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가 채식하는 이유

사회운동
ScanPlease님의 [계속 채식 논쟁] 에 관련된 글.
EM 님의 [채식(주의)] 에 관련된 글.

요즘 불질을 잘 안하다 보니 이런 얘기가 오고 가고 있는 줄 몰랐군요. 채식에 대한 논의가 아직 풍부하지 못하고 인식이 폭넓게 공유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진보불로거들에게 서서히 "이슈화"는 되어 가는 듯 해 일단 반갑네요. 그 전에는 채식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이 공공연하게 글로서 표현된 적은 많지 않은 듯 하니 말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겪을 어쩔 수 없는 문화 충격? ^^  "그래, 이제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려는 모양이니 옛날에 했던 말들이 다시 쏟아져 나오면 좋을 타이밍이군" 하고,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습니다.

 "운동"이 무조건 "선"은 아니라는데 동의합니다. 근데 왜 "채식은 운동이 아니다"는 말에 발끈하게 될까요?(저말입니다) 무엇이 운동이고 아니고를 굳이, 꼭, 반드시 판단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목적"과 "대상"이 아니라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수양하는 것은 운동이 아닐 겁니다. 뭔가 집단적으로 행동들이 이뤄져야겠죠. 집단적으로 뭘 하는데 그게 폭력적으로 누군가를 핍박해서 목적을 관철시키는 거라면 그것도 운동이 아닐겁니다. 오직 그 두가지 외에는, 어떤 목적이던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그것을 억압하는 구조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모든 것은 운동이 되겠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에 "운동이 아니다"는 말에 발끈했습니다. 그건 "채식이 선이 아니다"라는 말로 해석했기 때문이 아니라, 채식을 "개인적 수양"의 차원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죠.

채식은 개인적 취향이다. ?
취향은 운동의 대상이 아니다 ?
고로 채식은 운동이 아니다 ?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지금 한국에 굉장히 많을 겁니다. 사실 저도 계기가 있어 채식에 관심가지며 생각이 달라진 거지만 저도 전에는 이런 논리를 흔쾌히 채택했지요. 저 각각에 대해 반박이 가능하지만 그전에 먼저, "채식은 운동이다"고 항변(?)하는 형태가 되는 것 자체가 사실은 공평한 논의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나온 말이긴 하지만 사실 지금 한국에는 "이런 게 진짜(혹은 근본적인, 핵심적인) 운동이다"고 하는 생각이 이미 지배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 외 다른 "운동"들은 부차적인 것이다라고 생각되는게 전보다는 줄긴 했지만 여전히 암묵적으로는 강할테니까요. 공평한 논의를 한다면 사실 "그 운동이 정말 진짜, 근본적인, 핵심적인 운동인가" 혹은 "그 운동만으로 충분한가"가 되어야 할겁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무시되는 운동"들이 연합전선이라도 형성해서 공동으로 논의를 해야겠죠. (아, 물론 EM님의 생각을 지레짐작해서 겨냥해서 말하는게 아니라는 건 말할 필요가 없겠죠?)

전 주위 사람들에게 채식을 적극적으로 권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밥 먹고 있다 "채식중이다"고 하면 많은 경우 자연히 화제가 그것으로 돌려지고, 그럼 그때 내가 왜 채식하는지  얘기하고, 공감도 받고 비판도 받고 하며 자연스럽게 인식이 확장되기를 바랄뿐입니다. 당장 내 옆에 앉은 사람이 채식으로 돌아서기를 (희망이야 하지만) 요구하지도 않고 그저 계속 퍼져나가다 보면 그 중에는 채식을 선택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그리 합니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채식 권유는 "취향에 대한 강요"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면 흔히 나오는 얘기가, 구조를 바꿔야지 개인적 실천(한명분의 소비 감소)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겁니다. 동의하면서, 그럼 구조만 바꾸면 되느냐. 그럼 그때부터 사람들이 자연히 고기를 안먹게 되느냐. 물론 고기를 저가에 유통시키는 구조가 붕괴되서 값이 비싸지면 자연히 덜 먹게 되지 않겠느냐. 그럴수도 있겠다 동의한다. 그럼 그 구조는 어떻게 바뀌느냐. 결국 이것도 혁명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거니 "경제주의적" 운동에 대열에 합류하면 되는 거냐. 아마 그때 속으로는 "그렇지" 하시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명확히 답들은 안하시더군요.

