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의 왜곡, 차원의 문을 여는 환상적인 느낌을 스스로 주입하며 인터넷 방송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노동넷 단독으로 할때는 거의 "일"이었지만 미디어문화행동의 틀에서는 즐거운 "활동"이다. 활동 영역이 커져(홍콩도 갔다오고 ㅋ) 힘은 더 들어도 새롭고 다양한(내가 좋아하는 두 단어) 경험이 많아서 좋다.
5월 20일, 촛불문화제에서, 대추리와 광화문을 이원생중계로 서로 연결했을때 그 느낌. 30초 정도(인터넷 속도와 중간 단계를 때문에 생기는) 시간차가 있긴 했지만 폭력이 물리적으로 분리시킨 두 곳이 함께 공감하고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그 때 경찰 흥분해서 빨랑 해산하라고 난리폈지. ㅋ
게다가 인터넷 방송은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데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이 작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의 인터넷 방송을 돌아보면 몇가지 미숙한, 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로, 방송 장비다. 카메라는 많이 있지만 다른 구성 요소 - 영상 스위처, 오디오 믹서, 데크, 라인 - 를 갖고 있는 활동 단위는 그리 많지 않다. 미문동에는 노동넷 makker 가 직접 제작한 스위처를 활용하는데 이걸 보고 "우리도 만들어줘~" 하는 곳이 많다. 장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규모 있는 노조, 연맹은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걸 모든 상황에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문동의 생중계/생방송은 노동넷의 기존 생중계 패턴을 확장해서 응용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둘째로는 인력 부족. 카메라가 많이 있다는 말은 촬영과 편집 인력은 어느 정도 확보 가능하다는 얘기.(물론 "충분하다"는 말은 아님) 하지만 방송 장비를 다루고, 스튜디오를 구성하고, 현장의 물리적 상황, 여건을 판단하여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지금까지 거의 전적으로 makker 에게 의존해 왔다. 그래서 부산 아펙, 홍콩WTO 투쟁 인터넷 방송을 할때 makker 와 몇 사람은 아예 스튜디오를 나오지 못하고 살아야 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핀 줄담배 연기가 지금도 선하다.
그리고, 메인 스튜디오 말고 현장 스튜디오, 혹은 송출 거점을 만들기 위한 인터넷 셋팅 능력을 갖춘 사람도 makker와 지각생이 거의 전부.
셋째는 시스템.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만큼 멤버끼리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그 부족을 상쇄할만큼 이루어져야 된다. 노동넷에서 할때나 미디어문화행동에서 할때나 "각자 알아서" 하는 작업이 거의 대부분. 물론 지휘 체계를 갖는 것을 원하는 건 당근 아니고, 자기가 맡은 일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서로의 일에 대한 이해를 갖고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공유하며 "살아 움직이는" 활동이 되는 것이 필요하겠다. "눈빛만 봐도 아는" 팀이 되면 제일 좋겠지만 그러려면 오래 함께 해야 가능하고.
넷째라고 하긴 그렇고 "상황 대처 능력"이랄까? 집회던 뭐던 다루는 것이 대개 돌발 상황이 많고 예측이 어려운, 그리고 보안이 요구되는 것들이다 보니 미리 완벽한 계획대로 (미션임파서블 -_-) 움직이는 건 불가능. 인터넷 상황도 적어도 하루 전에 체크하고 준비 안하면 사실 성공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봐야된다. 미리 체크/확보를 못했다면 당일날 인터넷 담당(?)은 말그대로 죽어라 뛰어다니며 이곳저곳 쑤시고 다녀야된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일단 사람이 더 모인다는 전제에서 두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한가지는 집중적인 훈련을 주고 받아 노련한 팀원으로 만드는 거고
다른 한가지는 아예 풀어놓고 "인터넷 모델"로 가는 거다. 분산형 네트워크 - 한 곳이 마비되도 전체 소통은 이루어지는. 세련되고 전문적이진 않지만 서툴게, 어설프게 해도 좋다는 약속과 동의하에 장비와,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고 가는 방식이다.
스트리밍 서버로 영상을 송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는 노트북과 카메라(끝!). 그리고 1~2명의 소규모 팀이 있으면 된다.
인터넷 세팅을 위한 교육을 좀 받고, 미리 몇군데 인터넷 가능한 곳을 파악해 놓은 다음, "좌~악" 그 "게릴라" 팀을 현장에 뿌린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자유롭게 다니며 촬영하다가 그곳이 인터넷이 되면 바로 노트북을 키고 서버로 송출한다. 그리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중앙의 통제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움직이는 팀이 하나뿐이면 그 팀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방송 내용이 결정되므로 다소 무겁고 부자유스럽게 되지만 만일 5개 이상의 게릴라 팀이 곳곳에서 영상을 송출한다면 그것이 꾸준히 들어오지 않더라도 메인 스튜디오/미디어 서버 관리팀이 쓸만한 소스를 메인 출력에 연결할 수 있을 거다.
또 그렇게 된다면 판에 박은 형태가 아닌 좀 더 자유로운, 다양한 성격의 그림이 보는 사람에게 전달 될수도 있겠다. 지금의 방송창은 스튜디오에서 취합, 가공후 최종적으로 내보내는 하나의 소스를 보도록 되어 있지만 방송창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면 각각의 소스를 보는 사람이 선택해서 볼 수 있겠다. 나는 집회 뒷쪽의 풍경을 보고 싶어! 본대말고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추측만큼 많이 있다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그래야 더 많은 집회, 투쟁의 현장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수 있다.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 모인 곳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것, 그래서 동시에 목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 이것을 위해 생각보다 큰 돈과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뜻 있는 사람들의 덤벼듬만 있으면 된다.
---
촬영할 수 있는 사람은 카메라를 들고, 노트북이 있는 사람은 배터리만 충전해서 현장으로 와 서로 만나면 됩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약속한 방법으로 서버로 쏘아 올리는 거죠. 설사 방송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잘 모아놨다가 아카이브를 만들어 나중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때요? 상상을 해볼까요? 어디선가 약자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알고 왔던, 우연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찍습니다. 노트북을 가진 사람이 와서 그 영상을 공개 미디어 서버로 올립니다. 게릴라 웹 사이트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지나가다 그 영상을 봅니다. 분개합니다. 마구 퍼뜨립니다. 사람들이 일어섭니다.
아... 이거 또 길어지다 보니 흥분한다는 하여간, 생각 있으신 분이 몇 분만 계셔도 교육 프로그램과 게릴라 미디어 환경 구축에 나서겠습니다. 모든 곳에 우리의 미디어가 있게 해봅시다. 어때요?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2dj/trackback/108
Tracked from | 2008/06/02 18:10 | DEL
지각생의 [모든 곳에 우리의 미디어를!] 에 관련된 글. 오늘은 아침을 거리에서 맞지 않았다. 2주에 걸친 설사로 체력이 떨어진 탓일까, 며칠 새지도 않았는데 어제 저녁은 너무 피곤해 서 있기도 힘들었다. 구호를 외치려 해도 목소리도 잘 안나왔다. 양말을 안 갈아신고 그냥 나온 탓인지 발이 금방 아파왔다. 그래서 오늘 새벽도 사람들이 무탈하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 사실은 더 겁이 나서 밤 10시도 안되서 광화문을 떠났다. 대신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