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무실 건물에 불이 났더래요. 늦게 일어난데다, 거리 상영을 하기로 해서 아예 집에서 일하다가 바로 그곳으로 갔거든요. 오늘 와보니 난리가 아니네요. 사무실에 불 난건 아니고, 아래층 중국집에서 불이 났습니다. 아직도 탄내가 나는것 같고, 불이 위층으로 살짝 번져 간만에 사무실 대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어제 같이 있지 않았던게 다행..이라 말하면 좀 그런가? ㅋ 다친 사람은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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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달만에 내부 회의를 했습니다. 열흘 공백이 있긴 했지만 너무 느슨해졌습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가는데, 일들은 진척이 안되니.. 마음이 거시기 하네요. 회의하기 전에 마음을 다잡긴 했지만, 내 책임이 있는 부분이 많아서 괜히 찔린 탓인지, 또 중심을 잃고 내주장만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_- "진척 없음"으로 체크되는게 몇개냐.. 아예 빠뜨리고 안건에도 잡지 않은게 꽤 되는군요. 에혀.. 탄핵대상입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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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일에.. 아주 돌아버리겠습니다. 내가 왜이리 사나.. 어디서부터 꼬인겨.. 더 이상 일 안 늘이고 살자고, 이것만 마무리짓고는 일벌리지 말자고.. 마음 먹어도 도무지 일들이 마무리가 안되고, 자꾸 터지는군요. 오늘 회의때 런던 회의내용을 보고하고 싶었는데 결국 다음 주로 미뤘습니다. 회의 끝나자마자 넷워커에 원고 써서 보냈습니다. 제 코너를 처음 맡아 쓰는건데.. 형식은 6부 기획, 탄탄한건데.. 기획의 첫 단계를 늘 그렇듯 "한번에 휘리릭" 쓰고 말았습니다. -_- 이번은 도입부라 상관 없지만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되는데. 윽.
그래도.. 아직 할일이 남았습니다. 다른 곳에 또 원고 하나 써줘야 합니다. 아주 미쳐버리겠습니다. 세상아.. 아.. 자전거나 타고 한바퀴 돌고 와야겠습니다.
큭. 간만에 처량 모드.. 신기하게 포스팅을 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단 말에요. 이런 처지는 대사를 읊다가 내 자신을 의식해보니, 입가에 실실 웃음을 띄고 있습니다. :) 이러면 동정을 얻을 수 없잖아! 도망치고 싶은 지각생입니다 ^^
내가 너무 욕심을 내고 있었나 봅니다. 고작 열흘, 그 중 6일반을 런던, 하루 반을 파리에서 보낸 주제 얼마나 많이 그곳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충분히 느끼고 올 수 있었겠어요? 게다가 3일반은 회의와 관련된 일로 정신을 뺏기고 있었고, 나중에는 몸이 지쳐 맘의 여유가 없었구. 근데 머리 속으로 그리던, 쓰고 싶은 글은, 마치 거기서 사는 사람이 찬찬히 묘사하고 느낌을 말하는 듯한 것이었습니다. ㅎㅎ 역시 이 "뭐든지 잘하고 싶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제가 가져간 디카 뱃더리를 제때 충전할 수가 없었어요. 사진을 찍으며 그 장면만 담는게 아니라 번뜩하고 그 장면과 관련된 스토리가 함께 찍힌다고 생각되거든요. 근데 사진을 나중에 못찍게 되면서 "스토리" 구성도 잘 못하게 되더군요. 기억에 의존하려니 이거 다른 일들이 정신을 못차리게 해서 잘 안되고.. ㅋ