채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는 두가지가 깔려 있다고 보는데, 그건 "모든건 경제구조가 변혁되어야 하는(혹은 그러면 다 되는) 문제"라고 보는 "주류"(이렇게 말할까요?) 운동 담론의 사고 방식이고, 채식이 저 깊은 곳을 건드리는 문제이기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방어적인 심리가 그것입니다. 요 두 가지 모두 엄청나게 반박을 당할 문제라고 보지만, 솔직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제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요. 저보다 더 깊은 고민을 갖고 오랫동안 "운동"(이던 개인적 실천이던) 해오신 분이 많지만 얼마 안되나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 채식은 취향이다.
 이건 ScanPlease 님의 글에서도 나와 있고, 다른 블로거들의 글에도 수두룩하게 나와 있지만, 채식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제 얘기만 할께요. 저 아직도 지나가다 고기 굽는 냄새나면 소주 한잔 생각나고 예전에 먹었던 맛있는 집, 가족,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기억이 소록소록 납니다. 먹을게 없을때 라면도 먹습니다. 제가 채식하는 이유는 제 지난 포스팅 "이유를 물어줘"를 살짝 읽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2. 취향은 운동의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일단 개인 취향을 무시하거나 다른 것을 강요하는 행태와 운동의 그것이 구분되지 않고 이해된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당연히 누구던 개인 취향에 폭력적으로 대한다면 그것에 함께 맞설겁니다. 하지만 "운동"은 가능하죠. 혹 운동을 "일부의 우월한 가치를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는 집단적 행동"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위에서 말했듯 전 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채식을 강요, 아니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왜 채식하는지, 채식하면 뭐가 좋은지만 얘기합니다. 퍼져나가 누군가가 듣고 동의해서 채식을 한다면 그건 그 사람 선택인거죠.
 또, "취향"이라는게 사실은 구조에 의해 주입, 형성되고, 왜곡, 강화되는 것이기에 그야말로 충분한 운동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담배와 커피만 봐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것과 관련해 이미 다양한 관점의, 방식의 운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운동은 옆사람에게 "담배 끊지 못해! 당장" 이렇게 협박하거나, "아직도 담배를 피는 한심한 사람이 있다니", "커피를 마시는 너는 아동 노동 착취자야, 나쁜 X야"라고 말하는 그런 건 아닙니다. 만일 누가 제 옆에서 그러고 있으면 "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네게 구체적인 피해를 주는게 있다면 그걸 얘기해서 해결책을 찾고, 문제점은 차근차근 얘기해봐야지"하고 당장 나설겁니다. 채식도 마찬가지죠. "고기를 먹어? 야만인!"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적, 영적, 도덕적 우월성을 내거려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제가 나서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말하고 다닐 겁니다. "식습관이라는게 모든 음식을 자유롭게 먹어볼 기회가 있어 선택해서 형성하는 게 아니라 성장과정을 통해 어쩌다 보니 지금의 식습관이 형성되어 있다더라"하는 제 지난 포스팅 "뭐든지 잘먹어야해?"을 또 읽어주시면 좋겠군요.

