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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선거강령이 말하고자 하는 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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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님이 제 글에 답글형식으로 전진의 선거강령 전반에 대해 얘기를 해주셨네요. 생각난 김에 그에 대해 답변하고자 합니다. 쓰다보니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관련글: 자율과 연대 홈페이지 우리들이야기/자유게시판에서
   
1. 전진 대선강령을 보고... (현미녹차, 07-05-31 11:35)
    
2. 전진 대선강령에 대한 현미녹차님의 논평에 대해 (새벽길, 07-06-03 05:15)
  
3. 선거강령은 추상적인 원칙의 나열이 될 수 없습니다 (참이슬, 07-06-03 19:52)


1. 현미녹차 님의 의견을 전진 대선강령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인상비평 수준의 것이니까요. 다만 너무 나간 듯하여 글을 쓴 것이지요. 전진의 대선강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를 말씀하셨는데, 공개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공식적인 비판의 글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있더라도 과연 서문에 언급된 대로 사회주의 강령이 맞냐는 말이 나오는 경우는 있더군요.
   
2. 참이슬 님은 “‘전진’ 대선 강령은 ‘혁명으로 제헌의회!’,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이 두 마디로 요약될 수 있겠구나. 경제 부문에서는 ‘생산 수단의 사회화’를 약방에 감초처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구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진 내부에서 제헌의회, 민중대표자회의(이전에는 평의회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해 논의가 되는 건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 요약 부분은 조금 어색하네요. 제헌 수준의 헌법개정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에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전진의 대선강령에는 '소비에트'라는 용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구호를 어떻게 떠올리시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혹시 그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하진 않았는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3.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전반적인 공공성 체계를 다르게 말한 것이죠. 선거강령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선거강령에는 주요 생산-재생산 영역의 국가 통제와 공공성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적인 사회주의적 정책 수단이 명시되어야 한다. 모든 경제 운영이 자본주의 사유화 논리, 시장만능주의 경쟁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21세기 초엽의 상황에서 사회경제 운영원리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무슨 해법이든 그것은 방어적, 지엽적인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계속 신자유주의 사유화(민영화로 번역되는 privatization)의 공세 속에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서 사회화를 제시한 것입니다.
 
4.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할까요? 몇 가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전진의 대선강령은 10여명으로 꾸려진 대선강령TFT(Task Force Team)에서 10여 차례의 토론을 통해 초안을 잡았습니다. 저 또한 그 대선강령TFT 성원 중의 한 명입니다. 그 과정에서 참이슬님이 말씀하신 경제전문가들의 의견도 청취하여 감안하였지요. 영국 노동당의 선거강령들은 물론 브라질노동자당, 스웨덴 사민당, 독일녹색당 등 각국의 진보정당이 제출한 선거강령들도 참고하였습니다. 사실 경제현실에만 집착해서는 이 사회를 바꿀 급진적인 대안을 제출하기는 어렵지요.
    
전진의 기관지 제6호(2007. 1. 31)에 실린 김종철 대선강령TFT 팀장의 '대선강령 제출 이유'에 보면 왜 약간은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대선강령을 제출하였는지 그 이유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대중들의 지지 이유가 당장의 집권가능성이나 국정운영능력 신뢰에 있지는 않다. 우리에게 던져지는 표는 미래에 대한 신뢰인 것이다. 즉각적 실현가능성과 실력과시에 대한 강박관념에 빠지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즉 정책 나열보다는 정치적 지향을 내놓아야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사회주의 선거강령으로 집약될 수 있다.
  
<전진>이 제출하려고 하는 대선강령은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이고 미시적인 정책과 공약은 당 정책위원회 몫이 될 것이다. <전진>은 당내 정치조직으로서 이번 대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해야 할 중요한 의제를 중심으로 ‘사회주의적 비전’을 제시함이 타당할 것이다."