"놋북원정대" 포스팅에서 썼듯, 출국이 코앞에 닥쳐왔을때 이래저래 준비할게 많아 정신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준비는 거의 못했죠. 런던과 파리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어디 어디 갈건지 미리 그려보고, 간단한 회화를 연습해 둔다던가, 시간을 어떻게 안배할지, 같이 가는 사람들과 뭐하며 재밌게 놀지 뭐 이런걸 전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결국 출국하는 날까지 지각생은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날은 "환전"이 복병이었죠. 제가 돈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
공항에 가서도 여전히 정신이 없었습니다. 채식라면을 한 박스 사서 들고 갔는데요, 짐의 수를 줄이기 위해 그걸 뜯어 각자의 가방에 나누어 넣었습니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조PD가 빌려준 캐리어에도 조금 넣을 공간이 있었죠. 그래서 캐리어를 열고, 라면을 넣고, 다시 닫는데..? 어랏, 이게 닫히지가 않습니다. 우잉 읏차~ 씨름을 해봤는데도 도무지 이게 안 닫히는군요. 아놔 -_- 시간이 많지 않아 발권을 하고 짐을 실어 보내러 갔습니다. 거기에 테이프라도 있으면 둘러 붙여 가려고 했던 거죠. 며칠 동안 계속 정신없었고, 당일도 늦어 서둘러 간거라 빠진건 없나..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 약~간 더 붕 떠 있었습니다. 껌을 씹으라고 줘도 땅에 떨어뜨리고 (물론 다시 주워 씹었습니다. 아, 껌이 아니었나? ㅋ) 하여간 거기서도 슬랩스틱 코미디를 한참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엔 테이프가 없더군요. 포장하는 곳으로 가서 묶어야 한답니다. 캐리어를 들고 달렸습니다. ;ㅂ; 쌩돈 3천원을 주고 벤딩머신으로 둘러 묶어와, 짐을 실었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두번째입니다. 작년에 홍콩에 갔었죠(Down! Down! WTO!) 그때와 같은 항공사입니다. 런던으로 바로 가는건 더 비싸서 조금 더 싼 항공사로, 3군데를 거쳐 돌아가는 경로입니다. 타이페이, 방콕을 거쳐 파리로 가고, 거기서 더 저렴한 항공을 이용해 런던에서 좀 떨어진 루턴 공항으로 갑니다. 런던에만 간다고 생각했는데, 대만, 태국, 그리고 프랑스도 가게 된 셈입니다 :) 물론 공항을 못 벗어나는 거지만요. 4명이 2명씩 나뉘어 자리가 나왔습니다. 전 창가 바로 옆.
창가엔 캐나다인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 재밌는 친구더군요. ㅋㅋ 회의때 발표 자료가 덜 완성되서 비행기에서도 놋북을 틀고 작업을 해야했는데요, makker의 자료에서 "No APEC"을 흘깃 보고는 우리의 정체?를 눈치채버렸습니다. 그리곤 저한테 불쑥 묻더군요. "너 APEC 반대해?" 놀라긴 했지만 신기해서 "응, 어케 알았어?" (이 정도는 저도 영어로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 그러니 그거 보고 알았다고. 그러면서 자기도 싫어한다네요. 우리가 미디어,정보통신 활동가라고 그랬더니 (심심해서였을까?ㅎ) 한동안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캐나다.. 하면? 그쵸, FTA 얘기를 안할수 없죠. 그 얘기도 조금 했습니다 (잠깐, 얘기를 했다는 것이지 말을 다 이해하고 잘 표현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 그리고 좋은 정보도 주더군요. 전세계 어디 가던 잠자리를 구할 수 있는 방법.
저만 빼고 다 담배 피는 우리 일행은 타이페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흡연실을 찾았습니다. 이때 그 캐나다인도 같이 갔습니다. 떨어져 앉아 있던 jonair 와 같이 가면서 아 글쎄 우리가 jonair 가 부시 지지자라고 말했다며 농을 하는 겁니다. ㅎㅎ 첨 보고 인사만 한 사람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 타이페이 공항에서 쉬고 있는데 눈에 띄는 말이 있습니다. "마약을 소지한 자는 뒤진다" -_- 그리고, 다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계속)