3. 고로 채식은 운동이 아니다.
그냥 제 생각을 정리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고기는 "뛰어난 것", 육식은 자연스런 식생활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뇌리에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심각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달군님의 포스팅, "채식,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행할 수 있는 한가지 방식이 그런 시스템을 거부하고 붕괴시키려는 "육식 거부"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적 노력으로는 힘만 들고 효과도 없습니다. 정말 일상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처음엔 컸습니다. "크리티컬 매스"라고 할까요? 채식하는 사람이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기 전까지는 사회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기도 어렵기에 채식을 확산하고 조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래서 채식은 "운동"이 되어야만 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으로 하는게 아니기에, "순수한 취향"으로 채식하는 사람도 분명 있고, 그것을 "정신-영적, 도덕적" 우월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것으로 육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과도하게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전 그 사람을 비판할 겁니다. 대신 혹 그런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채식하는 사람 전체의 생각과 노력을 가치 절하하는 말과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며, 채식에 반대하는 "다른, 근저의" 이유들이 그런것을 덮어쓰고 채식 "운동"의 본질을 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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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9 13:22 2007/02/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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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스 2007/02/19 16:22 URL EDIT REPLY
채식 참 훌륭한 운동이고마요!!
ScanPlease 2007/02/19 17:53 URL EDIT REPLY
히히, 지각생 멋져요~
쥬느 2007/02/21 11:19 URL EDIT REPLY
히히 내블로그에 와요 지각생 동영상 이뻐
http://blog.jinbo.net/derridr/?pid=752
지각생 2007/02/21 13:18 URL EDIT REPLY
부끄럽구만요. 특히 동영상은.. -_-; 결국 이렇게 말하면 모두가 아는건가? orz 일부러 답글도 안단건데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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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사용자 그룹(LUG) 세미나

IT / FOSS / 웹

LUG(리눅스 사용자 그룹) 세미나가 잡혔습니다. 일단 신청해 놨는데 혹 같이 가실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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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한국LUG 세미나

주최 : 한국LUG
주관 :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DIP (대구광역시) 지원
장소 : 대구 영진전문대학
일시 : 2007년 4월 15일 일요일 오후 1시 ~
참가자격 : 대한민국 국민, 외국인 누구나
참가비용 : 무료~


후원 : 한국오라클, 레드헷코리아, 한국IT렌탈산업협회 등

초청인사 : 한국오라클 첨단연구소 소장(권기식 전무), 레드헷코리아 이사(박준규 이사), 한국IT렌탈산업협회 이봉주 본부장,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이영준 선임, 수원여자대학 권희춘 교수, 아주대학교 김기형 교수, 영진전문대학 김기종 교수, 영진전문대학 차용두 교수, 영진전문대학 이정우 교수,  한국산업인력공단 국제HRD센터 김운덕 교수, 경북대학교 안광선 교수, 동양대학교 이재철 교수  등
미국인 프로그래머 초청 : 미국인 프로그래머(john_schnittker)가 Python 강연을 할 예정(영어로 진행)

강연내용 : 2개 세션
강연책자 발행 예정 : 책자 배포시 인쇄비가 발생할 수 있음.

한국LUG 회장 인사말 : 김태용 회장(10분).
한국LUG 자문교수 인사말 : 권희춘 교수(10분).

* 세션 1 : 리눅스기반의 임베디드, 개발, IT-SOC 등

1. Python 프로그래밍 – john_schnittker (English Speaking!)
2. 임베디드 리눅스 개발 방법론 - 변효현 (주)아이오셀 연구소장
3. 임베디드 운영체제 부트로더 개발과 이해(디바이스 개발 설명)– 김성기 마이크론웨어(주) 대표이사
4. USN(Ubiquitous Sensor Network) – 정원도 아주대학교 박사과정

* 세션 2 : 리눅스 데스크탑, 서버, 보안 관련

1.최근 국내외 리눅스 동향 및 발전방향 - 정왕부 한국LUG 부회장
2.우분투(Ubuntu) 데스크탑 리눅스 설치 및 활용 - 정경채 서울LUG 회장
3.웹표준과 LAMP(LINUX,APACHE,MYSQL,PHP) - 전수근 코리아서버센터
4.시스템 보안 (Kernel Rootkit : LINUX & Windows) – 안성범 NHN


세미나 참가등록 페이지 바로가기 : http://www.lug.or.kr/seminar/index.php

세미나후 뒷풀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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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4 02:36 2007/02/14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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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권의 헤인소설

SF
열두방향의 바람을 타고 빼앗긴자들을 만난 후, "세권의 헤인소설"을 읽었다. 세권의 헤인소설이란 어슐러 르귄의 초기 중편 - "로캐넌의 세계", "유배 행성", "환영의 도시".