  
5. 참이슬 님이 실물경제에 대한 고려나 구체적인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 등을 말한 부분은 아마 선거강령과 선거정책/선거공약을 혼동해서 한 언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진의 대선강령 중에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예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국공유화의 경우 영국 노동당이 1945년, 1974년 등의 선거에서 주요부문 대기업의 국유화를 제안하였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전진의 대선강령에서도 당장 국유화하고 공기업으로 전환할 부문을 선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강력한 국유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선강령에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초국적 자본의 (이윤추구) 공세에 맞서 인간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고 또한 규모의 경제 등으로 자연적 독점의 성격을 갖는 전력, 수도, 에너지, 통신, 교통 등의 기간산업(네트워크산업)은 빈부에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며 이 목적을 위해 기간산업은 공기업으로 운영한다. 현재 공기업으로 운영 중인 기관들은 당연히 공기업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며, KT와 같이 현재는 사유화된 과거 공기업들도 다시 공기업화를 추진한다."
 
그리고 삼성이나 현대 등의 대규모 기업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국공유화 대신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자는 안을 제출하였습니다. 국유화 강령만으로는 변화하는 현실과 사회주의적 정책의 비전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선강령에 이렇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상당한 규모인 대기업은 그 자체로 사회적 성격을 띤다. 그러므로 이러한 대규모 기업에 대해 사회적 성격에 따른 공공성의 운영원리를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이미 현재의 법률로도 자산 또는 매출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과반수의 사외이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강화시키기 위해 이들 기업들을 공공성이 관철되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나간다. 먼저, 자산 10조원이상 그룹에 속하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부터 1차적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나간다. 또한, 미래적 가치, 공공적 가치가 큰 기업으로서 국민경제의 계획과 조절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며, 정부가 요구하는 ‘투자계획협약’에 응하지 않는 사기업 역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특정 기업을 싸잡아서 별 기준 없이 국유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산 10조원이상 그룹에 속하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부터 1차적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나간다는 것이죠. 이 기준은 현재 출자총액제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6. 재원조달과 관련된 부분 또한 언급되어 있습니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 재벌들에게 행해졌던 엄청난 특혜를 기억하십니까? 대선강령은 그에 비추어 "중앙정부와 기타 공공부문의 출자를 통해 마련하되 초기 출자자금은 영구채권 형태로 마련할 수 있다"고 표현했고, 저 또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이겠지요. 
  
공기업의 관료주의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었습니다. 대선강령에서는 "공기업의 확대와 유지와 더불어 공기업 내부의 관료적 운영을 타파하고 민주적 운영을 더욱 확대하기 위하여 모든 공기업의 지배구조에 해당 기업 노동자와 일반 시민대표 등을 참여하도록 하여 공기업의 민주성, 공공성을 더욱 확대하도록 한다"고 표현하였지요. 소수 자본의 지배에서 다수 민중의 지배로, 소수 자본가의 참여에서 다수 민중의 참여와 결정으로 경제운용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물론 공공성과 민주성에 입각하여 공기업이 운영되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 또한 이를 해결가능하며, 정부가 공기업을 통제하기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문제 또한 경제기획위원회의 설립이라는 문제의식으로 통합하여 논의하였습니다. 더 구체적인 것은 정책/공약의 문제가 아닐까요? 고소득 자영업자의 카드 결제를 의무화한 것에 대한 문제 또한 선거강령에서 제출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에 대한 정책을 제출하라고 하면 할 수 있습니다만, 이 또한 정책당국의 의지의 문제 아닌지요?
 
7. 헌법을 논의한 부분은 그 만큼 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기 위해 제기되었습니다. 이를 테면 한국사회에서 주택, 교육, 의료 영역의 경우 보수세력이 지속적으로 사유재산권 운운하며 조그마한 개혁에도 저항하고 있음에 비추어 이를 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소유권을 제한하고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죠. 토지공개념, 주택공개념의 헌법 명문화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전진에서 새롭게 제기한 시민기본소득권의 경우도 헌법으로 규정하자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혁신네트워크에서 논의된 기본소득보장제 도입과 유사한 문제의식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시민기본소득권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헌법 명문화를 얘기한 것이죠.
    
그리고 나머지에서 헌법 개정을 논의한 것은 마지막의 정치의제와 관련된 부분 뿐입니다. 사회경제체제 및 정치체제의 전면적 재구성을 위해서 당연히 제기되는 사항이죠. 대선강령에서 얼마나 그렇게 헌법이나 법률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자는 내용이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한번 검색해보시죠. 
 
