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2004/08/25 21:33에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글 수정
과거에도 그렇지만, 신림동의 헌책방을 자주 들락날락하곤 한다. 6년 전쯤에도 헌책방을 순례하다가 김남주가 옮긴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푸른숲, 1988)를 발견했다. 이런 시집을 보기 어려운데... 헌책방이라고 절반가격에 샀다.
여기 실린 시들은 루이 아라공, 베르톨트 브레히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그리고 하인리히 하이네가 쓴 것인데, 당연히 이 중에서 브레히트의 시가 제일 익숙한데, 대부분 지나가다가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면 또 새로운 맛이 난다. 김남주 시인의 탁월한 선택이 돋보인다. 그것도 그 소중한 글을 시인의 감수성으로 유려하게 번역했으니 어찌 끌리지 않으랴!
신경림 시인은 책 표지글에서 "이 시집은 단순한 번역시집이 아니"며, "여기에는 김남주 문학의 발자취가 있고 그의 시의 문을 여는 열쇠가 있다"고 한 바 있다. 하긴 그 엄혹한 시절 좁디좁은 감방 안에서 그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가진 시인이 언제 번역원고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번역해낸 원고를 단순하게 봐서는 안될 것이다.
이 중에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이 원시도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이게 표제시인 이유를 살피면서 볼 필요가 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B. Brecht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당신이 필요해요."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물론 다른 번역본을 보면 이 시를 완전히 연애시로 번역한 것도 있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버전이 더 감성에 맞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한테도 그러할까.
사랑하는 그이는
"당신가 필요하다"고
나한테 말했어요.
그래서
난 가야 할 길을
조심조심 살피며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합니다.
비를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듯이.
대꽃 2010/04/26 21:07
두 개의 번역이 꽤 다르군요. 이 시를 읽고 반듯한 생각만 한다면 제가 아는 BB님은 어떤 번역이든 그다지 개의치 않을 듯한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BB님의 시는 '연기'입니다.
호숫가 나무들 사이에 조그만 집 한 채.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실은, 시구가 거의 기억나지 않아, '브레히트, 호숫가, 굴뚝'으로 검색하니 나오네요. 꽤 유명한 시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