뭘 알고 골라 본 건 아니고, 한국에 어슐러 르귄의 소설이 거의 품절, 절판 상태고, 그나마 많이 번역되어 있지도 않은데 저 세권의 소설이 서점에 있길래 사서 읽게 됐다. 유명한 어스시(earthsea) 시리즈를 볼까 아님 떡볶이나 실컷 사먹을까 고민을 많이했다. 돈이 부족하므로. 그래도 역시 마법사보다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내 관심을 더 끌었다. 처음에는 "환영의 도시"를 사서 봤는데, 책 표지 앞뒷면에 나와 있는 티저를 보니 도가 사상이 담겨 있다 어쨌다 해서, 그리고 값은 비슷한데 다른 두 편보다 조금 더 두꺼웠으므로. -_- 잘 모르니 별 수 없다. 이렇게 사는거지.

환영의 도시는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한 사람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주된 흐름이다. 그 사람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언어, 생각-반응 패턴들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로 발견되어 새롭게 모든걸 배워간다. 그런데 그 사람은 다른 인간들과 뭔가 다르다. "거짓"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외계 종족이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고, 그래서 그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숱한 위험을 겪는다. 마지막에, 엄청난 거짓과 위험한 음모가 숨어 있는걸 알게 된다. 뒤로 갈수록 재밌고 긴장됨. 원츄!

그걸 다 본 후 "로캐넌의 세계"를 사서 봤다. 이론 제길.. 그 책 앞부분에 "세권의 헤인소설"에 대한 설명과 헤인우주 시리즈(에큐멘 시리즈)에 대한 개괄 설명들이 있는게 아닌가. 씁. 서점에서 망설일때 조금씩은 안쪽을 들여다볼걸. 거기에는 이 세권의 소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설명해주고, 다른 건 상관없는데 이것들은 "로캐넌의 세계", "유배 행성", "환영의 도시" 순으로 읽는게 좋을걸? 하고 있었다. 뭐 처음엔 세권 다 돈주고 사서 읽게 되리라는 예상을 한 건 아니니.

세 편이 주인공이 같다거나 스토리가 바로 이어진다거나 하진 않는다. 각 편 사이에는 수백에서 천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다. 그래도 다른 헤인 시리즈 소설보다 스토리가 많이 연관성이 있다. 전체 헤인 역사에서 보면 가운데 쯤에 해당하는데 "모든 세계의 연맹"이 만들어진 후 위기를 맞는 시기다. 연맹이 붕괴되고, 어둠의 시기에 있다가 다시 희망을 찾게 되는 과정이 이 세권에 담겨 있다. 그 이후의 나온 소설들은 이 "세권의 헤인소설"의 앞과 뒤로 들어가는데 "빼앗긴 자들"은 그 앞, "어둠의 왼손"등은 그 뒤의 이야기다.

세 권의 소설을 모두, 순서대로 읽는 걸 권하는 말에 수긍할 수 있으면서도, 역시 "책 팔아먹으려는 수작인가? -_-" 하는 생각은 든다. 뭐, 넘어가주지. 분명 앞의 두권을 읽고 다시 "환영의 도시"로 돌아왔을때 앞뒤가 딱딱 맞고, 스토리가 완전히 이해되는 건 있었는데, 그런 걸 전혀 모르고 봤을때 느낄 수 있는 것도 분명 있다. 신비감이랄까? 여튼, 로캐넌의 세계, 유배행성, 환영의 도시 세 편을 다 보는게 좋다는 건 동의. (변증법적 관계라는 말까지..-_-) "로캐넌의 세계" 앞부분에 실린 "헤인 시리즈"에 대한 설명에서 따 오면, "로캐넌의 세계"는 고립과 유배에 대한 이야기, "유배 행성"은 적응과 융합, 그리고 "환영의 도시"는 ..뭐더라? 희망? -_- 저녁에 집에 가서 업뎃해야 겠군.