한편 헌법 이외에 법률 개정과 관련해서는 참이슬 님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법률의 제,개정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정책입니다. 정책의 최종산물이 법의 제,개정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전진의 활동은 물론, 전진의 대선강령도 법령의 제,개정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활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헌법규정과 관련된 부분을 넣었다고 전진의 대선강령을 한마디로 '헌법이나 법률을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것을 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발상'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단순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최장집 교수의 대안은 몰라도 그의 한국정치에 대한 분석에 동의하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 보면 최장집 교수의 지적을 언급한 것도 불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전진의 대선강령이 '개헌을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8. 대선강령에서는 '소비에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민중대표자회의라는 것을 그렇게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대의제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브라질의 참여예산제에 나오는 참여예산평의회(participatory budgeting council)나 베네수엘라의 주민자치위원회(Communal Council)의 장점을 되살려 '민중대표자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과거 1992년 대통령선거에서 백기완 선본이 제출했던 3대강령 중에 첫번째가 "노동자와 민중이 주도하는 민주정부를 수립한다. 민중주도 민주정부는 노동자와 민중의 대표들로 구성되는 민중대표자회의를 최고 권력기관으로 한다."라는 대목을 차용한 것인데, 사실 스스로도 그리 내키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더욱 적합한 용어가 있다면 바꿀 수 있겠지요. 그런 게 제안되면 좋겠습니다.
 
그 성격과 관련해서 보면, 이는 논쟁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참이슬님은 "입법, 행정, 사법 3권이 분립하거나(대통령 중심제), 아니면 최소한 입법-행정과 사법 2권이 분립하는 것(내각책임제)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민주주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하셨는데, 전진의 대선강령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3권 분립 등의 장치를 넘어선 민중권력, 민중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3권이 집중된 대의기구를 만들 경우 무소불위의 독재 권력을 행사하며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지만, 권력집중에 의한 폐해의 역사적 사례들은 모든 권력이 민중의 대표기관에 주어지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그 제도와는 무관하게 민중의 대표기관이 아닌 소수 과두지배집단이나 일 개인에게 실질적 권력이 집중되었던 것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행정, 입법, 사법 이외에 감찰, 고시 등을 포함해서 5권 분립 체제가 있는 대만이 더 권력분산적이고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민중의 대표기관이 과두제화되는지 여부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 아무리 기발하고 훌륭한 시스템을 고안한다 해도 권력집중의 위험은 있습니다. 미헬스가 제시한 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 또한 당시 가장 민주주의적이라는 독일사회민주당의 사례를 근거로 든 것이죠. 참이슬님이 언급하신 '옛 소련의 소비에트나 지금 중국의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등과 같은 집단적 대의제가 실패한 역사적 경험도 그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3권분립이 제대로 되어 있다는 미국이 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전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선강령TFT팀의 한 동지가 언급했던 내용을 옮깁니다.
    
그렇다 해서 인민의 대표기관, 즉 집단적 대의제에 의해 관료권력을 제압하는 시스템을 위험시한다면 무엇이 대안입니까? 삼권분립과 의회제에 안주하거나, 권력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며 허무주의에 빠져야합니까?
인민의 대표성을 보장할 최적의 시스템을 건설하고, 부단한 계급투쟁에 의해 실질적 민주주의가 관철될 역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대안이며 그러한 과정들이 운동인 것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수준은 아닐지라도 선출된 국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과, 비정치적 내지는 반정치적 가치를 핵심으로 하면서 엘리트 내지는 전문가 중심의 폐쇄회로식 결정방식을 취하는 효율지상주의적인 기술관료적 경영주의(technocratic managerialism) 체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전진의 대선강령은 이를 '민중대표자회의'라고 명명된 집단적 대의제를 통해 극복하려고 합니다. 그 문제점도 있겠지만, 이는 아래로부터의 소환제와 토의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하겠지요. 참여예산제의 실험이 이를 초기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에트나 최고인민회의 등과 비슷한 것이 문제인가요? 그것이 소수의 과두지배체체화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9. 삼성생명의 국민기업(또는 공기업)화는 상당히 급진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진의 대선강령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정부의 황금주 보유를 의무화하여 비상시 금융산업의 공공성,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정도만 언급되어 있습니다. 삼성생명과 관련된 사항은 최근에 제기된 구체적인 내용이라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삼성공화국, 서울대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삼성, 서울대 등 구체적인 명칭을 강령에 집어넣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한국사회의 급박한 현안인 한미 FTA에 대해서 언급되지 않은 이유도 비슷합니다. 다시한번 선거강령이 어떠해야 하는지 검토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국민연금의 대체 성격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민간 보험들을 공적인 성격으로 바꾸자는 것을 대선강령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재벌들의 돈줄을 막으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것이겠지요. 
 
