은 분이 '내재적 접근'법을 제창해 엔엘계 쪽에서 특히 주목받았다고 하지만, 이또한 특수성론의 변주로서 사실상 소극적 체제옹호 이론에 머물고 말았다고 보고요. 결국 북한의 특수성을 변호하든 부정하든, 그 특수성 범주가 구미권에서조차 제대로 구현한 적 없는 유럽적 보편성 이데올로기에 복속된 채 정작 그것과 대결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았다고 할까요.

    근대 일본의 천황제가 한때 유별나게 특수하고들 했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기독교적 보편주의의 자본화 압력에 맞서 형성된 대항-지배이데올로기적 제도 겸 거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결코 특수성 범주에 가둘 게 아닐 텐데요. 이처럼 '화려한 군주'를 앞세워야 했던 근대천황제 자본주의 국가의 부상과 몰락을 유럽산 식민주의 헤게모니의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이란 관계적 맥락과 떼놔선 안 되는 것처럼, 북한의 일견 얼척 없어 보이는 통치 형태도 국가생존과 지속의 지정학이란 보편적인 맥락 속에서 보편적으로 문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싶어요. 경악할 만한 왕조국가란 식의 몬도가네식 문제화는, 앞으로 남북한 할것없이 타자화되고 소외될 북한 주민들까지 아우르는 좌파적 계급형성의 정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을 때, 장기적으로 꽤나 해악적인 규정 방식이겠다 싶고요.

    이렇게 보면 베버가 유형화한 세 가지 권위 형태들은 국가간 관계 속에서 특정 국가가 위치한 역사-지정학적,문화적,경제적 조건에 따라 상이한 조합의 양상을 띄는 거라고 해야잖을까요. 이런 맥락에서 북조선의 가족국가적 유훈통치 체제를 지속시키려는 내외적 압력과 (삼성으로 표상되는 기업문화적 헤게모니에 대한 상당수 주민들의 자발적 동의 수준이 거의 종교화된 열광을 방불케 한다는 점에서) 준파쇼화된 한국의 황제문화식 축적 체제를 지속시키려는 내외적 압력은 어떻게 닮았으면서도 또 다른지 살펴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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