바람의 열두방향을 읽으며 다른 SF와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는 걸 알았는데 이 초기 중편들도 그런 분위기를 확확 느끼게 한다. 유배행성은 그래도 굵직한, 중심된 하나의 사건이 있어 좀 더 익숙한 구성이랄까? 그런데 로캐넌의 세계환영의 도시는 읽는 내내 그 묘사를 머리속에 그리고 상상하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하느라 바빴다. 이러느라 힘 다빼서 앞만 보고 달리듯 끝을 향해 계속 읽어 내려 갔는데, 나중에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봐야겠다. 뭐라고 딱 찝어 말하기 어렵지만 길을 오는 중간 괜찮은 것들이 언뜻 계속 눈을 스쳐간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지나쳐온 느낌..? 그 길을 다시 한번 걸어봐야겠다. 그땐 서둘러 갈 목적지를 만들지 않고.

아마 세 권중 하나만 읽으셔야 한다면, "환영의 도시"를. 저처럼 SF 초보라면 "유배행성"을, 느긋하게 세권 모두 읽으시려면 "로캐넌의 세계"부터 보실 걸 추천합니다. 유배행성과 환영의 도시는 로캐넌의 세계보단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니 두 권을 보시려면 그것.

* "환영의 도시"와 같은 날 산 "뉴로맨서"는 길기도 길지만 어슐러 르귄의 소설만큼 저를 계속 붙들어두진 못하네요. 이제사 3분지일 읽는 중.
* "어둠의 왼손"이 품절/절판 상태네요. 혹 빌려주실분? ㅡㅜ 빌리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으나..
* 진보불로거 SF읽기 모임 같은거 하면 안되려나? :)
* 세권의 헤인소설, 꼭 보고 싶은데 돈 없으신 분은 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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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5 12:43 2007/02/0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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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느 2007/02/06 01:41 URL EDIT REPLY
re 2007/02/06 20:07 URL EDIT REPLY
'꼭 보고 싶은데 돈 없으신 분' ==> 여기에 100% 맞지는 않지만...꼭 보고는 싶어서,빌리고파요~~ 천천히요.^ ^
지각생 2007/02/07 18:31 URL EDIT REPLY
쥬느// ^^=b

re// 100% 맞아야만 빌려드림 :) 왠만하면 사 보셔요. 그래야 자꾸자꾸 번역되어 나오지 않겠삼? ㅋ 사볼 뜻 있으면 한권은 빌려드리겠삼 ㅎㅎ
outwhale 2007/02/07 20:07 URL EDIT REPLY
어둠의 왼손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읽었습니다만.. 주변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심이...^^;;
re 2007/02/07 21:38 URL EDIT REPLY
넵! ㅎㅎ 이번달 용돈 중 '도서구입비'를 이미 다 써버려서.ㅋㅋ
새벽길 2007/06/12 21:07 URL EDIT REPLY
저는 도서관에서 가서 르귄의 SF소설 4권을 빌렸답니다. 다행히 바람의 열 두 방향에 로캐넌의 세계가 언급된 부분이 있어서 그걸 먼저 봤더니 3권에 대한 해설이... 웬 재수? 덕분에 유배행성과 환영의 도시를 쉽게 읽을 수 있었지요. 그래도 자꾸 그 해설을 다시 뒤적였어요.
지금은 짬을 내서 틈틈히 빼앗긴 자들을 읽고 있는데, 갈수록 빠져들고 있습니다. 역시 놀라운 소설.
지각생 2007/06/13 13:04 URL EDIT REPLY
새벽길// 빼앗긴 자들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많아요. ㅋ 다 읽고 감상을 살짝 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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