'관료들의 전횡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관련하여 "법조문을 최대한 추상적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관료들의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현재의 한심한 상황을 적극 문제제기하며 의제로 공론화하고,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법조문 원문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도록 입법 관행을 개선해 나가는 것"을 제안하셨는데, 이에 동의합니다만, 그게 대선강령에 들어갈 내용으로 언급될 것은 아니겠지요. 선거강령은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정치적 청사진이니까요. 그리고 비정규악법들처럼 법률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있구요. 이런 것은 결국, 참이슬님이 글의 앞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법률 개정이나 제도 마련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참여와 공공성을 관철시킬 수 있는 역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일 겁니다. 
  
10. 선거강령에 포함될 수 있는 구체적인 통계나 수치, 외국의 입법례 등은 선거강령 TFT의 내부 논의과정에서 검토를 했지요. 당연히 그 구체적인 근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대선강령에 다 담을 필요가 없고, 되도록 대선이 '어떠한 방향으로 치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아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양의 포괄적인 내용이 되었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핵심적으로 제기해야 할 것으로 더 좁혔으면 했는데, 이것도 넣어야 한다, 저것도 넣어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제기가 나와서 현재와 같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전진의 대선강령은 민주노동당이 집권한다면(이것은 분명 현실적인 사고는 아니지요)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작성되었습니다. 선거강령이라는 게 보통 그러하지요. 그래서 현재의 민주노동당 강령의 추상수준을 약간 낮추면서 구체화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여기에 긴급하게 제기되어야 할 사안들에 대한 대책을 보완한 것이고요.
  
하지만 참이슬님이 보기엔 구체성이 많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전진의 대선강령이 3개월여의 토론을 통해 제출되긴 했지만, 그리 쉬운 언어로는 표현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되도록 압축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 나중에 민주노동당의 대선강령이 확정되어 나오거나 민주노동당의 대선 공약과 정책에서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구체화되기를 희망합니다.
  
11. 급진성과 관련하여 본다면, 전진 대선강령의 사회경제적 의제들을 실현하는 것이 현행 정치질서하에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사학법이나 금산법의 개정조차 보수세력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좌초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또한 대선강령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나온 사회경제적 의제들도 상당부분이 현행헌법상 위헌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우리가 쟁취하고자 하는 사회경제적 의제들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절차상으로 개헌이겠지만, 사실상 제헌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제헌의회란 그런 의미에서 사용된 것임이 설명에도 나와 있습니다. 용어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하네요.
 
"대선은 권력을 먹겠다는 싸움입니다. 그렇다면 당면한 입법과제가 아니라, 우리가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는 총체적 기획을 내놓아야합니다. 대중들에게 선택을 요구하면서 당선가능성 없음을 전제로 발언할 수는 없지요. 우리가 만들 세상을 지금의 헌정질서 아래서 이루겠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공상이 아닐까싶습니다."
   
참이슬님의 글 덕분에 전진의 대선강령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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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04:44 2007/06/04 04:44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새벽길 2007/06/04 21:39

    1. 전진 대선강령에 대한 비난을 지켜보며... (계급전사님, 07-06-04 12:20)
    http://www.kdlpsds.org/sdsgroup/bbs/board.php?bo_table=story_free&wr_id=11118&page=

    전진 대선강령에 대한 몇몇 분들의 비난을 읽어봤습니다. 아래 새벽길 동지가 친절하게 반론을 했기 때문에 긴 말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보충설명만 하지요.

    현미녹차님이 “참정권을 박탈” 운운하셨는데,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읽으셨는지 모를 일입니다. 전진 대선강령 6장은 정치사상의 완전한 자유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하다못해 과거 독재정권, 인권탄압 등의 책임자에 대한 참정권 제한도 한동안 논의되다가 현실적 의미가 없어 빼버렸습니다. 하물며 특정 계급에 대한 참정권 박탈이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다만 생산수단을 독점한 계급의 사회경제적 지배력이 정치적 지배력으로 발휘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공정한 정치제도를 만드는 것이 제6장의 핵심입니다.
    특히 6장에 들어있는 해설들은 공정한 선출제도와 정치시스템의 여러 가능성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전적으로 각 계급과 그 대표체로서의 정당들 간의 경쟁을 전제로 한 내용들이지요. 그런데 참정권 박탈이라니? 이 무슨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랍니까?
    혹시 명칭이 맘에 들지 않는지요? 그에 대해서는 전진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민중대표자회의, 의회, 평의회, 그리고 다시 민중대표자회의 등으로 몇 번이나 명칭이 변경되었지요. 좋은 명칭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얼마든지 열린 자세로 수용할 수 있습니다.

    참이슬님은 전진 대선강령이 추상적 구호의 나열이라고 하셨는데, 아마도 굵은 제목만 복사해서 나열하셨나봅니다. 전진 대선강령은 다양한 사례분석과 토론의 결과물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감수도 받았습니다. 주택부문에서는 택지국유화를 포함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는데, 결국 선언적이고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새벽길 동지도 말했듯이, 선거강령과 선거공약을 혼동하지 말아야합니다. 예컨대 특정한 기업에 대한 처리방침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일반의 처리방침에 대한 엄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선거강령의 역할입니다.
    혹시 당 정책위가 만든 정책 자료집을 봤는지요? 전7권 분량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각각의 내용들은 여전히 추상적입니다. 전진 대선강령은 A4용지 31쪽 분량입니다. 모든 주제들을 다루지 않고 압축된 주제들만 다뤘지만, 각 주제별 내용은 당 강령보다 충실하다고 자부합니다. 대선강령으로 무슨 전집이라도 만들었어야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그건 우리의 목적이 아닙니다. 전진 대선강령은 보통의 독해력과 약간의 시간만 할애하면 누구라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과 분량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우리는 대선강령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바랍니다. 다만 굵은 글씨만 읽고 선입관과 본능에 따라 반응하는 것은 별로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2. ‘전진’은 대통령 선거를 애들 장난으로 아는가? (참이슬, 07-06-04 14:37)
    http://www.kdlpsds.org/sdsgroup/bbs/board.php?bo_table=story_free&wr_id=11120&page=

    3. 참이슬님의 글에 대한 답변성 쪽글 (새벽길, 07-06-04 20:24)

    정말 토론하기 어렵네요. ^^ 참이슬님은 전진 및 전진의 대선강령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입각해서 이를 풀어내서 합리화하는 근거를 찾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여 토론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합의점을 찾기도 어렵고요. 몇가지만 덧붙이지요.

    대선강령을 집권 문제로 파악하시는데, 2007년도에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든지 하지 않든지 간에 전진의 대선강령에서 제기한 사회경제적 의제들은 실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현행 정치질서하에서는 불가능하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논의는 끝이죠.

    민주노동당이 집권할 것을 전제로 대선에 후보가 출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서 대선강령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얘기한 것입니다. 권력을 잡으면 앞으로 5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집권의 방향과 목적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보수정당의 정책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미시적인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신뢰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헌법을 뜯어 고치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식의 자신 없는 말을 했나요? 헌법을 고쳐서라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죠. 참이슬님이 말하는 "하겠다"는 약속과 확신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궁금하네요.
    나아가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등을 제외하고는 사회주의 기획의 비전이 제출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보수정당과 구별되는, 진보정당이 집권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그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지요?

    참이슬님이 말하는 '자신감'의 측면에서 보면, 이미 강령에서조차 그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의 꽁무니를 쫓아가자고 하는 것보다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전진의 대선강령이 훨씬 더 자신감에 차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의 실천 의지와 진정성은 대선강령의 수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역량으로 나타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 또한 자신감 없음의 표현일 듯 하고요.

    제가 보기에 참이슬님은 전진에서 뭘 내놔도 "이건 추상적인 원칙의 나열일 뿐이야"라고 하실 듯 하네요. 양극화에 대한 긴급 처방의 제시를 맨 처음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선거강령에 정권 잡으면 앞으로 5년 동안 무얼 하겠다는 얘기가 없냐?”라는 말을 되뇌인다면 대선강령에서 앞부분은 훑어보지 않고 넘어간건가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슨 사오정 개그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전진의 대선강령이 생각만큼 그리 급진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추상적인 원칙의 나열'로 점철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가능성 있는 다른 사회의 전망을 보여주고 있구나 하는 점을 고민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요. 계급전사님이 언급한 것처럼 '택지국유화', 즉 1가구1주택,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는 주택의 택지까지 국유화한다는 것은 정서상 맞지 않고 실현가능성이나 실효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삭제한 것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 저야 전진의 선거강령이 그리 추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세상에 어느 나라 진보정당이 그런 추상적인 선거강령을 제시합니까?"라고 반문하는 참이슬님은 각국 진보정당의 선거강령을 얼마나 살펴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의문이네요.
    혹시 살펴보지 않았다면 아래 글을 참고하십시오.
    - 각국 진보정당들의 선거강령 Election Manifestos http://blog.naver.com/gimche/150012866874
    - 백기완 민중대통령 후보 3대 선거강령과 13대 선거공약 http://blog.jinbo.net/gimche/?pid=327
    - 외국 진보정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역사적 검토 (장석준) http://cafe.naver.com/jinbokw/71

    영국 노동당의 1974년 선거강령에 대해서는 참이슬님이 잘 언급해주셨네요. 더 정확히 파악해봐야겠지만, 1974년 총선에서는 국가기업위원회(NEB) 설치안과 그 외의 몇 가지 구조개혁 정책을 묶은 대안경제전력(AES)가 총선강령으로 채택되었답니다. 해롤드 윌슨 노동당수 등 노동당내 우파가 “특정한 25대 대기업에 대한 NEB의 처리방침"을 나중에 삭제했지요. 즉 영국 노동당은 1974년에 사회화강령을 통해 권좌를 되찾았지만, 당내 우파는 NEB안을 실제 관철시킬 의지가 없었고, 산업부장관 토니 벤을 중심으로 한 당내 좌파는 이에 저항했지만, 결국 AES 중 대부분의 내용이 원안과는 다른 왜곡된 형태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즉 1974년 총선강령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참이슬님이 "기업 일반의 처리방침에 대한 엄정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것을 가지고 쟁점을 삼는지 그 이유는 잘 알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대선강령 자체를 가지고 보셨으면 잘못된 지적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영국노동당사에 나온 것처럼, 노동당 좌파는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실천하기 위해 선거강령에 구체적인 적용 대상 기업들의 명단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재원 부담 방안까지 명시하는 초안을 냈고, 전진 또한 그와 비슷하게 제출했답니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상당한 규모인 대기업은 그 자체로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먼저, 자산 10조원이상 그룹에 속하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부터 1차적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켜 나간다"고 했던 것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화의 기준은 정부에서 제출한 ‘중핵기업 출총제’에서 따온 것으로, 현재는 7개 그룹의 24개 기업이 해당합니다. 다만 그 재원마련에 았어서 영국의 북해석유나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같은 명시할 수 있는 재원이 없는 관계로 "외환위기 시절 재벌들에게 행해졌던 특혜에 비추어 영구채권 형태로 마련"한다는 정도로 언급한 것은 조금 미흡하긴 합니다만, 브라질 노동자당이 농지개혁시 유상수용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을 단지 '성장'에서 찾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노동당 우파스러운' 선거강령이라고 하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군요.
    다만 삼성생명을 국민기업(또는 공기업)화한다는 의견은 앞으로도 논의하면 좋겠네요. 물론 저는 무지막지하게 그냥 공기업화하기보다 우선 '사회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자율과 연대 홈페이지에서의 대선강령 논의는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더이상의 토론은 별로 생산적일 것 같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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